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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최종 연회장

황궁 대연회장의 문은 해가 완전히 지기도 전에 열렸다.황태후가 하루 앞당긴 최종 연회였다.제국의 귀족, 신전 사제, 평민 대표, 황실 주방, 블레이크 공작가의 기사들까지 모두 같은 공간에 모였다. 누구도 편한 얼굴은 아니었다. 연회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오늘의 자리는 축하보다 재판에 가까웠다.엘리제는 문턱 앞에서 숨을 들이마셨다.꽃과 와인, 구운 고기 향 아래로 차갑고 단 잔향이 깔려 있었다.'있다.'완성 원액의 잔향이었다.아직 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은밀하게, 아주 얇은 막처럼 연회장 전체를 덮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황실 연회의 향이라 믿을 것이다. 촛대, 장미, 술, 향신료가 뒤섞인 냄새라고.하지만 엘리제는 알았다.이건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아니다.입을 조용히 닫게 만드는 냄새다.칼릭스가 곁에 섰다.“불쾌하군.”엘리제는 그를 보았다.그의 얼굴은 차분했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굳어 있었다. 향료고에서 완성 원액에 노출되었던 뒤로 그는 자신의 감각 변화를 더 예민하게 확인했다. 불쾌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그가 눌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좋아요. 공작님 기준 통과.”“불쾌함이 기준이라니.”“오늘은 아주 중요한 기준이에요.”칼릭스의 눈이 엘리제의 손목으로 향했다.그녀의 손목에는 맑은 숨을 적신 얇은 천이 묶여 있었다. 칼릭스의 손목에도 같은 천이 있었다. 엘리제가 직접 묶어준 것이었다.그는 낮게 물었다.“떨리나.”“조금요.”엘리제는 이번엔 숨기지 않았다.칼릭스의 시선이 잠시 깊어졌다.“좋다.”“제가 떨리는 게 좋으세요?”“말한 것이 좋다.”그 짧은 대답이 이상하게 안정됐다.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빵 상자를 확인했다. 베른이 숨쉬는 빵을, 마리가 검수 기록지를, 아델라인이 시식자 명단을 각각 들고 있었다. 르시앙은 황실 주방 쪽에 서 있었다. 오늘 그는 황태후의 보조라는 형식으로 연회장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더 이상 황태후에게만 향하지 않았다.황태후 세레니아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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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사라진 제빵사

제빵실 복도는 연회장보다 훨씬 조용했다.그러나 조용하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엘리제는 이 정적이 마음에 걸렸다. 주방과 제빵실은 살아 있는 공간이다. 불이 있고, 물이 있고, 반죽이 부풀고, 사람이 오간다. 그런 공간이 갑자기 조용해졌다면 둘 중 하나다.모두가 도망쳤거나.누군가 숨을 죽이고 있거나.마리는 기록판을 안고 앞서 걸었다.“유나 님이 마지막으로 보인 곳은 제빵실 앞이라고 했습니다.”“응. 유나는 겁이 많아. 혼자 사라질 사람은 아니야.”베른이 낮게 말했다.“그렇다면 끌려갔거나, 누군가를 따라갔겠군요.”“후자일 가능성이 커요.”엘리제는 바닥을 보았다.밀가루가 아주 희미하게 떨어져 있었다. 연회장 뒤편의 깨끗한 복도에서 밀가루 흔적은 티가 났다. 누군가 급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일부러 지우려다 만 흔적도 있었다.“마리, 바닥.”마리가 몸을 낮췄다.“밀가루가 중간에서 끊깁니다. 그리고…… 이쪽에 다시 이어져요.”그녀가 가리킨 곳은 제빵실 옆의 작은 보관문이었다.엘리제는 냄새를 맡았다.빵.버터.백설분.그리고 완성 원액.“여기네.”베른이 문 손잡이를 확인했다.“잠겨 있습니다.”엘리제는 한숨을 쉬었다.“황실은 잠긴 문을 정말 좋아하네요.”베른은 도구를 꺼냈다.“르시앙 경이 이런 일에 익숙하다고 하셨지만, 저도 셰프께 배우며 익숙해지는 중입니다.”“베른, 그거 자랑 아니에요.”“알고 있습니다.”딸깍.문이 열렸다.안쪽은 작은 부속 제빵실이었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오븐 하나와 반죽대 하나, 저장 선반이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커다란 반죽 그릇이 놓여 있었다.은혜의 빵 반죽.엘리제는 가까이 가지 않고 멈췄다.“손대지 마.”마리는 바로 멈췄고, 베른은 천을 꺼내 들었다.반죽에서는 달콤한 향이 났다. 너무 달았다. 아까 연회장 중앙에서 맡은 은혜 계열 향보다 더 강했다. 이것은 귀족 시식용이 아니었다.대량 배급용.혹은 연회장 전체를 흔들 비상용 반죽.엘리제는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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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검수의 물

연회장 중앙에 놓인 젖은 빵에서는 달콤하고 차가운 향이 흘러나왔다.처음에는 귀족들이 그 향을 고급 빵의 냄새라고 생각했다. 꿀과 꽃, 구운 버터가 섞인 듯했다. 그러나 이미 검수의 물을 마신 뒤라 사람들의 코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달콤한 향 끝에 목 안쪽을 둔하게 하는 차가운 잔향이 남는다는 것을, 몇몇은 스스로 느꼈다.“이건…… 빵 냄새가 아니군요.”에른스트 후작 부인이 손수건으로 코끝을 가리며 말했다.그 한마디가 연회장 전체를 흔들었다.엘리제는 유나를 앞으로 세웠다. 유나는 겁먹었지만 버텼다. 그녀의 손목에는 밧줄 자국이 남아 있었고, 앞치마에는 밀가루가 묻어 있었다. 귀족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지자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마리가 곁에서 손을 잡아 버티게 했다.“이 빵은 누가 만들었습니까?”아델라인이 물었다.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처음 배합은 제가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농도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반죽이 사람을 조용하게 만드는 용도라는 걸 알고 멈추려 했습니다.”황태후가 낮게 웃었다.“겁먹은 제빵사의 말만으로 황실 연회를 중단할 수는 없지.”엘리제가 바로 말했다.“그래서 검수의 물이 필요합니다.”그녀는 연회장 중앙에 놓인 물잔을 들어 보였다.“이 물을 먼저 마신 사람들은 입안이 어떻게 변했는지 압니다. 이제 이 빵 향을 맡고 다시 물을 마셔보십시오.”귀족들은 망설였다.평민 대표들이 먼저 잔을 들었다. 제분소 광장의 노인, 신전 보호소에서 회복한 세나, 북부 보급로에서 살아남은 마부까지. 그들은 각각 물을 마시고, 빵 냄새를 맡고, 다시 물을 마셨다.세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두 번째 물이 달게 느껴집니다.”마부가 고개를 끄덕였다.“목이 무겁습니다. 물이 아니라 공기가 그런 것 같습니다.”노인은 지팡이를 쥐고 말했다.“이 빵을 많이 구우면, 이 방 사람들 모두 말하기 귀찮아질 것이오.”연회장이 조용해졌다.황태후의 손끝이 아주 작게 굳었다.엘리제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베른과 르시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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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첫 숨

완성 원액의 향이 천장 환기구에서 흘러내렸다.그것은 처음엔 은은했다. 꽃과 꿀, 갓 구운 빵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몇 번 들이마시면 목 안쪽이 무거워지고, 의심을 내려놓고 싶어졌다.연회장 곳곳에서 잔이 흔들렸다.“머리가……”“갑자기 졸린 느낌도…….”“창문을 여시오!”귀족들이 술렁이는 동안 평민 대표들은 더 빠르게 반응했다. 그들은 이미 여러 번 황실의 식탁을 겪었다.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누군가는 손수건을 코에 댔고, 누군가는 맑은 숨 병을 찾았다.마리가 외쳤다.“맑은 숨 천을 나눠주세요! 먼저 아이와 노인부터!”베른과 신전 사제들이 움직였다. 준비해둔 작은 천 조각들이 연회장에 퍼졌다. 엘리제는 환기구 쪽을 보았다. 기사들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향은 빠르게 내려왔다.황태후의 마지막 식탁은 정말로 공기였다.먹지 않아도 들어오는 것.거절할 수 없는 것.엘리제는 이를 악물었다.“첫 숨을 내야 해요.”베른이 물었다.“지금 여기서?”“네. 조리대가 없어도 돼요. 물, 깨어나는 잎, 산미 껍질, 그리고 뜨거운 돌.”마리는 바로 이해했다.“향을 향으로 밀어내는 겁니까?”“향이 아니라 숨으로.”엘리제는 연회장 한쪽의 차 준비대를 향해 달렸다. 황실 시녀들이 막으려 했지만, 칼릭스의 기사가 앞을 열었다. 칼릭스는 엘리제 뒤에서 움직였다. 이번에는 막지 않았다.그녀가 싸울 자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차 준비대에는 뜨거운 물과 은제 주전자, 장식용 허브가 있었다. 엘리제는 장식용 허브 중 쓸 수 있는 것만 골라냈다. 깨어나는 잎과 비슷한 향을 가진 잎, 산미가 살아 있는 과피, 그리고 아주 약한 소금.“마리, 기록보다 배급.”“네!”“베른, 뜨거운 돌.”“준비하겠습니다.”베른은 장식용 화로에서 달궈진 작은 돌을 집게로 꺼냈다. 엘리제는 큰 은그릇에 물을 붓고, 깨어나는 잎과 산미 껍질을 넣었다. 뜨거운 돌이 물에 닿자 치익, 하고 증기가 올라왔다.맑고 날카로운 향.첫 숨.그 향은 완성 원액처럼 달콤하지 않았다. 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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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내일의 수프

수프 두 그릇이 연회장 중앙에 놓였다.하나는 황태후의 수프였다.표면은 맑고 금빛이 돌았다. 기름방울은 보석처럼 반짝였고, 향은 지나치게 부드러워 정체를 흐렸다.다른 하나는 엘리제의 수프였다.맑은 보리 육수에 뿌리채소를 우린 수프. 화려하진 않았지만 정직했다. 보리의 고소함, 뿌리채소의 단맛, 약한 소금만 남았다.황태후가 말했다.“내 수프는 지친 이들을 편안하게 한다. 오늘의 고통을 내려놓게 하지.”엘리제는 자신의 수프를 앞으로 밀었다.“제 수프는 오늘 힘들었어도 내일 일어나게 합니다.”“참으로 힘든 길을 권하는구나.”“사람이 살아야 할 길이 대체로 그렇죠.”시식자는 공개 명단대로 뽑혔다.귀족 대표 둘, 평민 대표 둘, 신전 사제 하나, 그리고 북부 병사 하나. 황태후가 바꾸려 했던 명단은 아델라인이 미리 공개해 막아두었다. 이제 누구도 조용히 시식자를 바꿀 수 없었다.첫 번째로 황태후의 수프가 나갔다.사람들은 조심스럽게 한 숟가락씩 먹었다.반응은 즉각적이었다.“편안하군요.”“속이 따뜻합니다.”“조금 졸린 느낌도 있지만…… 나쁘지 않습니다.”평민 대표 중 한 여인이 눈을 내리깔았다.“먹고 나면 말할 힘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그 말에 연회장이 술렁였다.황태후는 부드럽게 웃었다.“고통이 큰 사람일수록 평온을 낯설어하지.”엘리제는 그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다음은 엘리제의 수프였다.시식자들은 수프를 받아 들었다.처음 한 숟가락을 먹은 귀족 대표는 조금 당황했다.“생각보다…… 심심하군.”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게 만들었으니까요.”북부 병사는 두 번째 숟가락을 먹었다.“짭니다.”엘리제가 물었다.“불편할 만큼입니까?”“아니요. 내가 땀을 흘렸다는 걸 생각나게 할 만큼입니다.”그 말에 칼릭스의 시선이 병사에게 향했다.병사는 긴장했지만 말을 이어갔다.“전장에서 돌아오면, 가끔 아무 맛도 안 나게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힘들었다는 걸 잊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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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고기 선택

고기는 두 접시였다.황태후의 접시는 눈으로 보기엔 완벽했다. 얇고 부드럽게 썬 고기가 장미꽃처럼 말려 있었고, 소스는 유리처럼 매끈했다. 칼이 없어도 포크만으로 찢어질 것 같은 부드러움이었다.엘리제의 접시는 달랐다.고기는 두껍게 썰렸고 표면엔 강한 시어링 자국이 남았다. 소스는 두 가지였다. 산미 있는 맑은 소스와 구운 뼈·채소를 우린 진한 소스. 먹는 사람이 고를 수 있도록.황태후가 말했다.“내 고기는 씹을 필요가 없다. 지친 자에게는 부드러움이 자비다.”엘리제는 차분히 답했다.“제 고기는 씹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스는 고르면 됩니다.”“또 선택이구나.”“네. 먹는 사람이 먹을 것을 고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요.”시식자들이 앞으로 나섰다.황태후의 고기는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먹은 귀족들은 감탄했다.“입안에서 녹는군요.”“이건 정말 귀한 조리입니다.”하지만 평민 대표는 조금 어색한 얼굴이었다.“맛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뭘 씹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엘리제는 그 말을 기록하라고 마리에게 눈짓했다.마리는 적었다.부드러움 과다. 식감 기억 약함.다음은 엘리제의 고기였다.엘리제는 시식자들에게 말했다.“먼저 아무 소스 없이 드세요. 그다음 원하는 소스를 골라 드시면 됩니다.”귀족 하나가 눈썹을 찌푸렸다.“연회장에서 이렇게 번거롭게 먹어야 합니까?”“네.”엘리제는 미소 지었다.“선택은 원래 조금 번거롭습니다.”그 말에 아델라인이 작게 웃었다.시식자들은 고기를 씹었다.처음에는 질기다는 표정이 나왔다. 그러나 몇 번 씹자 육즙이 올라왔다. 표면의 구운 향, 안쪽의 부드러운 결, 소금의 단순함. 고기는 자신이 고기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북부 병사가 낮게 말했다.“이건 고기입니다.”누군가는 그 말을 우습게 들었지만, 칼릭스는 이해했다.그 병사는 지금 감탄하는 것이 아니었다.확인하고 있었다.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평민 대표 여인은 맑은 산미 소스를 골랐다.“이쪽이 낫습니다. 기름진 맛이 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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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숨쉬는 빵

숨쉬는 빵이 연회장 중앙으로 옮겨졌다.그 순간 엘리제는 숨부터 확인했다.공기는 아직 불안정했다. 첫 숨의 맑은 향이 남아 있었지만, 붉은 소스가 떨어진 자리에서 원액 냄새가 가늘게 올라왔다. 기사들이 젖은 천으로 닦고 있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이 상태에서 숨쉬는 빵을 내면 향이 눌릴 수 있다.그러나 물러날 수는 없었다.이 빵은 오늘의 중심이었다.마리가 상자 옆에 섰다.그녀의 손에는 기록판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마리는 단순 기록 담당이 아니었다. 숨쉬는 빵의 칼집을 만든 사람이었다. 이 빵의 숨구멍은 그녀의 손에서 나왔다.엘리제가 낮게 말했다.“마리.”“네.”“네가 설명해.”마리의 눈이 커졌다.“제가요?”“응. 이 빵의 숨구멍은 네가 만들었잖아.”마리는 잠시 굳었다.“하지만 저는……”“견습 요리사이자 기록 담당.”엘리제가 웃었다.“그리고 오늘 이 빵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마리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칼릭스가 조용히 말했다.“말해라. 네 기록은 정확했다.”마리의 눈이 흔들렸다.그 말이 그녀에게 용기를 준 듯했다.마리는 연회장 중앙으로 한 걸음 나섰다.“숨쉬는 빵은…… 빨리 삼키는 빵이 아닙니다.”처음 목소리는 작았다.그러나 연회장은 조용했다.모두가 그녀를 보고 있었다.마리는 기록판을 꼭 쥔 채 말을 이었다.“반죽 위의 칼집은 장식이 아닙니다. 빵이 구워질 때 안쪽 증기가 빠져나오는 길입니다. 사람이 숨을 쉬듯이, 빵도 숨을 쉬어야 안쪽이 무너지지 않습니다.”귀족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퍼졌다.하녀 출신 견습이 황태후의 연회장에서 빵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자체가 이미 황실 식탁 질서의 균열이었다.마리는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그리고 먹는 사람도…… 씹는 동안 숨을 고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빵은 너무 달지 않고, 너무 부드럽지 않습니다. 씹어야 맛이 납니다.”엘리제는 마리를 바라보았다.자랑스러웠다.마리는 더 이상 누군가의 뒤에 숨어 있는 하녀가 아니었다.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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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마지막 단맛

마지막 단맛은 연회 직전까지 비밀로 준비했던 접시였다.엘리제는 이 접시를 화려하게 만들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작게 만들고 싶었다. 작은 한입. 먹고 나면 입안에 오래 남지 않지만, 마음 안쪽에 무언가를 건드리는 단맛.사람이 마지막으로 자기 말을 꺼내게 만드는 맛.그런데 재료가 바뀌었다.르시앙이 가져온 쟁반 위에는 원래 준비했던 산미 열매와 꿀 대신, 황실 시녀장이 들여온 하얀 설탕과 향기로운 꽃 시럽이 놓여 있었다. 냄새는 고급스러웠지만, 끝이 둔했다.백설 케이크와 비슷한 계열.엘리제의 눈이 가늘어졌다.“또 혀를 재우는 단맛이네요.”르시앙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약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접시로 쓰면, 앞서 열린 감각을 다시 닫을 수 있습니다.”“마지막에 입을 닫게 만들 생각이었군요.”엘리제는 원래 재료가 담긴 상자를 확인했다.없다.마리가 낮게 말했다.“산미 열매가 전부 사라졌습니다.”베른이 선반을 뒤졌다.“꿀도 바뀌었습니다. 향은 비슷하지만, 진짜 꿀이 아닙니다.”황태후는 높은 자리에서 조용히 보고 있었다.시간이 없었다.연회는 기다리지 않는다. 마지막 코스가 비면 엘리제의 코스는 완성되지 못한다. 그리고 황태후는 말할 것이다. 사람을 깨운다던 셰프가 마지막 한입도 내지 못했다고.칼릭스가 말했다.“다른 재료를 가져오겠다.”엘리제는 고개를 저었다.“시간이 없어요.”“그럼?”엘리제는 연회장 곳곳을 둘러보았다.재료는 늘 주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연회장에는 이미 많은 음식이 있었다. 검수의 물, 첫 숨의 허브, 내일의 수프에 쓰고 남은 뿌리채소, 선택의 고기 소스, 숨쉬는 빵 조각, 귀족들의 접시에 남은 과일.그녀는 빠르게 말했다.“마리, 숨쉬는 빵 남은 조각.”“네!”“베른, 내일의 수프에 쓴 뿌리채소 남은 것. 으깨요.”“알겠습니다.”“르시앙 경, 선택의 고기 산미 소스 남은 것.”르시앙은 즉시 움직였다.“칼릭스 공작님.”칼릭스가 그녀를 보았다.“말해라.”“평민 대표들에게 남은 과일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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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황태후의 접시

연회장은 더 이상 황태후의 공간만은 아니었다.여전히 그녀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다. 은빛 드레스와 진주 장갑, 황실의 문장 아래에서 누구보다 높은 곳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식탁 위로 올라온 목소리들은 그녀의 명령만으로 사라지지 않았다.“그만.”황태후가 다시 말했다.목소리는 낮아져 있었다.하지만 평민 대표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전하. 저는 황실 구휼을 먹고 늘 몸이 무거웠소. 늙어서 그런 줄 알았소. 그런데 숨쉬는 빵을 먹고 알았소. 몸이 늙은 것과 입이 조용해지는 것은 다르오.”한 귀족 부인이 손수건을 움켜쥐었다.“저는 백설 케이크를 먹고 진술서를 썼습니다. 그때는 제가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제 생각이 제 것 같지 않았습니다.”황실 주방 보조 테른의 목소리도 나왔다. 아직 목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작았지만, 그는 분명히 말했다.“은혜의 빵을 만들기 싫었습니다. 먹으면 조용해지는 빵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마리는 그 모든 말을 적었다.손이 떨렸다.하지만 멈추지 않았다.황태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엘리제를 보았다.“네가 이것을 원했느냐.”엘리제는 조용히 답했다.“전하께서 막아온 것이죠.”“시끄러운 식탁은 오래가지 않는다.”“조용한 식탁은 썩어도 티가 안 납니다.”황태후의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그녀는 손을 들었다.황실 경비들이 움직이려 했다.그러나 칼릭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검을 뽑지는 않았다.그럴 필요가 없었다.그의 존재만으로 경비들의 움직임이 멈췄다.아델라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 연회는 황실과 신전, 귀족 의회 공동 참관 아래 진행됩니다. 강제 해산은 불가능합니다.”에른스트 후작 부인도 말했다.“그리고 참석자들은 이미 증언을 시작했습니다. 기록을 중단시키는 순간, 황실은 더 큰 의심을 받을 겁니다.”황태후는 그들을 보았다.오래된 권력은 아직 강했지만, 더 이상 완전하지 않았다.엘리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전하. 전하의 접시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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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르시앙의 증언

“저는 윤민재였습니다.”그 이름이 연회장 중앙을 갈랐다.귀족들은 그 이름의 의미를 몰랐다. 황실 주방 수석이 갑자기 낯선 이름을 말한 것처럼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엘리제에게 그 이름은 또렷했다.윤민재.전생의 라이벌.그녀의 접시를 누구보다 잘 알았고, 누구보다 질투했고, 끝내 그녀의 죽음과 연결된 사람.르시앙은 엘리제를 보지 않았다.그는 황태후를 보고 있었다.“저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엘리제 셰프와 같은 세계에서 왔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요리사였고, 그녀와 경쟁했습니다.”연회장이 술렁였다.빙의자.다른 세계.현대 조리법.이야기처럼 들리던 것들이 황실의 식탁 한가운데서 증언으로 바뀌고 있었다.황태후는 웃었다.“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구나. 네 죄를 환상으로 덮을 셈이냐?”르시앙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전하께서 가장 먼저 제 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제 지식을 원하셨죠.”그는 품에서 작은 기록지를 꺼냈다.황태후의 별장 기록실에서 빼낸 사본이었다. 마리가 복사하고, 아델라인이 봉인한 문서. 현대식 온도 표기, 발효 시간, 감각 둔화 조제법과 연결된 실험 메모가 적혀 있었다.엘리제는 그 문서를 보며 숨을 삼켰다.그 안에는 자신이 알던 세계의 흔적이 있었다.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불쾌한 숫자들.온도.시간.추출.농도.르시앙은 말했다.“저는 요리를 사람을 감탄시키는 기술로 여겼습니다. 더 강한 맛, 더 정교한 식감, 더 완벽한 접시. 전하께서는 그걸 제국의 안정에 쓰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믿었습니다. 아니, 믿고 싶었습니다. 제 지식이 이 세계에서 필요하다는 말이 달콤했으니까요.”그의 목소리가 조금 흔들렸다.“그러나 그 지식은 사람들의 혀를 묶는 데 쓰였습니다.”황태후가 말했다.“너는 대가를 받았다. 주방을 얻었고, 이름을 얻었지.”“맞습니다.”르시앙은 고개를 숙였다.“그래서 제가 죄인입니다.”엘리제는 그의 손을 보았다.떨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그리고 전생에서도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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