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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독초의 의회

의회장은 독 냄새가 나지 않았다.그게 오히려 이상했다.너무 깨끗했다. 나무 냄새, 잉크 냄새, 양피지 냄새만 남아 있었다. 향로도, 꽃도, 와인도 없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모든 냄새를 지워낸 듯했다.엘리제는 의회장 문 앞에서 멈췄다."냄새가 너무 없어요."칼릭스가 물었다."나쁜 신호인가.""네. 나쁜 냄새를 숨기는 방식이 두 가지거든요. 향을 많이 깔거나, 아예 지우거나."마리는 기록판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현재 의회장. 향 없음. 공기 지나치게 건조."베른은 증거 상자를 든 채 말했다."향을 지웠다면, 후각 증거를 약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맞아요."엘리제는 문을 바라보았다."오늘 카르텐 백작은 절차로 밀 거예요. 냄새 같은 감각은 증거가 아니라고."칼릭스가 낮게 말했다."그럼 기록으로 반박한다.""네. 그리고 맛으로 확인시키죠.""의회에서 또 먹일 생각인가."엘리제는 그를 보며 웃었다."요즘은 다들 예상하시네요.""너를 배웠다."그 말에 엘리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나를 배웠다.어째서 그 말은 평범한 문장처럼 들리지 않는 걸까.그녀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지금은 접시가 먼저예요.""알고 있다.""나중에 금지."칼릭스가 잠시 생각했다."그건 싫다."엘리제는 눈을 크게 떴다.이제 거절도 배운다.정말 위험한 성장이다.의회장 안으로 들어가자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꽂혔다.카르텐 백작은 이미 발언대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지쳐 보였지만, 눈은 날카로웠다. 그는 선제 고발로 판을 잡으려 했다."엘리제 폰 라벤느 영애는 지난밤 북쪽 별궁 기록실에 무단 침입했습니다. 그리고 출처가 불분명한 문서와 약병을 근거로 자신의 독살 혐의를 뒤집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증거 조작 시도입니다."의회가 술렁였다.카르텐은 말을 이어갔다."더구나 그녀는 황실 미식회 본선 참가자입니다. 대회 중 자신의 과거 혐의를 뒤집기 위해 황실 기록실을 침입했다면, 이는 미식회 자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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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황실의 맛

황실의 맛.그 주제가 발표되자, 엘리제는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다.그저 조용히 종이를 내려다보았다.짧은 다섯 글자.그러나 그 안에는 이 제국의 식탁이 통째로 들어 있었다.귀족들이 먹는 화려한 고기.병사들이 삼키는 감정 없는 보급식.평민들이 줄 서서 받는 무미한 구휼죽.칼릭스가 어린 시절부터 먹어야 했던 감각 봉인의 수프.그리고 그녀에게 씌워졌던 독살 누명까지.황실의 맛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었다.통제의 이름이었다.엘리제는 공작가 임시 대기실에서 종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마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셰프님. 결승 주제입니까?""응.""황실의 맛……"마리는 그 말을 소리 내어 읽고는 얼굴을 찡그렸다."좋은 말처럼 들리는데, 이상하게 답답합니다.""그 감각 정확해."베른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황실의 맛이라면, 보통은 황실의 권위와 품격을 표현해야 한다고 해석하겠지요.""맞아요."르시앙은 창가에 서 있었다. 그는 결승 진출자였다. 황실 수석으로서 당연한 결과였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엘리제와 르시앙이 결승에서 만난다. 그리고 주제는 황실의 맛.너무 노골적이었다.르시앙이 낮게 말했다."황태후 전하께서 직접 낸 주제일 가능성이 큽니다.""그렇겠죠."엘리제는 의자에 앉았다.몸은 피곤했다. 독살 누명 의회, 본선 라운드, 기록실 함정. 하루가 너무 길었다.그러나 머리는 차가웠다."르시앙 경은 어떻게 해석할 겁니까?"그 질문에 방 안이 조용해졌다.르시앙은 엘리제를 보았다."제게 묻는 겁니까?""결승 상대잖아요.""비법을 미리 말하라는 뜻은 아니겠지요.""그 정도로 친하진 않죠. 그냥 방향이 궁금해서요."르시앙은 잠시 침묵했다."예전의 저라면, 황실의 질서를 맛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모든 향이 한 방향으로 흐르고, 모든 감각이 한 접시에 굴복하는 요리.""지금은요?"그는 대답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모르겠습니다."엘리제는 그를 오래 보았다.그 대답은 거짓이 아니었다.르시앙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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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시식자 명단

시식자 명단은 노골적이었다.황실 고위 귀족 셋.황실 의관 한 명.황태후 직속 시녀 한 명.모두 황태후의 식탁 안쪽에 있는 사람들이었다.평민 대표는 없었다.신전 대표도 없었다.귀족 의회 독립 참관인도 빠졌다.엘리제는 명단을 조리대 위에 놓았다."황실의 맛을 평가한다면서, 황실 사람만 앉히겠다는 거네요."베른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결과를 정해놓은 심사입니다."마리는 기록판을 꼭 잡았다."항의할 수 없습니까?"아델라인이 막 방에 들어오며 답했다."항의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결승 직전이라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습니다.""그럼요?"엘리제가 물었다.아델라인은 미소 지었다."공개해야죠."엘리제의 눈이 반짝였다."명단을요?""네. 황태후 전하께서 직접 선정한 명단이라고요."베른이 낮게 말했다."시식자 구성이 편파적이라는 것을 귀족들이 보게 만드는군요."아델라인은 부채를 접었다."그리고 신전과 귀족 의회, 평민 대표가 빠진 사실도요."칼릭스가 말했다."그럼 황태후가 명단을 바꾸지 않더라도, 결과의 신뢰가 흔들린다.""맞아요."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우리는 접시 자체도 시식자 다섯 명만을 위한 게 아니어야 해요."마리가 물었다."다른 사람들도 맛볼 수 있게요?""응. 작은 시식 조각을 만들자. 공식 점수는 다섯 명이 매기더라도, 연회장 전체가 향과 일부 맛을 확인하게 만들 거야."르시앙이 조용히 말했다."규칙 위반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규칙에는 심사 접시 외 보조 시식 금지라고 적혀 있나요?"아델라인이 문서를 확인했다."없습니다. 결승 접시를 시식자에게 제출한다는 말만 있네요.""그럼 보조 구성으로 갈 수 있어요. 향 확인용 작은 잔, 빵 한 조각, 소스 두 방울."베른이 바로 기록했다."공식 접시와 동일 재료. 축소 시식."마리는 눈을 크게 떴다."그럼 모든 사람이 선택의 맛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바로 그거야."엘리제는 시식자 명단 옆에 새로운 목록을 적었다.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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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기록 담당

마리의 출입 제한.그 문장은 짧았다.하지만 엘리제의 분노를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했다.황실 공문은 겉으로는 정중했다. 결승의 공정성을 위해 각 진영 보조 인원을 최소화하고, 조리대 주변의 혼란을 방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상은 분명했다.마리.블레이크 측 기록 담당.하녀 출신 견습 요리사.냄새를 기록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적고, 엘리제가 놓친 미세한 변화를 잡아내는 눈.황태후는 그 눈을 싫어했다.엘리제는 공문을 조리대 위에 내려놓았다."마리를 빼겠다는 거네."마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저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겁니까?""아니."엘리제는 바로 말했다."네가 잘해서 문제가 생긴 거야."마리의 눈이 흔들렸다."제가요?""응. 네 기록이 불편한 거야."베른은 공문을 읽고 얼굴을 굳혔다."공식적으로는 보조 인원 제한입니다. 반박하기 애매하게 썼군요."아델라인은 공문을 받아 읽었다."교묘하네요. 엘리제는 참가자라 빼지 못하고, 베른은 조리 보조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마리는 기록 담당이라 규정 밖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어요."마리는 손에 든 기록판을 내려다보았다.그 손이 떨렸다.엘리제는 그 손을 봤다.예전의 마리는 이런 순간에 물러났을 것이다. 죄송하다고 말하고, 자신 때문에 불편해졌다고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마리는 기록판을 놓지 않았다.그 점이 엘리제를 더 화나게 했다.이 아이는 이미 주방 사람이 되었다.그런데 누군가 다시 하녀 자리로 밀어 넣으려 한다.칼릭스가 낮게 말했다."내 이름으로 항의한다."아델라인은 고개를 저었다."공작 전하가 직접 나서면 황실은 더 강하게 버틸 겁니다. 블레이크 공작가가 하녀 하나를 들여보내기 위해 압박한다고 몰 수 있어요.""하녀가 아니다."칼릭스의 목소리는 낮았다.마리가 놀라 그를 보았다.칼릭스는 마리를 보지 않고 말했다."기록 담당이다."마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엘리제는 그 장면을 보고 아주 작게 숨을 삼켰다.칼릭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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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보호 선언

결승 당일, 황궁 대연회장은 미식회장이라기보다 재판장에 가까웠다.귀족들은 평소보다 훨씬 조용했다. 누구도 함부로 웃지 않았고, 누구도 접시가 나오기 전부터 감탄하지 않았다. 지난 며칠간 너무 많은 것이 드러났다.은혜의 빵.월영초.독살 누명.기록실 함정.마리의 기록.황실 주방의 균열.이제 황실 미식회 결승은 단순히 누가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가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었다.누가 제국의 식탁을 정의할 것인가.그 싸움이었다.엘리제는 조리대 앞에 섰다.마리는 멀리 지정된 기록석에 앉아 있었다. 조리대 접근은 제한되었지만, 시야는 확보되어 있었다. 그녀는 펜을 쥐고 엘리제를 보았다.엘리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마리도 고개를 끄덕였다.괜찮다.기록은 살아 있다.베른은 조리 보조로 곁에 있었다. 말없이 재료를 정리하고, 불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의 얼굴은 단단했다. 공작가 주방장으로서가 아니라, 엘리제의 주방 사람으로서 서 있었다.르시앙은 반대편에 섰다.그 뒤에는 황태후 세레니아가 있었다.직접 조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알았다. 저 접시는 황태후의 접시다. 르시앙은 손이고, 황태후는 의도다.칼릭스는 참관석 가장 앞에 앉아 있었다.그의 시선은 한 번도 엘리제에게서 오래 떨어지지 않았다.사회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황실 미식회 결승 주제는 황실의 맛입니다."종이 울렸다.결승이 시작됐다.엘리제는 먼저 물을 끓였다.강한 향은 쓰지 않았다. 맑은 육수, 구운 곡물, 뿌리채소, 두 가지 소스, 작은 숨쉬는 빵. 사람의 코스. 그녀가 준비한 것은 한 접시라기보다 작은 여정이었다.첫 숨.내일의 수프.선택의 고기.숨쉬는 빵.마지막 단맛.그러나 오늘 결승에서는 전부를 내지는 않는다. 아직은 본선 결승. 최종 연회가 따로 남아 있다. 오늘은 그 원형을 보여주는 자리였다.황태후 쪽은 달랐다.르시앙은 검은 석류와 흰 크림, 금빛 소스를 사용했다. 향은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웠다. 황실의 화려함, 귀족적 우아함, 달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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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보호의 대가

칼릭스의 선언이 끝난 뒤, 황실 미식회장의 공기는 오래 식지 않았다.엘리제 폰 라벤느는 블레이크 공작가의 보호 아래 있다.그 한마디는 연회장 전체를 갈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엘리제를 독초 영애라 부르며 수군거리던 귀족들은 입을 다물었고, 황실 감찰관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엘리제는 손끝을 말아 쥐었다.공개적으로 보호받았다는 안도감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이상한 열감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사람들 앞에 섰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전생의 강서진은 늘 자기 접시 뒤에 혼자 섰다. 평가도 혼자 받았고, 실패도 혼자 삼켰다.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칼릭스는 그녀보다 반걸음 앞에 서 있었다.그 반걸음이 너무 컸다.황태후 세레니아는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공작이 한 영애의 셰프 직함을 위해 황실 감찰에 이의를 제기한다라. 아주 흥미롭구나."칼릭스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셰프 직함 때문이 아닙니다.""그럼 무엇 때문이지?""거짓 혐의로 접시를 침묵시키려 하기 때문입니다."연회장이 다시 조용해졌다.카르텐 백작이 급히 나섰다."공작 전하, 절차는 지켜져야 합니다. 엘리제 영애에 대한 의혹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엘리제는 웃었다."그러면 절차대로 다시 확인하면 되겠네요. 제가 만든 접시, 감찰 기록, 독초 성분, 그리고 공작님의 반응까지."카르텐의 얼굴이 굳었다.황태후는 더 이상 그 자리에서 밀어붙이지 않았다."오늘의 미식회는 여기까지 하겠다. 모든 기록은 황실 감찰과 귀족 의회가 함께 확인하라."그 말은 후퇴처럼 들렸다.하지만 엘리제는 알았다.황태후는 후퇴할 때도 향을 남긴다.***공작가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엘리제는 미식회 때 남은 빵 한 조각을 손에 들고 있었다.빵은 식어 있었다. 그런데도 희미한 곡물 향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냄새를 맡으며 오늘의 식탁을 다시 떠올렸다. 접시는 끝났지만, 맛은 사람들의 표정과 말 속에 남아 있었다. 칼릭스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셰프라 부른 것도, 그런 잔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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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구휼 창고

남쪽 구휼 창고는 황궁에서 가장 멀고, 백성에게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넓은 광장 뒤편에 낮게 이어진 창고 건물들. 그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노인, 아이를 안은 여자, 노동복을 입은 남자들, 낡은 바구니를 든 하녀들까지.그들은 황실의 은혜를 기다리고 있었다.엘리제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배고픈 사람이 먹을 것을 기다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은혜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먹는 사람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밥에 무릎을 꿇게 만들다니. 참 맛없는 권력이네.'창고 관리인은 칼릭스를 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공작 전하의 조사라니요. 황실 구휼 창고는 황실 감찰의 허가가 있어야만……"칼릭스가 앞으로 나섰다."열어라."관리인이 입을 다물었다.그 한마디에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문이 열렸다.창고 안의 냄새가 밀려 나왔다.밀, 보리, 습기, 포대의 먼지.그리고 아주 희미한 흑회향.엘리제의 표정이 변했다."있네요."베른이 낮게 말했다."검은 세 줄 표시 포대입니다."창고 안쪽, 다른 포대들 사이에 검은 선 세 줄이 흐릿하게 그어진 포대들이 섞여 있었다. 일부러 눈에 띄지 않게 지운 흔적도 있었다.엘리제는 포대 하나를 열었다.곡물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다.하지만 손으로 쥐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지나치게 눅눅했다. 표면에 아주 얇은 가루가 묻어 있었다. 냄새는 고소하기보다 달고 무거웠다."이거 배급 중이었어요?"관리인이 눈을 피했다."일부만입니다. 폐기 예정 곡물이 섞였을 가능성이 있어 확인 중이었습니다.""확인 중인데 줄 선 사람들은 왜 밖에 있죠?"관리인은 대답하지 못했다.칼릭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오늘 배급은 중지한다."광장 밖이 술렁였다.엘리제는 바로 말했다."중지만 하면 안 돼요. 먹여야 합니다. 안전한 걸로."칼릭스가 그녀를 보았다."블레이크 창고를 열겠다."너무 쉬운 말이었다.엘리제는 순간 숨이 걸렸다.귀족에게 창고는 권력이다. 전쟁의 대비이자 가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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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은혜의 빵

은혜의 빵은 황실 구휼 제빵소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제빵소였다. 넓은 화덕, 반죽대, 밀가루 포대, 빵을 식히는 선반. 하지만 엘리제는 문을 열자마자 알았다.빵 냄새가 아니었다.너무 달고, 너무 부드러웠다.갓 구운 빵집이라면 밀과 효모, 구운 껍질의 고소함이 먼저 와야 한다. 그런데 이곳의 냄새는 꿀과 꽃향이 앞섰다. 빵의 냄새를 살리는 향이 아니라, 빵의 본래 냄새를 덮는 향이었다."여기도 조리됐네요."칼릭스는 그녀 옆에 섰다."위험한가.""먹기 전에는 덜 위험해요. 문제는 먹고 나서죠."제빵소 책임자는 엘리제 일행을 보자마자 창백해졌다."블레이크 공작 전하. 이곳은 황실 구휼 제빵소입니다. 외부인의 검수는……"칼릭스가 말했다."문을 열었으니 확인한다.""하지만 황실 의관단의 허가가……"엘리제는 반죽대 위에 놓인 작은 병을 보았다."그 의관단이 이 병도 허가했나요?"책임자의 입이 닫혔다.병은 투명했다. 안에는 엷은 금빛 액체가 담겨 있었다. 꿀물처럼 보이지만, 냄새는 달랐다. 월영초 계열의 아주 약한 향과 흑회향의 쓴 끝이 섞여 있었다."이게 은혜의 맛인가 보네요."책임자는 시선을 피했다."보양 조제액입니다. 굶주린 백성들이 음식을 편히 삼키도록……""편히 삼키도록?"엘리제는 반죽을 손끝으로 눌렀다.반죽은 지나치게 부드러웠다. 탄력이 없고, 손에 달라붙었다. 제대로 발효된 반죽의 힘이 아니라, 무너지는 질감이었다."씹을 필요가 없게 만들었네요."베른이 반죽 냄새를 확인했다."조제액이 반죽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표면 처리가 아니라 내부 혼합입니다."마리가 적었다.[은혜의 빵 반죽][과도한 부드러움][조제액 내부 혼합][씹는 저항 거의 없음]칼릭스는 조제액 병을 보았다."봉인해라."책임자가 급히 나섰다."그건 황태후 전하의 구휼 계획에 쓰일 물품입니다!""그래서 봉인한다."칼릭스의 목소리는 낮았다."백성에게 들어갈 물건이다."엘리제는 그 말을 들으며 반죽을 내려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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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숨구멍

공작가 주방의 밤은 밀가루 냄새로 가득했다.은혜의 빵 제빵소에서 돌아온 뒤, 엘리제는 곧장 반죽을 시작했다. 화려한 장식도, 꿀도, 꽃향도 넣지 않았다. 좋은 곡물 가루, 물, 소금, 아주 약한 발효종. 재료는 단순했다.단순할수록 거짓말하기 어렵다.엘리제는 손바닥으로 반죽을 눌렀다.반죽은 처음에는 거칠었다. 물을 조금만 더 넣으면 부드러워졌겠지만, 그녀는 참았다. 너무 부드러우면 은혜의 빵과 같은 방향으로 간다. 목으로 쉽게 넘어가는 빵이 아니라, 씹을 수밖에 없는 빵이어야 했다.마리는 칼을 들고 기다렸다."칼집은 언제 넣습니까?""1차 발효 후. 너무 일찍 넣으면 숨구멍이 무너져.""숨구멍이…… 무너지면 안 됩니다."마리의 목소리가 진지했다.엘리제는 그녀를 보며 웃었다."그래. 네가 지켜.""제가요?""응. 숨구멍 담당."마리의 얼굴이 붉어졌다."그런 담당도 있습니까?""지금 생겼어."베른이 진지하게 적었다.[숨구멍 담당, 마리]마리가 당황했다."주방장님! 그건 기록 안 하셔도……""중요합니다."베른은 태연했다.엘리제는 웃었다. 이 주방이 이렇게 웃는 곳이 된 게 언제부터였을까. 처음 왔을 때는 살벌했고, 무시와 경계가 가득했다. 이제는 반죽 하나에 사람 이름이 붙고, 칼집 하나에도 의미가 생겼다.첫 번째 시험 빵은 실패했다.너무 거칠었다. 껍질은 단단했지만, 속이 퍽퍽했다. 씹으면 고소함이 나오기 전에 턱이 먼저 지쳤다.엘리제는 빵을 씹고 바로 고개를 저었다."이건 안 돼. 배고픈 사람한테 벌 주는 빵이야."베른은 기록했다.[과도한 저항감][속 수분 부족]두 번째 빵은 반대로 너무 부드러웠다."은혜의 빵과 멀지 않아. 탈락."세 번째 빵은 향이 약했다."연회장 향에 묻혀. 탈락."마리는 점점 진지해졌다. 그녀는 칼집 깊이를 바꿔가며 작은 반죽 조각에 표시를 했다."셰프님, 칼집을 한 번 깊게 넣으면 모양이 너무 거칠어집니다. 그런데 얕게 두 번 겹치면 어떨까요?"엘리제가 눈을 들었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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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공개 검수

황태후 탄신 연회 전, 엘리제는 숨쉬는 빵을 먼저 광장에 내놓았다.귀족들의 혀보다 먼저, 이 빵을 먹어야 할 사람들의 혀가 필요했다. 연회상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아도 실제로 배고픈 사람들에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남쪽 제분소 광장에 작은 조리대가 차려졌다.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모였다. 며칠 전 구휼 창고 검수 이후, 이곳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사람들은 이제 포대 표시를 보았고, 물에 곡물을 씻어보았고, 이상한 냄새가 나면 서로에게 알려주었다.엘리제는 그 변화가 마음에 들었다.시끄러운 광장.살아 있는 식탁.엘리제가 말했다."오늘은 새 빵입니다."웅성거림이 퍼졌다."황실 은혜의 빵이 아니오?""그 빵은 언제 나오나?""아이들이 먹기 좋다던데."엘리제는 숨쉬는 빵을 들어 보였다."이 빵은 빨리 넘어가지 않습니다. 조금 씹어야 합니다. 대신 먹고 나서 입안이 흐려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한 남자가 물었다."왜 그렇게 귀찮게 만드셨습니까? 배고픈데 빨리 넘어가면 좋은 것 아니오?"엘리제는 그를 보았다."배고플수록 자기 입으로 확인해야 하니까요."남자는 대답하지 못했다.마리는 옆에서 기록했다.베른은 빵을 작게 나누었다. 아이와 노인에게 먼저, 그다음 줄 선 사람들에게. 칼릭스는 광장 가장자리에서 상황을 살폈다. 그는 눈에 띄는 위치에 서 있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가 있다는 걸 알았다.그 존재만으로도 질서가 생겼다.첫 번째로 빵을 먹은 것은 아이를 안은 여인이었다.그녀는 빵을 조금 뜯어 아이에게 먼저 먹이려 했다.엘리제가 손을 들었다."먼저 어머니가 드세요."여인이 놀랐다."제가요?""네. 먹이는 사람도 먹어야죠."여인은 조심스럽게 빵을 씹었다.처음엔 표정이 애매했다."달지는 않네요.""네.""그런데…… 오래 씹으니까 고소해요."그 말에 주변 사람들이 빵을 받기 시작했다.처음엔 조심스럽게. 곧 조금 더 편하게.아이 하나가 빵의 칼집을 손가락으로 만졌다."여기 왜 갈라졌어요?"마리가 조금 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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