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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제분소 불길

남쪽 제분소의 불은 생각보다 작았다.하지만 작다고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불은 곡물 창고 뒤편에서 시작되었다. 밀가루 먼지가 많은 곳이었다. 조금만 잘못 번지면 폭발하듯 번질 수 있었다.엘리제는 불길을 보자마자 달려가려 했다.칼릭스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뒤에.""공작님, 밀가루 창고예요. 번지면 오늘 빵 전부 끝납니다.""네가 들어간다고 꺼지는 불이 아니다.""그건 맞는데……""명령해라. 들어가지는 마라."그 말에 엘리제는 멈췄다.예전 같으면 이미 뛰어들었을 것이다. 연기 속에 기어 들어가 곡물 포대를 끌어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괜찮다고 했을 것이다.하지만 칼릭스가 손목을 잡고 있었다.혼자 하지 마라.그 말이 떠올랐다.엘리제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베른! 물부터 붓지 마요! 밀가루 먼지 날리면 더 위험해요. 젖은 천으로 입구 막고, 불붙은 포대부터 밖으로 끌어내요!"베른이 바로 움직였다."기사 둘, 입구 좌우! 견습들은 물통 말고 젖은 천! 마리, 기록보다 사람부터 뒤로 보내!"마리가 외쳤다."모두 물러서세요! 아이와 노인 먼저!"칼릭스의 기사들이 창고 입구로 들어갔다. 엘리제는 밖에서 냄새를 분리했다. 탄 나무, 밀가루, 기름, 그리고 매캐한 발화제."기름 뿌린 게 아니야. 포대 안에 넣었어."칼릭스가 물었다."발화제인가.""네. 포대 안쪽에서 탔어요. 겉은 멀쩡한데 속부터 타는 냄새예요."그는 바로 기사에게 명령했다."검게 연기가 나는 포대부터 꺼내라.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잠시 후, 기사들이 포대를 끌고 나왔다.엘리제는 포대 입구를 잘랐다.안쪽 곡물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 사이에 낯선 검은 가루가 섞여 있었다.마리가 다가오다 멈칫했다."흑회향이 아닙니다. 더 매워요.""건조 발화제. 황실 폐기 약재랑 섞으면 이렇게 돼."베른이 낮게 말했다."제분소 봉쇄와 동시에 방화라. 너무 노골적입니다.""노골적인 게 목적이에요."엘리제는 불붙은 창고를 보았다."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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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연회 준비

황태후 탄신 연회 전날, 공작가 주방은 전쟁터였다.단, 칼이 아니라 반죽과 기록이 오가는 전쟁터였다.조리대 위에는 숨쉬는 빵 반죽이 줄지어 놓였다. 같은 배합이지만 수분, 칼집, 발효 시간을 조금씩 달리한 반죽이었다. 엘리제는 하나하나 손바닥으로 눌러 탄성을 확인했다. 너무 부드러운 것은 탈락. 너무 뻣뻣한 것도 탈락. 씹히되 벌하지 않는 결을 찾아야 했다.마리는 옆에서 칼집 깊이를 표시했다."첫 번째 반죽, 칼집 얕음. 굽는 중 숨구멍 부족.""좋아. 두 번째는?""칼집은 좋지만 가장자리가 너무 갈라집니다. 연회상에서는 거칠어 보일 수 있습니다.""거칠어 보여도 괜찮아. 다만 무너져 보이면 안 돼."베른은 화덕 온도를 조절했다. 불 마법 화구가 고르게 유지되도록 견습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맡겼다. 르시앙은 황실 주방 동선을 그린 지도를 조리대 한쪽에 펼쳐놓았다. 아직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는 이번만큼은 도망치지 않았다."은혜의 빵은 연회 시작 직전 황실 주방에서 반입될 겁니다. 검수 담당 의관이 붙을 가능성이 큽니다."엘리제가 물었다."황실 주방 수석이 있는데 의관이 반죽에 왜 붙죠?"르시앙은 씁쓸하게 웃었다."은혜라는 이름이 붙은 음식은 대개 보양식으로 분류됩니다. 보양식이 되면 의관단이 끼어들 명분이 생깁니다.""요리사가 만든 빵을 의관이 조용하게 만드는 구조네요.""부정하기 어렵군요."칼릭스는 조용히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는 조리대 바로 옆까지 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엘리제의 손끝이 조금이라도 빨개지면 시선이 따라왔다. 엘리제는 그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더 이상 불편하지만은 않았다.사람이 지켜보는 것과 감시하는 것은 다르다.칼릭스의 시선은 점점 전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헌상 요청서 최종본은 아델라인이 가져왔다.[블레이크 공작가 헌상 음식][숨쉬는 빵][배고픈 이가 씹는 동안 숨을 고를 수 있는 빵]마리의 문장이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마리는 종이를 보자마자 얼굴이 붉어졌다."제 문장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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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생일상

황태후의 탄신 연회는 처음부터 향기로 사람을 눌렀다.대연회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콤한 꽃향과 진한 와인 향, 구운 고기의 기름 향이 한꺼번에 흘러나왔다. 평소라면 귀족들이 감탄할 냄새였다. 그러나 엘리제는 문턱에서 바로 숨을 얕게 조절했다.향이 너무 많다.많아도 너무 많다.좋은 향으로 공간을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향으로 생각을 덮는 방식이었다. 루메르 향초는 약했지만, 대신 와인과 꿀, 구운 설탕 향이 두껍게 깔려 있었다. 은혜의 빵에 들어갈 조제액 냄새를 숨기기 좋은 환경이었다.마리는 엘리제 옆에서 작은 기록판을 꼭 쥐었다."셰프님, 냄새가 너무 많습니다.""응. 일부러야.""숨쉬는 빵 냄새가 묻힐까요?""그걸 노리겠지."칼릭스는 엘리제의 옆에 섰다. 그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러나 엘리제는 그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굳은 것을 보았다."공작님.""말해라.""불쾌해요?""그렇다.""좋아요. 아직 감각 살아 있어요."칼릭스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불쾌함이 점검 기준이 되었군.""공작님 전용 기준이에요.""나쁘지 않다."마리는 고개를 숙인 채 웃음을 참았다.연회장 중앙에는 황태후 세레니아가 앉아 있었다. 오늘 그녀는 완벽했다. 은빛과 금빛이 섞인 드레스, 진주 장식, 고요한 미소. 그녀가 손짓만 해도 귀족들이 고개를 숙였다.그녀의 식탁은 여전히 강했다.하지만 이제 그 식탁에 균열을 넣을 빵이 있었다.베른은 숨쉬는 빵이 담긴 나무상자를 조심스럽게 옮겼다. 상자 안의 빵은 따뜻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표면의 칼집은 선명했다. 마리의 숨구멍. 엘리제는 그것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반대편, 황실 주방 쪽에서는 은혜의 빵이 준비되고 있었다.겉보기에는 아름다웠다. 황금빛으로 매끈하게 구워진 작은 빵. 표면에는 백합과 초승달 문양이 찍혀 있었고, 꿀을 바른 듯 반짝였다.귀족들이 벌써 수군거렸다."저쪽이 은혜의 빵인가?""정말 우아하군.""구휼품이라기엔 지나치게 고급스럽지 않나?""그래서 황실의 은혜겠지."엘리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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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조제액

은혜의 빵 반죽이 연회장 중앙으로 옮겨졌다.귀족들은 더 이상 빵을 먹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드럽고 달콤하다며 감탄하던 은혜의 빵은 이제 누구도 손대지 않는 접시가 되었다. 반짝이는 황금빛 표면은 그대로였지만, 한 번 의심이 들어간 음식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연회장에는 이상한 침묵이 내려앉았다.엘리제는 반죽 그릇 앞에 섰다.조제액 냄새가 확실히 강해져 있었다. 처음 실험했을 때보다도 더 진했다. 만약 이 농도로 빵이 구워져 배급됐다면, 굶주린 사람들은 달콤한 향에 속아 빠르게 삼켰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수가 줄고, 몸이 무거워지고, 생각이 느려졌겠지.그걸 은혜라 부르면서.엘리제는 이를 악물었다."반죽에 손댄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카르텐 백작이 나섰다."황실 주방 내부의 사안입니다. 연회 중에 공개적으로 소란을 키울 필요는 없습니다."엘리제는 그를 보았다."지금 이 빵을 귀족들 앞에서 먹이려고 했는데요.""확정되지 않았습니다.""그럼 확정하죠."그녀는 반죽 그릇을 가리켰다."이 반죽은 언제부터 여기 있었습니까?"르시앙이 답했다."연회 시작 세 시간 전, 황실 주방에서 1차 반죽을 마쳤습니다. 이후 발효실로 옮겼고, 연회 직전 최종 성형을 위해 이곳으로 가져왔습니다.""그 사이 누가 접근했죠?"르시앙의 표정이 굳었다."황실 주방 보조 셋, 검수 담당 의관 하나, 그리고 연회장 관리 시녀 둘.""의관?"엘리제의 눈이 날카로워졌다."빵 반죽에 의관이 왜 접근해요?"카르텐이 말했다."은혜의 빵은 구휼식이자 보양식입니다. 약재 배합 확인을 위해 의관이 검수할 수 있습니다.""보양식이라."엘리제는 피식 웃었다."먹으면 조용해지는 보양식."연회장 안쪽이 술렁였다.황태후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엘리제를 향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칼릭스가 말했다."의관을 데려와라."카르텐이 바로 반박했다."공작 전하, 이곳은 황실 연회장입니다. 모든 명령권은……""반죽에 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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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빈 창고

다음 날 아침, 수도의 식량 창고 세 곳에서 동시에 보고가 올라왔다.남쪽 구휼 창고의 정상 곡물 일부가 사라졌다.서쪽 제분 보관소에서는 밀가루 수레가 기록 없이 반출되었다.동쪽 임시 제빵소는 황실 감찰 명령으로 문이 잠겼다.엘리제는 보고서를 읽고 잠시 웃었다.웃음은 차가웠다."정말 어디까지 먹일 수 있는지 보자고 하셨죠. 바로 창고부터 비우시네."베른이 지도를 펼쳤다."세 곳이 동시에 움직였습니다. 우연은 아닙니다."마리가 기록판을 들었다."남쪽은 평민 배급, 서쪽은 숨쉬는 빵 재료, 동쪽은 연회 후속 제빵소입니다. 전부 숨쉬는 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맞아."엘리제는 펜으로 세 지점을 이었다."황태후는 이제 우리 빵을 못 만들게 하려는 거야. 은혜의 빵이 봉인됐으니, 사람들이 먹을 빵 자체를 없애려는 거지."칼릭스는 짧게 말했다."나눈다."엘리제가 그를 보았다."공작님은 서쪽?""그렇다. 군수 창고와 연결되어 있다.""저는 남쪽으로 갈게요. 사람들 줄이 길 겁니다.""혼자 가지 않는다.""네. 마리와 베른, 신전 사제 한 분을 데리고 가겠습니다."칼릭스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잘 배웠군.""칭찬인가요?""그렇다."엘리제는 작게 웃었다."그럼 공작님도 조심하세요."칼릭스가 멈췄다."나도?""네. 돌아오셔야죠."그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돌아오겠다."그 대답이 엘리제의 마음 한쪽에 조용히 내려앉았다.***남쪽 구휼 창고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배급 중단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사람들은 빈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분노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불안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손을 잡고 있었고, 노인들은 창고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창고 관리인은 엘리제를 보자마자 말했다."저희도 모릅니다. 밤새 기록상으로는 아무 반출이 없었는데, 아침에 확인하니 정상 포대 일부가 비었습니다."엘리제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냄새가 가벼웠다.곡물 창고가 곡물 냄새를 덜 낸다.그건 늘 나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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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탄핵 식탁

블레이크 공작가 탄핵 심의는 긴급 귀족 회의 형식으로 열렸다.의회장 안은 이미 뜨거웠다. 카르텐 백작은 중앙 발언대에 서 있었고, 그의 앞에는 정리된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절차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말투는 정중했고, 문장은 깔끔했으며, 모든 비난은 법 조항 뒤에 숨겨져 있었다."블레이크 공작가는 황실의 구휼권을 침해했습니다. 황실 창고를 임의로 열고, 백성에게 공작가 식량을 배급했으며, 황태후 탄신 연회에서 검수되지 않은 빵을 이용해 귀족들의 판단을 흐렸습니다."귀족들이 웅성거렸다.카르텐은 계속 말했다."엘리제 폰 라벤느 영애는 요리사라는 이름으로 민심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먹을 것을 빌미로 백성에게 황실을 의심하게 만들고, 구휼식 표준안이라는 미명 아래 황실 권위를 훼손했습니다."엘리제는 뒤쪽에서 그 말을 듣고 있었다."말은 참 예쁘게 써요."마리가 작게 물었다."화나십니까?""응. 그런데 지금은 잘 익혀야 하는 분노야."칼릭스는 엘리제의 곁에 섰다."내가 먼저 말한다.""저도 말할 겁니다.""알고 있다."그는 그녀를 보았다."그래서 곁에 선다."그 말이 엘리제의 불안을 조금 낮췄다.헬리온 대공이 의사봉을 두드렸다."블레이크 공작, 반박할 것인가."칼릭스가 앞으로 나섰다."반박한다."그의 목소리는 길지 않았다. 그러나 의회장 전체가 조용해졌다."구휼권은 권한이기 전에 책임이다. 오염 의심 포대가 발견되었고, 황실 검수는 멈췄으며, 백성들은 줄을 서 있었다. 블레이크 공작가가 식량을 낸 것은 권한 침해가 아니라 긴급 구호다."카르텐이 말했다."그 판단을 공작가가 독단적으로 내릴 수는 없습니다."엘리제가 앞으로 나섰다."그래서 기록이 있습니다."마리가 기록판을 들고 중앙으로 나왔다.손은 떨렸다.하지만 목소리는 도망치지 않았다."남쪽 구휼 창고 검수 기록입니다. 검은 세 줄 표시 포대, 물 반응 이상, 가열 시 쓴내, 배급 대상자 이상 반응. 그리고 숨쉬는 빵 공개 시식 기록입니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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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임시 배급

카르텐 백작이 구금된 다음 날, 수도 남쪽에는 임시 배급소가 세워졌다.황실 구휼 창고 일부는 봉인되었고, 제분소는 공동 검수 아래 다시 열렸다. 그러나 사라진 포대와 훼손된 밀가루 때문에 배급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불안해했다.엘리제는 그 불안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배고픔은 이성보다 빠르다. 아무리 진실을 밝혀도, 오늘 먹을 것이 없으면 사람은 어제 들은 진실을 원망으로 바꾼다. 황태후는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엘리제는 숨쉬는 빵을 그대로 배급하지 않았다.오늘은 세 가지로 나눴다.첫째, 씹을 힘이 있는 사람을 위한 기본 숨쉬는 빵.둘째, 노인과 아이를 위한 수분 많은 부드러운 숨쉬는 빵.셋째, 병자와 회복자를 위한 보리 수프.베른은 놀랄 만큼 빠르게 분업을 짰다."기본 반죽은 제가 봅니다. 부드러운 반죽은 마리의 칼집 방식으로 숨구멍을 줄이고, 수프는 견습 둘에게 맡기겠습니다."엘리제는 그를 보며 웃었다."베른, 이제 완전 현대 주방 시스템이에요.""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칭찬으로 듣겠습니다."마리는 배급 명단을 정리했다."아이 동반 가족 먼저, 그다음 병자, 그다음 일반 배급 순서로 가겠습니다.""좋아."엘리제는 그녀의 기록판을 보았다."마리, 이제 네 기록은 배급의 기준이야."마리의 손이 잠시 멈췄다."제가 적은 것이 사람들 순서를 정하는 겁니까?""응. 그러니까 더 중요해."마리는 입술을 꾹 눌렀다."정확히 쓰겠습니다."***배급소가 열리자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줄을 섰다.황실 은혜의 빵은 봉인되었다고 들었다. 카르텐 백작이 끌려갔다고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당장 배를 채우지는 못한다. 사람들의 눈에는 아직 불안이 남아 있었다.엘리제는 첫 번째 빵을 노인에게 건넸다."딱딱하면 말씀하세요."노인은 한입 베어 물고 천천히 씹었다."지난번보다 부드럽소. 그래도 씹을 맛은 있군.""그게 목표였습니다."아이 하나는 빵의 갈라진 틈을 손가락으로 만졌다."이거 숨구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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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말하는 식탁

말하는 식탁은 남쪽 배급소 옆 작은 광장에서 열렸다.화려한 장식은 없었다. 긴 나무판 몇 개를 이어 만든 식탁, 빵 바구니, 수프 냄비, 물 그릇. 그리고 마리의 기록대. 신전 사제와 귀족 의회 기록관, 아델라인의 시녀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지켜봤다.엘리제는 일부러 높은 자리에 서지 않았다.사람들과 같은 높이에서 빵을 나눴다."오늘은 제가 설명하지 않습니다. 드신 분들이 말씀해 주세요. 숨쉬는 빵을 먹고 어땠는지, 수프를 먹고 불편한 건 없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처음엔 모두 조용했다.말하는 식탁이라 해놓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실패다.하지만 엘리제는 기다렸다.기다림도 조리 과정이다.칼릭스가 배운 말이, 이제 그녀에게 돌아왔다.첫 번째로 손을 든 것은 제분소 노인이었다."나는 숨쉬는 빵이 좋았소. 달진 않지만 먹고 나서 졸리지 않았소. 다만 이가 약한 사람에겐 조금 힘들 수 있소."마리는 바로 적었다."이가 약한 사람용 수분 조절 필요."다음은 아이를 안은 여인."수프는 속이 편했습니다. 아이는 부드러운 빵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줄이 너무 길었습니다.""줄 동선 개선."마리가 적었다.사람들은 점점 더 말하기 시작했다.짠맛이 조금 부족했다.빵을 받기 전에 손 씻을 물이 필요하다.오염 포대 확인법을 그림으로 붙여달라.누군가 말했다."황실 구휼에서는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줄 알았소."엘리제는 그를 보았다."밥 먹는 사람이 밥 이야기를 못 하면, 그 식탁은 이미 상한 겁니다."그 말에 광장 공기가 달라졌다.단순한 배급이 아니었다.사람들이 자기 입맛과 몸 상태를 말하는 자리.그것은 황태후의 식탁과 정반대였다.***그날 오후, 귀족 의회 기록관은 말하는 식탁의 요약본을 작성했다.[숨쉬는 빵 배급 후 이상 반응 없음][재섭취 의사 다수][보완 의견 존재][배급 대상자 직접 의견 개진]아델라인은 기록을 읽고 웃었다."좋군요. 황태후 쪽에서 선동이라고 하면, 우리는 식품 반응 조사라고 답하면 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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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침묵의 향

황태후 세레니아는 탄신 연회 이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카르텐 백작이 구금되고, 은혜의 빵이 봉인되고, 숨쉬는 빵이 임시 구휼식으로 인정된 뒤에도 그녀는 침묵했다. 그러나 그 침묵은 패배자의 침묵이 아니었다. 엘리제는 그것을 알았다.황태후는 말을 아끼는 동안 향을 준비한다.공작가 주방에는 백설분 샘플이 세 종류로 나뉘어 있었다. 순수 백설분, 황실 온실 반입품, 르시앙이 확보한 장미 살롱용 추정품. 셋은 겉보기에 거의 같았다. 하얗고, 고운 가루. 손끝에 묻으면 금세 사라지고, 혀에 닿으면 거의 맛이 없을 것 같은 가루.그러나 물에 넣으면 달랐다.순수 백설분은 가라앉았다.온실 반입품은 조금 더 오래 떠 있었다.장미 살롱용 추정품은 물에 닿자 아주 희미한 꽃향을 피웠다.마리는 그 차이를 다 적었다."색은 모두 흰색. 물 반응과 향만 다름. 냄새는 깨끗하지만 끝이 차가움."엘리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네가 먼저 알아차릴 수 있겠다."마리는 긴장한 얼굴이었다."제가 정말 살롱에 들어가도 될까요?""무서워?""네.""나도."마리는 놀라 엘리제를 보았다.엘리제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그런데 무섭다고 안 가면, 그쪽이 이겨. 대신 혼자 안 가. 황녀님도 있고, 에른스트 후작 부인도 있고, 너도 있어."마리의 눈빛이 조금 단단해졌다."그럼 가겠습니다."칼릭스는 문가에서 그 말을 듣고 있었다."마리.""네, 전하.""엘리제가 먹으려 하면 막아라."엘리제가 바로 말했다."공작님.""중요한 명령이다."마리는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숙였다."반드시 막겠습니다."엘리제는 배신당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내 주방이 저를 감시하는 주방이 됐네요."베른은 옆에서 말했다."좋은 주방은 셰프도 관리합니다.""베른까지요?""예."엘리제는 결국 웃고 말았다.그 웃음은 가볍지 않았다.정말로, 자신을 막아줄 사람들이 생겼다.***그날 저녁, 아델라인이 찾아왔다.그녀는 장미 향 봉투를 하나 들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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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백설분

장미 살롱 전날 새벽, 르시앙이 공작가 주방에 찾아왔다.그는 밤새 잠을 자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흰 조리복은 여전히 단정했지만, 눈 밑에는 피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봉인 상자가 들려 있었다.엘리제는 그를 보자마자 물었다."황실 주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죠?"르시앙은 상자를 내려놓았다."백설분 일부가 황실 온실로 넘어갔습니다. 공식 기록에는 장식용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비공식 기록은요?"르시앙은 잠시 침묵했다."장미 살롱용. 백설 케이크."마리가 잠시 말을 멈췄다.엘리제는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아주 고운 흰 가루가 들어 있었다. 순백. 냄새는 거의 없었다.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수상했다. 엘리제는 가루를 손끝에 아주 조금 묻혀 물 위에 떨어뜨렸다.가루는 천천히 퍼졌다.그리고 아주 희미한 꽃향이 올라왔다.마리는 바로 기록했다."물 반응 있음. 꽃향. 끝이 차가움."베른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 정도라면 먹기 전에는 구분하기 어렵겠습니다.""그래서 사교계에 쓰는 거예요."엘리제는 손을 씻었다."사교계는 냄새를 너무 많이 덮거든요. 향수, 차, 꽃, 설탕. 그 안에서는 이런 가루가 잘 숨어요."르시앙은 낮게 말했다."황태후 전하의 시녀장이 제빵실 보조들에게 지시했습니다. 케이크는 직접 황실 주방이 아니라 온실 별실에서 완성된다고 합니다.""황실 주방을 우회하네요.""저를 더 이상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르시앙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있었다.엘리제는 그를 보았다."서운해요?""아니요."그는 고개를 저었다."늦게나마 의심받을 이유가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니,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그 말에 엘리제는 잠시 침묵했다.르시앙은 변하고 있었다.그렇다고 과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변하는 사람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었다. 요리사라면, 상한 부분을 잘라낸 뒤 먹을 수 있는 부분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물론 아직은 아주 질긴 재료였다.***장미 살롱 대응 회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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