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시앙의 미소는 얇았다.웃고 있지만 환영은 없었다. 황실 수석 요리사의 오만함, 그리고 상대를 이미 평가해버린 사람의 지루함이 섞여 있었다.엘리제는 그 얼굴을 보며 숨을 가다듬었다.'윤민재랑 똑같이 생겼네.'전생의 기억이 짧게 스쳤다. 스테인리스 조리대, 꺼지지 않던 화구, 자신보다 한 발 늦게 별을 좇던 남자.하지만 지금 눈앞의 남자는 윤민재가 아니었다. 르시앙. 황실 주방의 수석. 이 세계의 남자.엘리제는 그 사실을 일부러 머릿속에 새겼다. 전생의 그림자에 발목 잡힐 때가 아니었다. 여기서 밀리면 독초 영애라는 이름이 다시 그녀의 목을 죌 것이다.르시앙이 말했다."전쟁터라 했나. 좋은 말이군. 그런데 전쟁터에는 칼을 쥔 자와 칼에 베이는 자가 있지."엘리제는 가볍게 웃었다."그건 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죠.""영애가 칼을 안다고?""모르면 여기까지 살아오지 못했겠죠."복도에 있던 요리사들이 술렁였다.귀족 영애가 황실 수석 요리사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였다.마리는 엘리제 옆에서 기록판을 꼭 쥐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렸지만,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엘리제는 그걸 보며 마음을 조금 가라앉혔다.혼자가 아니다.적어도 이제 기록해줄 사람이 있다.그때 황궁 하인이 다가왔다."참가자 전원, 예비 검수실로 이동해 주십시오. 첫 번째 예비 심사가 곧 시작됩니다."르시앙은 엘리제를 지나치며 낮게 말했다."독초 영애. 미식회에서 가장 먼저 죽는 건, 입만 산 요리사다."엘리제는 그의 등을 보며 답했다."주방에서 가장 먼저 망하는 건, 손보다 입이 빠른 요리사고요."르시앙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그러나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예비 검수실은 작은 전쟁터였다.중앙에는 긴 조리대가 다섯 개 놓여 있었다. 각 조리대 위에는 같은 재료가 놓였다. 질긴 북부산 사슴고기, 시든 뿌리채소, 마른 허브, 이름 모를 향신료 세 종류, 그리고 작은 병 하나.병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담겨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8-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