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더룸의 조명은 홀보다 부드러웠다.아린은 문을 닫고 거울 앞에 서서 숨을 골랐다. 와인이 얼굴에 열을 남기고 있었고, 귀 끝이 약간 울렸다. 립스틱을 고치려 파우치를 열다, 손끝이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기분이 들었다. 취기가 심한 건 아니었다. 다만 평소보다 경계가 무딘 건 분명했다.거울에 비친 드레스 자락을 쓸어 내리는데, 목덜미가 먼저 서늘해졌다.문이 열린 소리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안에 누군가가 있었고, 와인 향 사이로 그 기척이 뒤늦게 느껴졌다. 아린의 시선이 거울 속 어깨 뒤로 이동했다. 그림자 하나가 이미 가까이 와 있었다.돌아서려는 순간큰 손이 입과 허리를 동시에 막았다.비명이 손바닥에 막혀 끊겼고, 등이 단단한 가슴에 부딪혔다. 아린이 발버둥 치자 발뒤꿈치가 타일에 미끄러졌고, 거울에 비친 두 사람의 형체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낯설면서도 어디선가 맡았던 우성 알파의 향이 코끝을 메웠다. 머리가 하얗게 비는 사이, 예전에 감금당했던 방의 공기가 겹쳐 올랐다.“소리 내지 마.”낮고, 갈라진 목소리.한국어였다. 아린의 눈이 커졌다. 손목이 뒤로 접혀 제압됐고, 취기 때문에 저항이 한 박자씩 늦었다. 팔꿈치로 옆구리를 찍으려 했으나 상대의 몸이 더 무거웠다. 숨이 막혀 오고, 페로몬을 억누르려던 호흡이 먼저 흔들렸다. 90% 넘게 올렸던 조절이, 와인과 공포 앞에서 미끄러졌다.“루카— ”이름만 새어 나오다 손바닥에 눌렸다.남자의 손이 더 세게 조여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손바닥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죽이려는 힘이 아닌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는 힘이었다. 아린이 다시 몸부림치자, 목덜미를 누르는 압박과 함께 시야가 좁아졌다. 천으로 코와 입을 덮는 감각인지, 급작스러운 제압 때문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다리가 풀리고, 거울 속 조명이 점으로 줄어들었다.마지막에 남은 건 그 알파의 향이었다.두통처럼 무겁고, 집착처럼 진한 향.의식이 다시 든 건, 몸이 흔들려서였다.엔진 소리가 멀리서 고르게 울렸고, 도로
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