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삼강(三江), 그 등불 아래: Bab 21 - Bab 30

98 Bab

제21화: 오카다의 화공(火攻)과 결계의 틈 2

하지만 불길이 마른 담장을 타고 더욱 거세게 솟구치자, 휘의 몸을 감싼 푸른 신력이 파열음을 내며 사정없이 흩어졌다.​"안 됩니다! 지금 밖으로 나가시면 쓰러지십니다!"​옥연이 두 팔을 벌려 휘의 커다란 앞을 결사적으로 막아섰다.​불의 열기에 닿기만 해도 사내의 존재가 부서져 내리는 것을 눈앞에서 똑똑히 본 탓이었다.​"저 하찮은 새끼들이... 감히 내 터를...!"​휘의 입술 사이로 차가운 살기와 고통이 뒤섞인 피 끓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그는 자신의 찢어지는 고통보다, 옥연의 보금자리를 잿더미로 만들려는 적들을 향한 맹목적인 살의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휘가 옥연을 거칠게 밀어내고 앞으로 나서려 했으나, 옥연은 오히려 휘의 남색 도포 자락을 부서뜨릴 듯 꽉 틀어쥐었다.​"제가 끄겠습니다! 제가 물을 길어 끌 터이니, 도련님은 뒤에 계십시오!"​옥연은 두려움으로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도,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사내를 똑바로 쏘아보았다.​그녀는 휘의 도포 자락을 놓은 뒤, 쏜살같이 우물가로 달려가 차가운 강물을 양동이에 가득 퍼 담았다.​"나오너라! 기어 나오지 않으면 이 터와 함께 통구이로 만들어 주마!"​대문 밖에서 횃불을 든 오카다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타오르는 불티와 함께 마당 안으로 넘어왔다.​활활 타오르는 불똥 하나가 매서운 바람을 타고 곡선을 그리며 주막 마당 안으로 훅 날아들었다.​시뻘건 불티가 물양동이를 들고 대문 쪽으로 뛰어가던 옥연의 머리 위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릴 순간이었다.​"이 바보 같은 사람이...!"​공기를 찢는 맹렬한 외침과 함께, 거대한 남색 그림자가 바람처럼 허공을 가르고 옥연의 등 뒤로 덮쳐 왔다.​휘가 불길이 뿜어내는 극심한 고통을 억누른 채, 초인적인 속도로 옥연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와락!​남자의 커다랗고 단단한 팔이 옥연의 마른 어깨와 허리를 한 번에 감싸 안으며 제 품 속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옥연의 시야가 흔들리며 남자의 넓은 가슴팍으로 빈틈없이 파묻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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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타오르는 주막, 선을 넘는 신령 1

​시뻘건 화마가 춤을 추는 마당 한가운데였다.​유옥연은 자신을 빈틈없이 감싸 안은 커다란 사내의 가슴팍에서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사방에서 타오르는 짚단의 열기가 피부를 갈기갈기 찢을 듯이 맹렬하게 덮쳐왔다.​하지만 그녀의 시야를 온통 가려버린 사내의 넓은 남색 도포 자락 안쪽만큼은, 한겨울의 깊은 강물 밑바닥처럼 시리도록 차가웠다.​그러나 그 차가운 기운은 결코 온전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있었다.​치지직, 칙! 파아앗!​매서운 바람을 타고 날아든 불티들이 휘의 등을 사정없이 때릴 때마다,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빛의 신력이 비명 같은 파열음을 토해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신령의 영체와 상극인 불길이 그를 집어삼키려 들 때마다, 옷감 너머로 맞닿은 사내의 단단한 가슴뼈가 고통으로 인해 불규칙하게 진동했다.​"하아... 윽."​휘의 굳게 다물린 입술 틈새로 억눌린 신음이 무겁게 떨어져 내렸다.​그의 차가운 턱선 위로 맺힌 진땀이 옥연의 이마 위로 툭툭 떨어져 내릴 만큼, 사내의 인내심은 극한의 한계치까지 내몰리고 있었다.​자신의 터를 둘러싼 결계가 바깥에서부터 거칠게 타들어 가는 근원적인 타격에 더해, 날아드는 불꽃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행위는 스스로를 산 채로 태우는 것과 다름없는 고문이었다.​옥연은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자신을 감싸 안은 휘의 허리춤을 부서질 듯 움켜쥐었다.​고개를 들어 올린 그녀의 시야 안으로, 고통을 참아내느라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려버린 사내의 수려한 턱선이 고스란히 들어왔다.​자신을 내려다보는 휘의 찬란한 금빛 눈동자 안쪽에서, 차마 숨기지 못한 끔찍한 고통의 그림자가 어지럽게 출렁이는 것이 보였다.​'이대로 가다간... 이분이 부서져 버린다.'​옥연의 짙은 갈색 눈동자에 독하고도 처절한 결의가 차올랐다.​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신을 보호하느라 강하게 옭아맨 휘의 단단한 팔을 온 힘을 다해 밖으로 밀어냈다.​"비키십시오!"​옥연의 벼려진 목소리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타오르는 화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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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타오르는 주막, 선을 넘는 신령 2

쩌엉-!​삼강 나루터 전체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던 하늘과 땅의 경계가, 거대한 빙벽이 부서지듯 기괴하고도 소름 끼치는 파열음을 토해냈다.​사방에서 미친 듯이 몰아치던 매서운 강바람이 마치 누군가의 명령을 받은 것처럼 일순간에 뚝 멎어버렸다.​맹렬하게 타오르며 혀를 날름거리던 흙담장의 붉은 불길마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목이 꽉 졸린 듯 허공에 딱 굳어버렸다.​"어...?"​옥연의 머리채를 향해 손을 뻗던 왈패가 귓막을 찢을 듯한 기이한 정적에 당황하며 고개를 홱 돌렸다.​대문 안쪽, 주막의 터와 바깥세상을 구분 짓는 부서진 문지방 위로 짙은 남색 도포 자락이 유령처럼 스산하게 드리워져 있었다.​수백 년의 아득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이 낡은 주막의 터를 벗어난 적 없던 신령이었다.​그가 기어이 문지방 너머의 불타는 흙바닥으로 길고 창백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었다.​그것은 불멸을 살아가는 절대적인 존재가 스스로의 목숨을 옭아매던 금제를 박살 내는, 가장 파멸적이고도 무모한 한 걸음이었다.​"크, 크윽...!"​발끝이 문지방을 넘어서는 그 찰나의 순간, 휘의 전신을 감싸고 보호하던 짙은 푸른빛의 신력이 미친 듯이 끓어오르며 그의 몸을 안팎으로 찢어발기기 시작했다.​투명할 정도로 하얗고 완벽했던 그의 목덜미와 뺨 위로, 얇은 유리가 둔기에 맞아 갈라지듯 붉고 끔찍한 균열이 쩍쩍 벌어졌다.​자신의 터를 제멋대로 벗어난 수호신에게 세상의 법칙이 가하는 무자비하고도 폭압적인 형벌이었다.​하지만 휘는 자신의 육신이 조각조각 부서져 내리는 끔찍한 고통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었다.​그의 세로로 길게 찢어진 차가운 눈동자는, 오직 옥연의 멱살을 향해 뻗어 있는 왈패의 더러운 손끝만을 집요하고도 잔인하게 내리꽂고 있었다.​휘의 눈동자 안쪽에서 짐승의 핏빛보다 더 선명하고 잔혹한 적색 불꽃이 폭발하듯 타올랐다.​"감히."​뼛속의 골수를 얼려버리는 듯한 차갑고도 잔인한 음성이, 숨 막히는 정적을 찢고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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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투명해진 도포 자락과 핏방울 1

​치이익.​옥연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 휘의 수려했던 뺨 한쪽에서, 얇은 유리 파편처럼 갈라진 피부 조각 하나가 푸른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바스라졌다.​그것은 불멸에 가까운 영겁의 세월을 살아온 절대적인 신령이, 스스로의 목숨을 옭아매던 금제를 깨뜨린 대가로 치러야 할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시작이었다.​옥연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며, 핏방울이 떨어지는 얼어붙은 흙바닥 위에서 숨을 완전히 멈추었다.​사방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 맹렬하게 타오르던 흙담장의 붉은 불길도,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는 오카다 무리의 조잡한 발소리도 순식간에 아득한 소음으로 멀어져 갔다.​오직 눈앞에서 조각조각 갈라지기 시작하는 사내의 창백하고도 완벽한 얼굴만이, 옥연의 시야를 숨 막히는 공포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하지만 휘는 자신의 육신이 산 채로 타들어가듯 부서져 내리는 끔찍한 소멸의 고통 앞에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그의 찬란하게 타오르는 금빛 눈동자는, 오직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는 옥연의 핏기 없는 얼굴만을 온 세상인 것처럼 오롯이 담아내고 있을 뿐이었다.​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듯 유려하게 휘어지는 사내의 다정하고도 애달픈 눈매 속으로, 옥연의 시선이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듯 깊게 얽혀 들었다.​바로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옥연과 마주친 사내의 깊은 눈동자 안쪽에서, 칠백 년이라는 아득하고 무거운 세월이 거대한 해일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그것은 칠백 년을 홀로 견뎌온 신령의 묵직한 기억이자, 소멸을 코앞에 둔 자에게 우주가 허락한 마지막 찰나의 주마등이었다.​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이 하나로 거칠게 부딪혀 소용돌이치는 삼강의 깊고 어두운 물길.​휘는 천지의 빛 한 점조차 들지 않는 그 차가운 강물 밑바닥에서,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백 번의 혹독하고 잔인한 겨울을 홀로 견뎌왔다.​신령의 아득한 시선에서 볼 때, 번성하고 쇠락하는 미물들은 찰나의 봄날을 살다 바스라지는 하루살이 떼와도 같았다.​왕조의 이름이 바뀌고 세상이 끔찍한 피비린내로 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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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투명해진 도포 자락과 핏방울 2

​자신을 향해 겁도 없이 '도련님'이라 부르며 꼿꼿하게 잔소리를 퍼붓던 그 당돌하고도 사랑스러운 하나뿐인 주인이, 지금 흙바닥에 주저앉아 무너져 내리는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투두둑, 쩍! 쩌저적!​세상의 모든 것을 박살 낼 듯한 파멸적인 파열음이 옥연의 귓막을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그녀를 몽환적인 환상에서 참혹한 현실로 패대기쳤다.​잔잔하게 일렁이던 사내의 금빛 기억이 산산조각 나며 깨어지고, 끔찍한 소멸의 과정이 옥연의 눈앞에서 잔혹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가속되기 시작했다.​"안 돼... 도련님, 안 돼...!"​옥연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인 삼강주막의 밤하늘을 처절하고 짐승처럼 갈랐다.​문지방 바깥의 흙바닥을 디딘 휘의 두 다리부터 시작해, 기품 넘치던 짙은 남색 도포 자락이 투명한 유리 가루처럼 쩍쩍 갈라져 허공으로 흩날리고 있었다.​하얗게 질려버린 사내의 턱선과 길고 유려한 목덜미 위로, 기괴하고 끔찍한 붉은 균열이 거미줄처럼 무자비하게 뻗어 나갔다.​균열이 벌어진 피부의 틈새마다 푸른 신기가 인간의 핏물처럼 검붉게 번져 나오더니, 희미하게 빛나는 핏방울이 되어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크윽... 하아."​휘의 굳게 다물린 입술 사이로, 마침내 뼈를 깎는 고통을 억눌러왔던 낮고 짐승 같은 신음이 속절없이 새어 나왔다.​단단했던 그의 넓은 어깨가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리며 상체가 앞으로 비스듬히 꺾여 들어갔다.​"도련님! 안 됩니다! 어서 뒤로 물러나십시오!"​옥연이 미친 사람처럼 바닥을 기어 무너지는 휘를 향해 처절하게 달려들었다.​매캐한 연기와 날아드는 불티가 그녀의 뺨을 그을리고 치맛자락에 구멍을 내고 있었지만, 옥연에게 자신의 육신이 타들어 가는 것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어서... 어서 안으로 들어오셔요! 제발!"​옥연은 눈물범벅이 된 엉망인 얼굴로 두 팔을 뻗어, 앞으로 고꾸라지는 휘의 단단한 허리춤을 온 힘을 다해 으스러져라 끌어안으려 했다.​어떻게든 자신의 체중을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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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투명해진 도포 자락과 핏방울 3

​"이제야... 이제야 제 마음을 알았어요. 도련님을... 도련님을 연모하고 있어요." ​그 단어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옥연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세상과 선을 긋고 살려 했던 자신에게 기어이 숨통을 트여준 사내였다. ​"그러니 제발 떠나지 마세요... 나를 두고 사라지지 마세요, 제발...!" ​그 피맺힌 고백과 절규가 허공을 맴도는 순간. ​부서져 내리던 휘의 단단한 턱관절이, 차마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짓눌린 듯 빳빳하게 굳어 들어갔다. ​자신의 육신이 불타오르며 소멸하는 천지의 형벌 따위는, 그에게 단 한 줌의 고통조차 주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해 엎드려 목 놓아 연모한다 울부짖는 저 가녀린 여인의 눈물은, 칠백 년을 버텨온 신령의 심장을 기어이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있었다. ​어찌하여 이 나약하고 눈부신 인간은, 내가 가장 철저하게 파괴되는 순간에 이토록 달콤하고도 잔혹한 구원을 건네는가. ​휘는 부서져 가는 입술을 짓씹으며,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의 눈동자 안에서, 차마 옥연을 홀로 두고 떠날 수 없는 신령의 애끓는 절망이 핏빛으로 붉게 타올랐다. ​그때였다. ​휘의 시선이 바닥에 엎드린 옥연의 어깨너머, 불길이 닿지 않은 주막의 어두운 처마 밑을 고요하게 향했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작고 둥근 도깨비불 수십 개가 일제히 흔들리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랜 세월 삼강 나루터의 그림자 속에 숨어 살며 휘를 섬겨왔던 도깨비들. ​그들은 자신들의 위대한 주인이 소멸해 가는 끔찍한 광경을 지켜보며, 쭈그려 앉은 채로 소리 없이 서글픈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휘의 눈부신 금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 숨은 도깨비들을 향해 아주 차분하고도 무겁게 내리꽂혔다. ​그것은 소멸을 앞둔 삼강의 지배자가, 자신의 마지막 가신들에게 내리는 무언의 절대적인 어명이었다. ​'내 주인을 지켜라.' ​단 한마디의 말도 없었으나, 도깨비들은 휘의 그 압도적이고도 간절한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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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주모의 반격과 민초들의 결집 1

​눈을 뜰 수조차 없던 거대한 금빛 무리가 얇은 유리창이 깨지듯 산산이 부서지며, 칠흑 같은 밤하늘의 어둠 속으로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렸다.​사방을 집어삼킬 듯 맹렬하게 혀를 날름거리던 흙담장의 붉은 불길마저, 그 폭발적인 파동에 휩쓸려 거짓말처럼 싸늘하게 식어버렸다.​유옥연은 얼어붙은 마당의 흙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온기 하나 없이 텅 비어버린 자신의 두 손바닥만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불과 몇 초 전까지 그녀가 그토록 애절하게 껴안으려 했던 사내의 단단한 허리춤과, 피부를 에이듯 차가웠던 남색 도포 자락의 감촉은 단 한 줌도 남아 있지 않았다.​"아..."​옥연의 흙먼지로 엉망이 된 입술 틈새로, 짐승의 목구멍을 찢고 나오는 듯한 처참한 신음이 바스락거리며 새어 나왔다.​절대 금제를 깬 가혹한 대가로 자신의 온몸이 불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도, 오직 옥연의 안위만을 눈에 담던 그 찬란하고도 애달픈 금빛 눈동자.​그 비현실적인 눈빛이 망막에 깊숙이 찔려 들어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시야를 시뻘건 피눈물로 물들게 만들었다.​'울지 마라.'​허공으로 흩어져 가던 사내의 갈라진 음성이, 매서운 초겨울 강바람을 타고 옥연의 귓가로 잔인하게 밀려들었다.​'밥맛... 떨어진다.'​영겁의 소멸 앞에서도 자신을 향해 밉살스럽게 오만을 떨던 그 지독하게 까탈스럽고 다정한 마지막 위로가 뇌리를 사정없이 후벼 팠다.​옥연은 피멍이 든 두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감싸 쥐고, 얼어붙은 흙바닥 위로 엎드려 마른 어깨를 잘게 떨었다.​가슴 한가운데 갈비뼈 사이로 시퍼런 칼날이 수십 번 쑤셔 박히는 것처럼,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끔찍한 통증이 혈관을 타고 솟구쳐 올랐다.​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가 감옥에서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가 모진 병마에 시달리다 숨을 거두었을 때도 이토록 완벽하게 세상이 무너지는 감각은 아니었다.​평생을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악착같이 독을 품고 버텨온 그녀에게, 난생처음으로 곁을 내어주고 기대고 싶었던 유일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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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주모의 반격과 민초들의 결집 2

​"아, 하, 아하하하! 꼬, 꼴좋게 되었구나!"​오카다의 광대뼈가 튀어나온 마른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악에 받친 비열한 웃음소리를 토해냈다.​그의 오른손에는 시커멓고 육중한 권총 한 자루가 쥐여 있었고, 그 차가운 총구는 정확히 옥연의 헝클어진 머리통을 향해 차갑게 겨누어져 있었다.​"어디서 굴러먹던 사특한 요괴 놈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어이 제풀에 꺾여 뒈져버렸군."​오카다가 권총의 공이치기를 찰칵하고 당기며, 옥연을 향해 거만하고도 잔인한 걸음을 옮겼다.​그의 뒤로는 아까 휘의 신력에 얻어맞아 튕겨 나갔던 왈패 놈들이, 머리와 팔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쇠몽둥이를 쥔 채 악착같이 따라붙어 있었다.​"네년을 지켜주던 그 든든한 뒷배가 연기처럼 사라졌으니, 이제 얌전히 개 끌리듯 끌려갈 일만 남았지?"​오카다의 잔인한 조롱이 잿빛 마당 위로 끈적하게 달라붙었다.​"당장 저 건방진 년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내라. 걷지 않겠다면 다리몽둥이를 분질러서라도 읍내로 끌고 갈 것이다."​왈패들이 이빨을 으드득 갈며, 피 묻은 몽둥이를 바닥에 질질 끌면서 옥연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 들었다.​그러나 옥연의 짙은 갈색 눈동자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폭력 앞에서도 단 한 치의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옥연은 바닥에 바짝 웅크리고 떨고 있는 단신 도깨비들이 왈패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치맛자락을 넓게 펼치며 한 걸음 앞으로 당당하게 나섰다.​"총구 치우십시오."​옥연의 벼려진 목소리가 매서운 겨울 강바람을 정면으로 뚫고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오카다는 방금 전까지 오열하며 무너져 있던 여인이, 시퍼런 권총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을 쏘아보는 태도에 광대뼈를 씰룩거렸다.​"치우지 않으면 어쩔 테냐? 그 요괴 놈이 남긴 뼛가루라도 주워다 내게 던질 셈이냐?"​"당신이 당기는 그 알량한 쇳덩어리에서 총알이 날아와, 내 심장을 뚫는다면 당장 숨을 거둘 수는 있겠지요."​옥연이 턱을 꼿꼿하게 치켜들며, 오카다의 가늘고 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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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주모의 반격과 민초들의 결집 3

​"경부고 나발이고, 우리 주모 머리카락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네놈들을 이 자리에서 산 채로 강물 밑바닥에 수장시켜 버리겠다!"​"어디 쏠 테면 쏴 봐라, 이 악질 놈아! 네놈 권총에 든 총알보다 여기 모인 우리 숫자가 열 배는 더 많다!"​젊은 사공들이 횃불을 높이 치켜들며, 오카다와 왈패들을 완전히 둥글게 에워싸고 사정없이 포위망을 좁혀 들었다.​매서운 삭풍 속에서 맹렬하게 펄럭이는 붉은 횃불의 열기가, 오카다의 덜덜 떨리는 뺨을 금방이라도 태워버릴 듯 무섭게 일렁였다.​"히, 히익...!"​방금 전까지 옥연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몽둥이를 치켜들던 왈패 놈들은, 수십 명의 장정들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살기와 분노에 짓눌려 몽둥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들은 다리가 풀린 채 잿더미 위에 주저앉아 덜덜 떨며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았다.​오카다 역시 하얗게 질린 손가락으로 권총을 쥐고 발악하려 했으나, 사방에서 자신의 목과 심장을 겨누는 시퍼런 낫과 삿대 끝에 완전히 독안에 든 쥐 신세가 되고 말았다.​옥연은 오카다를 무자비하게 에워싼 사공들의 넓고 투박한 등판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세상에서 가장 천대받고, 무시당하던 민초들.​그들이 기꺼이 스스로 강철 같은 방패가 되어, 부서지고 허물어져 가는 이 작은 주막의 터를 단단하게 지켜내고 있었다.​옥연은 꽉 쥐고 있던 붉은 치맛자락을 놓으며, 사공들이 막아서고 있는 어깨 틈을 비집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당장 이 터에서 나가십시오."​옥연의 단정하고도 차가운 시선이, 사시나무 떨듯 무릎을 떠는 오카다의 멱살을 틀어쥐듯 날카롭고 무겁게 꽂혀 내렸다.​그녀의 꼿꼿한 자태는 더 이상 빚쟁이들을 피해 경성에서 도망쳐 온, 겁먹고 나약한 양반집 여식의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수백 년 된 신령과 당당히 계약을 맺고, 민초들의 삶을 뜨거운 솥단지로 끓여 안은 삼강주막의 진정한 여주인이었다.​"이곳 삼강주막은 당신이나 최 참판 같은 자들이, 그 더러운 뒷돈과 폭력으로 함부로 짓밟고 빼앗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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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국밥 1

​오카다 쇼이치의 가죽 구두 소리가 칠흑 같은 나루터의 어둠 속으로 완전히 지워졌다.​수십 명의 뱃사공들이 치켜든 붉은 횃불만이, 화마가 휩쓸고 간 삼강주막의 처참한 마당을 어지럽게 비추고 있었다.​"주모, 우리는 마당 외곽에 진을 치고 밤새 불침번을 설 터이니 걱정 마시오."​늙은 사공 김 씨가 무거운 삿대를 흙바닥에 단단히 꽂으며 듬직하게 외쳤다.​"이 썩어 문드러질 관가 앞잡이 놈들이 다시는 얼씬도 못 하게, 쥐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못하게 철통같이 지키겠소."​다른 사공들 역시 거친 낫과 도끼를 고쳐 쥐며, 얼어붙은 흙담장 바깥으로 흩어져 각자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그들이 뿜어내는 뜨겁고 투박한 온기가 매서운 초겨울 강바람을 든든하게 막아내고 있었다.​그러나 유옥연의 시선은 사공들의 듬직한 등판을 향하지 못했다.​그녀의 짙은 갈색 눈동자는 텅 비어버린 잿더미 바닥에서, 부엌 안쪽의 깊고 캄캄한 어둠을 향해 고요하게 옮겨가고 있었다.​옥연은 찢어진 앞치마를 꽉 틀어쥐며, 아주 천천히 부엌 문지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화마가 닿지 않아 온전하게 남은 부엌 안은, 바깥의 소란스러움이 무색할 만큼 끔찍하리만치 무거운 정적에 짓눌려 있었다.​옥연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루 기둥을 짚고 어두운 부엌 안으로 들어섰다.​스스슥.​어둠 속에서 숨죽여 울고 있던 단신 도깨비들이, 옥연의 발소리에 흠칫 놀라며 벽구석으로 몸을 웅크렸다.​평소라면 킥킥거리며 옥연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겼을 녀석들이었다.​하지만 지금 도깨비들은 커다란 눈망울에서 푸른 눈물만 뚝뚝 흘린 채, 부엌 천장 구석만을 절망적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옥연의 시선이 도깨비들의 눈길이 닿아 있는 그곳을 향해 천천히, 아주 무겁게 따라 올라갔다.​천장의 녹슨 쇠고리에 매달려 있는 낡은 등불.​처음 이곳에 와서, 옥연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마지막 쌀 한 홉을 지어 바쳤던 그 계약의 매개체였다.​"아..."​등불을 올려다본 옥연의 흙먼지 묻은 입술 사이로, 바스러지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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