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황금공주를 삼킨 은빛 알파: Bab 11 - Bab 20

188 Bab

11. 은빛 야수의 요람

추락하는 몸을 받아낸 것은 날카로운 발톱이 아니었다.지독하리만치 부드럽고 묵직한 온기였다.비겁하게 웃으며 자신을 성벽 밖으로 밀쳐버린 남편,발레리안 왕자의 짓이겨진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쳤다.얼음여왕의 저주를 풀 도구로만 쓰이다가, 이제는 괴물을 쫓아낼 일회성 제물로 던져진 삶.루미나 공주는 무력하게 두 눈을 감았다.살을 에는 혹한의 바람이 귓가를 스쳤다.그러나 예상했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스으으윽-.대지에 부딪히기 직전,몸이 공중에 붕 뜬 기분과 함께 단단한 두 팔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안았다.루미나 공주는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밤하늘의 은하수를 그대로 쏟아부은 듯 눈부시게 빛나는 은발이었다.그리고 자신을 받쳐 든 단단하고 거대한 사내의 품.그는 성문을 부수던 거대한 늑대의 형상이 아니었다.흐트러진 은발 사이로 칼로 깎아지른 듯한 이목구비를 지닌,압도적인 피지컬의 잘생긴 거구 청년이었다.늑대 부족의 알파, 샤칸이었다.그는 자신을 두려워할 루미나 공주를 배려해본능적으로 인간의 형상을 취한 채 그녀를 받아낸 것이었다.하지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그가 평범한 인간이 아님은 분명했다.사내의 고결한 신체 주변으로 투명하고도 묵직한 은빛 오라가 회오리치며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샤칸은 루미나 공주의 가녀린 몸이 다칠세라,마치 깨어지기 쉬운 유리 세공품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아 올렸다.그의 은빛 눈동자가 루미나의 부어오른 뺨과 손목의 멍 자국을 응시하자,눈동자가 핏빛으로 붉게 흔들렸다.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그의 거대한 체구를 타고 진동했다."……야, 수……?"루미나가 겁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러나 샤칸은 그녀를 해치지 않았다.오히려 날카로운 기세를 지워내며, 루미나 공주의 뺨에 자신의 따스한 뺨을 살포시 대어 왔다.그의 몸을 감싼 은빛 오라가 루미나 공주의 떨리는 신체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이상한 일이었다.지독한 살기를 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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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두 빛의 공명

정신을 차렸을 때, 루미나 공주는 사방이 단단한 고목으로 둘러싸인 낯선 방에 누워 있었다."공주님! 정신이 드십니까?"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고개를 돌리니 시녀 엘라가 울먹이는 얼굴로 루미나 공주의 손을 잡고 있었다."엘라…… 우리 어떻게 된 거야?""여기는 늑대 부족의 영지, 실바니아국입니다. 발레리안 왕자가 공주님을 성벽에서 던졌을 때, 그 은발의 사내……알파 늑대, 샤칸님이 공주님을 구해서 여기까지 안고 오셨습니다.한 번도 늑대로 변하지 않으시고, 공주님이 놀라실까 봐 계속 인간의 모습으로요."엘라의 말에 루미나 공주는 가슴이 먹먹해졌다.자신은 또 버려졌다. 남편에게도, 그리고 나라에도.그때, 루미나 공주의 가슴속에서 쩍, 하는 균열과 함께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아아악……!"루미나 공주가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러댔다.결계 의식을 완전히 마치지 못한 채 강제로 중단된 탓에,그녀의 내부에 있던 황금빛 마력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통제력을 잃은 황금빛 에너지가 그녀의 혈관을 찢을 듯이 흘러나왔고,루미나 공주의 손끝에서 거친 스파크가 일어났다.생명력을 갉아먹는 극심한 고통에 루미나 공주는 숨도 쉬지 못했다.벌컥-!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샤칸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침대 위에서 고통에 겨워하는 루미나 공주를 본 그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샤칸은 주저 없이 침대 위로 올라가 루미나 공주의 떨리는 두 손을 꽉 움켜잡았다."루미나 공주, 나에게 집중하십시오."순간, 샤칸의 몸에서 투명하고 영롱한 은빛 오라가 폭발하듯 흘러나와루미나 공주의 거친 황금빛 마력을 감싸안았다.기적이 일어났다.샤칸의 은빛오라가 루미나 공주의 황금빛과 닿는 순간,사납게 폭주하던 황금빛 마력이 거짓말처럼 순해지며 안정을 찾았다.늘 억지로 쥐어짜 내야 했고, 쓸 때마다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았던 황금빛 능력이었다.하지만 샤칸의 은빛 오라와 결합하자,마력 소모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 위력은 한층 더 고결하고 단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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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추악한 거래의 내막

그 시각, 루미나 공주를 제물로 던져버리고 성안으로 피신한 발레리안 왕자는자신의 집무실에서 거칠게 술잔을 들이켜고 있었다.벽난로의 불빛이 그의 신경질적인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괴물 같은 여자. 드디어 내 눈앞에서 사라졌구나."발레리안 왕자의 눈에 광기와 증오가 서려 있었다.사실 그가 루미나 공주를 그토록 증오하고 정서적으로 학대했던 데에는추악한 내막이 존재했다.과거, 발레리안 왕자에게는 목숨보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가문도, 핏줄도 없는 평민 출신의 약초방 딸, 세라였다.발레리안 왕자는 그녀를 정비로 맞이하고 싶었으나 왕실의 반대에 부딪혔고,설상가상으로 얼음여왕의 저주가 시작되어 왕국이 파멸할 위기에 처했다.그때 루미나 공주의 조국인 황금 왕국, 아르미안국의 국왕이 비열한 제안을 건넸다.'내 딸 루미나 공주에게는 한기를 녹일 황금빛 능력이 있소. 내 딸을 정비로 맞이하고, 그 대가로 그대들의 풍요로운 남쪽 영토 절반과 막대한 황금 광산을 넘기시오. 그렇지 않으면 결계 마력을 한 푼도 나누어주지 않겠소.'결국 발레리안 왕자는 왕국을 위해 사랑하는 세라를 애첩으로 강등시켜야 했고,루미나 공주를 막대한 물질과 영토를 주고 '사 와야' 했다.그 과정에서 세라는 화병으로 앓아눕게 되었고,발레리안 왕자는 이 모든 불행이 루미나 공주와그녀의 탐욕스러운 아버지 탓이라고 생각했다."돈에 미쳐 딸을 팔아넘긴 핏줄 같으니라고. 공주, 너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내 세라가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발레리안 왕자는 루미나 공주가 정당한 정략결혼으로 온 공주가 아니라,자신의 행복을 앗아간 '비싸게 사 온 노예이자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의 자존감을 짓밟고 가스라이팅을 일삼았던 것이다.그는 돈으로 사 온 도구이니 마음껏 짓밟아도 된다고 자위하며 술을 들이켰다.한편, 늑대 영지의 침실에서 엘라를 통해 이 추악한 거래의 내막을 전해 들은 루미나 공주는온몸의 피가 식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자신은 고귀한 성녀로서 나라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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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인간의 옷을 벗고

샤칸은 루미나 공주의 침대 곁으로 천천히 다가왔다.그는 여전히 수려한 은발을 늘어뜨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전신에서 배어 나오는 은빛 오라의 밀도는 루미나 공주의 마음을 은밀하게 압박했다.샤칸의 시선이 루미나 공주가 입고 있는,흙먼지와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향했다.발레리안 왕자의 왕국이 강제로 입힌 그 거추장스럽고 위선적인 옷.그것은 루미나 공주에게 학대와 상처의 상징이었다."저 옷을 벗겨라."샤칸의 첫마디는 단호했다.루미나 공주는 순간 몸을 떨며 방어적으로 자신을 감싸안았다.인간 왕국에서 당한 기억 때문에,그 역시 자신을 무력으로 범하려는 괴물이 아닐까 하는 공포가 엄습했기 때문이다.루미나 공주의 황금빛 마력이 경계심으로 인해 잘게 떨렸다.샤칸은 그녀가 겁을 먹자 자리에 멈춰 섰다.그는 더 이상 다가가지 않은 채, 루미나를 안심시키려는 듯자신의 은빛 오라를 한층 더 부드럽고 따스하게 변화시켰다.은빛 마력이 루미나 공주의 피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그녀의 불안을 진정시켰다."오해하지 마십시오, 루미나 공주."샤칸이 그녀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그의 목소리는 야수의 그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깊고 다정했다."그 비겁한 인간 왕자 놈이 입힌 옷입니다. 내 영지에서 그런 더러운 흔적을 두르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옷을 새로 지어줄 테니, 인간들의 기억은 모두 이 방 밖으로 던져버리십시오."그의 말은 강요가 아니었다.루미나 공주를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완벽하게 분리해 주겠다는 알파만의 거친 배려였다.샤칸은 엘라에게 루미나 공주를 보필해 목욕을 시키라 명한 뒤, 조용히 방을 나가주었다.잠시 후, 루미나 공주는 엘라의 도움을 받아 인간의 드레스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그리고 늑대 부족의 여인들이 입는, 부드러운 사슴 가죽과 은빛 모피로 된 옷으로 갈아입었다.드레스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몸을 구속하지 않았고,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따뜻했다.시녀들이 발레리안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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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알파의 맹세

목욕을 마치고 아늑한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루미나 공주의 방으로,늑대 부족 알파 샤칸이 다시 찾아왔다.그의 손에는 정성스럽게 구워진 고기와 신선한 과일이 담긴 쟁반이 들려 있었다.그는 여전히 완벽한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며루미나 공주가 느낄 공포를 최소화하고 있었다.하지만 루미나 공주의 마음은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했다.친부에게 팔리고 남편에게 학대당한 상처는 그렇게 쉽게 지워질 만한 것이 아니었다."……내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요?"루미나 공주가 경계 어린 눈빛으로 샤칸을 바라보며 물었다."발레리안 왕자처럼 내 황금빛 능력이 필요한 건가요? 늑대 부족의 결계를 위해 나를 사육하려는 건가요? 방금 전 내 마력을 당신의 은빛으로 통제한 것도, 결국 나를 이용하기 위한 것인가요?"날이 잔뜩 선 질문이었다.호의 뒤에는 반드시 추악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워온 그녀였기에,알파인 샤칸의 다정함조차 무서운 계략으로 느껴졌다.샤칸은 서두르지 않았다.그는 쟁반을 내려놓고, 루미나 공주의 침대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은빛 오라가 루미나 공주의 발치를 따스하게 감싸안았지만,그의 표정은 비즈니스를 하듯 덤덤하여, 따스하기보단 냉담하다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정도였다."오해가 깊군요, 루미나 공주. 내게 필요한 것은 당신의 능력이 아닙니다, 공주."알파 샤칸이 루미나 공주의 마른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안았다.그의 큰 손을 통해 흘러드는 은빛 마력이 루미나의 내부에 머물던 황금빛과다시금 기분 좋게 공명하여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지독한 가스라이팅으로 지쳐 있던 그녀의 영혼이 치유되는 감각이었다.샤칸은 억지로 다정함을 가장하지 않았다.그저 늑대인간의 생리적인 사실만을 담담하게 꺼내놓았다."늑대는 평생 단 한 번, 단 한 사람에게만 매입니다. 특히 늑대인간의 알파는 평생 단 한 명의 반려에게만 영혼이 묶여버립니다. 우리는 그것을 이라 부릅니다. 내 영혼은 성벽 위에 선 당신의 황금빛을 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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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맹세의 굴레

실바니아 영지의 밤은 깊고 무거웠다.고목으로 둘러싸인 침실 안에는 거친 칼바람 대신타오르는 벽난로의 훈기만이 조용히 가득 차 있었다.루미나 공주는 침대 끝에 앉아 자신의 손끝을 내려다보았다.불과 얼마 전까지 샤칸의 은빛 마력과 공명하며 온기를 찾았던 손가락 끝에는여전히 미세한 열기가 남아 있었다.발레리안 왕자의 왕국에서 매일같이 쥐어짜 내야 했던 황금빛 마력은늘 뼈를 깎는 고통을 동반했었다.그러나 이 은빛 영지의 알파, 샤칸의 품 안에서 흘러나온 마력은마치 상처를 보듬는 따스한 샘물 같았다.‘각인이라니…….’루미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샤칸이 던진 담담한 선언이 귓가를 맴돌았다.단 한 번의 시선으로 평생의 영혼이 묶인다는 늑대 수인들의 전설.그는 단지 종족의 생리적 숙명 때문에,자신이 아프면 똑같이 느껴지는 그 고통을 피하고자 자신을 구하고 치료했다고 했다.사랑이라는 달콤한 거짓말보다 차라리 그 담담한 설명이루미나에게는 훨씬 더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거짓된 다정함으로 자신을 속이고 이용했던 발레리안 왕자와는 달리,이 사내는 날것의 사실만을 말하고 있었다.그때, 나지막한 발소리와 함께 침실 문이 열렸다.사슴 가죽과 은빛 모피로 만들어진 늑대 부족의 옷을 입은 샤칸이 들어섰다.그는 여전히 수려한 은발을 늘어뜨린 완벽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루미나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본능적인 야성을 철저히 억누르고 있는 상태였다.그의 손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릇과 따뜻한 차가 들려 있었다."아직 잠들지 않았군요, 루미나 공주."샤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그는 루미나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쟁반을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몸 안의 황금빛 마력은 진정되었습니까?""……덕분에 폭주는 멈췄어요."루미나는 그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차갑게 물었다."하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어요. 내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했나요? 정말로 그 은빛 마력으로 나를 구속하고, 늑대 부족의 결계를 치기 위해 나를 이용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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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그림자 속의 스파이

실바니아 영지의 아침은 인간 왕국과 전혀 달랐다.웅장한 침엽수림 사이에 지어진 요새는 야성적이면서도 생기가 넘쳤다.루미나 공주는 사슴 가죽으로 된 편안한 옷차림으로 창가에 서서 영지 내부를 바라보았다.훈련장에서는 거대한 체구의 늑대 수인들이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고,아이들은 흰색과 회색 털을 한 새끼 늑대의 모습으로 숲속에서 뛰어놀고 있었다.학대와 감시로 가득했던 황금 새장과는 완벽히 다른 세상이었다."공주님, 몸은 좀 어떠십니까?"시녀 엘라가 따뜻한 약초차를 들고 다가왔다.엘라의 표정 역시 인간 왕국에 있을 때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많이 좋아졌어, 엘라. 이곳의 공기는…… 오한이 들지 않아."루미나 공주가 잔을 들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샤칸이 건넨 은빛 오라가 여전히 그녀의 혈관 속에 남아얼음여왕 테리아의 한기를 완벽하게 차단해주고 있었다.그때, 영지 중앙의 집무실 쪽에서 거친 고함과 함께 긴박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대장! 외곽 정찰대에서 첩자를 잡았습니다!"부관 율리스의 목소리였다.루미나는 놀라 창밖을 내려다보았다.훈련장에 있던 전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거두고 중앙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광장 한가운데에는 사슬에 묶인 채 피를 흘리고 있는 한 남자가 꿇어앉혀져 있었다.루미나의 눈이 커졌다.그 남자가 입고 있는 가죽 갑옷의 문양은…… 바르디안 왕국,즉 발레리안 왕자의 친위대 문양이었다."이게 무슨 일이지?"루미나 공주가 서둘러 침실을 나와 광장 쪽 회랑으로 향했다.엘라가 불안한 얼굴로 그 뒤를 쫓았다.광장에 들어서자, 집무실 문을 열고 나온 알파 샤칸의 모습이 보였다.그의 표정은 냉혹하게 굳어 있었고,전신에서는 상대를 단숨에 찢어발길 듯한 살벌한 은빛 오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바르디안의 쥐새끼가 감히 내 영지의 국경을 넘어왔군."샤칸이 꿇어앉은 첩자 앞으로 걸어갔다.그의 걸음걸음마다 지면이 미세하게 진동했다."말해라. 발레리안 놈이 너를 보낸 목적이 무엇인가."사슬에 묶인 첩자는 샤칸의 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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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은빛 요람의 이방인

성벽 너머로 흩어지는 화살 소리와 성난 하울링이 점차 아득해지고 있었다.샤칸의 넓은 품에 안겨 야생의 대삼림 속으로 들어선 루미나 공주는자신의 감각이 하나씩 마비되어 가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피부를 스치는 차가운 밤바람도,나뭇가지가 옷깃을 찢는 소리도 그녀에게는 그저 먼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왕국이 자신을 보호해 주리라 믿었다.그리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발레리안 왕자가 자신을 지켜줄 거라 믿었다.그러나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던 그의 차가운 눈빛과 망설임 없이 쏟아부어지던 화살 비는루미나의 심장을 잔인하게 꿰뚫었다.그녀는 그 순간 깨달았다.자신이 살아서 돌아갈 인간의 왕국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오랫동안 삶의 기반이었던 모든 것이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절망감이 깊은 어둠처럼 온몸을 감쌌다.뒤를 따르던 시녀 엘라는 온몸을 떨며 루미나의 옷자락을 꼭 쥐고 있었다.성을 뒤로하고 달리는 동안, 그들을 둘러싼 것은 은빛 마력을 뿜어내는 거대한 늑대들이었다.인간의 형상을 넘어선 그들의 야성과 압도적인 기운은엘라뿐만 아니라 루미나에게도 극심한 위압감을 주었다.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침묵 속에서,늑대 군대는 마침내 험준한 산세를 지나은빛 늑대들의 요람이라 불리는 실바니아국의 본거지에 들어섰다.고풍스러우면서도 거친 석조 건물들과 울창한 수림이 어우러진 요람의 입구에는이미 수많은 늑대인간 전사와 주민이 모여 있었다.그러나 알파의 귀환을 맞이하는 그들의 눈빛은 순수한 환영만을 담고 있진 않았다.샤칸의 품에 안겨 있는 루미나와 그 뒤에서 떨고 있는 엘라를 향한 시선에는강한 경계심과 거부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인간들의 비겁한 공격에 오랫동안 피를 흘려온 그들에게,인간의 옷을 입은 공주는 구원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또 다른 위협이자 잠재적인 적일 뿐이었다."알파, 어찌하여 인간의 피를 가진 자들을 이곳까지 데려오신 겁니까?"전사들 사이에서 나선 거구의 늑대 전사가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웅성거림이 무리 전체로 퍼져 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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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황금의 함정

샤칸이 루미나의 치유 덕분에 기적적으로 회복한 지 며칠 후,실바니아 영지에 뜻밖의 전령이 도착했다.전령이 가져온 것은 황금빛 인장이 찍힌 편지였다.루미나의 조국, 아르미안국의 국왕이자 그녀의 친부가 보낸 밀서였다.루미나는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펼쳐 들었다.[사랑하는 내 딸 루미나에게. 네가 늑대 야수들에게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이 아비는 밤낮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발레리안 왕자가 너를 구하기 위해 국경에 대군을 집결시켰다. 내일 밤, 국경 서쪽의 고대 제단으로 나오거라. 아비가 너를 안전하게 조국으로 빼돌려 주겠다. 만약 나오지 않는다면, 발레리안의 군대가 늑대 영지를 잿더미로 만들 것이며, 네 조국의 가솔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루미나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갔다.'아비……라고?'지난번에 엘라를 통해 전해 들었던 추악한 거래의 내막이 떠올랐다.자신을 돈과 영토를 받고 발레리안에게 팔아넘겼던 자.이제 와서 딸을 걱정하는 척 밀서를 보냈지만,그 속내에는 발레리안 왕자의 협박에 못 이겨 자신을 다시 제물로 끌고 가려는간사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이 분명했다.그때, 집무실 문이 열리고 샤칸이 들어왔다.그의 몸은 루미나의 치유 덕분에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무슨 편지입니까, 루미나 공주."샤칸이 그녀의 어두운 표정을 읽어내고 다가왔다.루미나는 망설임 없이 편지를 샤칸에게 건넸다.이제 더 이상 이 사내에게 숨길 것은 없었다.편지를 읽은 샤칸의 은빛 눈동자에 서늘한 살기가 스쳤다."함정입니다. 당신의 부친이라는 자는 발레리안과 손을 잡고 당신을 다시 끌고 가려 하는군요.""알고 있어요."루미나가 나직하게 읊조렸다.그녀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과 함께 단단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제 친부는 저를 딸이 아닌 비싼 상품으로만 보았죠. 발레리안 왕자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들은 나를 다시 그 차가운 새장에 가두고, 제 황금빛 능력을 소모품처럼 짜내려 할 거예요."루미나가 샤칸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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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끊어진 사슬, 밤의 맹세

국경 서쪽의 고대 제단은 지독할 정도로 적막했다.이끼 낀 거대한 석조 기둥들 사이로 차가운 밤바람이 스산하게 울려 퍼졌다.약속된 밤, 루미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제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겉보기에는 무력하게 제물처럼 끌려온 전직 공주의 모습이었지만,얇은 망토 아래로 쥔 그녀의 두 손은 떨리지 않았다.몇 걸음 뒤, 그림자 속에서 묵묵히 그녀를 호위하는샤칸과 늑대 전사들의 기운이 묵직하게 뿌리내려 있었다.'당신의 가장 날카로운 이빨이 되겠다'던 샤칸의 맹세는루미나의 등 뒤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버팀목이었다.제단 중앙에 들어서자, 횃불을 든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의 중심에는 비단옷을 두른 늙고 초라한 사내,바로 루미나의 친부이자 아르미안국의 국왕이 서 있었다.그리고 그 곁에는 얼음처럼 서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발레리안 왕자의 친위대장이장검을 차고 루미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아, 루미나! 내 딸아!"국왕은 가식적인 눈물을 흘리며 루미나에게 다가오려 했다."잘 와주었다! 발레리안 왕자께서 대군을 물... 물리쳐 주시기로 했다. 어서 이 아비의 손을 잡고 이 야만인들의 영지를 벗어나자꾸나!"루미나는 다가오는 아버지를 향해 차갑게 일갈했다."거짓말은 그만두세요, 전하."그 나직한 한마디에 국왕의 걸음이 딱 멈춰 섰다.루미나의 황금빛 눈동자가 횃불 아래에서 또렷하게 빛났다."저를 구하러 오신 게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발레리안의 협박에 못 이겨, 저를 다시 그 차가운 새장에 가두고 마력을 짜낼 고가품으로 바치려 하신 거겠지요. 제 결혼, 그 거래의 내막을... 제가 모를 줄 아셨습니까?"국왕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그의 가식적인 낯빛 뒤로 욕망과 두려움이 교차했다.곁에 서 있던 친위대장이 비웃음을 흘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눈치가 빠르시군요, 공주님. 하지만 제 발로 제단에 오셨으니 선택권은 없습니다. 수인들의 가짜 신부 놀이는 여기까지입니다. 강제로라도 끌고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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