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샤칸의 엄격한 경고 덕분인지, 요새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루미나 공주는 프레야의 방문 이후 느낀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실바니아 입성 이후 처음으로 시녀 엘라와 함께 본격적인 영지 산책에 나섰다. 언제나 방 안에만 갇혀 지내던 그녀에게 늑대 영지의 거대한 자연은 생경하면서도 압도적이었다. 사방에 거대한 고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그 사이로 늑대 수인족들의 소박한 마을이 펼쳐져 있었다. 루미나 공주가 걸어다니자, 영지민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저기 봐, 인간 왕국의 성녀 공주야." "알파님께서 데려오신 각인 반려라는데.....인간이라니... 황금빛으로 빛날 뿐 정말이지 너무나 나약해 보이는 군." 수인의 아이들은 신기한 듯 나무 뒤에 숨어서 루미나 공주를 훔쳐 보았고, 전사들은 여전히 경계와 불신, 경멸과 무시가 섞인 눈초리로 그녀를 먼 발치에서 뒤쫓으며 쳐다보았다. 루미나 공주는 사방에서 느껴지는 야생의 날 것 그대로의 시선에 몸이 떨리고 움추러 들었지만, 그럴수록 억지로 더 가슴을 펴고 당당히 걸어 다녔다. 이미 몇 번 그런 눈초리를 겪어본 엘라도 제 주인이자 친구인 루미나 공주의 옷자락을 꼭 쥔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저 멀리 사냥꾼들이 짊어지고 온 거대한 마수의 시체가 보였다. 영지민들이 거친 공기를 뿜어내며 삶을 영위하는 모습은, 인간 세상의 가식적이고 화려한 귀족 사회와는 전혀 달랐다. 투박하지만 거짓이 없는 삶의 현장. 루미나 공주는 두려움 속에서도 이 낯선 영지의 풍경에 묘한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비록 자신을 향한 시선은 불신과 경멸로 차가웠지만, 발레리안 왕자의 독사 같은 감시와 폭력, 그리고 이용 속에서 숨 막혀 하던 때와 비교하면 이 거친 자유가 차라리 나았고, 적어도 거짓 없는 솔직한 눈빛이 나았기 때문이다. 루미나 공주는 천천히 실바니아 영지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첫 산책을 계속 이어갔다.
Terakhir Diperbarui : 2026-08-25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