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이 유씨 저택 처마 끝에서 굵은 줄을 이루어 쏟아졌다.앞뜰에서는 시비 셋이 붉은 혼례 천을 걷고 있었다. 한쪽을 걷으면 다른 쪽이 바람에 펄럭였다. 촤악, 빗물 먹은 비단이 얼굴을 덮자 어린 시비가 비명을 질렀고, 안채에서는 잔칫국을 시험하던 솥이 부글부글 넘었다.“불부터 줄여! 천은 기둥에 감아두고!”유덕창의 아내 한소렴은 월문 아래 서서 양쪽에 소리를 질렀다. 사흘 뒤에는 외손자 현자온의 혼례복 치수를 마칠 장인이 왔다. 비가 들이치든 천이 젖든 집 안 누구도 손을 놀릴 때가 아니었다.쿵, 쿵.그 소란을 뚫고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늙은 문지기가 빗장을 반쯤 들었다. 문틈으로 비바람이 먼저 밀려들고, 푸른 치마를 입은 여인이 그 뒤에 서 있었다. 삿갓 끝에서는 물이 흘렀다. 젖은 옷자락 아래로 흙 묻은 신이 보였다.문지기는 그 얼굴을 본 채 빗장을 놓쳤다.덜컥.“큰…….”목구멍까지 나온 호칭이 소리가 되지 못했다. 스무 해 가까이 대문을 지킨 그는 장녀 혜진이 혼례 가마를 타던 날에도 이 자리에 있었다. 어릴 적에는 열병 난 아이를 등에 업고 약방까지 달린 적도 있었다.그 아이의 눈이 문밖에 있었다. 전보다 눈꼬리가 깊고 뺨이 야위었어도,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고 자기가 먼저 미안해하던 표정은 그대로였다.“안에 유혜란이 있습니까?”문지기의 턱이 떨렸다.집 안에서 그 이름으로 사는 사람은 없었다. 둘째딸 혜란은 십오 년 전부터 장녀 유혜진으로 불렸다.“누구냐?”한소렴이 앞뜰을 가로질러 왔다. 젖은 돌 위에서 비단신이 미끄러졌으나 시비의 팔을 뿌리치고 대문까지 다가왔다.혜진은 어머니 얼굴을 한참 보았다. 소렴은 딸보다 먼저 문밖 길과 담 모퉁이를 살폈다. 관병이 따라왔는지, 이웃이 보는지부터 찾는 눈이었다.“어머니.”소렴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누구더러 어머니라 하느냐. 우리 큰아이는 죽었다.”“예. 그렇게 올리셨다지요.”빗소리가 처마를 두들겼다. 앞뜰에 모인 시비들은 젖은 천을 품에 안은 채 꼼짝하지 않았다.
Zuletzt aktualisiert : 2026-09-16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