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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 Kapitel von 붉은 혼서: Kapitel 171 – Kapitel 180

203 Kapitel

171화. 초앵이 외운 손

혜란의 손가락이 떨어진 뒤에도 혜진의 소매에는 젖은 주름이 남았다.수레가 움직이자 혜진은 고개를 돌려 그 주름만 폈다. 대리시 보호방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도 자매가 나눈 말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보호방에서 혜진은 십오 년 전 자기 가마를 멘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친정 창고 장부에 가마채 수리비가 두 번 적혀 있었고, 두 번째 돈을 받은 가마패가 낙조문 밖에서 일했다는 말을 일꾼에게 들었다. 소의는 유덕창이 감추려던 장부 사본을 품에 넣었다.그날 오후 소의는 낙조문을 나섰다.십이등루에는 열두 등 가운데 두 개만 켜져 있었다. 밤새 엎어진 술상을 치우는 때였다. 큰방 바닥에는 과일 껍질이 붙어 있었고, 뒤부엌에서는 기름 묻은 그릇이 달그락거렸다. 낮은 무대 위에서는 늙은 악사가 줄 끊어진 비파를 고치고 있었다.초앵은 휘장 뒤 계산칸에서 목을 달이는 물을 마셨다. 노래 두 곡을 연달아 부른 다음 날에는 말을 아꼈다.궤짝 위에는 늙은 스승의 약봉지가 날짜별로 묶여 있었다. 초앵은 자기 목에 쓸 감초 한 조각을 떼려다 스승 몫이 모자란 것을 보고 다시 넣었다. 대신 미지근한 물만 천천히 삼켰다.“십오 년 전 가마패를 찾습니다.”소의가 조칠의 이름을 내놓자 초앵은 대답 대신 약물부터 삼켰다.“손님 장부를 보겠다는 뜻이면 돌아가세요.”“조칠이 손님으로 온 날을 묻는 게 아닙니다.”“관청 사람들은 처음엔 늘 한 줄만 달라고 하죠.”소의는 대리시 위촉패를 꺼내지 않았다. 작은 종이에 초앵의 이름과 오늘 치 노래 품삯을 적었다.“그날 이곳에 온 사람들의 이름은 필요 없습니다. 조칠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만 묻겠습니다.”“지금 하나를 주면 내일 다른 관리가 와서 어제 무엇을 말했는지 묻겠죠.”“그때도 거절하실 수 있습니다.”초앵은 그 말을 믿는 얼굴이 아니었다. 휘장 틈으로 큰방을 보고, 잠에서 덜 깬 여자들이 모두 내려왔는지 먼저 셌다.“말씀하시는 동안 받지 못할 돈입니다. 증언 삯으로 청하겠습니다.”초앵이 종이를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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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술값과 몸값

“무슨 빚을 어디까지 세겠다는 거야?”만복이 소매를 홱 잡아뺐다. 낡은 솔기가 부욱 뜯어졌다.초앵은 계산칸 휘장을 내렸다. 큰방의 낮 손님까지 나간 뒤였지만 뒤부엌 사람들은 계속 들락거렸다. 빈 술병이 네 병, 닦지 않은 상이 셋이었다.그는 휘장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손 하나 들어갈 만큼 틈을 남겨두고, 계산칸 안쪽의 작은 종을 자기 가까이 당겼다. 만복은 그 움직임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내가 무슨 취객이오?”“취하지 않고도 손부터 쓰잖아요.”그는 나무패를 차례로 놓았다.“술 한 상. 노래 두 곡. 동석 반 시진.”“그 뒤에 위층도 갔잖아.”“잠자리 패는 여기.”붉은 줄이 하나 그어진 패가 네모난 상 위에 놓였다.“그러니까 내가 돈 안 낸 사람처럼 말하지 말라고.”“돈 냈어요. 그날 것만.”지난겨울, 만복은 패를 손에 쥐고 이층 끝방까지 따라왔다. 초앵은 강 쪽 들창을 열어두었고,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까지만 받겠다고 했다.방에 들어가기 전 그는 술을 더 마시지 않겠다는 말과 얼굴을 때리지 않겠다는 말을 만복에게 직접 받아냈다. 만복은 웃으며 그런 짓은 안 한다고 했으나, 초앵은 웃지 않고 다시 대답하게 했다.만복이 서둘러 옷고름을 당기자 그는 그 손부터 떼어냈다.“내가 풉니다.”초앵은 자기 옷을 제 속도로 열었다. 만복의 손을 원하는 곳에 가져다 놓고, 거친 손바닥이 가슴을 감쌀 때에는 몸을 기대었다. 입술이 목 아래로 내려가자 짧게 숨을 흘렸고, 치맛자락을 걷는 것도 자기가 했다.모래가 절반쯤 남았을 때 초앵이 만복을 침상으로 밀었다. 그 위에 올라앉아 속도를 골랐고, 그의 손이 허벅지를 너무 세게 누르자 손등을 쳐 힘을 늦췄다. 만복은 그날만큼은 말없이 따랐다.모래가 다 떨어진 뒤에는 초앵이 먼저 옷을 입었다. 그는 더 머물겠다는 만복에게 물 한 잔만 주고 문을 열었다.만복은 다음 날도 왔다. 초앵은 패가 없으면 이층으로 오를 수 없다고 계단에서 돌려보냈다. 사흘째에는 노래패만 샀고, 닷새째에는 돈이 없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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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화. 두 여자의 장부

복례는 남편부터 보지 않았다.계단 아래 선 채로 초앵의 풀린 옷깃과 만복의 붉어진 손등을 차례로 보았다. 무엇이 있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먼저 휘장 밖 문지기에게 내려가도 된다고 했고, 구경하던 시비들에게는 각자 일을 하라고 말했다.만복이 아내에게 다가가자 복례가 계산패 꾸러미를 그쪽 가슴에 밀어붙였다.“들고 있어.”“내 말부터—”“당신 말은 돈보다 자꾸 불어나. 나중에 들어.”계산칸 상 위에 놓인 패를 한 장씩 뒤집었다. 술, 노래, 동석, 위층 방. 손가락 끝이 잠자리 패에서 잠깐 멎었지만 다시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내가 보낸 건 이것뿐인데.” 초앵이 말했다.복례가 품에서 자기 장부를 꺼냈다.“하나가 빠졌어.”말투가 거칠었다. 초앵의 어깨가 굳었다.“없는 패를 만들어내라는 뜻이면—”“사월 열이틀, 은자 한 냥.”“잠자리 값을 더 받아냈다고 생각하시는 거면 틀렸어요.”“그런 뜻 아니야. 이 사람이 그날 공동 선금을 가져갔어.”복례는 초앵이 쥔 약값표를 보았다. 자기가 몸을 팔았다고 멸시하러 온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말을 찾다가 더 거칠게 내뱉었다.“돈 받은 건 네 일이고, 돈 훔친 건 저 인간 일이야.”초앵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어깨를 풀었다.“그날은 안 왔어요.”두 여자가 동시에 만복을 보았다.만복은 뜯어진 소매만 만졌다.“일꾼들 밥값으로 썼어.”“그날 품팔이패는 문씨 장례 일을 했고 밥은 상가에서 먹었어.” 복례가 말했다.“그러면 밧줄을 샀나 보지.”“밧줄 파는 사람이 나야.”만복은 더듬거리다 물을 달라고 했다. 아무도 주지 않았다.복례와 초앵은 낙조문 장터의 빈 찻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십이등루 앞에서 계속 장부를 펼치면 구경꾼이 늘어날 판이었다. 만복은 두 사람 뒤에서 장부 궤와 밧줄 꾸러미를 들었다.찻집 주인과 자리값을 흥정한 끝에 뜨거운 물 한 주전자만 놓였다.처음에는 말이 맞지 않았다. 복례는 잠자리 값을 몸값이라 불렀고, 초앵은 자기 몸은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았다며 패값이라고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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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화. 식은 침상

만복은 살림방 문턱 안에 전을 쏟았다.짤랑, 전이 바닥을 튀어 장롱 밑까지 굴러갔다. 복례는 줍지 않았다.“오늘 품삯 전부야.”“세어놓고 줘.”“숨긴 게 없다는 걸 보이려고.”“장롱 밑에 숨었네.”복례는 문밖에 세워둔 밧줄도 확인했다. 세 꾸러미 가운데 하나는 만복이 십이등루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혀 축축했다.“돈만 숨긴 게 아니네. 이걸 그대로 두면 썩어.”둘은 돈을 세기 전에 마당에 밧줄부터 풀어 널었다. 만복은 배가 고프다고 했고, 복례는 젖은 줄을 다 펴기 전에는 밥이 없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처마 밑에서 찬 떡을 한 조각씩 씹었다.만복은 엎드려 전을 꺼냈다. 이마에 먼지가 묻고 팔이 장롱 아래에서 빠지지 않았다. 복례는 결국 장롱 한쪽을 들어주었다.돈은 밥값, 방세, 품팔이패 공동 몫으로 나뉘었다. 십이등루 외상은 만복 개인 몫이었다. 그는 입을 삐죽였지만 다시 섞지는 않았다.복례는 외상 갚는 동안 술값도 개인 몫에서 내라고 했다. 만복은 일을 마치고 마시는 한 잔까지 빼면 장정들이 자기를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그럼 장정들 술만 사. 네가 마신 잔은 네 돈으로.”“그걸 어떻게 가르오?”“잔마다 네 입술 자국을 새겨둘까?”만복은 투덜거리면서도 장부에 술 한 잔 칸을 따로 만들었다. 글씨가 비뚤어 복례가 두 번이나 다시 쓰게 했다.두 사람은 찢어진 어깨받이 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복례가 바늘을 밀면 만복이 천을 잡아당겼다. 너무 세게 당겨 바늘땀이 오므라들 때마다 복례가 손등을 때렸다.천에는 만복의 어깨 모양이 깊이 배어 있었다. 열아홉 해 전 두 사람이 처음 산 천도 같은 빛깔이었다. 그때는 한 장을 번갈아 썼고, 비 오는 날에는 젖은 쪽을 서로 떠넘기며 싸웠다.“이건 버리자.” 만복이 말했다.“아직 세 해는 더 써.”“당신이 나보다 이 천을 더 아껴.”“이 천은 거짓말 안 하잖아.”“손이 왜 이래. 나무를 꿰매?”“평생 밧줄만 잡은 손이오.”“그 손으로 남의 허리는 잘 잡았더라.”만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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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화. 가마채를 깎는 사람

날이 밝자 만복은 의원으로 갔고, 복례는 초앵과 장작길을 올랐다.전날 내린 비로 길 가장자리가 무너져 있었다. 복례는 좋은 신을 신고 나온 초앵에게 돌아가라 했고, 초앵은 신발값도 증언 삯에 넣겠다며 앞장섰다. 물레방아가 보일 즈음 두 사람 치맛단은 똑같이 진흙투성이가 되었다.가마 수리막은 무너진 토담과 물레방아 사이에 끼어 있었다. 처마 아래 갈라진 가마채가 열두 개나 기대어 있었고, 대팻밥은 젖은 국수처럼 바닥에 엉겨 붙었다.조칠은 오른손에 천을 감고 대패를 밀었다. 칼날이 나무를 물지 못하고 자꾸 옆으로 미끄러졌다.“십이등루 더운 물을 얻어 쓰시는 분 맞죠?” 초앵이 물었다.조칠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사람 잘못 봤소.”“오른손을 물에 담그고도 돈은 그 손으로 세는 분.”대패가 멎었다.수리막 안쪽에서는 아이가 기침했다. 과부가 된 며느리가 약함을 뒤지다 빈 종이 봉지를 구겼다. 벽에는 죽은 아들이 남긴 빚문서가 못 하나에 잔뜩 꿰여 있었다.솥에는 묽은 좁쌀죽이 눌어붙고 있었다. 며느리는 손님에게 내놓을 그릇이 없다며 물만 권했다. 조칠은 됐다고 소리쳤지만 아이가 물바가지를 들고 나왔다. 초앵은 한 모금만 마시고 바가지 아래에 전 한 닢을 눌러두었다.“구걸 안 받소.” 조칠이 말했다.“물값이에요.”“물이 무슨 돈이오.”“십이등루에서는 받아요.”조칠은 전을 돌려주지 못했다. 더운 물을 얻으러 다닌 사람이었다.복례가 빌려온 어깨받이 천을 내려놓았다.“일을 맡기러 왔어요. 갈라진 채 두 개를 오늘 묶어주면 품삯을 냅니다.”“관청 사람과 같이 온 것 아니오?”“관청 사람은 저 길 아래에 뒀어요.”소의는 실제로 장작전 입구에서 기다렸다. 조칠이 달아날 수는 있어도 가족 앞에서 군졸에게 둘러싸이지 않게 해달라는 초앵의 조건이었다.조칠은 돈을 먼저 달라고 했다. 복례는 절반만 놓았다. 그는 받지 않겠다더니 세어보고 품에 넣었다.오른손이 떨려 밧줄 매듭이 자꾸 풀렸다. 초앵은 맞은편에 앉아 가마채를 발로 눌렀다. 조칠이 엇갈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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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화. 열 냥의 길

조칠은 붉은 천을 손녀 손에서 받아 품에 넣었다.다음 날 낙조문 앞에 나온 그는 밤새 마음이 바뀐 얼굴이었다. 수리막으로 돌아가겠다고 두 번 말했고, 성문 파수대가 이름을 묻자 목재를 사러 왔다고 거짓말했다. 초앵은 더운 물을 끊겠다는 말 대신 조칠의 아픈 손에 싸줄 천을 소의에게 건넸다.소의는 금실도 천의 짜임도 살피지 않았다.“누가 준 것입니까?”“가마 안에서 버린 것이오.”“누가요?”“가마 탄 여자가 우물에서 물을 마시다 면사 끝을 찢었소. 손에 쥐고 있기에 빼앗아 버렸지. 가마꾼 하나가 피 나는 어깨에 감았다가 내 연장함에 넣었고.”“그것을 왜 아직 가지고 있었습니까?”“버리지 못한 게 아니라 잊었소.”조칠은 품 안의 천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소의는 달라고 하지 않았다. 천보다 그날 본 사람의 입이 먼저였다.조칠은 수리막 밖으로 나갔다. 말 대신 길을 보이겠다고 한 사람답게 먼저 장작길을 걸었다.소의와 노탁이 뒤를 따랐다. 노탁은 낙조문 파수대에 동선을 알리려다 조칠을 놓칠 뻔했다. 뛰어와 앞을 막자 조칠은 도망갈 힘도 없다며 성을 냈다.“그 힘으로 스무 해를 숨어 사셨잖습니까.” 노탁이 말했다.“십오 년이오.”“그거나 그거나.”“다섯 해가 그거나 그거라니, 관청 셈이 그 모양이오?”노탁은 입을 다물고 소의 뒤로 갔다.옛 가마길은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 토담이 있던 자리에는 목재전 창고가 들어섰고, 개천 위에는 널찍한 수레길이 덮였다. 조칠은 세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다.첫 번째 모퉁이에서는 향 가게가 생겨 길 폭이 좁아졌고, 두 번째에는 우물 하나가 메워져 있었다. 조칠은 자기 기억이 맞다며 담을 돌아갔다가 막다른 빨래터에 섰다.노탁이 길을 잘못 안 것 아니냐고 묻자 조칠은 네가 태어나기도 전 길이라며 역정을 냈다.“저는 스물일곱입니다.”“그럼 걸음마할 때겠군.”“열다섯 해 전이면 열두 살이었습니다.”“셈은 하는구먼.”소의가 먼저 돌아서자 두 사람도 다투면서 따라왔다.“여기 주막이 있었소.”채소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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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따로 놓은 돈

“열 냥이면 전으로 얼마나 돼요?”곡우가 묻자 노탁은 한참 손가락을 꼽았다.“아주 많지.”“그걸 몰라서 묻겠어요?”청묵재 이층 서쪽 작은방 바닥에는 전이 세 무더기로 놓여 있었다. 노탁 어머니의 약값, 곡우가 얻을 방의 삯, 두 사람이 함께 모을 돈이었다.노탁은 조칠 진술을 넘기고 받은 야간 수당을 가운데 무더기에 얹었다. 곡우가 바로 두 닢을 빼 어머니 약값 쪽에 놓았다.“조칠 노인은 잡혀갑니까?”“도망치지는 못하게 했소. 그런데 손녀가 자꾸 울어서 요분 누님이 수리막에서 조사한다더군.”“애 앞에서 수갑부터 채우지는 않았겠네요.”“경 소경은 채우라 했고 진 장궤는 기다리라 했소.”“결국요?”“심 대인이 두 분 다 시끄럽다며 수갑을 가져가 버렸소.”곡우는 장면을 떠올리고 웃었다. 노탁은 무엇이 웃긴지 몰라 따라 웃다 그만뒀다.“왜 빼오?”“이번 달 약값이 올랐다면서요.”“그건 내 몫에서 낼 거요.”“그러니까 그쪽에 놓았잖아요.”노탁은 세 무더기를 다시 세다가 합계를 틀렸다. 곡우가 처음부터 다시 세게 하자 전 한 닢을 소매 안에 숨기고 맞았다고 우겼다. 소매를 들키는 데에는 세 숨도 걸리지 않았다.“관청 포졸이 돈을 훔쳐요?”“당신이 웃는지 보려고.”“아주 비싼 웃음이네요.”곡우는 웃으면서도 그 전을 공동 몫에 넣지 않았다. 노탁 손바닥 위에 도로 올렸다.두 사람은 혼인보다 방 이야기를 먼저 했다. 노탁 집에 들어가지 않을 것, 청묵재에서 두 골목 안쪽일 것, 어머니 약값은 노탁이 내되 곡우에게 모자란 돈을 당연히 요구하지 않을 것. 곡우의 인쇄틀과 활자는 공동 재산으로 묶지 않을 것도 적었다.노탁은 밤 순라가 있는 날 어머니 집에서 자겠다고 했다가 곡우가 왜 자기 방을 비워두느냐고 묻자 말을 바꿨다. 곡우는 매일 돌아오라는 뜻이 아니라 어느 집에서 잘지 자기가 정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둘은 방 한 칸을 정하기도 전에 잠자는 날부터 다퉜다.“부부가 되면 다 같이 쓰는 것 아니오?”“그럼 포졸봉도 내 활자 찍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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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화. 문밖의 밥상

“있으면 대답을 해야지!”문이 다시 덜컹거렸다.노탁은 바지를 거꾸로 입었고 곡우는 풀린 머리를 대충 틀어 올렸다. 잃어버린 전 한 닢은 곡우 손에 있었지만 어느 무더기 것이었는지는 둘 다 기억하지 못했다.문을 열자 노탁의 어머니가 아들 옷차림보다 바닥의 돈부터 보았다.노탁의 옷깃은 한쪽이 안으로 접혀 있었다. 곡우가 펴주려다 손을 거뒀다. 어머니는 그것도 보았지만 혀만 차고 지나쳤다. 약값 무더기가 자기 생각보다 작은 것이 더 큰 문제였다.“봉록 받았다더니 집에는 왜 반도 안 가져왔느냐?”“어머니, 이것은 제가 설명을—”“넌 설명하면 더 모르겠다. 비켜.”어머니는 방 안에 들어오지 않고 문턱 밖에 앉았다. 곡우도 숨지 않았다. 이불을 접어 침상 끝에 놓고 세 무더기를 작은 상 위로 옮겼다.“이쪽이 약값입니다. 이건 노탁이 낼 방삯, 이건 둘이 모을 돈이고요.”“둘이?”“제가 댁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겁니다.”어머니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며느리가 시어미를 모시지 않겠다?”“아직 며느리 아닙니다.”“밤은 같이 보내고?”“어머니!”“내가 눈이 없니? 네 허리띠가 저쪽에 있는데.”노탁은 허리띠를 주우려다 그 아래 깔린 속옷까지 같이 들어 올렸다. 곡우가 낚아채 이불 밑으로 던졌다. 어머니는 못 본 척 죽그릇만 당겨놓았다.노탁이 물을 마시다 사레들렸다. 곡우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돈을 다시 세었다.아침상이 문밖에 놓였다. 옥선은 누구 편도 들지 않겠다며 묽은 죽과 절인 채소만 두고 내려갔다. 어머니는 곡우가 차린 것은 안 먹는다고 하다가 죽이 식자 한 술 떴다.그때 노탁의 누이가 혼수로 마련한 그릇 두 개를 보자기에 싸 들고 왔다. 자기 때문에 돈다툼이 났다는 말을 듣고 돌려주러 온 참이었다.“내가 시집을 늦게 가면 약값도 덜 든대.”“누가 그래?” 곡우가 물었다.“오라버니가.”노탁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며 손을 저었다. 누이 혼수를 자기가 마련해야 해서 늦으면 돈을 더 모을 수 있다고 했다는 설명이 이어질수록 누이 얼굴은 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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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화. 가마 안에서 나온 말

빈칸 셋을 베껴온 종이는 소의의 소매 안에 들어갔다.그는 곧장 혼적청을 뒤지지 않았다. 대리시 여성 보호방에서 혜란이 기다리고 있었다.혜란은 아침부터 두 번 돌아가려 했다. 첫 번째에는 자온이 정문에서 붙잡았고, 두 번째에는 요분이 나가려면 서쪽 회랑으로 가야 한다며 일부러 먼 길을 가리켰다. 혜란이 그 거짓말을 알아차렸을 때는 차가 나온 뒤였다.방문은 활짝 열어두었다. 요분은 문밖 회랑에 의자를 놓고 앉아 남자 서리와 조졸을 돌려보냈다. 허리 왼쪽의 열쇠 꾸러미가 사람이 지날 때마다 철컥거렸다.“문 닫으면 기록이 잘 안 들린답니다.” 젊은 서리가 말했다.“네 귀가 나쁜 걸 왜 이 방 문으로 고치니.”요분은 서리 손의 문서판까지 빼앗아 복도 끝에 놓았다. 자기는 방문 옆에 앉았지만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콩 다섯 알을 손가락 사이에서 굴리며 지나가는 사람 수만 셌다.혜란은 상에서 가장 먼 자리에 앉았다. 뒤로 물러나면 바로 문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자리였다.소의는 붓과 종이를 혜란 쪽으로 밀지 않았다. 자기 앞에 두고 기다렸다.“첫날부터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첫날부터 써야 뒤가 반복이었다는 걸 알잖아요.”혜란은 품에서 접은 달력을 꺼냈다. 젖어 붙은 장은 아직 펴지지 않았다. 펼치려다 손톱 밑이 찢어지자 그대로 상에 내려놓았다.“이것을 보이면 모두 날짜부터 셉니다.”“오늘은 보지 않겠습니다.”소의가 달력을 혜란 쪽으로 밀어 돌려놓았다.혜란은 네 번 닫힌 문부터 말했다. 첫 번째 문 밖에는 문객이 있었고, 두 번째 문에서는 자온의 시비가 등을 들었다. 세 번째 문 뒤에는 아무도 따라오지 못했고, 네 번째 문에서 자기가 싫다고 말했다.그다음 일은 말하지 않았다.대신 다음 날 버린 피 묻은 속옷과 찢어진 옷고름을 말했다. 시어머니가 몸을 덥힌다며 내린 약, 약을 토했다가 시비 하나가 뺨을 맞은 일도 말했다.달아나려 서쪽 물품문을 연 날도 있었다. 열쇠가 맞지 않았고, 안채 총관은 밤새 문 앞에 앉아 있었다. 다음 날 도언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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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화. 갈라진 수레

자온은 옥패를 줍지 않았다.혜란도 아이에게 돌려주라고 하지 않았다. 보호방에서 나온 뒤 옥패를 밟지 않도록 옆으로 지나갔다.“정례헌에 가겠습니다.”경연이 회랑 끝에서 걸음을 멈췄다.“허락할 수 없소.”“허락을 받으러 말한 게 아닙니다.”혜란은 침방 약장 뒤의 달력과 처방, 서쪽 물품문 열쇠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자온도 자기 책과 옷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혜진은 한 수레에 같이 타겠다고 나섰다. 혜란이 거절했다.“내가 옆에 있으면 무엇이 달라져?”“언니는 내가 멈추면 끌고 갈 거야.”“혼자 가다 또 문이 닫히면?”“그래서 만날 곳을 정하는 거야.”혜진은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같이 있는 것과 버리지 않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짚은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내가 가는 길을 따라오지 마.”“남겨두고 가지 말라며.”“다시 만날 곳을 정하고 가자는 뜻이었어.”자매는 백류나루 검량장 앞에서 해 질 무렵 만나기로 했다. 혜진은 명산과 아완을 데리고 먼저 나루로 가고, 혜란은 정례헌을 거쳐 뒤따르기로 했다.“해가 져도 안 오면?” 혜진이 물었다.“두 각만 기다려.”“그 뒤에는?”“대리시에 알리고 와. 혼자 찾으러 들어가지 말고.”혜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 약조를 억지로 삼켰다. 혜란도 언니가 약조를 지킬지 믿지 못해 자온에게 같은 말을 다시 들려주었다.경연은 군졸 여섯과 봉쇄패부터 불렀다. 소의가 그의 말을 끊었다.“군졸이 정문을 막으면 혜란 부인은 다시 안채에 갇힙니다.”“현도언 쪽에서 이미 사람을 붙였소.”“그러니 본인에게 방법을 설명하고 고르게 하세요.”두 사람 목소리가 동시에 낮아졌다. 강 위에서 미끼 수레를 두고 다투던 날과 같은 얼굴이었다.“또 사람을 미끼에 태울 생각입니까?” 소의가 물었다.“빈 수레를 보낼 것이오.”“그 말을 먼저 하셨어야죠.”경연은 반박하지 않았다. 소의가 지도 위에 몸을 숙이자 흐트러진 소매 끝만 접어주었다. 전 같으면 지도를 자기 쪽으로 가져왔을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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