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알았습니까?”회유는 믿어달라는 말을 준비하고 왔다가 첫마디부터 잃었다.정윤은 정안의 물건을 침상 위에 펼쳐놓고 있었다. 낡은 손수건, 깨진 빗, 약 냄새가 밴 베개, 차밭 지도가 하나씩 상자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문서가 바뀐 뒤 곧 알았습니다.”회유가 겨우 말했다.“곧이 며칠입니까?”“장례가 끝나고…….”“며칠이요?”“열흘쯤.”정윤은 손에 든 빗을 상자에 넣었다. 뚜껑을 닫으려다 다시 열었다.회유는 예전처럼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손을 거뒀다. 정윤은 그 손을 보았으나 잡지 않았다. 대신 침상 끝을 조금 비켰다. 앉으라는 것인지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것인지 회유는 알아듣지 못해 서 있었다.“그럼 네 해 동안 모른 척했습니까?”“너를 지키려 했다.”“차밭도요?”“둘 다 지키려 했다.”문밖에서 듣던 난정이 들어왔다.“언니를 사랑했다고 말하겠죠.”회유가 그를 노려보았다.“사랑했소.”“그 말은 부정하지 않아요.”난정은 정안의 차밭 지도를 들어 올렸다.“그런데 언니가 가장 두려워한 게 아이 이름으로 차밭을 묶는 일이었어요. 사랑했다면서 왜 그걸 모른 척했죠?”“후부에는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소.”“책임, 보호, 집안. 당신은 자기가 원하는 말을 늘 남을 위하는 것처럼 바꿔요.”회유는 같은 단어를 되풀이했다. 책임이 있었고, 아이를 보호해야 했고, 정안이 남긴 것을 지켜야 했다. 말을 할수록 정윤의 얼굴은 멀어졌다.“둘 다 잃기 싫었다.”끝내 나온 말은 짧았다.“너도, 차밭도.”“그럼 어머니는요?”정윤의 질문에 회유는 숨을 들이켰다. 정안을 잃기 싫었다는 말은 이미 늦었다. 살아 있을 때 그의 뜻보다 죽은 뒤 남은 재산을 더 오래 붙든 사람이 할 수 있는 답이 없었다.정윤은 멋진 말로 아버지를 끊어내지 못했다. 베개를 상자에 넣었다가 냄새를 맡고 다시 꺼냈다. 회유에게 나가라고 했다가 그가 문턱을 넘자 다급히 불렀다.“멀리 가지는 마세요.”회유의 발이 멎었다.“여기 있어도 되느냐?”“문 가까이에
Last Updated : 2026-09-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