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는 해가 중천에 오를 때까지 자고 말았다.몸을 일으키자 허리께가 묵직하게 당겼다. 베개 옆에는 백목소원에서 다시 꽂고 온 은비녀가 놓여 있었다. 소의는 그것을 집다가 제 손톱 아래 남은 희미한 붉은 자국을 보고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사람을 불러놓고 주인이 늦는 집도 있소?”앞방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곡우가 대신 차를 내며 세 번째 사과를 하고 있었다.소의는 비녀를 비뚤게 꽂은 채 뛰어나왔다. 풍성한 머리를 급히 틀어 올린 탓에 검은 가닥이 뺨 옆으로 흘러내렸다. 계단을 급히 내려오다 마지막 칸에서 걸음이 잠깐 느려졌다.“죄송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의뢰인은 남편이 술집의 여자에게 돈을 쓴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세탁 품삯, 아이 약값, 시어머니가 한 욕, 남편이 이틀째 돌아오지 않는 일이 뒤섞였다.평소라면 소의는 날짜와 액수를 바로 갈랐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남편이 기녀에게 비녀를 사줬다는 말을 두 번이나 흘려들었다.“그래서 그 여자한테 준 돈이 얼마라고요?”“내가 아까 세 번 말했잖소. 낭자가 밤새 무슨 큰일을 했나?”곡우가 갑자기 기침했다. 소의는 붓을 내려놓고 물을 마셨다.“사랑한다면서 살림돈은 안 주는 게 말이 되오?” 여자가 물었다.“사랑과 약조는 다를 수 있습니다.”“그럼 사랑은 없어도 돈만 주면 돼?”소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그건 제가 정할 일이 아닙니다.”“낭자는 자기 일도 모르는 얼굴이네.”여자는 혼인 때 받은 비녀까지 남편이 가져다 팔았다고 했다. 기녀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고 했다가, 그 여자가 남편더러 집에 돌아가라며 두 번이나 쫓아냈다는 말도 덧붙였다. 화낼 사람을 잃은 여자는 더 서러워졌다.“그럼 누구를 잡아야 해요?”“돈을 가져간 남편에게 살림돈과 혼수 반환을 청해야 합니다.”“그 인간 얼굴도 보기 싫은데 관아에서는 같이 서라잖소.”소의는 소장 끝에 별도 대면을 청하는 문구를 넣었다. 사랑의 잘잘못은 적지 않고, 팔린 비녀의 값과 아이 약값을 정확히 적었
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