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남편 대신 대답했다.“사람들 앞에서 하세요. 집에 돌아가 또 저한테만 숨기지 말고.”기원은 젖지 않은 종이를 골라 붓을 들었다. 젊은 서리는 아버지를 데려간 자와 먼저 찾아온 관리의 인상착의, 수레가 들어온 시각, 열쇠를 돌려받지 못한 일까지 한 번에 털어놓았다.그 사이 예부 마부가 수레를 슬금슬금 뒤로 빼기 시작했다.끼이익.바퀴 소리를 들은 기원이 붓을 내던졌다. 그는 다시 말고삐를 잡았지만 수레가 이미 움직였다. 발이 돌 틈에 걸려 몸이 옆으로 넘어졌다.수레가 기원을 끌고 갔다.“기 서리!”그가 가장 먼저 달려들어 바퀴 살을 붙잡았다. 조금 전 그를 때리려던 서리도 반대편에 매달렸다. 마부가 채찍을 휘둘렀지만 이번에는 가족들까지 수레 앞을 막았다.열 사람의 손이 바퀴와 수레채를 붙잡았다. 말이 콧김을 뿜으며 버텼고, 바퀴는 대문을 한 자 남겨두고 멎었다.경연이 마부를 끌어내렸다.“오늘 반출 명령을 내린 자와 지난밤 수레를 보낸 자를 함께 적어라.”“홍 주사께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나도 가만있을 생각이 없다.”경연의 말이 떨어지자 포졸이 마부와 예부 아전을 묶었다.기원은 흙투성이가 된 채 일어났다. 늙은 서리 하나가 그의 소매에서 튀어나온 약첩을 주워 밀어 넣었다.“자네 아버지 약부터 지어.”“아직 명단이 남았습니다.”늙은 서리는 대꾸하지 않고 기록판 절반을 빼앗아 자기 무릎 위에 놓았다. 기원은 다시 가져오려다 마당 밖 약방 쪽을 보고 손을 내렸다.그때 가족들 뒤에서 허리가 굽은 노인이 앞으로 나왔다.십이 년 전 대리시 형장 옆 창고를 맡았던 자였다. 오늘 수레에 붙잡힌 짐꾼 하나가 그의 아들이었다.늙은 창고지기는 아들의 결박을 보자마자 마당 가운데 무릎을 꿇었다.“저 아이는 오늘 품삯을 받고 수레를 끌러 왔을 뿐입니다. 십이 년 전 일을 말하면 풀어주십시오.”아들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아버지, 무슨 말을 하려는 겁니까?”“네가 평생 내 죄까지 품고 살 필요는 없다.”그는 진문재가 처형된 뒤
Last Updated : 2026-08-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