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행길에서 걸음이 느려졌네.”“지금 재촉한 건 너다.”“누가 멈추랬어?”산해는 더 대답하지 않았다. 옥선의 허리를 받친 팔에 힘이 들어갔다. 몸이 부딪칠 때마다 침상 머리가 벽을 두드렸다. 탁, 탁. 옥선은 다리를 그의 허리에 더 단단히 감고 흔들리는 몸을 맡겼다.“하아…… 이제야 좀 돌아온 사람 같네.”산해가 얼굴을 그녀의 목에 묻었다. 옥선의 입술에서 새는 탄성과 그의 거친 숨이 젖은 살결 위에서 뒤섞였다. 옥선의 손이 그의 엉덩이를 끌어당기자 마지막 몇 번의 움직임이 더 깊고 느려졌다. 병 부딪치는 소리가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등잔불이 낮아졌다. 이불이 바닥으로 반쯤 흘러내리고, 문밖으로 새던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포개졌다.새벽 첫 수레가 주점 앞을 지나갈 때, 옥선은 산해의 가슴에 뺨을 대고 누워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옥선이 남긴 반달 모양 잇자국이 붉게 올라와 있었다.산해가 눈도 뜨지 않고 물었다.“이것도 방값에 들어가나?”옥선은 이불 밖으로 나온 그의 어깨를 한 번 더 깨물었다.“그건 외상 이자야.”* * *려화가 방문을 열자 문이 손가락 두 마디만큼 벌어졌다.밖에서 걸어둔 빗장이 문고리에 부딪혔다.그녀는 틈으로 앞뜰을 내다보았다. 대숲 안에 숨은 작은 집이었다. 빈 우물 옆에는 낙엽이 수북했고, 늙은 별원지기와 아낙 하나가 아침부터 말없이 뜰을 쓸었다.방 세 칸짜리 본채와 낮은 부엌채가 ㄴ자로 붙어 있었다. 남쪽 담에는 기와 두 장이 내려앉았고, 그 틈으로 겨울 햇빛이 앞뜰 한가운데만 네모지게 들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담 밖의 대나무가 휘어 처마를 탁, 탁 두드렸다. 우물은 돌뚜껑으로 막혀 있었고 물은 부엌 뒤 얕은 샘에서 길어왔다.별원지기 덕수는 무너진 담 아래서 기와를 골랐고, 아내 만금은 대빗자루로 낙엽을 밀었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방문 앞까지 왔다가 다시 멀어졌다.“문을 열어주세요.”빗자루 소리가 멎었다.아낙이 가까이 왔으나 빗장을 풀지 않았다.“도련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라 하셨습니다
Last Updated : 2026-08-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