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이제 문씨 집 사람이 아니다. 품삯도, 거처도 우리가 정하지 않는다.”총관은 몇 번 입술을 달싹이다 빈 가마를 따라 돌아갔다.완은 그가 골목 끝으로 사라진 뒤에야 아리에게 궤를 내밀었다.안에는 겨울옷 한 벌과 려화가 쓰던 작은 벼루, 머리빗이 들어 있었다. 궤 바닥에는 아리가 문씨 집에서 받지 못한 지난달 품삯도 놓여 있었다.“려화가 네 몫이라고 따로 적어뒀더구나.”아리는 동전을 세지 않았다.“아씨는 어디 계세요?”“찾고 있다.”“집에서는 정말 찾고 있어요?”완은 대답하기 전에 침선방 안을 둘러봤다. 계단 아래의 작은 요, 손을 데어 찬물에 담그고 있는 채란, 아리가 살린 혼례옷 소매가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나는 이제 찾으려고 한다.”아리는 완의 얼굴을 오래 봤다.“아씨가 꽃병을 깨뜨린 적 있어요.”“려화가?”“제가 깼어요. 내쫓길까 봐 숨어 있었는데 아씨가 자기가 그랬다고 했어요. 글도 가르쳐주고, 침선방에서 맞은 날에는 자기 방에서 재웠어요.”소란이 손등으로 눈을 훔쳤다.완은 궤 뚜껑을 만졌다. 딸과 한집에서 살면서도 처음 듣는 일이었다.교령이 탁자 위에 장부를 펼쳤다.“아리 품삯은 건당으로 줍니다. 먹고 자는 값은 절반을 받고, 나머지는 본인 손에 줍니다.”완이 비녀 하나를 뽑아놓으려 하자 아리가 먼저 궤 속 동전을 꺼냈다.“제 돈 있어요.”“그건 지난 삯이다.”“그래도 제 돈이잖아요.”완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비녀를 다시 꽂았다.“그래. 네 돈으로 내라.”교령이 장부에 아리 이름과 첫 삯 두 닢을 적었다.완은 곧 돌아가지 않았다. 해가 낮아질 때까지 침선방 구석에 앉아 아리가 잘라낸 실밥을 주워 작은 바구니에 담았다. 평생 시비들이 치워준 것이라 처음에는 붉은 실과 버릴 실도 구분하지 못했다.“그건 버리는 거예요.”아리가 완의 손에서 짧은 실을 빼냈다.“이건?”“그것도요.”“쓸 것은 없니?”아리는 바구니를 뒤져 손가락 두 마디보다 긴 실 하나를 골랐다.“이 정도는 돼야 매듭을
Last Updated : 2026-08-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