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떠 있던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 하기로 했던 일정을 지웠을 때쯤, 유승진이 욕실에서 나왔다.내가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유승진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미간을 좁혔다.“할 말 있어? 곧 9시야. 나 쉬어야 해.”나는 멍하니 눈을 깜박이다가 고개를 저었다.“없어.”유승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자.”내 감정이 달라졌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 채 미련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나는 넋을 놓고 잠시 앉아 있었다.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꺼졌던 노트북 화면이 환해지며, 핸드폰과 연동된 한설아의 전화가 떴다.유승진은 달랐다.9시가 넘으면 전화도, 대화도, 메시지도 거부하던 유승진이 한 번의 울림도 다 지나기 전에 전화받았다.한설아를 조금이라도 기다리게 할까 봐 조급한 사람처럼.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참 다정하기도 하지. 곧 아내가 될 나만 예외가 아니었을 뿐.’안방으로 돌아오니, 유승진은 이미 눈을 감은 채 잠든 척하고 있었다.하지만 이제야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액정이 아래로 향하도록 항상 엎어 두는 핸드폰.오른쪽 귀에 꽂힌,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 이어폰.나는 불을 끈 뒤 어둠 속에서 지난주 국장님이 보내온 해외 파견 제안에 답했다.결혼하자마자 유승진과 떨어져 살고 싶지 않아 처음에는 거절했던 제안이었다.이제는 모든 게 끝났다.국장님에게서 곧 답장이 왔다.[결심한 거야? 주프랑스 대사관은 최소 5년 근무야. 확실하다면 공무 비자부터 진행해. 이틀 뒤 출국이야.][네, 알겠습니다.]나는 바로 답했다.옆에서는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한설아도 지금쯤 마음 편히 잠들었겠지.’침대에 누운 뒤에야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멍해졌다가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다음 날 눈을 뜨니 유승진이 드레스룸에 서 있었다.몸을 일으킨 나는 유승진의 핸드폰에 손을 대 보았다.배터리가 엄청나게 뜨거웠다.공무 비자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챙긴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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