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일곱째 공주, 저승 서방님을 길들이다: บทที่ 21 - บทที่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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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아빠가 웃던 그날

병실 문을 여는 순간, 바리는 자신이 열여섯 살로 돌아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익숙한 병실 풍경, 침대에 누운 아빠, 그리고 손에 쥔 붕어빵 봉지. 모든 게 그날 그대로였다. 냄새마저 똑같았다. 소독약과 병원 밥 냄새가 뒤섞인, 그 특유의 공기.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빛, 침대 옆 협탁에 놓인 낡은 라디오, 벽에 걸린 색바랜 달력까지, 기억 속 모든 디테일이 놀랍도록 선명하게 재현돼 있었다.바리는 잠깐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지금보다 작고 가늘었다. 교복 치마 밑으로 삐죽 나온 무릎엔 며칠 전 넘어져 생긴 상처 딱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열여섯 살, 그 시절의 자신이었다."아빠, 저 왔어요."침대에 누워 있던 아빠가 힘겹게 눈을 떴다. 마르고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딸을 보는 눈빛만은 여전히 따뜻했다."우리 딸, 학교는 잘 다녀왔어?""네, 아빠. 이거 아빠 좋아하는 붕어빵이요."바리는 봉지를 열어 아빠 손에 쥐여줬다. 그 순간, 잊고 있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이날은 아빠가 큰 수술을 받기 전날이었다. 성공 확률이 반반이라는 말을 듣고, 바리는 겁이 나서 밤새 잠도 못 잤었다. 그날 밤 이불 속에서 혼자 숨죽여 울었던 기억이, 지금 이 순간까지 생생하게 떠올랐다."아빠, 저 사실 무서워요."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때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아빠 앞에서 씩씩한 척하려고 애썼던 그날의 자신과 달리, 지금은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그대로 흘러나왔다.아빠는 붕어빵을 한입 베어 물며 옅게 웃었다. 힘겨운 몸으로도 딸 앞에서는 늘 여유로운 척했던, 그 특유의 웃음이었다."뭐가 무서워, 우리 딸.""아빠가 잘못될까 봐요. 저 아빠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에이, 아빠 이 정도로 안 죽어. 걱정 마.""진짜죠? 약속하는 거죠?"아빠는 그 말에 대답 대신,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르고 야윈 손이었지만, 그 손길만큼은 여전히 따뜻했다."우리 딸이 이렇게 걱정해주는데, 아빠가 어떻게 잘못되겠어. 걱정하지 말고, 내일 학교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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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아빠 눈을 떠요!

"오구 씨, 의식이 돌아왔습니다."단말기 화면에 뜬 그 한 줄에, 바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옆에 있던 무장승도 눈을 크게 떴다. 방금까지 기억의 방에서 나눈 대화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소식이 두 사람을 덮쳤다."...의식이 돌아왔다고요? 그럼 아빠가 깨어나신 거예요?"무장승은 서둘러 화면을 확대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했다. 화면 속 글자들이 빠르게 스크롤되며 지나갔다."...그렇소. 방금 전, 상태가 급격히 호전됐다는 기록이오. 정확한 원인은 나와있지 않지만."바리는 그 자리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무장승이 재빨리 부축했다. 그의 팔이 단단하게 바리를 지탱해줬다."괜찮소?""네, 네. 그냥... 너무 다행이라서요."바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오구 — 현재 상태: 안정, 의식 회복. 그 짧은 문장이 이렇게 크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며칠 전 위중하다는 소식에 무너졌던 마음이, 이제는 그와 정반대의 감정으로 벅차올랐다."팀장님, 이거 혹시 저 기억의 방 통과한 거랑 관련 있는 거 아니에요?""...아마도 그럴 거요. 4관문 통과 시, 관문 자체의 힘이 부친의 생명력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소.""진짜요? 그럼 관문 통과할 때마다 아빠 상태도 좋아지는 거예요?""...확실친 않소.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있소. 규정집에도 비슷한 사례가 몇 건 기록돼 있었소. 관문 통과와 부양자의 생명력 사이에 미약하지만 연결고리가 있다는 내용이었소.""그럼 저 더 빨리 통과해야겠네요. 그래야 아빠도 더 빨리 회복하실 거 아니에요."무장승은 그 말에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다만 조급해하진 마시오. 서두르다 실수하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소."바리는 그 말에 다시 힘이 솟았다. 관문 하나하나가 그저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는 시험이 아니라, 실제로 아빠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동력이 됐다. 지금까지의 두려움과 조급함이, 이제는 확실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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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진실의 방, 그 문턱에서

"들어오게."국장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바리는 무장승과 나란히 서서 문 앞에 섰다. 어젯밤 한숨도 못 잔 탓에 눈이 뻑뻑했지만, 정신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어제 밤새 서로의 손을 붙잡고 앉아, 무슨 일이 생기든 함께 헤쳐나가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했다.문을 열고 들어선 방은,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공간과도 달랐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이 이상하게 실제 자신과 조금씩 달랐다. 어떤 거울 속 바리는 웃고 있었고, 어떤 거울 속 바리는 울고 있었다. 또 다른 거울 속에서는, 낯선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보였다."이게 다 뭐예요?"국장은 방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다. 평소의 낄낄대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깊은 침묵이 자리했다. 사탕 봉지도, 낚시 트로피 얘기도 없었다. 오늘의 국장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이 거울들은, 당신이 지금까지 세 번의 생에서 만들어온 모든 선택의 잔상이야. 진실의 방은 그 선택들 중, 가장 핵심적인 진실 하나를 마주하게 만드는 곳이지.""핵심적인 진실이요?""...그래. 두 번째 생에서 당신이 왜 소멸 위기에 처했는지, 그 진짜 이유."바리는 순간 숨을 멈췄다. 지금까지 무장승에게 들었던 건 그저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결과뿐이었다. 그 이유까지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저 그거 왜 통과 못 했는지, 팀장님도 모르신다고 하셨어요.""...맞아. 그 이유는 너 자신만이 알아. 그리고 그걸 다시 마주해야, 이번 생에서 완전한 자격을 얻을 수 있어."무장승도 옆에서 눈에 띄게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팀장님, 이거 아세요?""...일부만 알고 있소. 전체는 나도 모르오."국장은 그 대답에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장승이도 모르는 게 당연해. 이건 그때 당사자였던 바리 씨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기억이니까. 다만 그 기억이, 지금은 봉인돼 있을 뿐이야.""봉인이요? 제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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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나는 살고 싶지 않았다.

"그만해! 그만하라고!"바리는 그 비명이 자기 목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낯설고도 익숙했다. 어두운 방, 온몸을 옥죄는 고통, 그리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공기 자체가 무겁게 짓눌러오는 듯한 압박감이 사방을 채우고 있었다.두 번째 생의 마지막 순간이었다."...나는, 살고 싶지 않았어."그 말이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걸, 바리는 멍하니 지켜봤다. 기억 속 자신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치고, 상처받고, 모든 걸 포기한 얼굴이었다. 눈빛에는 생기 하나 없이, 그저 텅 빈 어둠만이 담겨 있었다.'뭐야, 이게... 나야?'바리는 그 기억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 두 번째 생의 자신은,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결국 마지막엔 아무도 곁에 남지 않은 채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 죽음의 순간, 관문을 통과할 이유조차 찾지 못했다."관문을 통과하고 싶지 않아요."기억 속 자신이, 그때의 무장승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목소리에는 아무런 의지도 남아있지 않았다."...왜 그러시오. 이유가 뭐요.""살아서 뭐 해요.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저는 어차피 혼자인데."그 말을 듣는 순간, 지금의 바리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저 사람이 자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은 아빠를 살리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지만, 두 번째 생의 자신에게는 그 어떤 이유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포기하지 마시오."기억 속 무장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보다 훨씬 다급하고 간절한 목소리였다. 평소의 차분함은 온데간데없이, 절박함이 목소리 전체에 배어 있었다."당신이 포기하면,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오.""팀장님이 왜요. 저는 팀장님이랑 상관없는 사람인데.""...상관없지 않소. 당신은, 나에게."그 순간 기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필름이 끊기듯, 장면이 조각조각 흩어졌다. 바리는 그 조각들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려 했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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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팀장님이 회식을 잡았다고요?

"오늘 회식입니다."무장승의 그 한마디에, 사무실 전체가 얼어붙었다. 서류를 넘기던 손들이 일제히 멈췄고, 누군가는 마시던 커피를 사레들렸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몇 초간 이어졌다."...팀장님이, 회식을요?"덕순이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이며 되물었다. 마치 잘못 들은 게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장승은 평소와 다름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5관문 통과 기념이오. 다들 그동안 고생 많았소.""아니 저희가 뭘 고생했다고요, 다 바리 씨랑 팀장님이 고생하셨지.""...그래도, 다 같이 축하할 일이오."바리는 그 옆에서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500년째 회식 한 번 안 잡아봤을 것 같은 이 남자가, 갑자기 회식을 제안하는 모습이 너무 낯설고 귀여웠다. 사무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시작됐다."팀장님, 근데 회식 장소는 어디로 잡으셨어요?"무장승은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엔 낯익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국밥집.""어제 저희 갔던 그 국밥집이요?""...그렇소. 거기가 제일 맛있다고 하지 않았소."바리는 그 말에 결국 웃음이 터졌다. 이 남자는 회식 장소조차 자기가 좋아하는 곳으로 정하는, 은근히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다.퇴근 시간이 되자, 관문통과심사팀 전체가 우르르 국밥집으로 몰려갔다. 오해영 대리, 재무팀 최 주임까지 합세해서 테이블 두 개를 붙여야 할 정도로 인원이 늘어났다. 국밥집 주인아주머니도 이렇게 많은 인원은 오랜만이라며 반색했다."자, 오늘은 제가 쏘겠습니다."무장승이 그렇게 선언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몇몇은 아예 박수까지 쳤다."팀장님이 쏘신다고요? 이거 완전 역사적인 날인데요?""맞아요, 저 여기 5년 일하면서 팀장님이 뭐 사주시는 거 처음 봐요."무장승은 그 말에 옅게 미간을 좁혔다."...그렇게까지 놀랄 일이오?""당연히 놀랄 일이죠! 팀장님 원래 회식도 안 가시고, 점심도 혼자 드시고, 사비도 안 쓰시잖아요."바리는 그 말에 옆에서 킥킥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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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낯선 사원증

"저기요, 이 사원증 처음 보는데요?"바리는 탕비실 앞에서 낯선 남자와 마주쳤다. 말끔한 슈트 차림에, 목에 건 사원증에는 처음 보는 부서명이 적혀 있었다. 감사국 특별조사팀. 커피를 뽑으러 나온 참이었는데,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는 그 사람의 존재감이 묘하게 낯설어서 저절로 시선이 갔다."아, 신입이신가 봐요. 처음 뵙겠습니다."남자는 정중하게 목례했지만, 눈빛만은 이상하게 날카로웠다. 마치 뭔가를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지금까지 관리국에서 만난 그 누구와도 다른, 묘하게 차갑고 계산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저... 실례지만 어느 부서 소속이세요? 저 여기서 일한 지 좀 됐는데 처음 뵈어서요.""감사국 특별조사팀입니다. 본청 직속이라 평소엔 잘 안 보이실 거예요."바리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본청 직속이라는 게, 저번에 왔던 그 깐깐한 감사관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뭔가 미묘하게 다른 위압감이 느껴졌다."혹시 무슨 조사 때문에 오신 거예요?"남자는 그 질문에 잠깐 뜸을 들이더니,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 답했다."관리국 내 특정 사안에 대한 정기 감찰입니다. 요즘 이례적인 사례가 좀 있었다고 들어서요.""이례적인 사례요?""글쎄요, 그건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조사 중인 사안이라."바리는 그 대답이 왠지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인연 지수 만점, 세 번의 생, 소멸 위기까지, 최근 자신을 둘러싼 사건들이 이미 관리국 전체에 소문이 퍼진 상태였으니까."혹시 무슨 조사 때문에 오신 거예요?"남자는 옅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아, 정기 점검입니다. 걱정 마세요. 바리 씨 관련된 건 아니니까."'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바리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자기소개도 안 했는데, 남자는 이미 이름을 알고 있었다.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애써 티 내지 않고 웃어넘겼다."아, 네. 그럼 수고하세요.""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바리 씨."남자는 그렇게 인사하며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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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국장님도 모르는 조직

"...그런 부서는, 나도 처음 듣는군."국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책상 위 서류를 뒤적이는 손길이 빨라졌다. 책상 한쪽에 놓여 있던 사탕 봉지도, 오늘은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국장님도 모르시는 부서가 있을 수 있어요? 국장님이 여기 최고 책임자시잖아요."바리의 물음에 국장은 잠깐 침묵했다. 그 침묵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서류를 뒤적이던 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명부 관리국은,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큰 조직이야. 나는 여기 지부의 책임자일 뿐이고, 그 위에 본청이 있고, 본청 위에는 또 다른 상위 기관이 있지. 나도 그 상위 기관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어.""상위 기관이요? 그럼 그 사람이 거기서 온 거예요?""...가능성은 있어. 근데 그렇다면 더 큰 문제야."무장승이 옆에서 낮게 물었다."...왜 더 큰 문제입니까."국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상위 기관이 직접 개입한다는 건, 이 사안이 단순한 관문 심사 그 이상이라는 뜻이거든. 바리 씨의 인연 지수, 세 번의 생, 그 모든 게 그쪽 관심을 끌었을 수도 있어."바리는 그 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럼 저 위험한 거예요?""...아직 확실친 않아.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그때, 국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덕순이 뛰어들어왔다.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 노크도 잊은 채 뛰어든 걸 보면, 어지간히 급한 일인 모양이었다."국장님! 바리 씨! 큰일 났어요! 아니 근데 이게 큰일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이상한 일이 생겨서요!""...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오."무장승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덕순은 숨을 고르며 서류를 내밀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방금 시설팀에서 연락 왔는데요, 지하 창고 CCTV에 그 남자가 찍혔대요. 근데 문제는—""문제는요?""CCTV 화면에서, 그 사람만 이상하게 흐릿하게 나온대요. 다른 사람들은 다 선명한데, 그 남자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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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다시 만난 그 남자

"또 뵙네요, 바리 씨."사무실 앞 복도에서, 바리는 다시 그 남자와 마주쳤다. 여전히 정중한 미소, 여전히 서늘한 눈빛이었다. 이번엔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국장실에서 관측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직후라, 그 존재감이 아까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누구세요, 진짜로."바리는 더 이상 예의를 차릴 여유가 없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손끝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남자는 그 질문에 옅게 웃으며 답했다."글쎄요,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굳이 말하자면, 지켜보는 사람이라고 해두죠.""관측자, 맞으시죠?"남자의 눈빛이 순간 흥미롭다는 듯 반짝였다. 처음으로 그 정중한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표정이 살짝 드러난 것 같았다."...벌써 거기까지 알아내셨군요. 생각보다 빠르네요.""국장님이 말씀해주셨어요. 규정을 벗어난 일이 있으면 나타나는 존재라고.""정확합니다. 그리고 지금, 정확히 그런 일이 이 관리국 안에서 벌어지고 있죠."바리는 마른침을 삼켰다. 무장승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남자가 정말 그를 처벌하러 온 거라면,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팀장님은 그때 저를 살리려고 그러신 거예요. 규정을 어긴 건 맞지만,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의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규정은 의도와 상관없이 적용되니까요.""그게 말이 돼요? 좋은 뜻으로 한 일도 무조건 처벌받아야 한다는 거예요?""...규정이란 원래 그런 겁니다. 의도를 재판하기 시작하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거든요. 모두가 자기 나름의 정당한 이유를 대며 규정을 어기려 들 테니까요.""그럼 팀장님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남자는 잠깐 침묵하다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제가 여기 온 건, 무장승 씨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바리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네? 그럼 왜 오신 거예요?""당신을 관찰하기 위해서죠. 정확히는, 당신의 인연 지수를.""제 인연 지수가 왜요?"남자는 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펼쳤다. 그 안에는 낯선 기호들이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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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팀장님 사용 설명서

"자, 바리 씨. 제가 팀장님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봤어요."덕순이 자랑스럽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바리는 그걸 받아 들고 눈을 껌뻑였다. 아침부터 뭔가 신난 얼굴로 다가오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사용 설명서요?""네! 요즘 팀장님이랑 지내시면서 헷갈리는 거 많으실 것 같아서요. 제가 5년 동안 관찰한 노하우를 총집합했어요. 밤새 정리했다니까요."바리는 웃음을 참으며 종이를 살펴봤다. 정성스러운 손글씨로 적힌 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그어가며 작성한 게, 꽤나 공들인 티가 났다.무장승 팀장님 사용 설명서"...아니오"라고 세 번 이상 말하면, 사실은 맞다는 뜻.헛기침을 하면, 당황했다는 신호.귀가 붉어지면, 즉시 화제 전환 금지. 오히려 더 놀려도 됨."업무 외 사항이오"는 사실 "그건 너무 부끄러운 질문이오"의 다른 표현.서류를 필요 이상으로 정리하기 시작하면, 딴생각 하고 있다는 신호.말수가 평소보다 줄어들면, 오히려 마음속으로는 할 말이 산더미라는 뜻.넥타이를 자주 고쳐 매면, 긴장하고 있다는 신호.평소보다 걸음이 빨라지면, 도망치고 싶다는 뜻. 절대 놓치지 말 것.바리는 그걸 읽으며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덕순 씨, 이거 완전 정확한데요? 저도 요즘 그렇게 느꼈어요. 특히 5번이요, 어제도 서류 세 번이나 다시 정리하시더라고요.""그렇죠? 저 관찰력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덕순은 목소리를 낮추며 은밀하게 덧붙였다."7번, 국밥 얘기하면 눈빛이 부드러워짐. 전략적으로 활용하실 것.""이거 완전 실전 매뉴얼이네요. 덕순 씨, 이걸로 사내 베스트셀러 내셔도 되겠어요.""에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근데 진짜 유용하죠? 제가 이거 만드느라 어제 야근까지 했다니까요.""야근이요? 이거 만드시느라요?""네, 팀장님 관찰 일지가 워낙 방대해서요. 5년 치를 정리하다 보니까 시간이 꽤 걸렸어요."바리는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last update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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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6관문: 재무팀 2차 심사

"바리 씨, 이번엔 좀 다른 얘기로 왔어요."오해영 대리가 심각한 얼굴로 서류철을 들고 나타났다. 회식 자리에서 그렇게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무색하게, 오늘의 표정은 완전히 딴사람 같았다. 안경도 평소보다 더 자주 고쳐 쓰는 걸 보니,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 눈치였다."6관문이 재무팀 담당으로 다시 떨어졌어요. 이번엔 1차 때랑 다르게, 관문 심사 대상이 지출이 아니라 '가치 판단'이에요.""가치 판단이요? 그게 뭔데요?""쉽게 말하면, 바리 씨가 뭔가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측정하는 심사예요. 근데 이게 좀 까다로워요. 물건 하나를 두고, 그 가치를 숫자로 매겨야 하거든요."바리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 겪은 관문들과는 또 다른 방식이라,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물건이요? 어떤 물건인데요?"오해영 대리는 서류철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낡고 색이 바랜 손수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상자 자체도 오래돼서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이거, 바리 씨 어머니 유품이에요."바리는 순간 숨이 멈췄다. 손수건을 조심스레 집어 들자, 익숙한 자수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가 남긴, 유일한 물건이었다. 손끝으로 자수를 따라 만지자,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이걸... 어떻게 여기서.""명부 관리국은 모든 기록을 보관해요. 유품도 예외는 아니고요. 원래는 아빠가 갖고 계셨는데, 언젠가 바리 씨한테 전해주려고 하셨더라고요. 근데 그럴 기회가 없으셨나 봐요."바리는 그 말에 목이 메었다. 아빠가 자신에게 전해주려고 간직해온 물건이라는 사실이, 손수건의 무게를 몇 배로 늘려놓았다. 왜 진작 주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봤지만, 아마도 마땅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이 결혼하는 날, 혹은 힘든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런 순간을 위해 아껴두셨을지도 몰랐다."아빠는 이 손수건에 대해 뭐라고 하셨어요?"오해영 대리는 서류를 뒤적이며 답했다."기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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