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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폐쇄병동 401호: Capítulo 31 - Capítul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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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청각적 환각의 전이

폐쇄병동 401호 특수 격리실의 차가운 공기는 썩은 물처럼 무겁고 축축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로부터 일주일이 더 지나, 보름째 단 한순간도 깊은 잠에 들지 못한 권도현의 뇌신경은 이미 현실과 망상의 경계선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충혈된 눈가에는 파리한 죽음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손발은 쉴 새 없이 파들거렸다.지잉-!방탄 강화유리벽 너머로 스크린 셔터가 서서히 열리고, 단정한 의사 가운을 걸친 윤수안이 인터폰 마이크 앞에 앉아 태블릿 PC를 켰다.도현은 스크린이 올라가는 소리만으로도 몸을 움찔했다. 수안이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그의 귀에는 여러 겹의 목소리가 먼저 닿았다. 하나는 지금의 차분한 문진 목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기억 속에서 자신을 비난하던 젊은 수안의 목소리였다. 둘 사이의 경계가 무너질수록 그는 어느 쪽에 대답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유리벽 앞까지 기어가 숨을 고르려 했지만, 손바닥에 닿은 차가운 표면마저 누군가의 손처럼 느껴졌다. 눈을 감으면 소리는 더 선명해졌고, 눈을 뜨면 수안의 얼굴이 환영을 확인해 줄까 두려웠다.그래서 수안이 입을 열기 전부터 도현의 입술은 여러 번 헛되이 움직이고 있었다. 손바닥에 닿은 유리의 냉기가 팔을 타고 올라왔다. 그는 그 감각마저 환각인지 확인하지 못했다.“환자 권도현 씨. 정기 인지 기능 및 현실 검증력 평가 문진을 시작합니다.”수안의 건조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유리벽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하지만 극심한 수면 박탈에 시달리던 도현의 귓전에는 그 목소리가 전혀 다른 소름 끼치는 음향으로 뒤틀려 겹쳐 들려왔다.‘교수님…… 왜 날 폐쇄병동에 가두고 죽였어요? 왜 내 목에 올가미를 씌우고 비웃었나요?’전생의 수안이 눅눅한 독방에서 목을 매달기 직전 토해냈던 피맺힌 비명과 저주가, 현재 수안의 목소리와 실시간으로 동기화되어 귓바퀴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아니야…… 난 널 죽이지 않았어! 난 널 치료하려고 했을 뿐이야! 날 용서한다고 말해! 왜 자꾸 내 귀에 대고 죽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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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거울 없는 방

폐쇄병동 401호 특수 독방 안의 모든 반사 표면이 윤수안의 특별 지시로 전면 철거되었다.세면대 위의 거울은 물론, 미세한 빛이라도 반사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스틸 식판과 수전 손잡이까지 모두 빛을 흡수하는 무광 실리콘 패드로 교체되었다.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물리적 수단을 모조리 빼앗긴 권도현은 극심한 자기 상실의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내가…… 어떻게 생겼더라? 내 얼굴이 지워졌어…… 난 누구지?’도현에게 남은 유일한 세상과의 연결고리는 방탄유리벽 너머로 하루에 단 5분 나타나는 윤수안의 서늘한 눈동자뿐이었다. 수안의 시선만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거울이었다.오후 2시, 관찰실에 서울지방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형사들이 찾아왔다. 도심에서 발생한 모방 연쇄 살인 사건의 긴급 프로파일링 자문을 요청하기 위함이었다. 수안이 관찰실 화이트보드 앞에서 젊은 엘리트 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날카롭고 명쾌하게 수사 지침을 내리는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선명하게 보였다.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도현의 눈동자에 시뻘건 핏발이 곤두서기 시작했다.‘내 자리야…… 저 형사 놈들은 대체 뭐야? 왜 수안이 곁에 붙어서 웃고 있는 거지?’병적인 질투와 통제권 상실의 광기가 뇌수를 사납게 마비시켰다. 수안이 자신이 아닌 다른 타인에게 시선과 관심을 주는 것 자체가 도현에게는 뼈를 깎는 고문이었다. 쾅, 쾅, 쾅-! 도현이 억제대를 씌운 두 팔로 방탄유리벽을 미친 듯이 들이받기 시작했다.“수안아! 저놈들 당장 내쫓아! 넌 내 주치의잖아! 넌 나만 봐야 해! 넌 내 것이라고!”수안은 형사들의 질문이 겹치자 펜 끝을 잠시 들어 보드의 한 지점을 짚었다. “순서를 바꾸지 마세요. 먼저 확인할 것은 여기입니다.” 짧은 말이 끝나자 형사들은 더 묻지 않고 각자 메모를 고쳐 썼다.수안은 누구의 반응에도 들뜨지 않은 얼굴로 다음 선을 그었다.도현에게는 그 몇 초가 견딜 수 없었다. 수안이 자신과 마주할 때는 한 번도 보이지 않던 느슨한 집중이, 낯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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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깨진 메트로놈

폐쇄병동 401호의 천장 스피커에서 신경 안정용 빗소리 백색소음이 일정하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보름 넘게 단 10분도 잠들지 못한 권도현의 뇌는 규칙적인 빗소리마저 끔찍한 고문으로 치환하고 있었다. 수면 박탈로 파괴된 신경망이 모든 외부 자극을 환청으로 둔갑시키고 있었다. 타닥, 타닥, 타닥.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전생의 수안이 폐쇄병동 쇠창살을 손톱으로 긁으며 피눈물을 흘리던 둔탁한 소리로 왜곡되어 귓전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소리가 뇌수를 긁을 때마다 도현의 전신이 감전된 듯 떨렸다. “제발…… 소리 좀 꺼줘!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도현은 벙어리장갑 억제대가 씌워진 양손으로 베개 솜을 뜯어내 귓구멍을 틀어막으려 발버둥 쳤다. 그러나 환청은 귓바퀴가 아닌, 썩어가는 뇌신경 중심부에서 핏빛 메아리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손으로 귀를 틀어막아도 환각의 비명은 머릿속에서 더욱 사납게 날뛰었다. 지잉-! 오후 정기 면담 시간, 방탄유리벽 너머로 스크린이 열리며 단정한 의사 가운을 입은 윤수안이 나타났다. 수안은 태블릿에 연결된 외장 스피커를 켜며, 최근 도심을 위협하는 모방 연쇄 살인범의 협박 음성 녹음본을 재생했다. [“완벽한 통제란…… 상대의 상처를 헤집어 내게 무릎 꿇리는 것이다.”] 변조된 범인의 음성이 독방에 울려 퍼지는 순간, 도현의 동공이 기형적으로 확장되었다. “저, 저건…… 저 목소리는……!” 도현이 억제대를 덜컹거리며 유리벽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야! 내가 가르쳐준 심리 치료 기술이라고! 왜 흉악한 살인마 놈이 내 강연 녹취를 읊조리는 건데!” 도현의 처절한 비명에도 수안의 눈빛은 북극의 빙하처럼 차갑고 무심했다. “단순한 인용이 아닙니다, 권도현 씨.” 수안이 음성 파형 대조 분석표를 유리벽에 밀착시켰다. “상대의 호흡을 옥죄는 어조, 망설임을 유도하는 침묵 구간, 단어의 선택까지 당신이 7년간 학회와 연구실에서 구사하던 가스라이팅 화법과 100% 일치합니다.” 수안의 건조한 선고가 도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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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목소리가 남긴 방

도현이 유리벽 아래로 쓰러진 뒤에도 협박 음성은 관찰실 스피커에서 다시 재생됐다.수안은 음량을 낮추고 형사들이 표시한 구간을 처음부터 들었다. 범인이 따라 한 문장은 도현의 비공개 강연 녹취와 같았지만, 호흡과 발음은 달랐다.“권도현을 다시 불러 확인할까요?”형사가 유리벽 쪽을 보며 물었다.“필요 없습니다.”수안은 녹음 파형에서 길게 비어 있는 부분을 짚었다.“범인은 내용을 이해해서 말하는 게 아닙니다. 문장을 보면서 읽고 있어요. 줄이 바뀔 때마다 숨이 끊깁니다.”수사팀이 압수한 계정 기록과 강연 파일의 유출 경로를 대조했다. 공개된 영상이 아니라 당시 연구실 내부에서 돌던 녹취였다. 파일에 접근했던 사람 가운데 최근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 인물들이 추려졌다. 한 형사는 인근 폐건물과 단기 임차 공간의 출입 영상을 다시 요청했다.과거 강연 준비를 맡았던 연구원은 녹취 첫머리에 들어 있던 책상 두드리는 소리를 알아봤다. 도현이 질문을 막을 때마다 손가락 관절로 단상을 치던 버릇이었다. 그 소리는 공개본에는 없었다. 범인은 편집 전 파일을 가지고 있었다.“원본 파일을 받은 사람입니다. 다만 우상으로 떠받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수안은 파일 접근 이력과 현재 동선이 모두 확인되는 인물부터 대조하라고 했다. 오래전 친분만으로 용의선상에 올리지는 않았다.도현과 범인을 통화시키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수안은 거절했다. 범인에게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확신만 줄 수 있었다.녹음 뒤편에는 일정하지 않은 금속 마찰음이 남아 있었다. 분석 담당자는 확대된 파형을 띄웠다.“기계 소음으로 보입니다. 종류까지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수안은 같은 부분을 몇 번 듣고 재생을 멈췄다.“기계보다 문입니다. 범인이 말을 멈출 때만 움직입니다. 밖의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확인하고 있어요.”“혼자 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뜻입니까?”“공용 복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런데도 녹음을 반복할 만큼, 들켜도 바로 빠져나갈 길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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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피험자의 자격

“모방 연쇄 살인범, 한성대병원 인근 은신처에서 긴급 체포 완료!”관찰실 벽면의 경찰 무전기에서 작전 성공 보고가 통쾌하게 터져 나왔다. 윤수안이 구축한 정밀 프로파일링 그물망에 걸려든 모방범은 3차 살인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특공대에게 신속히 제압당했다. 체포된 모방범은 취조실에서 자신의 범행 동기를 당당하게 자백했다.[“권도현 교수님의 논문은 예술입니다. 타인의 결핍을 조작해 죽음으로 이끄는 완벽한 신의 기술이죠.”]국내 최고 권위자라 불리던 권도현의 전 생애 학술 업적과 저서들이, 한낱 엽기 살인마의 범죄 지침서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신이라 자부했던 연구의 실체가 가장 잔혹한 형태로 드러났다.자정 무렵, 윤수안이 401호 배식구 철문을 열었다. 그리고 모방범의 자백 조서 사본과 함께, 법원에서 압수된 도현의 저서 [인간 무의식의 지배와 통제]를 배식구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쿵-!“당신이 평생을 바쳐 구축한 학문의 추악한 종착지입니다.”유리벽 마이크 너머로 수안의 냉혹한 음성이 전해졌다.푸른 환자복을 입은 도현은 바닥을 기어가 피 묻은 손으로 제 책과 범행 조서를 확인했다. 책 표지에 선명하게 인쇄된 자신의 얼굴,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놓인 피해자들의 참혹한 시신 사진. 자신이 '고결한 학문'이라 포장했던 가스라이팅이 세상에 어떤 끔찍한 피바람을 불러왔는지 명명백백히 드러나 있었다. 자신이 구원자라 믿었던 망상이 산산조각 났다.“크아아악……!”도현은 책을 쥐어뜯으며 머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찧었다.“수안아…… 내가 괴물을 낳았어. 내가 살인마를 만들었어…….”도현은 배식구 틈으로 피투성이가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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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현장 자문의 망령

수도권 일대를 극심한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방화 테러 사건의 협박 전화가 경찰청 112 상황실에 걸려왔다.[“윤수안 프로파일러 따위의 계집 말은 듣지 않겠다. 과거 내 우상이자 국내 최고 권위자였던 권도현 교수와 단둘이 통화하게 해달라.”]테러범의 기괴하고 집요한 요구에, 수사본부는 비상 대책 회의 끝에 폐쇄병동 401호의 권도현을 일시 특수 통화 자문에 동원하기로 결정했다.지잉-!방탄 강화유리벽 너머로 스크린 셔터가 열리고, 단정한 의사 가운을 입은 윤수안이 차가운 표정으로 도현의 앞에 스피커폰을 연결했다. 도현의 충혈된 눈동자에 꺼져가던 오만한 희망의 불꽃이 다시금 번뜩였다.‘내가 이 거대한 테러 사건을 심리적으로 해결하면…… 수안이가 다시 날 유능한 의사로 봐줄 거야. 날 이 좁고 끔찍한 감옥에서 꺼내줄 거라고!’도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과거 석좌교수 시절의 권위 있는 어조를 흉내 내어 스피커를 향해 입을 열었다.“자네의 억압된 파괴 본능과 사회적 분노를 내가 깊이 이해하네. 자수하게. 내가 자네의 상처를 직접 치료……”[“푸하하하! 꼴에 아직도 지가 대단한 정신과 교수인 줄 아나 보네?”]스피커 너머로 방화범의 찢어지는 조소와 악의적인 비웃음이 쏟아져 나왔다.[“뉴스 다 봤어, 권도현. 제자한테 조종당해서 똥오줌도 못 가리고 독방에 갇힌 미친개 새끼가 누굴 치료해? 넌 이제 그냥 늙어 빠진 폐인이야!”]쿵-!동시에 스피커에서 거대한 2차 가스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통화가 강제로 끊어졌다.도현의 얼굴이 썩어가는 시체처럼 새하얗게 질려 들어갔다.자신이 '인간의 신'이라 믿었던 오만한 권위가, 세상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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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환각의 방화선

“현 시간부로 병원 가스 배관실 진입 및 화재 진압 작전 개시!”경찰 무전기에서 윤수안 경위의 다급하고 단호한 지휘 음성이 울려 퍼졌다.같은 시각, 폐쇄병동 401호 특수 격리실. 권도현의 시야 속에서 독방의 흰색 방음 벽면이 시뻘건 화염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극심한 공포와 병적인 집착이 빚어낸 끔찍한 시각적 환각이었다. 불길 속에서 전생의 수안이 온몸이 불타는 채로 도현을 향해 손을 뻗으며 비명을 질렀다.‘교수님…… 뜨거워요…… 날 구해줘요…… 이번에도 날 버릴 건가요?’“수안아! 안 돼! 거기서 당장 나와!”도현은 눈이 뒤집힌 채 결박 침대 프레임에 머리를 찧으며 억제대 가죽을 미친 듯이 물어뜯었다.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터져 나오고 어깨관절이 빠질 듯 비틀렸지만, 수안이 불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의 세포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자신을 향한 형벌보다 수안의 죽음이라는 상실이 천 배는 더 두려웠다.새벽 3시, 연쇄 방화범을 가스실 폭발 직전에 제압해 검거한 윤수안이 401호로 돌아왔다. 가운 끝자락에 검은 매연 그을음이 묻어 있었지만, 수안의 눈빛만큼은 차가운 새벽 공기처럼 흔들림 없었다.철컥-!수안이 격리실 문을 열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을 기어 다니던 도현이 미친 듯이 달려와 수안의 구두 코를 부여잡았다.“수안아…… 살아 있었구나…… 다행이야…… 불타 죽지 않았어…….”도현은 피 묻은 손으로 수안의 가운 그을음을 조심스레 닦아내며 어린아이처럼 눈물과 콧물을 흘렸다.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은 여자가 살아 돌아온 것에 안도하며 구걸하는 처절한 종속의 절정이었다. 도현의 손가락이 가운 끝자락을 더듬을 때마다 검은 그을음이 피와 섞여 번졌다. 그는 수안이 실제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듯, 구두 끝과 젖은 소매만 번갈아 바라봤다. 손등이 떨려 얼룩을 제대로 닦지도 못했지만, 손을 놓으면 다시 불길 속으로 사라질 것 같았다.“다친 데는 없어? 어디가 아파?”수안은 대답하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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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짓밟힌 손끝

폐쇄병동 401호의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권도현은 윤수안의 구둣발에 짓밟혔던 오른손을 가슴팍에 소중히 품은 채 태아처럼 웅크려 있었다. 손등에 선명하게 번진 피멍과 부서질 듯한 손가락 관절의 통증이 뼈마디를 파고들었지만, 도현을 진정으로 미치게 만드는 것은 육체의 고통이 아니었다.자신을 인간 이하의 오물처럼 내려다보던 윤수안의 철저한 무관심과 경멸.‘날 봐줘…… 제발 날 의식해 줘…… 날 증오해도 좋으니까 내 존재를 무시하지만 마.’도현의 망가진 뇌 속에서 마지막 남은 오만한 자존심이 병적인 자해성 관심 갈구로 변질되고 있었다. 수안의 시선을 받지 못한다면 숨을 쉬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는 수안의 시선을 다시 끌어당기기 위해, 간호사들이 넣어주는 모든 유동식과 물 한 모금조차 전면 거부하는 극단적인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사흘째 되는 날, 도현의 체중은 뼈만 남을 정도로 급격히 줄었고 입술은 하얗게 터져 피딱지가 앉았다. 극심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으로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던 정오 무렵.철컥-!육중한 철문이 열리며, 단정한 가운 차림의 윤수안이 차트 바인더와 비위관(L-tube) 강제 영양 공급 키트를 든 의료진과 함께 들어섰다. 도현은 몽롱한 시야 속에서 수안의 발소리를 듣고, 마른침을 삼키며 피 묻은 손으로 기어갔다.“수안아…… 왔구나…… 나 너무 배고파. 네가…… 네 손으로 죽 한 숟가락만 직접 떠먹여 줘…….”자신의 굶주림과 쇠약을 빌미로 수안의 직접적인 스킨십과 돌봄을 애원하는 비열한 수작이었다. 하지만 수안은 도현의 몰골에 일말의 동정심도 내비치지 않은 채 차갑고 사무적으로 지시했다.“환자의 병적 식사 거부 및 치료 불응 확인. 신체 억제대 결박 후 즉시 비위관 강제 영양 공급 시행하세요.”“수안아! 아니야! 네 손으로 먹여달란 말이야! 코에 튜브를 꽂지 마!”의료진이 침대 곁에 장비를 놓는 동안 도현은 튜브가 아니라 수안의 발끝만 바라봤다. 그녀가 한 번이라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그 자리에서 물을 마실 수 있을 것처럼 입술을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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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가스라이팅의 부메랑

콧속을 찌르고 깊숙이 들어간 비위관 튜브를 꽂은 채, 권도현은 침대에 사지가 꼼꼼히 결박되어 있었다.위장으로 차가운 영양액이 기계식 펌프의 일정한 박자에 맞춰 주입될 때마다, 뼈마디가 시려오는 지독한 굴욕감이 전신을 난도질했다.지잉-!방탄유리벽 너머로 스크린 셔터가 열리며, 윤수안이 인터폰 마이크 앞에 단정하게 앉았다. 수안은 도현이 과거 명성을 떨치던 시절 펴냈던 저서 [인간 무의식의 지배와 통제]의 한 페이지를 펼치더니, 차분하고 메마른 목소리로 낭독하기 시작했다.[“환자의 극단적인 거식과 자해성 단식은 주치의의 통제권을 빼앗으려는 미숙한 퇴행 행위이다. 이러한 경우, 주치의는 일말의 정서적 교감을 완벽히 차단하고 철저히 비인격적인 강제 처치를 통해 물리적 한계를 각인시켜야 한다.”]수안의 낭독이 스피커를 타고 독방 전체에 얼음장처럼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도현의 충혈된 눈동자가 사납게 흔들렸다.자신이 5년 전, 병동 환자들의 인격을 짓밟고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 학술이라는 이름으로 저술했던 잔혹한 지침. 그 악랄한 문장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바로 지금 자신을 결박하고 통제하는 절대적인 처벌 규정이 되어 고스란히 돌아와 있었다.“어떻습니까, 권도현 씨? 당신이 직접 집필한 완벽한 치료 가이드라인대로 정확히 처치해 드렸는데.”“그만해……! 제발 멈춰!”도현은 코에 꽂힌 튜브를 흔들며 침대 위에서 오열했다.“내가 잘못 썼어……! 그건 학문이 아니야! 사람을 찢어 죽이는 고문이었어! 내가 미친놈이었어!”낭독이 잠시 멈춘 사이에도 영양 펌프의 규칙적인 작동음은 계속됐다. 도현은 그 박자에 맞춰 문장 속 단어를 하나씩 되짚었다. ‘교감 차단’, ‘물리적 한계’.과거에는 환자의 반응을 설명하는 전문 용어라고 믿었던 말들이, 이제는 자신의 목을 조르는 차가운 명령처럼 들렸다.“그 문장을 쓸 때, 누가 그 안에 묶일지 생각했습니까?”수안의 질문은 높지 않았다. 도현은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튜브가 당기는 감각에 다시 멈췄다. 도현은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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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흰 가운의 침묵

도현의 육성 자백 파일이 저장된 다음 날, 수안은 대한정신의학회 임시 조사실에 앉아 있었다.긴 테이블 맞은편에는 도현과 논문을 함께 심사하고 병동 운영에 관여했던 의사들이 흰 가운 차림으로 줄지어 앉아 있었다.가장 먼저 입을 연 교수는 안경을 벗어 천으로 닦았다.“권도현 개인의 일탈입니다. 학회 전체가 알았던 것처럼 말하면 곤란합니다.”수안은 공동 심사자 명단을 화면에 띄웠다. 같은 논문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서명 옆에는 고용량 처방과 장기 격리에 대한 이의가 빠져 있었다.“알았다고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무엇을 확인하지 않았는지 묻겠습니다.”그녀가 첫 번째 문서를 열었다.“이 차트를 읽고 서명했습니까?”“요약본만 봤습니다.”“원본을 요청했습니까?”“권 교수가 직접 책임지는 연구였습니다.”수안은 답을 그대로 기록하게 했다. 옆자리의 의사는 자신은 형식적인 검토자였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당시 기준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말이 길어질수록 수안은 질문을 짧게 줄였다.누가 원본을 보았는지, 이상 반응 보고를 언제 받았는지, 반려 의견을 왜 회의록에 남기지 않았는지.위원이 환자 보호자 민원철을 내놓았다. 같은 연구를 지목한 항의서 여러 장이 접수 도장만 찍힌 채 되돌아가 있었다. 답변란에는 담당 교수에게 전달했다는 문구가 반복됐지만, 전달받은 사람의 서명은 없었다.“처리됐다고 보고받았습니다.”“누구에게 보고받았습니까?”교수는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수안은 그 침묵을 해석하지 않고 민원철의 인계 기록을 요청했다. 확인되지 않은 책임은 남겨 두되, 없던 절차로 꾸미지는 않았다.조사실 뒤편에서 기다리던 젊은 의료인이 진술석으로 나왔다. 손에 쥔 복사지는 여러 번 접힌 자국이 나 있었다.“초안에 처방 중단 의견을 적었습니다. 다음 날 제 이름이 심사 명단에서 빠졌고, 수정본에서는 그 문장이 사라졌습니다.”“삭제를 지시한 사람이 누구입니까?”“권 교수였습니다. 반대하면 이 분야에서 일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습니다.”맞은편에서 헛기침이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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