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그냥 지루했을 뿐이야: Kapitel 31 – Kapitel 40

116 Kapitel

31화

서혜원을 처음 만난 건 재혁이 스물세 살 때였다.청담동에서 열린 친구의 생일 파티.그날도 여자들은 많았다.누가 누구의 딸이고, 어느 집안 자제와 사귄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술잔 사이로 오갔다. 재혁에게는 익숙하고 지루한 자리였다.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다른 남자와 춤을 추고 있었다.재혁은 별다른 관심 없이 시선을 거두려 했다.그런데 문득 아래쪽을 본 순간, 눈길이 멈췄다.맨발이었다.값비싼 구두와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가득한 청담동의 파티 한가운데서, 그녀만 아무렇지도 않게 구두를 벗어던진 채 맨발로 춤을 추고 있었다.구두는 어디에 벗어놓았는지 보이지도 않았다.재혁은 저도 모르게 다시 그녀를 바라봤다.이상한 여자네.그때 혜원이 고개를 돌렸다.눈이 마주쳤다.그녀는 당황하지도,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춤을 추면서 그대로 재혁을 바라봤다.그러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마치 아까부터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재혁은 그 순간 처음 생각했다.위험한 여자다.그리고 거의 동시에 두 번째 생각이 들었다.갖고 싶다.훗날 돌이켜보면 경고는 처음부터 충분했다.맨발로 남의 파티장을 돌아다니던 그 여자는 애초에 누구도 정해 놓은 선 안에 머물 사람이 아니었다.예쁘다거나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먼저 든 감정이었다.화장실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에서 다시 그녀와 마주쳤다.혜원은 여전히 맨발이었다.이번에는 한 손에 벗어둔 구두를 들고 있었다.재혁을 발견한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구두 한 짝을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신겨 줄래요?”부탁이라기보다는 도발에 가까운 말투였다. 재혁은 잠시 혜원을 바라보다 말없이 구두를 받아 들었다.그녀 앞에 몸을 낮췄다. 가느다란 발목을 잡아 구두를 신겨 주는 순간, 자연스럽게 시선이 위로 향했다.곧게 뻗은 종아리와 매끈한 다리.아름답다고 생각했다.구두를 신겨 주고도 재혁의 손은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발목에 머물던 손이 천천히 종아리를 타고 올라갔다.혜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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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걔 누구야.”“친구.”“친구랑 그렇게 붙어 있어?”혜원은 대답 대신 웃었다. 그 웃음이 재혁을 미치게 했다.“너 나랑 사귀는 거 아니야?”그러자 혜원이 되물었다.“우리 사귀었어?”그 한마디 때문에 죽도록 싸운 적도 있었다.며칠씩 연락을 끊었다가 결국 먼저 찾아가는 사람은 재혁이었다.혜원은 잡힐 듯하면 멀어졌고, 정말 놓아버리려 하면 다시 나타났다.재혁은 점점 더 깊이 빠졌다. 혜원 역시 재혁에게 집착했다.다만 두 사람의 집착은 방향이 달랐다.재혁은 혜원을 자신의 곁에 붙잡아두고 싶어 했고, 혜원은 자신을 붙잡으려는 재혁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것이 되는 건 싫어했다.그 모순 때문에 두 사람은 사랑할 때만큼이나 격렬하게 싸웠다. 헤어지자는 말도 수도 없이 했다.다시는 보지 말자고 문을 닫고 나간 다음 날, 서로의 집 앞에 찾아간 적도 있었다.재혁은 그때는 몰랐다. 혜원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혜원은 애초에 한 사람에게 정착하는 방식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여자였다.그리고 재혁은 하필 그런 여자를 만난 것이었다. 재혁이 혜원과 결혼하고 싶다고 처음 생각한 건, 그녀와 가장 엉망으로 싸우고 헤어진 뒤였다. 이제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함께 클럽에 갔다. 진탕 마시고, 아무 여자와 자버릴 생각이었다.시끄러운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 아래, 처음 보는 여자와 붙어 앉아 술을 마셨다. 여자는 재혁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며 계속 웃었다.재혁도 적당히 맞춰 웃었다.“잠시만. 화장실 좀.”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혼자 남은 재혁은 테이블 위의 진토닉을 집어 단숨에 비웠다.모르겠다, 젠장.취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머릿속에는 여전히 한 여자밖에 없었다. 그때였다.누군가의 손이 재혁의 뒷덜미를 감쌌다.“뭐야, 벌써—”여자가 돌아온 줄 알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입술이 막혔다. 갑작스러운 키스였다. 재혁은 반사적으로 상대를 떼어내려 했다. 그런데 멈췄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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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서하는 한동안 눈만 깜빡였다.어디지.고개를 돌리는 순간 기억이 돌아왔다.통유리창, 한강의 야경, 남자. 어젯밤. “……미쳤어.”서하는 이불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차라리 술에 취했으면 좋았을 텐데. 취하지도 않았다. 그 남자가 억지로 데려온 것도 아니었다.차에 타지 않을 수도 있었고, 집 앞에서 돌아설 수도 있었다. 그가 자신에게 손을 뻗었을 때 밀어낼 수도 있었다.그런데 어느 것 하나 하지 않았다.오히려—서하는 생각을 끊어버렸다. 더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침대 옆을 바라봤다.재혁은 없었다. 그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아주 조금 허전했다. 그 감정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서하는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흩어진 옷을 주워 입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하다가 문득 멈췄다. 거울 속 얼굴이 평소와 조금 달라 보였다. 뭐가 달라진 건지는 알 수 없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유건이었다.[누나 일어났어?]서하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평소라면 웃으면서 답했을 메시지였다.그런데 오늘은 손가락이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젯밤의 재혁이 떠올랐다.낮은 목소리, 자신을 바라보던 눈, 손을 잡았을 때 느껴지던 체온.“왜 비교해.”서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비교할 이유가 없었다. 유건과 재혁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유건은 어렸다. 솔직했고,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래서 유건과 함께 있을 때면 마음이 편했다.재혁은 정반대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오면서도 여유로웠고, 자신을 원하는 눈빛을 숨기지도 않으면서 정작 마음속에는 한 발짝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남자였다.그래서 불편했다.그런데—서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불편함이 싫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오늘 저녁에 볼래?]서하는 한참이나 메시지를 바라보다 답장을 보냈다.[그래]보내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다. 그때 침실 문이 열렸다.서하가 고개를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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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채원.서하는 읽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유건 손의 휴대폰 화면이 저절로 눈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유건은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별다른 표정 없이 화면을 껐다. 평소 같았으면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둘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에게 누구도 만나지 말자는 약속을 한 적도 없었다. 유건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자신 역시—어젯밤 다른 남자와 잤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가슴 안쪽이 서늘해졌다. 자신도 떳떳하지 못하면서 유건의 휴대전화에 신경 쓰고 있었다.재혁의 이름을 마음속에 품은 채, 유건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 입이 먼저 움직였다.“채원이야?”유건이 고개를 들었다.“응”“친해?”유건의 눈에 잠깐 묘한 기색이 스쳤다.“그냥 동기”“그냥?”“왜?”유건이 웃었다.“궁금해?”“아니”서하는 곧바로 부정했다. 너무 빠르게 대답한 탓에 오히려 마음이 들킨 것 같았다.“화면에 이름 보여서”“아”유건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게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설명하지 않는 유건도, 설명을 바라는 자신도 낯설었다.서하는 물잔을 들었다. 묻고 싶었다.채원하고 무슨 사이인지, 둘이 따로 만나는지, 혹시 자는 사이인지, 그런데 물을 수가 없었다.무슨 자격으로?자신과 유건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 처음 만난 날부터 서로의 가장 내밀한 곳을 보여줬어도, 서로의 연인이 되자고 약속한 적은 없었다.더구나 어젯밤의 자신을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었다.유건에게 채원과 무슨 사이냐고 묻는 순간, 자신은 재혁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그 이름을 입 밖에 내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질 것 같았다.재혁과 잤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뒤에도 계속 재혁을 떠올리고 있다는 사실까지 들킬 것 같았다.서하는 물을 한 모금 삼켰다.“근데 누나”유건이 불쑥 말했다.“응?”“누나는 다른 남자 만나?”서하의 손이 멈췄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마치 방금 전까지 숨겨두었던 생각을 유건이 정확히 건드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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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하루는 채원이 유건의 품에 누운 채 말했다.“우리 겨울에 여행 갈래?”“어디를”“아직 안 정했어. 유럽도 좋고. 동남아도 좋고”“근데 왜 나야?”채원이 당연하다는 듯 손가락을 접기 시작했다.“네가 영어도 잘하고 중국어도 잘하잖아. 길도 잘 찾고”“그게 다야?”“몸도 좋으니까 보디가드도 해주고”채원이 씩 웃었다.“밤에도 같이 섹스하고. 너 딱이야”유건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가이드에 보디가드에 밤 상대까지?”“응. 가성비 최고”“웃겨”유건이 웃다가 문득 물었다.“그럼 남친은 왜 사귀는 거야?”채원의 얼굴에 아주 잠깐 그늘이 스쳤다.순간적인 변화였다.유건이 못 봤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채원은 금세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왔다.“남친은…… 굳은살?”“뭐?”“굳은살”“그게 뭔 소리야”채원은 천장을 바라봤다.“오래돼서 있는 게 너무 당연한 거”“…….”“떼어내면 아플 것 같아서 그냥 두는 거”유건의 웃음이 조금씩 사라졌다.“좋아서 만나는 게 아니라?”채원이 잠시 생각했다.“좋아하지”“근데?”“좋아하는 거랑 설레는 건 다른 거잖아”유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그럼 나는?”채원이 고개를 돌렸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너?”“나는 뭐냐고”채원이 웃었다.“너는 새살?”“뭐래”유건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웃음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채원이 자신을 남자친구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는 관계였다.둘은 연인이 아니었다.서로에게 책임질 것도, 질투할 것도, 누구를 만나지 말라고 할 권리도 없었다.그런데 요즘은 이상했다. 섹스보다 그 뒤가 길어지고 있었다.여행 이야기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서로의 하루 안으로 조금씩 들어가고 있었다.유건은 문득 생각했다.이건 원래 우리가 하기로 한 게 아닌데.그때 채원이 말했다.“근데 진짜 같이 가자”“어딜”“여행”“남친이랑 가”“싫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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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재혁과 서하가 다시 마주친 것은 일주일 뒤였다. 이번에는 침대도, 와인바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그의 집도 아니었다.회의실이었다.“진 팀장님, 이쪽 자료 부탁해요.”“네”서하는 노트북을 연결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멈췄다.회의실 맞은편 문이 열리고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수직원 5명과 함께 들어왔다.박재혁.순간 서하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재혁 역시 걸음을 아주 잠깐 늦췄다. 정말 잠깐이었다.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돌아왔다.“안녕하세요. 박재혁 전무입니다.”낮고 차분한 목소리. 서하는 기가 막혔다. 그 목소리가 며칠 전에는 침대에서 자신을 불렀다. 몇 번이고, 서하의 가슴을 움켜쥐고, 깊숙이 안에 들어와서는 신음을 내며 ‘넌 내꺼야’라고 했었다. 그런 남자가 지금은 처음 보는 사람처럼 명함을 내밀고 있었다.서하도 표정을 정리했다.“진서하 팀장입니다.”명함을 주고받았다. 재혁의 손가락이 명함 끝을 잡았다. 서하는 그의 손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하필 손부터 기억났다. 그녀의 두 구멍을 헤집던, 그리고 애액을 문지르던 그 손가락.젠장.“잘 부탁드립니다.”“저야말로”재혁의 시선이 아주 잠깐 서하의 얼굴에 머물렀다. 그게 전부였다. 회의가 시작됐다. 서하는 곧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료를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고, 수정된 수치를 바로 찾아냈다.“그 조건이면 저희 쪽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상대 회사 팀장이 말했다. 서하가 화면을 넘겼다.“그래서 대안을 같이 준비했습니다.”재혁은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자신에게 안겨 있던 여자도, 자신의 강한 피스톤에 찡그리면서 황홀에 젖던 여자도 아니었다. 말이 빨라지지도 않았고, 상대가 반박해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놓친 숫자를 정확하게 짚었다.“전무님”옆에 앉은 직원이 작게 불렀다.“네”“이 조건으로 가면 어떨까요?”재혁이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잠깐만”그리고 다시 서하를 바라봤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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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전무님?”서하의 목소리에 재혁이 상념에서 깨어났다.“제 설명에 문제 있습니까?”재혁이 그녀를 바라봤다.단정한 셔츠, 가지런히 정리된 머리., 흐트러짐 없는 표정. 그런데 테이블 아래에서 펜을 쥔 손에는 조금 힘이 들어가 있었다. 긴장하고 있었다. 재혁은 그것을 알아보았다. 그런데도 피하지 않는다.그 인턴도 그랬다.그리고 지금 진서하도.재혁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에게는 오래된 취향이 하나 있었던 모양이었다. 강한 여자가 좋았던 게 아니다. 두려움이 없는 여자도 아니었다. 두려워하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여자.그리고 모두가 보는 단단한 얼굴 뒤에, 자신만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얼굴을 가진 여자.재혁은 천천히 펜을 내려놓았다.“아니요.”서하와 시선이 마주쳤다.“계속하시죠, 진 팀장님”서하가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재혁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곤란했다. 아주 오래전, 한 번 제대로 빠져본 종류의 여자였다.---------회의가 끝났다.“수고하셨습니다.”의자가 밀리고 서류가 덮였다. 두 시간 가까이 팽팽했던 회의실의 공기가 그제야 느슨해졌다. 서하는 노트북을 닫았다. 긴장이 풀리자 손끝이 조금 떨렸다.잘 끝났다. 적어도 할 말은 다 했다. 상대가 전무든 뭐든 물러서지 않았고, 준비해온 안도 지켜냈다. 문제는 그 전무가 박재혁이었다는 거지만.“진 팀장님”서하가 고개를 들었다. 재혁이었다.“잠깐 제 방으로 오시겠습니까?”순간 주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서하에게 모였다.“아까 말씀하신 수정안 관련해서 확인할 게 있습니다.”완벽하게 업무적인 말투였다. 서하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네. 자료 챙겨가겠습니다.”전무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었다.큰 책상과 회의용 테이블, 소파. 통유리창 너머로 서울이 내려다보였다.서하는 들어오자마자 생각했다. 집이랑 똑같네. 쓸데없는 게 하나도 없다.“커피 드릴까요?”비서가 물었다.“괜찮습니다.”서하가 대답했다. 재혁은 재킷 단추를 풀며 말했다.“저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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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여기 회사예요”“알아”“밖에 비서도 있고”“그것도 알고”“그런데요?”재혁은 잠시 서하를 바라봤다. 그러다 아주 낮게 말했다.“회의할 때는 그렇게 잘 쳐다보더니”“…….”“왜 지금은 못 봐요”서하가 바로 그를 바라봤다.“보고 있잖아요”재혁이 웃었다. 그 순간이었다. 아주 작은 선 하나가 넘어갔다.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있었다. 비서가 언제든 노크할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들은 전무와 팀장이었다. 그 사실 때문에 오히려 공기가 더 팽팽해졌다.서하가 작게 말했다.“문 잠겨 있어요?”재혁의 눈빛이 달라졌다. 잠시 침묵. 그러다 재혁이 물었다.“잠가줄까요?”서하는 그를 바라봤다.“아니요, 그럴 필요없어요.“그리고— 대답 대신 맞잡은 손에 조금 힘을 주었다. 먼저 키스한 건 서하였다. 회의실에서부터 재혁의 것을 상상하느라 힘들었다. 당장이라도 그의 앞에 다리를 벌리고 넣고 싶었다. 그가 말할 때마다 그 입술로 자신의 젖꼭지를 애무해주기를 바랬다. 이미 흥건한 서하의 안을 재혁의 손가락이 헤집기 시작했다. 쇼파 위에 반쯤 누운 서하의 스커트를 위로 말아올리고, 재혁이 바지 지퍼 사이로 커다란 성기를 꺼냈다. 이미 단단해지고 팽창되서 터질 것만 같았다. 귀두 끝에서 끈적한 액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언제부터 이런 거에요?”서하가 귀두 끝의 액체를 살짝 만지며 물었다. “회의실에 너가 들어올 때부터”재혁이 거칠게 서하의 스타킹을 찢어서, 팬티를 젖히고는 바로 넣어버렸다. “아.,, 으읍”서하가 절제된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재혁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인다. 그 작은 몸짓에도 서하는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이 표정이다. 어느새 입을 살짝 벌리고 눈이 풀린 서하를 보면서 재혁이 생각한다. 아까 까지도 그렇게 단정하던 여자가 이렇게 자신의 아래에 깔려서 자신의 자지로 인한 쾌락에 젖어들고 있다. 갖고 싶어. 계속 이렇게 범하고 싶어. 재혁의 허리 반동 속도가 빨라진다. 서하가 다리로 재혁의 등을 꽉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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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유건의 표정도 조금 누그러졌다.“그러면서 연락도 안 하고”“바빴어”“맨날 바쁘대”“진짜 바빴어 한국 들어온지도 일주일밖에 안됐다고 ”유건이 피식 웃었다. 유건 엄마는 그런 아들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유건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얼굴 좀 보자”“뭘 봐”“살 빠졌나”“안 빠졌어”“밥은 잘 먹고?”“응”“학교는?”“잘 다니고”잠깐 뜸을 들이던 그녀거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만나는 사람은?”유건의 눈썹이 올라갔다.“왜 갑자기?”“궁금하니까”“없어”“정말?”“응”그녀가 묘하게 웃었다.“재미없게 사네”“엄마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왜?”“요즘 엄마야말로 재미없어 보이는데”와인잔을 돌리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내가?”“응”“아닌데”“맞는데”그녀는 대답 대신 창밖을 바라봤다. 남산타워의 불빛이 유리창 너머로 반짝였다. 그러다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오래 가지고 있던 걸 하나 정리해서 그런가”“잘했네”유건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필요 없는 건 버려야지”그녀가 천천히 아들을 바라봤다.“……그러게”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은 웃지 않았다. 유건은 알아채지 못했다.그때 웨이터가 조용히 테이블 곁으로 다가왔다.“오늘도 평소 드시던 것으로 준비해드릴까요?”그녀는 메뉴판을 펼쳐보지도 않은 채 고개를 들었다.“네. 그렇게 해주세요”“전채는 캐비아로 준비하고, 메인은 지난번처럼 양갈비로 드릴까요?”“아니요”그녀가 잠시 생각하다 창밖을 바라봤다.“오늘은 생선이 좋겠네. 오늘 들어온 건 뭐가 좋아요?”“도버 솔이 아주 좋습니다.”“그럼 그걸로 해주세요. 버터는 조금만”“알겠습니다.”웨이터가 자연스럽게 유건 쪽을 바라봤다.“아드님께서는 지난번과 같이 안심으로 준비해드릴까요?”유건이 메뉴판을 집어 들다가 멈췄다.“제 것도 기억하세요?”웨이터가 부드럽게 웃었다.“물론입니다”그녀가 와인잔 너머로 유건을 바라보며 웃었다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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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그때 웨이터가 메인 접시를 치우고 디저트 메뉴를 가져왔다. 그녀는 보지도 않았다.“저는 늘 먹던 걸로 주세요.”“바닐라 밀푀유 말씀하시는 거죠?”“네. 커피도 같이”“평소처럼 에스프레소로 준비하겠습니다.”유건이 웃었다.“진짜 여기 직원들이 엄마보다 엄마 취향을 더 잘 아는 것 같다”“그러니까 편하지”“난 뭐 먹지”그녀가 유건을 바라봤다.“초콜릿 먹어”“왜?”“너 초콜릿 좋아하잖아”“내가 언제”“어릴 때부터”“그건 어릴 때고”“입맛은 잘 안 변해”유건이 결국 초콜릿 디저트를 주문하자 여자가 보란 듯이 웃었다.“거봐”“우연이야”“네, 네”식사가 끝날 무렵 여자의 와인잔도 거의 비어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한 모금을 천천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맛있었다”“엄마가 사니까 더 맛있네”“얘 좀 봐”그녀그 웃으며 냅킨으로 입가를 가볍게 눌렀다.“다음엔 네가 사”“내가 여기 어떻게 사”“알바해”“아들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스무 살이면 성인이야”“아까는 애 취급하더니”“내 아들이니까 애지”그녀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유건이 피식 웃었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났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응”그녀는 드레스 자락을 가볍게 정리하고 홀 안쪽으로 걸어갔다. 굽이 있는 구두를 신었는데도 걸음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등을 곧게 편 자세와 느긋한 걸음. 지나가던 직원이 자연스럽게 한 걸음 비켜 길을 내주었다.“편안한 식사 되셨습니까?”“네. 오늘도 좋았어요”그녀가 웃으며 지나갔다.“디저트는 조금 있다 가져다주세요”“알겠습니다”화장실은 홀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복도 끝에 있었다. 여자는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그리고 모퉁이를 도는 순간— 누군가와 부딪칠 뻔했다.“어머”“아, 죄송합니다.”그녀가 한 걸음 물러섰다. 맞은편에 서 있던 여자 역시 놀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제가 못 봤어요.”“괜찮아요.”그녀가 부드럽게 웃었다. 여자도 따라 미소 지었다.“죄송합니다.”두 사람은 그대로 서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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