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서하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한동안 천장을 바라봤다. 낯설었던 호텔 천장이 이제는 제법 익숙했다. 옆에서는 유건이 자고 있었다. 서하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처음 이 방에 들어왔던 금요일 새벽에는 모든 게 충동적이었다. 서울에서 갑자기 버스를 타고, 새벽 세 시에 속초에 도착하고, 호텔 직원의 묘한 시선을 받으며 방을 잡았다.그런데 고작 사흘을 있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이 방을 떠나는 게 아쉬웠다. 바닥에는 유건의 운동화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고, 의자에는 서하의 카디건과 유건의 후드티가 겹쳐 걸려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어제 먹다 남은 닭강정 상자와 빈 맥주캔, 충전기 두 개, 편의점에서 산 생수, 시장 봉투.며칠 사이 둘이 만들어놓은 생활의 흔적이었다. 서하는 휴대전화를 집었다.오전 9시 12분. 잠금 화면에 알림이 몇 개 떠 있었다.회사 메일, 단체 채팅방, 광고.그리고— 박재혁.서하의 손가락이 멈췄다. 부재중 전화 한 통. 금요일 밤이었다.그 아래에는 메시지도 있었다.[뭐해?]그리고 어제 오후에 하나 더.[전화 한번 해]서하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이상했다. 재혁에게 연락이 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자신이 이걸 이제야 제대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금요일 밤에도 분명 봤다.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는 것을. 토요일에도 메시지가 온 것을 알았다.그런데 그냥 넘겼다. 나중에 해야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그러고는 잊었다. 완전히. 서하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조금씩 사라졌다. 재혁을 잊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 사흘이나 걸렸다.최근 며칠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회사에서 마주치지 않는 날에도 문득 생각났고, 연락이 없으면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그의 집에서 돌아온 날이면 냄새가 남아 있는 것 같았고, 며칠 만나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나눴던 말이 떠올랐다.자신이 먼저 연락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날에는 오히려 더 많이 생각했다.그랬는데— 속초에서는 아니었다.바다를 걸을 때도, 시장에서 국수를 먹을
Zuletzt aktualisiert : 2026-09-07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