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그냥 지루했을 뿐이야: Kapitel 41 – Kapitel 50

116 Kapitel

41화

여기 오기 직전까지도 서하는 재혁의 집에 있었다. 어젯밤부터였다.처음에는 정말 잠깐 들렀다 나올 생각이었다. 늦어도 자정 전에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고, 아침이 되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계획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한 번의 섹스가, 두 번, 세 번이 되었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고, 아침이 지나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커튼을 제대로 치지 않은 거실에는 늦은 오후의 햇빛이 길게 들어와 있었다. 소파 아래에는 어젯밤 벗어둔 재혁의 셔츠가 떨어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마시다 만 물과 식어버린 커피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서하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 한동안 창가에 서 있었다.한강 위로 햇빛이 반짝였다. 너무 평범하고 밝은 오후였다. 그래서 지난밤부터 이어진 시간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돌아보지 않아도 재혁인 것을 알았다. 익숙해져 버린 향이 먼저 다가왔다. 머스크와 그 아래 묵직하게 깔린 우디 향. 재혁은 뒤에서 서하를 안았다. 가슴을 움켜쥐고 서하의 목덜미를 빨았다. 서하가 신음을 내며 재혁의 머리를 잡고 키스를 했다. “몇 시에 나간다고 했지?”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일곱 시.”“아직 멀었네.”서하가 뒤를 돌아봤다.재혁은 회사에서 보던 모습과 전혀 달랐다. 편하게 걸친 얇은 면 티셔츠 아래로 단단한 어깨와 가슴의 윤곽이 엿보였고, 늘 흐트러짐 없던 머리도 조금 헝클어져 있었다.회의실에서는 누구 하나 쉽게 말을 붙이지 못하게 만드는 남자.잘 재단된 수트와 반듯하게 정돈된 머리,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그런 남자가 지금은 맨발에 팬티, 면 티셔츠 하나만 걸친 채 제 앞에 서 있었다.서하는 이상하게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아무에게나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은 모습.밤을 지나 아침을 맞고, 다시 오후가 될 때까지 자신과 같은 공간에 있었기에 볼 수 있는 박재혁의 흐트러진 모습이었다.자신과 단둘이 있을 때만 그 단정한 표면에 금이 갔다. 서하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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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현관문이 열렸다. 혜원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향이 먼저 닿았다. 우디 향이 희미하게 섞인 머스크. 오래전부터 재혁이 쓰던 향이었다.혜원은 천천히 구두를 벗었다. “여전하네.” 집은 거의 변한 것이 없었다. 거실의 소파도, 창가의 낮은 테이블도,
벽에 걸린 그림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창까지. 혜원은 자연스럽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치 몇 달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온 사람처럼.재혁이 뒤에서 말했다. “커피?” “응.” “뭐로.” 혜원이 돌아봤다. “그걸 물어봐?” 재혁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혜원은 웃었다. “아직 기억하잖아.” 잠시 후 재혁이 주방으로 향했다. 혜원은 혼자 거실에 남았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실 그녀는 이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확인하고 있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자신이 마지막으로 왔을 때와 무엇이 바뀌었는지. 별것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봐. 그대로잖아. 혜원은 창가로 다가갔다. 한강 위로 늦은 오후의 빛이 부서지고 있었다. 법원에서 받은 종이 몇 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녀에게 이혼은 아직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재혁과 자신은 수도 없이 싸웠다. 헤어졌고, 다시 만났고, 서로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해놓고 결국 같은 침대에서 아침을 맞았다. 이번이라고 다를 게 있을까. 조금 오래 걸렸을 뿐이었다. 혜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재혁이 정말 자신을 버릴 수 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 지금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여기.” 재혁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혜원은 잔을 들었다. 한 모금 마시고 웃었다. “똑같네.” 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거.” “기억은 하니까.” 그 말에도 혜원은 상처받지 않았다. 오히려 희미하게 웃었다. 기억하잖아. 그거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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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그때는 이 풍경이 두 사람의 것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변하는 것은 계절과 빛뿐이고, 자신들이 나눈 약속만큼은 강물처럼 오래 흘러갈 거라고. 하지만 강은 늘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흐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뜨거운 머그잔이 입술에 닿았지만, 목 안으로 넘어가는 것은 커피인지 오래된 기억인지 알 수 없었다.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창밖도, 이 집도. 그리고 어쩌면— 자신과 재혁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야만 지금 이 자리에 다시 앉아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과거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었을 뿐이라고, 두 사람 사이에 남은 침묵도 언젠가는 예전처럼 메워질 수 있다고. 그러나 재혁의 굳어진 표정은 그 믿음에 작은 금을 내고 있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재혁과 지금 눈앞의 재혁 사이에는, 강물만큼이나 깊고 어두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그의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창밖의 노을보다 먼저 그녀의 마음을 서늘하게 물들였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았다. 같은 풍경을 보고 있는데도, 이제는 자신만 그때의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가끔 생각했어.” “뭘.” “우리가 진짜 끝난 건가.” 재혁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끝났어.” 짧았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간단해?” “간단하지 않았어.” “그런데 당신은 너무 멀쩡해 보여.” “그럼 내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데.” 그녀가 웃었다. “모르겠어.” 잠깐의 침묵. “조금은 엉망일 줄 알았나 봐.” 재혁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왜.” “나 없으니까.” 너무 당연하게 나온 말이었다. 재혁이 헛웃음을 흘렸다. “여전하네.” “뭐가?” “그 자신감.” “자신감 아니야.” 그녀가 재혁을 똑바로 바라봤다. “당신이 나를 어떻게 사랑했는지 아니까.” 재혁의 얼굴에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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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그렇다고 정말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딱 하나가 있었다. 결혼. 정확히는 결혼 비슷한 이야기. 혜원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집안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남자가 있었다. 다른 재벌가의 아들. 그쪽도 혜원과 비슷했다.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가 다른 자식. 그 집에서도 경영권과는 적당히 떨어진 위치였다. 그래서였을까. 어른들은 둘을 유난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둘이 나중에 결혼하면 되겠네.” 처음에는 어른들의 농담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십 년 넘게 듣다 보면 농담과 약속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첫 경험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이었다. 두 집안은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함께 휴가를 떠났다. 이번에는 하와이였다. 어른들은 골프를 치거나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냈고, 자식들은 각자 알아서 놀았다. 혜원에게도 특별할 것 없는 가족여행이었다. 그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혜원은 그를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명절보다 자주 얼굴을 봤고, 양가 식사 자리에서는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았다. 어른들은 둘을 보며 언젠가 결혼시키면 좋겠다는 농담을 했다. 그래서 오히려 남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 오래 알았다.잘생겼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키가 큰 것도,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국제학교에 들어가 취미로 미식축구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달랐다. 그날 전까지는. 혜원은 수영장 옆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그러다 바다 쪽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가 있었다. 서핑보드를 옆구리에 끼고 바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혜원은 처음에는 그냥 바라봤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책을 조금 내렸다. 햇빛을 받은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물은 관자놀이를 타고 턱 끝에 맺혔다가 목선을 따라 흘러내렸다.바다에서 걸어 나오는 그의 모습은 혜원이 기억하던 것과 어딘가 달랐다. 어깨가 저렇게 넓었던가. 취미로 미식축구를 한다는 이야기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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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누가 먼저였는지는 나중에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어느 순간 입술이 닿았다. 처음에는 확인하듯 짧았다.떨어졌다가, 다시 닿았다. 두 번째는 조금 길었다.그가 혜원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조금 전까지 손바닥으로 장난스럽게 눌러보던 단단한 몸에 이번에는 자신의 몸 전체가 닿았다. 혜원은 순간 숨을 멈췄다. 하와이에서 느꼈던 그 낯선 감각이 다시 올라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훨씬 선명했다.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 정말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렸던 사람처럼. 혜원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는 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었다. 처음 마주한 알몸이 민망해 혜원이 몸을 움츠리면 억지로 손을 치우지 않았고, 긴장을 풀 때까지 기다렸다.입을 맞추고, 끌어안고, 천천히 몸을 익혀갔다. 처음에는 혜원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다.어디에 손을 두어야 하는지도,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지도. 그저 그의 손길을 따라갔다. 처음 느끼는 감각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뜨겁다가 서늘했고, 간지럽다가 어느 순간에는 몸 깊숙한 곳이 묵직해졌다.혜원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그는 계속 괜찮은지 물었다. 혜원이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기다렸고,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천천히 그녀를 어루만졌다.그래도 처음은 낯설었다. 몸 안쪽을 가득 채우는 묵직한 감각과 얼얼함에 혜원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아파?” 혜원은 한참 뒤에야 고개를 저었다. 아픈 것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복잡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낯설고, 조금 무섭고, 그런데 이상하게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그날 혜원은 처음 알았다. 사람의 몸이 다른 사람 때문에 이렇게까지 예민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음 날, 혜원은 또 그를 만났다. 그다음 날도. 처음의 어색함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사라졌다. 두 번째에는 조금 덜 긴장했고,세 번째에는 먼저 입을 맞췄다. 몇 번을 거듭하면서 혜원은 자신의 몸을 알아갔다.어떤 손길에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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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그래서 장난을 걸었다. 구두 한 짝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신겨 줄래요?” 재혁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 순간 혜원은 자신이 무엇을 건드렸는지 어렴풋이 알았다. 그런데 우습게도 먼저 무너진 것은 재혁이 아니었다. 혜원이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고, 손끝이 자신에게 닿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예상과 달라졌다. 자기가 먼저 시작한 장난이었다. 어디까지 참는지 보고 싶었고, 얼마나 자신을 원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그 남자의 억눌린 욕망이 자신을 향해 열리는 순간, 혜원은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전율에 휩싸였다. 그날 차 안에서 그의 몸을 끌어당기고 단단해진 성기를 안에 넣었을 때 문득 다른 남자가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옆에 있던 남자, 두 집안이 오래전부터 농담처럼 짝지어놓은 남자. 그는 시베리안 허스키 같았다. 크고 아름답고 힘이 셌다. 운동으로 잘 다져진 몸을 가졌고,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혜원에게 그는 익숙했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았고, 화를 내도 어디까지 화를 낼지 알았으며, 혜원이 달아나면 얼마쯤 따라오다 웃어버릴지도 알았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곁에서 살아온 동물처럼. 자신과 비슷한 세계에서 태어나,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규칙을 배운 남자. 혜원은 그 남자를 두려워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재혁은 달랐다. 늑대였다. 누군가의 집에서 태어나 목줄을 배운 적 없는 것 같은 남자. 눈밭과 숲을 혼자 지나오며 살아남는 법부터 배운 짐승. 물론 실제 늑대는 고독한 동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족을 이루고, 짝과 새끼를 중심으로 긴밀한 무리를 만드는 동물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했다. 아무에게나 곁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자기 무리와 그렇지 않은 존재 사이에 선명한 경계가 있다는 것. 한번 자신의 영역 안으로 받아들인 존재에게는 쉽게 무관심해지지 않는다는 것. 혜원은 그때는 그것을 몰랐다. 그저 재혁의 눈이 좋았다. 먹이를 발견한 짐승처럼 번들거리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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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목요일 밤, 야근을 하고 돌아온 서하는 좀체 잠을 이루지 못했다.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운 게 열두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몸은 피곤했다. 어깨는 뻐근했고 눈도 따가웠다. 내일 아침 여섯 시에는 일어나야 했다.그런데 이상하게 정신만 또렷했다. 서하는 유튜브에서 빗소리 영상을 찾아 틀었다. 검은 화면 위로 ‘10 HOURS RAIN SOUNDS FOR SLEEP’이라는 제목이 떠 있었다. 휴대전화를 뒤집어 협탁에 내려놓고 불을 껐다.사아아— 일정한 빗소리가 어두운 방을 채웠다.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았다. 서하는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십 분, 이십 분. 다시 눈을 떴다. 천장이 어렴풋이 보였다. 차가운 베개에 뺨을 대고 눈을 감았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았다.“아, 진짜.”결국 서하는 다시 휴대전화를 집었다.11시 47분. 내일 출근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가 더 우울해졌다. 지루했다. 아니, 지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몰랐다.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회의를 하고, 밥을 먹고, 다시 회의를 하고,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눕는다.그리고 잠들면 다시 아침. 최근 몇 주가 전부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는 오늘 밤만큼은 그 반복에서 조금 비껴나 있는 것 같았다.서하는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다. 이번에는 메신저를 열었다.별생각 없이 대화 목록을 내리다가 손가락이 멈췄다.박유건.마지막 대화는 어제였다.[누나][왜][배고파][밥 먹어][사줘][싫어]그 뒤로 유건이 보낸 우는 이모티콘 세 개. 서하의 입가가 조금 올라갔다. 귀엽네. 뭐해. 두 글자를 썼다가 지웠다. 이 시간에 연락해서 뭐 하게. 내일 회사도 가야 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려는 순간이었다.우웅—손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 화면에 이름이 떴다.박유건.서하는 눈을 깜빡였다. 타이밍 한번 귀신 같네. 전화를 받았다.“왜.”— 안 자네.“자려고 했거든.”— 근데 왜 받았어?“전화가 왔으니까.”유건이 웃었다. 수화기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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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너 때문에 내일 연차까지 썼어.”“잘했네.”“뭘 잘해.”“누나 회사 안 망해.”“내가 잘릴 수는 있지.”“그럼 내가 먹여 살릴게.”서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네가?”“응.”“뭘로.”유건이 잠깐 생각했다.“알바 두 개 할게.”서하는 결국 소리 내 웃었다.“됐어. 내가 벌게.”“그럼 나 먹여 살려.”“더 싫어.”둘의 웃음소리가 텅 빈 버스 안에서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서하가 황급히 앞쪽을 살폈다. 두 승객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조용히 해.”“누나가 웃었잖아.”“네가 웃겼잖아.”“쉿.”유건이 검지를 입술에 가져갔다. 서하가 그 손을 툭 쳤다. 그러다 둘 다 입을 다물었다. 버스가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서울의 불빛이 점점 멀어졌다.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불편하지 않았다.서하는 눈을 감았다. 몸이 조금씩 이완됐다. 야근으로 뭉쳐 있던 어깨도, 집에서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던 생각들도 버스의 일정한 진동 속에서 조금씩 흐려졌다.그때 손등에 무언가 닿았다. 서하는 눈을 뜨지 않았다. 유건의 새끼손가락이었다. 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잠시 뒤 다시 닿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서하가 눈을 떴다.“뭐해.”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무것도.”“손.”“손이 왜.”“닿았잖아.”“좁아서.”서하는 주변의 텅 빈 좌석들을 한번 둘러봤다.“여기가?”유건이 웃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아예 손바닥을 위로 펼쳤다. 잡으라는 듯. 서하는 그 손을 내려다봤다.“유치하게.”그러면서도 손을 올렸다. 유건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들어왔다. 손이 컸다. 그리고 따뜻했다. 그뿐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 의식됐다. 둘은 연인이 아니었다. 사귀자는 말을 한 적도 없었다. 서로에게 다른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약속한 적도 없었다.그런데 목요일 밤, 사람도 거의 없는 속초행 버스에서 둘은 너무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있었다. 유건이 엄지로 서하의 손등을 천천히 쓸었다. 서하가 창밖을 보며 말했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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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옆에는 열두 살 어린 남자가 있었고, 자신은 내일 회사에도 가지 않는다. 도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하면 웃음이 날 것 같았다. 유건이 숨을 고르며 서하를 바라봤다. 서하 역시 그를 바라봤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목적지조차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속초로 가고 있다는 사실보다, 자신들이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선명했다. 허벅지 위의 서하의 손이 점점 올라가서 두툼해진 바지의 앞섬에 닿는다. 지퍼를 내리고, 팬티 위로 터질거 같은 유건의 성기를 어루만진다. “하..” 유건이 뜨거운 숨을 내뱉는다. 서하가 통째로 다 마셔버린다. 팬티를 제껴서 성기를 뺀다. 90도로 치솟은 성기는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고, 애액도 약간 나와있었다. 서하가 천천히 몸을 숙인다. 유건은 서하의 니트 위로 손을 넣어서 브래지어 안의 가슴을 애무한다. 유건의 허벅지 위에 완전히 엎드린 서하가 천천히 성기를 빨기 시작했다. 끈적한 애액을 핥아 마시고, 천천히 귀두를 혀로 애무한다. 그리고 강하게 흡착한다. 서하의 입의 강도에 따라 가슴을 만지는 유건의 손의 압력이 달라진다. 유건이 나머지 한 손으로는 서하의 머리를 잡고 리듬을 준다. 목 깊숙이까지 넣었다가 빼고, 다시 넣었다가 빼고. 반복될수록 유건이 점점 허리를 들썩인다. 희미한 빗소리와 엔진음, 지나가는 차들의 바람 소리만이 차 안에 감돈다. 스피드가 빨라질수록 서하의 젖꼭지도 단단해진다. “하아…” 유건이 낮은 신음을 내면서, 사정을 한다. 서하의 입에 정액이 가득하다. 얼굴을 들고 서하는 씹으면서 조금씩 삼킨다. 다음은 유건이었다. 유건의 손이 서하의 청바지 지퍼로 향했다. 천천히 지퍼를 내리고 팬티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 하나. 그리고 둘. 서하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긴장 때문인지, 조금 전부터 이어진 흥분 때문인지 몸은 생각보다 훨씬 솔직하게 열려 있었다. 손가락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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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세 번이나 서로에게 매달린 끝에 두 사람이 잠든 것은 거의 동이 틀 무렵이었다.그리고 다음 날. 서하가 눈을 떴을 때는 벌써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뒤였다. 낯선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젯밤의 기억이 한꺼번에 돌아왔다.속초, 심야버스, 호텔. 그리고—서하가 고개를 돌렸다. 유건은 아직 자고 있었다.이불은 어느새 허리 아래로 밀려나 있었고, 그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엎어졌다가 반쯤 돌아누운 어정쩡한 자세로 깊이 잠들어 있었다.서하는 비스듬히 누운 채 턱을 괴었다. 자는 얼굴부터 천천히 시선이 내려갔다.평소에는 장난기 어린 표정 때문에 어려 보였는데, 잠들어 있으니 얼굴의 선이 의외로 또렷했다. 곧게 뻗은 목 아래로 넓은 어깨가 이어지고, 단단한 가슴과 배를 지나 축 늘어진 그곳, 그리고 길게 뻗은 다리까지.스무 살의 몸이었다. 운동으로 만들어진 몸인데도 과하게 부풀린 느낌은 없었다. 아직 젊음 특유의 매끈함이 남아 있었다.서하는 한참이나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피렌체에서 봤던 조각상이 떠올랐다.—다비드 같아.생각하고 나니 정말 그랬다. 서하는 베개에 뺨을 묻고 피식 웃었다.어젯밤에는 정신이 없어 제대로 볼 틈도 없었는데 이렇게 가만히 놓고 보니 꽤 훌륭한 피사체였다.아니, 꽤가 아닌가. 서하의 시선이 다시 한번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때였다.축 늘어져있던 성기가 들썩들썩 되더니 꼿꼿이 서버렸다. 깼나라고 얼굴을 보는데 아직 유건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우뚝 솟은 성기를 보니까 갑자기 욕망이 솟구쳤다. 서하가 살살 귀두를 빨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뭐해.” 서하가 움찔했다. 언제 깼는지 유건이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웅얼거렸다. “꼴려?” 유건이 한쪽 눈을 떴다. 그러더니 잠시 자기 몸을 내려다봤다. “조금.” “조금?” 목소리에 불만이 묻어났다. 서하가 웃으며 이불을 끌어내리고 유건의 위에 올라탔다. “많이.” 그제야 만족한 듯 유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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