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의 투명하고 맑은 눈동자를 마주한 도진은, 차마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 채 턱 근육을 파르르 떨었다. 자신을 그대로 빼닮은 깊고 그윽한 눈매, 앙증맞은 코, 그리고 따뜻한 생명력이 고스란히 감도는 작은 손가락.5년이라는 잔혹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품에 안아주지 못했던 제 핏줄이 바로 눈앞에서 숨 쉬고 있었다.“……아저씨가, 시우 엄마한테 지은 죄가 너무 크고 많아서 그래.”도진의 목소리가 젖은 모래알처럼 거칠고 무겁게 갈라져 나왔다.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은 손으로 스케치북을 톡톡 두드렸다.“우리 엄마한테 잘못했어요? 그럼 ‘미안해요’ 하고 예쁜 꽃 주면서 사과하면 되는데. 우리 유치원 선생님이 잘못했을 때는 바로 솔직하게 사과해야 멋진 사람이라고 했어요.”아이의 순수하고 티 없는 한마디가, 도진의 가슴속을 날카롭게 후벼 파며 참담한 부끄러움과 회한을 안겨주었다. 도진은 붉게 충혈된 눈시울로 시우가 스케치북 위에 정성껏 그리고 있던 그림을 조심스럽게 내려다보았다.하얀 도화지 위에는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눈부시게 반짝이는 거대한 성과, 그 안에서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서연의 모습이 알록달록하게 채색되어 있었다.“이건…… 누구를 그린 거지, 시우야?”도진이 떨리는 음성으로 묻자, 시우가 자랑스러운 듯 배시시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엄마예요!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 다른 삼촌이랑 이모들 예쁜 결혼식 만들어주느라 밤늦게까지 바쁘거든요. 그래서 내가 나중에 크면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엄마한테 세상에서 제일 크고 예쁜 성을 지어줄 거예요.”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깊고 따뜻한 마음에, 도진의 눈동자에서 마침내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서연은 평생 남들의 화려한 결혼식을 완벽하게 완성해 주면서도, 정작 자신은 가장 초라하고 비참한 이혼의 상처 속에 갇혀 살아왔던 것이다.시우는 눈물을 흘리는 도진을 신기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뻗어 도진의 뺨을 조심스레 톡톡 닦아주었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