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Capítulo 11 - Capítulo 20

132 Capítulos

011화. 아이 앞에서

다음 날 아침, 서연은 평소보다 일찍 호텔에 도착했다.전날 밤 비를 맞고 쓰러진 도진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지만, 그 장면을 동정과 사랑으로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듣고도 기다린 행동은 서연의 마음을 흔들었을 뿐, 경계를 지킨 일은 아니었다.그녀는 호텔 보안팀에 도진과의 개인 면담을 잡지 말라고 통보했다. 예식 관련 회의가 필요하면 윤세아와 루미에르 담당자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만 진행하기로 했다.“차 회장님이 또 오시면요?”민지수가 물었다.“업무가 아니면 돌려보내. 시우 이야기도 하지 말고.”서연은 리허설 체크표를 펼쳤다. 전날 거래처 경고에도 꽃과 조명 일정은 아직 유지되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개인사 때문에 작업 속도를 올리라고 하지 않고, 원래 정한 순서대로 진행하게 했다.오전 열 시쯤 시우를 돌보던 보모에게 급한 연락이 왔다. 가족이 다쳐 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유치원은 교사 연수로 쉬는 날이었다.서연이 회의를 취소하려 하자 지수가 말했다.“제가 한 시간만 볼게요. 호텔 카페에 있다가 점심 전에 사무실로 데려갈게요.”“괜찮겠어?”“오늘 제 일정은 발주 확인뿐이에요. 시우 얼굴 안 보이는 구석에 있을게요.”서연은 아이를 호텔에 데려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보모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 먼저 상황을 설명했다. 시우는 공룡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가방에 넣고 지수 손을 잡았다.“엄마 일 끝나면 와?”“응. 한 시간만 지수 이모랑 있어.”“케이크 먹어도 돼?”“점심 전에 한 조각만.”호텔 카페 가장 안쪽 자리는 로비에서 바로 보이지 않았다. 지수는 시우 맞은편에 앉아 발주 전화를 받았고, 아이는 스케치북에 커다란 성을 그렸다.그 시간 도진은 외부 변호사와 본가 면담 기록을 확인하러 호텔 별관에 왔다. 전날 젖은 옷 대신 짙은 회색 정장을 입었지만 얼굴에는 잠을 못 잔 흔적이 선명했다.그는 로비를 가로지르다 노란 유치원 가방을 발견했다.걸음이 멈췄다.시우는 혀끝을 내민 채 색칠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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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화. 어린 날의 거울(1)

시우의 투명하고 맑은 눈동자를 마주한 도진은, 차마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 채 턱 근육을 파르르 떨었다. 자신을 그대로 빼닮은 깊고 그윽한 눈매, 앙증맞은 코, 그리고 따뜻한 생명력이 고스란히 감도는 작은 손가락.5년이라는 잔혹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품에 안아주지 못했던 제 핏줄이 바로 눈앞에서 숨 쉬고 있었다.“……아저씨가, 시우 엄마한테 지은 죄가 너무 크고 많아서 그래.”도진의 목소리가 젖은 모래알처럼 거칠고 무겁게 갈라져 나왔다.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작은 손으로 스케치북을 톡톡 두드렸다.“우리 엄마한테 잘못했어요? 그럼 ‘미안해요’ 하고 예쁜 꽃 주면서 사과하면 되는데. 우리 유치원 선생님이 잘못했을 때는 바로 솔직하게 사과해야 멋진 사람이라고 했어요.”아이의 순수하고 티 없는 한마디가, 도진의 가슴속을 날카롭게 후벼 파며 참담한 부끄러움과 회한을 안겨주었다. 도진은 붉게 충혈된 눈시울로 시우가 스케치북 위에 정성껏 그리고 있던 그림을 조심스럽게 내려다보았다.하얀 도화지 위에는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눈부시게 반짝이는 거대한 성과, 그 안에서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서연의 모습이 알록달록하게 채색되어 있었다.“이건…… 누구를 그린 거지, 시우야?”도진이 떨리는 음성으로 묻자, 시우가 자랑스러운 듯 배시시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엄마예요!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 다른 삼촌이랑 이모들 예쁜 결혼식 만들어주느라 밤늦게까지 바쁘거든요. 그래서 내가 나중에 크면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엄마한테 세상에서 제일 크고 예쁜 성을 지어줄 거예요.”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깊고 따뜻한 마음에, 도진의 눈동자에서 마침내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서연은 평생 남들의 화려한 결혼식을 완벽하게 완성해 주면서도, 정작 자신은 가장 초라하고 비참한 이혼의 상처 속에 갇혀 살아왔던 것이다.시우는 눈물을 흘리는 도진을 신기한 듯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사리 같은 작은 손을 뻗어 도진의 뺨을 조심스레 톡톡 닦아주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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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화. 어린 날의 거울(2)

도진이 아이의 작은 손을 떨리는 양손으로 조심스레 감싸 쥐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한시우!”카페테리아 입구에서 서늘하고 날카로운 비명이 정적을 산산이 갈랐다. 서연이 손에 쥐고 있던 서류철을 떨어뜨릴 뻔한 채, 사색이 된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서연은 도진의 손아귀에서 시우의 손을 거칠게 낚아채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그녀의 눈빛은 북극의 서릿발보다 차갑고 맹렬한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차도진 회장님. 감히 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서연의 서슬 퍼런 일갈이 카페테리아의 공기를 얼음장처럼 얼려버렸다. 서연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몸을 단단히 가누며, 맹수처럼 도진을 노려보았다.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서연은 도진의 그 어떤 눈물과 호소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서연아…… 제발 한 번만 내 말 좀 들어줘. 시우한테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야. 난 그저…….”도진이 피눈물 섞인 목소리로 애원하며 손을 뻗었으나, 서연은 시우를 품에 더 단단히 안아 올리며 차갑게 등을 돌렸다.“다시는 내 아이 곁에 1미터도 다가오지 마십시오. 한 번만 더 시우를 건드린다면, 태강과의 계약을 즉시 파기하고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겠습니다.”서연은 망설임 없이 시우를 안고 카페를 빠져나갔다. 남겨진 도진은 텅 빈 의자에 홀로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 쥐었다.자신이 파괴했던 가정의 조각들이, 이제는 손을 뻗을수록 더 깊은 상처만을 남기고 있었다.어둠 속으로 멀어지는 서연과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도진의 가슴속에는 돌이킬 수 없는 죄의 무게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그 어떤 변명도 허락되지 않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도진은 마침내 자신이 치러야 할 대가의 참혹함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시우의 스케치북을 멍하니 바라보며, 홀로 묵묵히 피눈물을 삼켰다. 그의 눈앞에 남겨진 아이의 순수한 그림만이, 도진의 가슴을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처럼 깊숙이 짓누르고 있었다.도진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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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화. 그림자 속죄

서연의 서릿발 같은 접근 금지 경고는 도진의 심장에 날카로운 쐐기처럼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도진은 더 이상 시우와 서연의 반경 안으로 무모하게 다가가지 않았다.그녀의 경계를 더 건드리지 않기 위해, 도진은 루미에르 법무대리인에게만 연락했다. 차명희 측의 업무 방해 정황과 보존한 자료를 전달하고, 서연이 요청할 경우 호텔 보안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문서로 남겼다. 허락 없는 경호나 접촉은 하지 말라는 지시도 비서실에 분명히 내렸다.그것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었다. 이틀 뒤 오전, 루미에르 대표 집무실.민 실장이 사색이 된 창백한 얼굴로 서연의 책상 앞으로 급히 달려왔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예식 그랜드 볼룸 메인 플라워 아치에 들어갈 네덜란드산 화이트 수국과 프랑스 수제 크리스털 오너먼트가 유럽 현지 공항 화물 노조 파업으로 전면 억류되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 통관되지 않으면 전체 베뉴 세팅이 불가능합니다!”서연의 단정한 눈썹이 날카롭고 무겁게 좁혀졌다. 태강과 신우의 예식은 단 하나의 결함도 허용되지 않는 국가급 VVIP 프로젝트였다.대체 물량을 구하기 위해 서연이 국내외 유통망에 긴급 전화를 돌리며 분주히 뛰어다니던 그 시각. 호텔 조달팀에서도 계약된 항공사들에 긴급 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태강항공 현지 법인이 남은 화물 공간을 확보했다.“정규 화물편과 협력 운송사의 대체 노선을 전부 확인해. 가능한 일정과 비용을 루미에르 측에 그대로 제시하고, 선택은 그쪽이 하게 해.”“회장님, 긴급 운송이라 추가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비용과 조건을 숨기지 마. 이번 일은 예식 계약에 따른 지원이고, 한 대표의 결정을 먼저 받아.”대체 운송안이 확정되면서 억류되었던 자재들은 다음 날 오전 인천공항을 거쳐 루미에르 물류 창고로 안전하게 입고되었다.서연은 입고 소식에 안도했지만, 태강 측 지원을 호의나 빚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는 도진의 일방적인 배려에 기대지 않기 위해, 태강항공 측에 공식적인 추가 운송료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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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화. 신부의 시험

성북동의 호젓한 골목 끝, 붉은 소나무로 둘러싸인 프라이빗 한옥 티하우스. 은은한 백차 향이 감도는 별채 안에서, 윤세아는 도진이 들어서자마자 찻잔을 든 채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도진은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수트 차림이었으나, 짙게 드리운 그림자와 굳은 턱선에는 씻을 수 없는 피로와 죄책감이 배어 있었다.세아는 한마디 인사도 없이, 가방에서 꺼낸 두툼한 조사 보고서를 테이블 중앙으로 밀어 넣었다. 도진의 시선이 서류 표지에 닿는 순간, 그의 턱 근육이 팽팽하게 굳어졌다.5년 전 차명희가 서연을 모함했던 조작 증거들과 서연의 응급실 기록이었다.“5년 전, 태강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어머니가 벌인 추악한 조작극에 눈을 감고, 임신 중이던 아내를 피눈물 흘리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차 회장님이셨군요.”세아의 음성은 유리알처럼 맑았으나, 그 안에 담긴 경멸은 얼음 송곳보다 날카로웠다.“가장 가까운 가족조차 믿지 못하고 내팽개친 남자를, 제가 신우그룹의 평생 동업자이자 남편으로 신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세아의 매서운 질타에 도진은 단 한 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는 테이블 위의 서류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나직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답했다.“어머니의 핑계를 대지 않겠습니다. 아내를 지키지 못하고 눈이 멀었던 제 비겁함과 오만이 빚어낸 씻을 수 없는 죄악입니다.”도진은 세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윤 이사님께서 이 결혼을 파기하길 원하신다면, 파혼에 따른 모든 위약금과 태강의 사업적 지분을 조건 없이 양도하겠습니다. 신우에 단 1원의 피해도 가지 않도록 제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습니다.”자신의 과오를 정면으로 인정하며 수천억 원대의 사업적 손실까지 고스란히 감수하겠다는 도진의 태도에, 세아의 눈빛에 뜻밖의 이채가 스쳤다.오만하기 짝이 없던 재벌 총수가, 오직 한 여자를 향한 속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세아는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서늘하게 입을 열었다.“파혼은 언제든 제 손으로 결정할 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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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화. 볼룸의 침입자

그랜드 태강 호텔 그랜드 볼룸의 웅장한 아치 아래, 서연의 가느다란 손끝이 마지막 은방울꽃 줄기를 섬세하게 매만졌다.네덜란드 직수입 화이트 수국과 프랑스산 크리스털 오너먼트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순백의 버진로드 위로 눈부신 은하수를 수놓고 있었다.핀 조명이 부드럽게 떨어질 때마다 크리스털 비즈가 맑은 빛을 뿜어냈고, 볼룸 전체는 한 폭의 명화처럼 고결하고 우아한 기품으로 가득 찼다.루미에르의 플로리스트 팀과 무대 연출팀 전원이 숨을 죽인 채, 완성된 공간의 압도적인 위용을 경이롭게 바라보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콰앙-!볼룸의 육중한 호두나무 문이 부서질 듯 거칠게 열리며 평화롭던 정적이 산산조각 났다. 화려한 밍크 코트를 걸친 차명희가 사설 경호원 네 명을 대동한 채, 핏대를 세우며 볼룸 안으로 성큼성큼 들이닥쳤다.“이 더럽고 불길한 꽃무더기를 당장 다 엎어버려! 썩 치우지 못해!”차명희의 표독스러운 비명이 연회장 높은 천장을 찢을 듯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그녀의 사주를 받은 사설 경호원들이 무대 중앙의 메인 플라워 아치를 향해 난폭하게 손을 뻗으며 기물을 걷어차기 시작했다.스태프들이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지르며 물러서는 찰나, 서연이 단 한 걸음의 망설임도 없이 단상 위로 올라서며 차명희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서연의 눈빛은 북극의 빙하보다 서늘하고 단단했다.“당장 멈추십시오.”서연의 명료하고 당당한 음성이 볼룸의 소란을 단숨에 갈랐다.“차명희 여사님. 이곳은 신우그룹과 태강그룹의 공식 계약에 따라 루미에르가 전권을 위임받아 통제하는 보안 구역입니다. 단 하나의 꽃잎이라도 훼손할 시, 태강 본가에 민형사상 손해배상과 업무방해 책임을 즉시 묻겠습니다.”“뭐라고? 이 근본도 없는 천한 계집애가 감히 누구 앞에서 큰소리야!”차명희가 이성을 완전히 잃고 악을 쓰며 서연을 향해 거칠게 손을 뻗었다. 그녀가 메인 조명 컨트롤 콘솔을 통째로 밀어 넘어뜨리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쾅-!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차도진이 볼룸 문을 박차고 벼락처럼 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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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화. 파혼의 폭풍

선언이 떨어진 직후, 복도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열린 문 쪽으로 몰렸다. 그랜드 태강 호텔 그랜드 볼룸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수십 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리허설에 참석했던 양가 관계자들의 웅성거림이 연회장을 뒤덮었다.“차도진 회장님! 오늘 파혼 선언이 신우그룹과의 사전 합의된 결정입니까?”“한서연 대표님! 5년 전 차명희 여사의 위자료 조작 및 모함 의혹이 사실입니까?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기자들이 마이크와 망원 카메라를 들이밀며 콘솔 부스에 서 있던 서연을 향해 벌떼처럼 무섭게 몰려들었다.그 위험천만한 혼돈의 순간, 단상 아래에 무릎을 꿇고 있던 도진이 번개처럼 몸을 일으켜 서연의 앞을 온몸으로 막아섰다.도진은 순백의 턱시도 재킷을 벗어 서연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자신의 넓은 품으로 취재진의 카메라와 플래시 세례를 철벽처럼 완벽히 차단했다.“비서실 경호팀! 전원 콘솔 부스로 집결해 VIP 전용 퇴장로를 즉시 확보해라!”도진의 지시와 함께 호텔 보안요원들이 들어와 취재진과 스태프 사이에 통로를 만들었다.서연은 도진의 손길을 차갑게 쳐내려 몸을 비틀었으나, 사방에서 밀려드는 사람들의 거센 압력에 하이힐을 신은 몸이 순간 휘청였다.그때, 반대편 보안 통로에서 류하준이 호텔 보안팀을 이끌고 나타나 서연의 손목을 부드럽고 단단하게 잡아챘다.“서연아, 이쪽이야! 내 전용 차가 지하 2층 보안 구역에 대기하고 있어.”하준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서연이 전용 엘리베이터로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도진은 빗발치는 카메라 세례 속에서 피를 흘리는 심정으로 묵묵히 지켜보았다.서연이 안전하게 호텔을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뒤에야, 도진은 북극의 서릿발보다 차가운 눈빛으로 취재진과 마이크를 정면으로 마주했다.“오늘 공개된 모든 증거와 금융 전표는 태강그룹 공식 언론 채널을 통해 원문 그대로 배포될 것입니다. 추후 발생할 모든 법적·도의적 책임은 저 차도진 개인이 온전히 짊어집니다.”리허설 현장의 파혼 선언이 보도되자 태강과 신우의 관련 부서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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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8화. 첫 번째 이자

루미에르 대표 집무실의 공기는 유리알처럼 차갑고 서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서연은 도진이 내민 신탁 계약서를 손끝으로 밀어내며, 단호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루미에르는 제 피와 땀, 그리고 시우를 지키기 위해 지난 5년간 제 손으로 일궈낸 회사입니다. 당신의 값싼 죄책감으로 포장된 동정 어린 보호 따위, 1밀리그램도 필요 없습니다.”단 한 치의 온기도 허락하지 않는 서연의 매몰찬 거절. 그러나 도진은 상처 입은 눈빛 속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서연의 책상 앞에 조심스럽게 한쪽 무릎을 낮추었다.“동정이 아닙니다, 서연아.”도진의 목소리가 젖은 흙처럼 무겁고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5년 전 어머니가 가로채 비자금으로 세탁했던 50억 원의 위자료, 그리고 당신이 차가운 응급실에서 홀로 아이를 지켜내야 했던 지옥 같은 시간에 대한 당연하고 정당한 배상입니다.”도진은 붉어진 눈시울로 서연의 차가운 손등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맹세했다.“이사회에서 나를 해임하든, 내 모든 지분과 재산이 몰수당하든 상관없어. 당신과 시우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가 있다면, 내 손으로 가문의 숨통을 끊어서라도 전부 짓밟아버릴 겁니다.”자신의 모든 권력과 지위를 내던져서라도 방패가 되겠다는 전남편의 처절한 맹세.그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오직 속죄만을 읊조리는 도진의 젖은 눈동자 앞에서, 서연의 차가웠던 심장 언저리가 덜컥 내려앉았다.서연은 흔들리는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나가세요. 당신의 사죄를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도진은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겠다는 듯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집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그날 저녁, 한남동 서연의 집.유치원에서 돌아와 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시우가, 테이블 한편에 놓인 피 묻은 손수건을 발견하고 고사리손으로 집어 들었다.어제 볼룸에서 서연이 도진에게 건네주었던 바로 그 손수건이었다.“엄마! 이거 비 맞고 울던 아저씨 손수건인데…….”시우가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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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화. 표적이 된 아이

태강그룹 본사 40층 대회의실. 임시 이사회의 무거운 공기는 살얼음판처럼 차갑고 팽팽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테이블 상석을 차지한 2대 주주 차진태 부회장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해임안 의결서를 흔들었다.“신우그룹과의 정략결혼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여 수백억의 손실을 입히고 태강의 주가를 폭락시킨 차도진 대표이사의 해임안을 정식 표결에 부칩니다.”이사들이 웅성거리며 일제히 찬성표를 던지려던 바로 그 순간, 회의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도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정한 수트 차림의 도진은 서류 파일 하나를 회의 테이블 중앙에 던지듯 내려놓았다.“신우그룹과의 위약금 800억 원은 제 개인 사재로 전액 완납 처리되었습니다. 태강 법인에는 단 1원의 부채나 손실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도진의 서늘하고 위압적인 음성이 장내를 압도했다.“그리고 차진태 부회장님께서 지난 3년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린 400억 원대 횡령 전표와 차명 계좌 내역 일체입니다. 저를 해임할 것인지, 아니면 차 부회장님을 배임수재 혐의로 즉시 검찰에 고발할 것인지 이사회에서 선택하십시오.”차진태의 얼굴이 흙빛으로 질려 사시나무 떨듯 떨렸고, 이사회는 도진의 압도적인 장악력 아래 순식간에 평정되었다. 그러나 쫓겨나듯 회의실을 빠져나가던 차진태가 도진의 곁을 스치며 비열한 미소와 함께 서늘하게 속삭였다.“회장 자리를 지켜서 기쁜가, 조카님? 하지만 지금 한남동에 있는 그 귀여운 아이는 무사할까?”그 한마디에 도진의 전신에서 피가 차갑게 식어 내렸다.도진은 이사회장을 박차고 나와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지하 주차장의 전용차를 타고 한남동으로 향했다.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운전대를 으스러져라 쥐며, 5년 전 지키지 못했던 아이와 아내의 이름을 피를 토하듯 되뇌었다.‘제발…… 제발 늦지 마라. 이번만큼은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낼 것이다.’같은 시각, 한남동 서연의 빌라 앞 호젓한 골목길.유치원 하원 버스에서 내린 시우의 작은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가던 서연의 앞을, 번호판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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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화. 피로 증명한 부성

한남동 골목길 위로 요란한 경찰 사이렌 소리와 앰뷸런스의 붉은 경광등이 번쩍이며 어둠을 갈랐다.도진을 뒤따라 긴급 출동한 태강 비서실 경호팀과 경찰들이 차진태의 사주를 받은 괴한들을 현장에서 제압해 체포했다.그러나 서연의 눈에는 그 어떤 소란도 들어오지 않았다.서연은 바닥에 쓰러져 붉은 피를 쏟아내는 도진을 부둥켜안은 채 사시나무 떨듯 통곡하고 있었다.도진의 순백색 셔츠는 이미 검붉은 피로 흥건하게 물들어 있었고, 그의 맥박과 호흡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로웠다.“차도진……! 제발 눈 좀 떠봐요! 차도진!”서연의 얼음 같던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며 비명 같은 절규로 터져 나왔다.도진은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도 피 묻은 손가락을 떨며 서연의 눈물을 닦아주려 애썼다.“서연아…… 울지 마…… 시우는…… 우리 시우는 안 다쳤지……?”숨이 끊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오직 아이와 그녀의 안위만을 묻는 남자의 처절한 목소리.자신의 목숨을 바쳐 죗값을 치르려는 그 지독한 사랑 앞에서, 서연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말하지 마요! 제발 정신 좀 차려요! 제발……!”구급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달려와 도진을 실었고, 서연은 시우를 품에 꼭 안은 채 앰뷸런스에 함께 올랐다.응급차 안에서 도진의 심장 모니터가 날카로운 경고음을 뿜어내며 심정지 위기를 알렸다.한국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외상 소생실로 직행한 도진의 곁에서 응급의학과와 신경외과 의료진이 빠르게 움직였다.“두부 골절 및 뇌출혈, 과다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입니다! 즉시 응급 개두술 준비하고 혈액 공급하세요!”담당 의사가 차트를 확인한 뒤 서연에게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응급수술은 보호자 동의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진행합니다. 환자분 혈액형이 O형 RhD 음성이라 혈액원과 인근 병원에 지원을 요청했고, 수술 중 대량 수혈 가능성도 있습니다.”그 순간 서연은 며칠 전 도진이 내민 친자 감식 결과를 떠올렸다. 시우의 신생아 건강 기록 카드에도 같은 혈액형이 적혀 있었다. 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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