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บทที่ 21 - บทที่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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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화. 내 아들입니다

한국대학병원 권역외상센터 수술실의 붉은 표시등이 마침내 무거운 침묵을 깨고 꺼졌다.7시간에 걸친 긴박하고 위태로웠던 응급 개두술을 마친 신경외과 집도의가 피로와 안도가 뒤엉킨 얼굴로 수술실 문을 열고 나왔다.서연은 바닥에서 튕겨 나가듯 몸을 일으켜 의사 앞으로 달려갔다.“선생님…… 도진 씨는, 차도진 회장은 어떻게 되었습니까?”집도의는 피 묻은 수술용 마스크를 벗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두개골 함몰 부위의 혈종을 성공적으로 제거했고, 기적적으로 뇌간 손상은 피했습니다. 하지만 과다출혈과 저혈량성 쇼크가 워낙 깊었던 탓에, 앞으로 48시간 이내에 환자 스스로 의식을 회복하는지가 생사의 가장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도진은 신경외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머리에 두꺼운 붕대를 감고 산소마스크에 의지한 채 누워 있는 남자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유리창 너머로 산소포화도 모니터의 규칙적인 기계음만이 차갑게 울려 퍼졌다.서연은 시우의 작은 손을 꼭 쥔 채,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누워 있는 도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쇠파이프를 맨몸으로 받아내며 피투성이가 되었던 그 참혹한 뒷모습이 가슴을 후벼 팠다.그때, 서연의 품에 안겨 있던 시우가 작은 고사리손을 뻗어 유리창을 조심스레 톡톡 두드렸다.“아빠…… 많이 아파요? 이제 피 안 나요……? 아빠, 얼른 일어나서 나랑 놀아요…….”아이의 맑고 여린 목소리가 적막한 중환자실 복도를 조용히 울렸다.생전 처음으로 도진을 향해 부른 ‘아빠’라는 그 단어.그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미동조차 없던 도진의 손가락 마디가 파르르 떨리더니, 산소포화도 모니터의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도진의 짙은 눈꺼풀이 파르르 경련하며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산소마스크 너머로 드러난 도진의 초점 흐린 눈동자가, 유리창 밖에서 눈물을 흘리는 서연과 시우의 얼굴을 향해 정확히 닿았다.도진은 산소마스크 안에서 바짝 마른 입술을 벙긋거리며, 유리창 너머의 아이를 향해 힘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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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화. 값으로 정리할 수 없는 것

기자들이 빠져나간 병실에는 장비음만 남았다.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질문이 쏟아졌다. 아이의 얼굴을 공개할 것인지, 태강의 후계 구도는 어떻게 되는지, 한서연 대표와 재결합할 것인지.서연은 병실 창문 쪽으로 걸어가 블라인드부터 내렸다. 플래시가 끊기자 도진의 창백한 얼굴이 선명해졌다.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링거 줄이 손등을 당겼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것과 지금부터 따져야 할 일은 별개였다.“시우 사진이 기사에 실리면 전부 삭제 요청할 겁니다.”도진이 강 실장을 바라봤다.“홍보실에 전달해. 아이 사진과 거주지, 유치원 정보는 어떤 경로로도 제공하지 말라고. 이미 올라온 건 법무팀에서 바로 내리게 하고.”“네, 회장님.”강태욱 실장이 병실을 나가자 서연은 테이블 위 감식서를 펼쳤다. 검사 의뢰인에는 도진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시우의 법정대리인 동의란은 비어 있었다.“샘플은 어디서 구했어요?”도진의 눈이 감식서에 머물렀다.“루미에르 패밀리 라운지에서 시우가 쓰고 버린 종이컵을 비서실 직원이 가져왔습니다.”“내 회사에 사람을 들여보내서 아이가 버린 컵을 가져갔다고요?”“그때는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못 했습니다.”“5년 전에도 당신은 확인했다고 생각했죠. 내가 돈을 받았다는 서류 몇 장 보고.”도진의 입술이 굳었다.“이번에는 결과가 맞으니까 과정도 괜찮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하지 않겠습니다.”서연은 감식서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 손끝이 떨렸지만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시우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른 건 무서운 순간에 자기를 지켜 준 사람이라서예요. 기자들 앞에서 이름을 공개해도 된다는 허락이 아닙니다. 당신이 친부라는 사실과, 아이 삶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는 건 다른 문제고요.”“압니다.”“아니요. 지금부터 알아야죠.”서연은 준비해 온 종이를 침대 옆에 놓았다. 서경민 변호사가 급히 작성한 임시 요청서였다. 아이 신상 비공개, 언론 접촉 금지, 가족관계등록 및 친권·면접교섭 절차 중단, 서연의 사전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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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화. 파혼의 정산

다음 날 오전, 윤세아는 웨딩드레스가 아니라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루미에르에 나타났다. 신우그룹 법무팀 변호사 두 명이 동행했고, 태강 쪽에서는 강태욱 실장과 법무실장이 나왔다. 도진은 병원에 남았다.회의실 중앙에는 세 종류의 서류가 놓였다. 태강과 신우의 혼인 계약, 그에 딸린 공동사업 약정, 루미에르의 예식 총괄 계약서였다.신우 측 변호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차도진 회장의 일방 파기로 발생한 위약금 800억 원은 어제 개인 자금으로 입금됐습니다. 다만 합작사업 중단에 따른 추가 손실은 별도 산정 중입니다.”강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산정 근거를 보내 주시면 검토하겠습니다.”두 사람의 대화는 숫자로 이어졌다. 서연은 자신의 계약서를 펼쳤다. 예식이 열리지 않아도 이미 집행한 기획비와 인건비, 해외 발주 취소 수수료는 지급 대상이었다. 하지만 볼룸 설치물 가운데 재사용할 수 있는 자재와 환불 가능한 발주분은 제외해야 했다.“루미에르는 실제 발생한 비용만 청구하겠습니다.”세아가 서연을 바라봤다.“이미 다 만들어 놓은 결혼식인데요.”“완성된 공간과 진행된 예식은 다릅니다. 손해를 부풀릴 이유는 없어요.”“한 대표는 끝까지 플래너네요.”“오늘은 고객과 계약을 정리하는 자리니까요.”서연은 별도 목록을 한 장 더 내밀었다. 신부 맞춤 드레스는 아직 최종 재단 전이라 원단 일부를 돌려보낼 수 있었다. 세아의 이름이 새겨진 답례품은 각인을 지우고 복지재단 행사에 전환할 수 있었고, 생화 가운데 전날 반입한 물량은 지역 병원과 보호시설에 보냈다.“기부처 명의는 어떻게 할까요?”세아가 목록을 읽다가 물었다.“원하시면 신우 이름으로 변경하겠습니다.”“아니요. 루미에르 이름으로 보내요. 결혼하지 않은 신부의 선행 같은 기사까지는 보고 싶지 않아요.”“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내 드레스는요?”“가봉 전이니 원단 상태로 보관하거나 다른 디자인으로 다시 제작할 수 있습니다. 폐기를 원하시면 확인서를 받고 처리하고요.”세아는 한동안 드레스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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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화. 루미에르의 월요일

월요일 오전 여덟 시, 루미에르 대표실 전화 세 대가 동시에 울렸다. 민지수가 한 통을 받는 동안 최은채가 다른 전화를 넘겨받았다. 세 번째는 서연이 직접 들었다.- 다음 달 리셉션 계약, 잠시 보류하고 싶습니다.통화 상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최종 시식 일정을 재촉하던 고객이었다.“보류 사유를 확인해도 될까요?”- 회사 앞에 기자들이 있더군요. 저희 행사까지 기사에 엮이면 곤란해서요.서연은 계약상 보류 가능 기간과 이미 발생한 비용을 설명했다. 상대는 검토해 보겠다고 한 뒤 급히 전화를 끊었다. 옆 자리에서는 ‘혼외자’, ‘재벌가 전처’, ‘파혼식 연출’ 같은 단어가 수화기 밖으로 새어 나왔다.오전 회의에서 확인된 보류 요청은 다섯 건, 해지 문의는 세 건이었다. 협력업체 두 곳은 결제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했다. 태강과 갈등이 생기면 대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잔금 지급일은 그대로 지킵니다.”서연은 현금 흐름표를 화면에 띄웠다.“대신 신규 발주는 대표 승인 없이는 진행하지 마세요. 기자가 고객인 척 상담을 신청할 수 있으니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요. 직원 개인 번호로 들어오는 취재 요청은 전부 캡처해서 법무팀에 넘겨 주세요.”막내 플래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태강 쪽에서 보안 인력을 보내 주겠다고 했는데 받지 않으실 건가요?”“건물 공용구역 경비는 관리회사와 계약합니다. 태강 경호팀이 여기 들어오면 고객들이 더 불안해져요.”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연은 각 팀에 오늘 처리할 일만 나눠 줬다. 불안까지 없애 줄 수는 없었다. 대신 누구에게 전화하고 어떤 문구로 답해야 하는지는 정할 수 있었다.회의가 끝나자 민지수가 따뜻한 커피를 놓았다.“밤새 병원에 계셨죠?”“두 시간은 잤어요.”“그건 잔 게 아니에요.”“오늘 일정 끝나면 일찍 갈게요.”민지수는 믿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다만 문을 나가기 전, 대표실 밖에 쌓인 화환 사진을 보여 줬다. ‘차도진 회장 쾌유 기원’이라고 적힌 화환이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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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화. 책임질 이름

태강그룹 임시 이사회는 예정에 없던 안건으로 시작됐다. 차도진의 혼인 파기가 신우그룹과의 공동사업에 미칠 영향, 주가 변동, 위약 책임. 화면에는 숫자가 빼곡했지만 이사들의 관심은 병원 기자회견에서 나온 아이에게 쏠려 있었다.도진은 화상회의 화면 안에서 환자복 위에 재킷만 걸친 채 앉아 있었다. 주치의가 허락한 시간은 삼십 분이었다.“친자 관계가 공식 확인됐다면 승계 계획부터 정리해야 합니다.”원로 이사가 말을 꺼내자 다른 이사가 이어받았다.“차진태 부회장 구속으로 시장이 불안해합니다. 회장님 직계 자녀의 존재를 투명하게 밝히는 편이 주가 방어에도 도움이 됩니다.”도진은 앞에 놓인 의사봉 대신 물컵을 들었다. 목을 적신 뒤 천천히 말했다.“한시우 군은 경영 공시 대상이 아닙니다.”“하지만 장기적으로 지분 승계가—”“아이에게 지분을 넘길 계획도, 태강 이름을 쓰게 할 계획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법정대리인과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화면 한쪽에서 차성혁 전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구속된 차진태의 아들이었지만 부친 사건과 거리를 두며 전략기획본부 자리를 지킨 인물이었다.“사촌 형이 기자들 앞에서 먼저 친아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와서 회사와 무관하다고 하면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집니다.”“혼란을 만든 건 나야. 그래서 정정했고.”“감정적으로 숨기려다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아이가 태강의 상속권자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으니까.”“상속 가능성과 네 살 아이를 후계자로 부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도진은 화면 속 참석자들을 차례로 봤다.“오늘 회의록에 남기십시오. 한시우 군의 이름, 사진, 거주지, 교육기관, 가족관계는 이사회와 홍보실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이를 이용해 주가나 승계 구도를 언급하는 임직원은 개인정보 침해로 감사를 받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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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화. 정식으로 묻겠습니다

면담 장소는 루미에르가 아니라 서경민 변호사의 법률사무소로 정했다. 서연은 회사 안에서 또다시 시우의 생체 정보가 오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통유리 벽에는 블라인드가 내려와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녹음 동의서가 놓였다. 도진은 강 실장과 함께 왔지만 회의실 안에는 혼자 들어왔다. 아직 머리의 상처가 아문 지 얼마 되지 않아 관자놀이에는 작은 거즈가 붙어 있었다.“십오 분 드리겠습니다.”서연이 시간을 확인했다.“설명하세요.”도진은 얇은 서류철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최초 검사 의뢰서, 결제 내역, 시료 수거 경위서, 검사기관이 발급한 데이터 보관 현황이었다.“시우가 루미에르 패밀리 라운지에서 쓰고 버린 종이컵을 강 실장에게 가져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제 시료와 함께 사설 검사기관에 보냈고, 결과를 확인한 뒤 당신에게 물었습니다.”“내 회사의 쓰레기통을 뒤지게 했군요.”“그렇습니다.”“직원이 아니라 당신 지시였다는 것도 서면에 적었습니까?”“첫 장에 적었습니다.”서연은 서류를 직접 만지지 않았다. 서경민이 한 장씩 넘기며 일시와 서명을 확인했다.“검사기관은 남은 시료와 추출 데이터를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폐기 확인서는 사흘 안에 한 대표님 대리인에게 직접 보내도록 요청했습니다.”도진이 말했다.“기존 결과는 가족관계등록, 양육권, 면접교섭, 상속이나 언론 대응에 사용하지 않겠습니다.”서연이 웃음기 없이 되물었다.“이미 기자들 앞에서 들고 흔들었는데요.”“그래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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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화. 동의 없는 결과

아동상담센터 놀이방에는 인형의 집과 모래 상자, 크기가 다른 자동차가 놓여 있었다. 시우는 빨간 승용차에는 손을 대지 않고 노란 버스만 골랐다. 모래 위에 집을 만든 뒤 버스를 문 바로 앞에 세웠다.상담사가 물었다.“버스는 왜 여기 있어?”“나쁜 차 못 오게.”“나쁜 차가 오면 누가 막아 줘?”시우는 한참 모래를 누르다가 작은 남자 인형을 집었다. 인형을 집 앞에 세웠다가 곧 쓰러뜨렸다.“아빠가 막았는데 피 났어.”서연은 관찰실 유리 너머에서 입술을 깨물었다. 상담사는 인형을 다시 세워 주지 않았다.“시우가 아빠한테 막아 달라고 했어?”아이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아빠가 다친 게 시우 때문일까?”“내가 없으면 안 왔을 거야.”상담사는 노란 버스를 아이 손 가까이 밀었다.“나쁜 일을 한 건 시우를 데려가려던 어른들이야. 아빠가 다친 것도 그 사람들이 때렸기 때문이고. 시우가 버스를 탔거나 집에 온 건 잘못이 아니야.”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쓰러진 인형을 모래 밖으로 옮겨 작은 침대에 눕혔다.상담이 끝난 뒤 서연은 아이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았다. 시우는 주스 빨대를 물고 발끝으로 땅을 찼다.“엄마.”“응.”“아빠 또 다쳐?”“아니. 나쁜 사람들은 경찰이 잡았고, 아빠도 경호원 아저씨들도 다시 그런 일이 없게 준비하고 있어.”“내가 안 만나면 안 다쳐?”서연은 아이 쪽으로 몸을 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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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화. 아버지라는 권리

공식 검사를 진행하기 전, 상담실에서는 양쪽의 의사를 따로 확인했다. 서연은 별실에서 검사 목적과 결과 활용 범위를 설명받았다. 도진도 다른 방에서 같은 설명을 들었다. 결과가 친자로 나오더라도 자동으로 친권이나 면접교섭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법적 인지 절차 역시 별도라는 안내였다.회의실로 돌아온 도진이 합의서를 읽는 동안 서연은 그의 펜 끝을 봤다. 그는 세 번째 장에서 멈췄다.“‘생물학적 부는 친권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너무 넓습니다.”서연의 표정이 굳었다.“벌써 고치고 싶어요?”“반대입니다.”도진이 다음 줄을 짚었다.“요구하지 않는다는 말보다 일방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고 쓰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법적 책임까지 피하는 문장으로 읽힐 수 있으니까요.”서경민이 문구를 고쳤다.‘친자 확인만을 근거로 양육 방식, 거주지, 교육, 의료, 언론 공개 등에 관한 결정을 일방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도진은 수정본에 서명했다.부속합의서에는 결과 보관 방식도 적혔다. 원본은 양쪽 대리인이 한 부씩 보관하고 태강과 루미에르 사내 서버에는 올리지 않는다. 상속이나 승계 검토를 이유로 이사회가 사본을 요구해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첫 결과가 공개됐는데 실효성이 있을까요?”서연이 묻자 서경민이 답했다.“공개된 수치와 법적 절차에 사용할 문서는 다릅니다. 이번 원본의 사용 범위를 정해 두면 적어도 회사가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없습니다.”도진은 태강 법무실도 예외로 두지 않는 문구에 서명했다.서연이 물었다.“양육비를 주면 권리도 따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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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화. 세 개의 조건

검사 전날 밤, 서연은 시우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이는 공룡 그림책을 두 번 읽고도 잠들지 않았다. 페이지를 넘기던 손가락이 엄마 공룡과 아기 공룡이 붙어 있는 그림에서 멈췄다.“엄마.”“응.”“내일 아빠 봐?”“응. 병원하고 비슷한 곳에서 잠깐 볼 거야. 아픈 주사는 안 맞고.”“왜 가?”서연은 상담사와 연습한 설명을 천천히 꺼냈다.“아빠랑 시우가 정말 가족으로 이어진 사람인지, 정해진 방법으로 다시 확인하려고. 전에 아빠가 엄마한테 묻지 않고 먼저 검사했거든. 그래서 이번에는 엄마도 알고 시우도 아는 상태에서 하는 거야.”시우가 눈을 깜박였다.“아빠 아닐 수도 있어?”“전에 한 검사는 아빠라고 나왔어. 이번에는 결과가 달라서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방법으로 다시 하는 거야.”“약속 안 지키면 아빠 아니야?”“아빠라는 사실은 안 바뀔 수 있어. 하지만 좋은 아빠가 되려면 약속을 지켜야 해.”아이는 이불 끝을 만지작거렸다.“아빠면 우리 집 와?”“아빠라고 바로 같이 사는 건 아니야.”“왜?”“가족은 이름만 같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같이 지낸 시간도 필요하고, 서로 편안한지도 봐야 해.”시우는 한참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봐줄게.”아이의 단순한 대답에 서연은 웃으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시우가 도진을 평가하거나 어른들의 결정을 책임질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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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화. 면봉 하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사흘이 걸렸다. 그동안 서연은 김유라의 결혼식 장소를 답사했고, 계약 보류를 고민하던 고객 두 명을 직접 만났다. 집에 돌아오면 시우와 블록을 쌓고 상담사가 알려 준 대로 잠들기 전 질문을 하나씩 받았다.“엄마, 면봉 전화 왔어?”아침에도 묻고 저녁에도 물었다.“면봉이 전화하는 건 아니야.”“그럼 아줌마가?”“검사해 주신 선생님.”“응. 그 선생님.”아이는 결과의 의미보다 약속한 답이 언제 오는지가 궁금한 듯했다. 서연은 ‘아직’이라는 대답 뒤에 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도진도 기다렸다. 강 실장이 결과 도착 여부를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검사기관에서 정한 연락 창구는 서경민이었고, 누가 먼저 아는지까지 합의서에 적혀 있었다.셋째 날 오후, 서경민에게서 메시지가 왔다.[결과서가 도착했습니다. 양쪽 모두 참석 가능한 시간에 개봉하겠습니다.]서연은 시우에게 결과가 왔다고 먼저 알렸다.“엄마랑 아빠가 오늘 확인하고 올 거야.”“나도 가면 안 돼?”“가도 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 수 있어. 지수 이모랑 회사에서 놀고 싶어, 같이 갈래?”“회사. 내 공룡 집 안 끝났어.”아이는 쉽게 골랐다. 어른들이 결정적 순간이라 여긴 날에도 시우에게는 완성하지 못한 블록집이 더 중요했다. 서연은 그 선택을 존중해 아이를 회의실에 데려가지 않았다.서연은 그날 저녁 여섯 시를 잡았다. 시우는 민지수에게 맡겼다.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까지 아이를 회의실에 앉혀 둘 이유는 없었다.도진은 이십 분 먼저 와 있었다. 상담실 앞 의자에서 청림방직의 안전 점검 보고서를 읽고 있었지만 같은 페이지가 오래 펼쳐져 있었다. 서연이 다가오자 그는 서류를 덮었다.“시우는요?”“지수 씨와 회사에 있습니다.”“잘하셨습니다.”둘은 회의실 양쪽 끝에 앉았다. 서경민이 봉투의 봉인과 수령 시각을 확인시킨 뒤 윗부분을 잘랐다.“결과가 어느 쪽이든 오늘 바로 가족관계등록이나 면접교섭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으로 합의하셨습니다.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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