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บทที่ 31 - บทที่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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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화. 99.99퍼센트

도진은 첫 만남을 앞두고 백화점 장난감 매장을 세 바퀴 돌았다. 직원이 최신 로봇과 어린이용 전동차를 권했지만 아무것도 고르지 못했다. 선물을 가져오지 말라는 서연의 조건이 떠올랐다.결국 그는 빈손으로 매장을 나왔다. 주차장까지 갔다가 다시 문구점으로 돌아갈 뻔했지만, 공책 한 권도 잘 보이기 위한 물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발을 돌렸다.아동가족센터 상담실에는 낮은 책상과 작은 의자, 블록과 그림책이 놓여 있었다. 시우는 바닥에 엎드려 자동차 길을 만들고 있었다. 도진이 들어가자 아이가 고개만 들었다.“검은 옷 아저씨.”오늘은 회색 니트와 검은 바지를 입었는데도 호칭은 그대로였다.“안녕.”“엄마가 아저씨랑 놀아보래.”시우는 명령을 전달한 뒤 다시 블록을 놓았다. 서연은 창가 의자에 앉았고 상담사는 문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도진은 아이 맞은편 작은 의자에 앉으려다 무릎이 걸렸다. 중심을 잃고 책상을 붙잡자 시우가 소리 내 웃었다.“아저씨 너무 커.”“그러게.”“바닥에 앉아.”도진은 말없이 바닥에 앉았다. 시우가 파란 블록 두 개를 내밀었다.“여기 다리 만들어.”“어떻게?”“안 무너지게.”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도진은 회의 자료를 검토할 때보다 신중하게 블록을 쌓았다. 세 번째를 올리자 다리가 옆으로 기울었다.시우가 혀를 찼다.“아저씨 못하네.”“다시 해도 됩니까?”“나한테 존댓말 하지 마.”서연이 웃음을 참듯 입술을 눌렀다.“다시 해도 돼?”“응.”두 번째 다리는 버텼다. 시우가 자동차를 밀어 통과시키더니 짧게 말했다.“됐다.”도진의 어깨가 아주 조금 풀렸다.이십 분쯤 지나 시우가 물을 찾았다. 도진이 정수기 쪽으로 일어나자 서연이 먼저 움직였다.“제가 가져올게요. 시우 컵은 저쪽에 있어요.”말은 평범했지만 도진은 종이컵을 가져간 일을 떠올리고 멈췄다. 서연이 아이용 컵에 물을 받아 건넸다. 시우가 절반을 마시고 탁자에 두었지만 누구도 그 컵에 시선을 오래 두지 않았다.상담사가 물었다.“시우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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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화. 아저씨의 첫 방문

두 번째 만남 전날, 도진은 블록 터널을 검색했다.검색창에는 아이용 블록 추천과 발달 단계, 부모와 함께 노는 방법이 쏟아졌다. 그는 ‘만 4세 집중 시간’과 ‘놀이 중 질문하지 않기’를 메모했다가 스스로도 어색해 파일을 닫았다.대신 센터에서 보내 온 안내문을 다시 읽었다. 아이가 놀이를 주도하게 둘 것. 가족에 관한 질문을 먼저 꺼내지 말 것. 아이가 자리를 벗어나면 따라가지 말 것. 도진은 회의 전 지시사항처럼 밑줄을 긋다가 펜을 멈췄다. 잘하려는 마음이 또 다른 통제가 될 수 있다는 상담사의 말이 떠올랐다.그는 강 실장에게 다음 날 일정을 비우라고 했다.“센터 앞에는 수행차 한 대만 대기시켜. 경호원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차진태 부회장 사건 이후라 최소 두 명은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센터와 한 대표에게 경호 계획을 먼저 보내. 허락한 위치 밖으로는 움직이지 말라고 하고.”강 실장은 수정된 동선표를 만들었다. 전에는 도진이 안전을 이유로 사람을 배치하면 다른 사람은 통보받기만 했다. 이번에는 센터가 한 명을 거절했고, 서연이 차량 위치를 지하 주차장으로 바꿨다. 도진은 두 수정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다음 날 센터에 도착했을 때 시우는 이미 터널 입구를 만들고 있었다.“아저씨 늦었어.”도진이 시계를 봤다. 약속보다 8분 일찍 도착했다.“미안해.”“내가 먼저 왔으니까 늦은 거야.”도진은 반박하지 않고 바닥에 앉았다.이번에는 블록을 높이 쌓지 않았다. 시우가 만드는 모양을 지켜보다 필요한 조각만 건넸다. 아이가 빨간 블록을 찾으면 말없이 빨간 것들을 모아 놓았다.서연은 창가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보면서도 두 사람을 계속 살폈다.시우가 먼저 물었다.“아저씨는 애기 있어?”도진의 손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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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화. 늦게 온 사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시우는 같은 질문을 세 번 했다.“아빠면 왜 이제 왔어?”서연은 신호가 바뀔 때마다 대답을 고쳤다.처음에는 “늦게 알았대”라고 했다. 시우는 왜 늦게 알았냐고 물었다. 다음에는 “엄마와 아빠가 오래전에 헤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자 누가 먼저 갔냐고 물었다.아이에게 줄 수 있는 말은 짧아야 했지만, 짧다고 해서 거짓이어서는 안 됐다.서연은 집에 도착한 뒤 시우를 소파에 앉혔다. 아이가 좋아하는 딸기 우유를 따서 건넸다.“시우야. 엄마랑 아빠는 예전에 서로 아주 많이 좋아했어.”“근데 왜 헤어졌어?”“아빠가 엄마 말을 믿지 않았고, 엄마도 너무 화나고 무서워서 멀리 갔어.”“엄마가 나 데리고?”“그때는 시우가 엄마 배 속에 있었어.”시우가 우유 빨대를 멈췄다.“아빠는 몰랐어?”“응. 몰랐어.”“엄마가 안 말했어?”질문이 정확해서 피할 수 없었다.“말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 그다음에는 엄마가 말하지 않기로 선택했어.”“왜?”“시우를 빼앗길까 봐 무서웠거든.”아이는 ‘빼앗긴다’는 말을 한동안 생각했다.“아빠가 나 가져가?”“지금은 그럴 수 없어. 엄마가 지킬 거고, 아빠도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약속 안 지키면?”“엄마가 다시 못 만나게 할 거야.”시우는 그제야 우유를 마셨다.“그럼 엄마 잘못도 있어?”서연의 가슴이 서늘해졌다.아이에게 누가 더 잘못했는지 판결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어른들은 각자 자기 잘못이 있어. 그런데 그건 시우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내가 착하게 하면 안 싸워?”“시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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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화. 이름을 올리는 일

친자 확인 결과가 나온 지 일주일 뒤, 도진 측 변호사가 가족관계등록 절차를 논의하자고 연락했다.서연은 제안서를 읽다가 두 번째 장에서 손을 멈췄다.‘자의 성과 본 변경 가능성 검토.’문서에는 시우가 차씨 성을 쓰게 될 경우의 절차와 필요 서류가 정리돼 있었다. 아직 협의되지 않은 내용인데도 예상 일정까지 표시돼 있었다.서연은 회의를 당일로 잡았다.도진이 들어오자마자 문서를 테이블 위로 밀었다.“누가 작성했습니까?”“법무실에서 기본 검토를—”“기본 검토에 왜 시우 이름을 바꾸는 일정이 들어가죠?”도진은 문서를 처음부터 다시 봤다. 그도 세부 문구까지 확인하지 못한 얼굴이었다.“내가 지시한 건 인지 절차와 양육비 검토였습니다.”“회장님 조직에서는 지시하지 않은 일도 알아서 하네요.”서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차씨 성을 붙이면 아이가 더 안전해진다는 설명도 있군요. 태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까.”도진은 변호사에게 말했다.“이 문서 폐기하십시오.”“회장님, 인지는 법적 책임을 위해 필요한 절차입니다. 성 변경은 선택사항으로 넣은 것이고—”“선택할 사람에게 묻기 전에 일정부터 만든 게 문제입니다.”그는 해당 페이지를 분리해 찢지 않았다. 대신 ‘검토 중단’이라고 적고 서명했다. 기록을 없애기보다 잘못된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을 남겼다.서경민이 인지 절차를 설명했다.“친부가 인지 신고를 하면 법적으로 부자 관계가 성립합니다. 하지만 성과 본은 자동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현재 한시우라는 이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도진이 서연을 봤다.“이름은 그대로 두겠습니다.”“저에게 허락해 주는 말처럼 들리네요.”“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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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화. 후계자를 찾는 사람들

차명희는 서연의 동의 아래 다시 진행한 친자 확인 결과를 전달받지 못했다. 병원 기자회견에서 도진이 첫 검사 결과를 공개했지만, 그 수치가 가족에게 아이 정보를 요구할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그럼에도 차명희는 이틀 만에 공식 재검사가 끝났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도진은 어머니가 보낸 메시지를 세 번째 읽었다.[내일 오전 가족회의를 열겠다. 아이 문제를 더 늦출 수 없다.]그는 답장 대신 문화재단 감사 결과를 확인했다.공식 검사 일정을 알 수 있었던 사람은 검사기관 담당자와 양쪽 변호사, 아동상담센터 직원뿐이었다. 그런데 차명희의 메시지는 결과가 나온 다음 날 정확히 도착했다. 강 실장이 접근 기록을 확인하자 태강 법무실 소속 직원 한 명이 도진의 일정표를 열람한 흔적이 나왔다. 그 직원은 차성혁 전무가 이끄는 전략기획본부에서 파견된 인력이었다.“차 전무에게 보고했답니까?”“가족 리스크 관련 일정을 취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아이 검사 일정을 회사 리스크로 분류한 사람이 누군지 서면으로 받아.”도진은 해당 직원의 계정만 막고 징계부터 하지는 않았다. 지시한 사람과 보고 경로를 먼저 남겨야 했다.추가 출입증을 발급한 직원은 이사장실 의전팀장이었다. 팀장은 차명희의 구두 지시로 ‘한서연 대표 주변 인물’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시우를 촬영해 언론에 넘긴 사람은 외부 홍보대행사 직원으로, 의전팀장이 소개한 인물이었다.도진은 감사보고서를 들고 어머니의 집으로 갔다.거실에는 큰아버지와 고모, 사촌 두 명까지 모여 있었다. 빈자리에 앉기도 전에 질문이 쏟아졌다.“정말 네 아들이냐?”“가족관계등록은 언제 할 거야?”“아이 사진을 보니 네 어릴 때와 똑같더라.”도진은 보고서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오늘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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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6화. 문밖의 의자

시우가 열이 난 건 새벽 2시였다.서연은 아이의 목덜미에 손을 대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체온계는 39.1도를 가리켰다. 해열제를 먹였지만 한 시간 뒤에도 열이 내려가지 않았다.지수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응급실로 갔다.검사 결과는 급성 편도염이었다. 의사는 수액을 맞고 열이 떨어지면 귀가해도 된다고 했다. 시우는 주삿바늘을 꽂을 때 울었고, 울다 지쳐 서연의 무릎에 기대 잠들었다.납치 사건 이후 처음 온 응급실이라 서연도 평소보다 예민해졌다. 접수 직원이 보호자 연락처를 하나 더 적어 달라고 하자 펜이 멈췄다. 예전에는 지수나 하준 번호를 적었다. 오늘은 도진의 이름이 떠올랐지만, 아직 병원에서 연락할 보호자로 합의한 적이 없었다.서연은 민지수의 번호를 적었다. 법적으로 친부가 확인됐다고 해서 생활 속 모든 칸이 저절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오전 6시가 넘어 도진에게 메시지가 왔다.[오늘 만남 시간 확인드립니다. 예정대로 오후 4시에 센터로 가겠습니다.]서연은 잠든 시우 사진이 아닌 짧은 문장만 보냈다.[아이가 아파서 오늘 일정 취소합니다.]답장은 곧 왔다.[많이 아픕니까?][편도염입니다. 병원에 있고, 만남은 다음 주로 미룹니다.]몇 분 뒤 다시 메시지가 왔다.[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찾아가지는 않겠습니다.]서연은 답하지 않았다.아침 회진이 끝날 무렵 지수가 회사로 돌아갔다. 서연은 편의점 죽을 사러 병실을 나왔다가 복도 끝에서 익숙한 뒷모습을 봤다.그 전에 서연은 담당 간호사에게 보호자 외 면회를 막아달라고 요청해둔 상태였다. 병원 앱의 정보제공 동의도 다시 확인했다. 태강 비서실이나 가족이 전화해도 병실과 상태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표시가 붙었다.간호사는 친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오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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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화. 지킨 거리

시우는 이틀 뒤 퇴원했다.열이 내리자마자 집 안을 뛰어다녔지만 목이 아파 밥은 잘 먹지 못했다. 서연은 흰죽에 잘게 다진 닭고기를 넣고, 약을 먹을 때마다 달력에 공룡 스티커를 붙였다.도진은 하루에 한 번만 메시지를 보냈다.연락 시간도 오전 열 시로 정했다. 서연이 밤새 아이를 돌본 뒤 잠들 수 있는 시간을 피하고, 답이 없어도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의료진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병원비 세부내역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기준도 합의서에 덧붙였다.[시우 상태는 어떻습니까?]서연이 ‘열 없음, 식사 조금’이라고 답하면 더 묻지 않았다. 병원비를 보내지도, 의사를 바꾸라고 하지도 않았다.그 짧은 거리가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다.퇴원 다음 날에는 시우 명의 신탁계좌 개설 서류가 도착했다. 도진이 과거 양육비를 한꺼번에 입금하는 대신, 서경민과 회계사가 확인한 금액을 세 차례로 나누어 넣기로 한 문서였다. 서연이 실제 의료비와 교육비를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서연은 첫 입금 알림을 보고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통장에 찍힌 숫자가 오 년 동안 새벽마다 체온을 재고, 유치원 첫날 문밖에서 기다린 시간을 대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것은 도진이 져야 할 책임이었다. 받지 않는다고 자신이 더 당당해지는 것도 아니고, 받는다고 시우를 넘겨주는 것도 아니었다.그녀는 거래 내역을 별도 파일에 저장하고 도진에게 짧게 알렸다.[첫 분할금 확인했습니다. 사용 내역은 분기별로 공유하겠습니다.]답장은 한 줄이었다.[확인했습니다. 추가 설명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감사나 미안하다는 말이 붙지 않아 오히려 편했다.다음 만남 날, 시우는 센터에 들어가자마자 도진에게 말했다.“나 주사 맞았어.”“많이 아팠어?”“조금 울었어. 근데 엄마는 안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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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화. 왜 이제 왔어요

네 번째 만남에서 시우는 블록을 꺼내지 않았다.작은 탁자에 색연필을 펼쳐 놓고 가족 그림을 그렸다. 서연은 노트북으로 견적서를 확인했고, 도진은 맞은편에서 아이가 고르는 색을 지켜봤다.시우는 집과 나무, 자신과 엄마를 먼저 그렸다.검은색 색연필을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두 번 반복했다.“왜 안 그려?”도진이 묻지 않았다.대신 시우가 먼저 말했다.“아빠도 그릴까?”도진의 손이 무릎 위에서 굳었다.“네가 그리고 싶으면.”“근데 어디 살아?”“회사 근처 집.”“우리 집하고 멀어?”“차로 30분쯤.”“왜 같이 안 살아?”서연이 노트북을 닫았다.“시우야. 엄마랑 아빠는 지금 따로 사는 게 편해서 그래.”“나는 안 편한데.”아이의 말에 두 어른이 동시에 숨을 멈췄다.“유치원 친구들은 아빠가 집에 있대.”서연이 아이 옆으로 의자를 옮겼다.“친구들 집도 다 달라. 엄마랑 사는 집, 아빠랑 사는 집, 할머니랑 사는 집도 있어.”“나는 엄마랑 아빠랑 살고 싶어.”“그 마음은 알아. 그런데 어른들이 같이 살려면 오래 생각하고 약속해야 해.”상담사가 색연필 통을 아이 쪽으로 밀며 말했다.“시우가 바라는 걸 말하는 건 괜찮아.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같이 살지 결정하는 건 어른들이 할 일이야.”&l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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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화. 내 잘못이야

시우가 화를 낸 뒤, 도진은 다음 만남을 취소할 생각을 했다.아이에게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이 숙제처럼 느껴질까 두려웠다. 그는 서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시우가 원하지 않으면 이번 주는 쉬겠습니다.]답장은 한 시간 뒤에 왔다.[아이에게 물어본 뒤 알려드리겠습니다.]그날 저녁 시우는 “아빠가 안 오면 연습 못 하잖아”라고 말했다.서연은 그 대답을 그대로 전달하기 전에 상담사에게 확인했다. 시우가 도진을 만나고 싶은지, 아니면 자신이 화낸 일을 되돌려야 한다고 느끼는지 구분하고 싶었다.상담사는 영상통화로 아이에게 물었다.“아빠가 이번 주에 쉬어도 괜찮아?”“쉬면 다음 주에 와?”“시우가 원하면.”“그럼 이번 주에도 와. 내가 물어볼 거 있어.”“아빠 기분을 좋게 해 주려고 만나는 건 아니지?”시우는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왜 전화 안 받았는지 물어볼 거야.”만남을 원하는 이유가 분명해지자 서연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도진에게 알렸다. 대신 질문을 피하거나 다른 가족 탓만 하면 그날 만남을 끝내겠다는 조건을 붙였다.다음 만남은 예정대로 진행됐다.도진은 블록도 그림책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시우가 소파 끝에 앉아 발을 흔드는 동안 맞은편에서 기다렸다.“아빠.”“응.”“엄마가 전화 몇 번 했어?”도진은 숫자를 몰랐다.“아직 확인 중이야.”“많이 했어?”“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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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화. 50억의 주인

다원컨설팅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였다.등록 주소는 경기도 외곽의 낡은 상가였고, 사업 목적은 경영 자문과 행사 대행이었다. 직원은 없었다. 5년 전 몇 달 동안 큰돈이 오간 뒤 폐업했다.강태욱이 자금 흐름을 화면에 띄웠다.“다원 계좌로 52억이 들어온 뒤 이틀 후 한 대표님 명의 계좌에 50억이 입금됐습니다. 나머지 2억은 현금과 여러 개인 계좌로 나뉘었습니다.”“52억의 출처는?”“태강리조트의 해외 행사 용역비입니다. 당시 계약 결재자는 차성혁 전무였습니다.”도진은 문서를 한 장씩 넘겼다.서연 계좌는 입금된 날 개설됐고, 신분증 사본과 위임장이 사용됐다. 출금은 없었다. 한 달 뒤 계좌가 거래정지 상태가 됐다.“내가 본 건 잔액증명서뿐이었어.”“원본 계좌 내역은 당시 법무실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보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외부 회계법인은 자금 흐름을 세 갈래로 나눴다. 태강리조트에서 다원컨설팅으로 들어간 52억, 서연 명의 계좌에 남은 50억, 현금화된 2억. 같은 날 작성된 계약서에는 행사 장소가 ‘동남아 주요 도시’라고만 적혀 있었고 참석자 명단과 결과 보고서는 비어 있었다.“이 정도 금액이면 이사회 보고 대상 아니었나?”“계약을 네 건으로 쪼갰습니다. 각 건은 전결 한도 아래였고 결재 시각도 십 분 간격입니다.”“실무 담당자는?”“서민석 당시 재무팀 과장입니다. 육 개월 뒤 차성혁 전무 직속 부서로 옮겼다가 지난해 퇴사했습니다.”도진은 인사기록과 결재 로그를 증거 보전 목록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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