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렌은 정하은을 보았다.“전원 말씀이십니까?”“지금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만요. 하인, 마부, 창고 담당, 경비, 주방 사람들까지.”그렌의 시선이 카시안에게 아주 짧게 갔다. 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정은 정하은의 몫이라는 뜻이었다.그렌이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노아가 입 안의 빵을 급히 삼켰다.“뭔가 시작되는 겁니까?”베라가 그를 보았다.“먹어.”“궁금해서요.”“궁금해도 먹어.”옆자리에서 누군가 말했다.“먹으면서 궁금해하면 되지.”노아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지.”야라가 말했다.“시끄럽다.”노아는 입을 다물었다.정하은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잠시 후, 사람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들어왔다.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른 여자 둘이 왔다. 먼지 묻은 소매를 걷어붙인 중년 남자도 있었다. 마구간 냄새가 희미하게 묻은 소년, 빨래를 하다 온 듯 손이 젖은 하녀, 허리춤에 짧은 몽둥이를 찬 남자들 몇 명까지.식당 안의 빈자리가 빠르게 줄었다.정하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순간 식당이 조용해졌다.정하은은 식탁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기다리는 얼굴들이었다.그녀가 입을 열었다.“어제 인사도 제대로 못 했죠.”몇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정하은은 말을 이었다.“이벨리아 블랙우드입니다.”잠깐 숨을 고른 뒤, 그녀는 다시 식탁을 보았다.“여기서 편하게 밥만 먹고 지낼 생각은 없습니다.”누군가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카시안에게 기대서 살겠다는 뜻도 아니고, 블랙우드 이름 뒤에 숨겠다는 뜻도 아니에요.”정하은은 또박또박 말했다.“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만들 겁니다.”“그러려면 여러분 도움이 필요합니다.”식탁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였다.정하은은 말을 이었다.“블랙우드는 여러 일을 하고 있죠. 창고도 있고, 운송도 있고, 경비도 있고, 작은 거래도 있고, 사람을 찾아내는 일도 하고,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는 일도 합니다.”“그런데 주력 사업은 없어요.”식당 안이 조용해졌다.“지금처
Last Updated : 2026-09-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