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무능한 장녀라더니 상단을 먹어버렸다: บทที่ 71 - บทที่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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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근데 너 모아놓은 돈은 좀 있어?”클라라의 웃음이 멈췄다.“돈?”“응.”“왜?”정하은은 대답하지 않고 클라라를 봤다.클라라도 정하은을 마주 봤다.“얼마나 필요한데?”“있는 만큼.”클라라는 잠시 생각했다.“많이는 없어.”“얼마나?”클라라가 대략적인 금액을 말했다.정하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그게 전부야?”“매달 받는 돈은 그 정도야.”“모아둔 건?”“없어.”대답은 빨랐다.클라라는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왜 모아둬? 쓸 데가 있는데.”“어디에 썼는데?”“드레스. 보석. 향수.”클라라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신발. 장갑. 리본.”“됐어.”정하은이 말을 끊었다.클라라는 못마땅한 얼굴로 그녀를 봤다.“돈이 왜 필요한데?”“같이 하기로 했잖아.”“내가 돈도 내야 한다는 말은 안 했잖아.”“나도 방금 생각났어.”“그럼 다시 생각해.”정하은은 잠시 고민했다.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겠네.”클라라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렇지?”“네 돈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뭐?”정하은은 클라라의 시녀가 들고 있던 망토를 받아 클라라의 어깨에 걸쳐줬다.“일단 집에 가.”“어디 가려고?”“돈 구하러.”“누구한테?”정하은은 대답하지 않았다.클라라는 곧 알아차린 얼굴이 됐다.“남편한테?”“응.”“그 사람이 돈을 줘?”“줘야지.”정하은은 클라라의 망토 끈을 묶었다.“안 주면?”클라라가 물었다.“줄 때까지 얘기해야지.”“그러다 쫓겨나면?”“그럼 너희 집으로 갈게.”클라라의 얼굴이 굳었다.“꼭 받아.”“노력해볼게.”“아니. 꼭 받아.”클라라는 마차에 오르며 다시 말했다.“우리 집으로 오지 말고.”정하은은 문이 닫힐 때까지 웃고 있었다.마차가 떠난 뒤에야 몸을 돌렸다.**카시안의 집무실 문이 열렸다.카시안은 책상 위의 서류를 보고 있었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는데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무슨 일입니까?”정하은은 책상 앞까지 걸어갔다.카시안이 그제야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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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혼자 다 만들 수 있어?”“할 수 있어.”“다른 도시에서도 필요해지면?”엘린이 입을 다물었다.“그건 그때 가서.”“그때 가면 늦어.”정하은은 엘린의 손가락을 가리켰다.“지금도 네 손 다쳤잖아.”엘린은 손을 식탁 아래로 내렸다.“이건 다른 거 만들다가 다친 거야.”“그러니까 혼자 다 하지 말라는 거야.”정하은은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엘린은 입술을 깨물다가 말했다.“그럼 난 내 마음에 드는 사람만 가르칠 거야.”“그건 네가 알아서 해.”엘린은 더 말하지 않았다.정하은은 그렌을 봤다.“건물이 필요해요.”“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십니까?”“여러 사람이 동시에 배울 수 있어야 해요.”“저택 안은 어렵습니다.”“알아요.”정하은은 그렌에게 다시 말했다.“쓸 만한 큰 건물이 없을까요?”“비어 있는 길드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마일로가 고개를 들었다.“서쪽 시장 끝에 있는 곳 말입니까?”“예.”“너무 낡았습니다.”“그래서 비어 있죠.”그렌이 말했다.“대신 방이 많고 뒤뜰도 넓습니다.”정하은이 물었다.“살 수 있어요?”“값을 알아보겠습니다.”카시안이 말했다.“내일 바로 보러 가지.”그렌이 고개를 숙였다.“준비하겠습니다.”정하은은 사람들을 둘러봤다.“머리 손질을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줘요.”노아가 물었다.“어디서요?”“아는 데부터.”“아는 데도 없으면요?”베라가 말했다.“이발소.”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실렌이 물었다.“귀족가와 계약을 맺은 사람들도 포함합니까?”“네. 극장이나 유랑단도 살펴보세요.”정하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아, 가발 만드는 사람도 데리고 와요.”정하은이 이어 말했다.“데리고 올 때 돈을 준다고 하세요.”마일로가 장부를 펼쳤다.“얼마를요?”정하은은 카시안을 봤다.카시안이 말했다.“경력과 맡을 일에 따라 나눠.”마일로는 바로 적었다.“학생은 어떻게 모을까요?”“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받아요.”“그렇게 써 붙이면 너무 많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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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잘린 머리카락이 노아의 발밑에 수북이 쌓였다.노아는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거울을 보고 싶지 않았다.“많이 잘랐습니까?”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노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왜 대답을 안 합니까?”“고개 드세요.”이발사가 노아의 턱을 들어 올렸다.“움직이면 양쪽 길이가 달라집니다.”“이미 다른 것 아닙니까?”“그러니까 더 움직이지 마십시오.”노아의 입이 굳게 다물렸다.주변에 둘러선 교육생들은 웃지도 못하고 숨만 죽였다.정하은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입을 가렸다.웃으면 안 됐다.사람을 억지로 의자에 앉혀 놓고 웃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노아의 표정은 지나치게 비장했다.마치 머리카락이 아니라 명예를 잘리고 있는 사람 같았다.이발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위를 움직였다.사각.사각.노아의 옆머리가 정리될 때마다 교육생들의 시선도 함께 움직였다.처음에는 다들 시범을 보는 눈이었다.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눈빛이 달라졌다.조금씩 긴장한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다.직접 저 가위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한 것이다.이발사가 가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자, 여기까지가 기본 정리입니다. 누가 해보겠습니까?”교육생들은 일제히 시선을 피했다.“좋습니다. 오늘 당장 사람 머리에 가위를 대게 하진 않겠습니다.”노아가 눈에 띄게 안도했다.“먼저 제가 몇 번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다음 여러분은 가발로 연습하면 됩니다.”“가발은 충분합니까?”누군가 물었다.정하은이 대답했다.“아니요.”교육생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정하은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내려다봤다.가발은 비쌌다.게다가 머리카락은 한 번 자르면 끝이었다. 몇 번 연습하고 나면 더는 쓸 수 없었다.교육생은 서른두 명이었다.한 사람당 하나씩만 써도 서른두 개가 필요했다.붙임머리와 염색, 땋기와 장식까지 가르치려면 그보다 훨씬 많이 필요했다.정하은이 한숨을 쉬었다.“연습을 도와줄 사람들을 구해야겠네.”노아가 즉시 고개를 들었다.“저는 오늘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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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교육생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분위기만으로 귀한 손님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엘레노아는 강의실 안을 둘러봤다.먼저 정하은을 보고, 그다음 의자에 앉은 카시안을 봤다.그리고 한쪽 머리가 짧아진 노아를 봤다.“제가 방해한 건가요?”“아니에요.”정하은은 얼른 엘레노아에게 다가갔다.“오늘 오실 줄은 몰랐어요.”“클라라 영애에게 들었어요.”엘레노아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졌다.“준비가 되면 찾아오라고 하셨다고요.”정하은은 잠시 생각했다.시설은 아직 완전히 정돈되지 않았다.교육생들은 막 첫 수업을 시작했다.마침 클라라는 저택으로 돌아간 상태였다.하지만 미라는 있었다.엘레노아를 교육생에게 맡길 생각은 없었다.오히려 잘된 일이었다.실제 고객에게 어떻게 상담하고 시술하는지 보여줄 기회였다.“물론이죠.”정하은이 옆방을 가리켰다.“다만 교육생들이 지켜봐도 괜찮으세요?”엘레노아는 교육생들을 바라봤다.서른두 명의 시선이 동시에 아래로 떨어졌다.“가까이 오지만 않는다면요.”“멀리서 보기만 하게 할게요.”미라가 곧바로 시술 준비를 시작했다.엘레노아는 거울 앞 의자에 앉았다.정하은은 그녀의 뒤에 서서 머리카락을 살폈다.엘레노아의 머리는 손질이 잘되어 있었다.끝은 가지런했고, 윤기도 있었다.다만 길이도 모양도 너무 단정했다.늘 같은 위치에서 묶고, 같은 높이로 올린 흔적이 보였다.정하은이 물었다.“원하는 모양이 있어요?”“클라라 영애처럼은 하지 않을 거예요.”“그건 저도 반대예요.”엘레노아가 거울을 통해 정하은을 봤다.“이유를 물어도 될까요?”“안 어울리니까요.”정하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클라라 영애는 들어오는 순간 모두가 보게 만드는 쪽이 어울려요. 하지만 영애는 달라요.”엘레노아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저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뜻인가요?”“아니요.”정하은은 엘레노아의 뒷머리를 들어 올렸다.“영애는 꾸미지 않아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잖아요.”그녀는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며 얼굴선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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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정하은은 아침부터 식탁에 앉아 장부를 펼쳐놓고 있었다. 빵을 한입 베어 문 채 종이 위에 무언가를 적었다.카시안은 장부 위를 오가는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잉크가 묻은 손끝이 종이를 짚고 페이지를 넘겼다.그녀의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끼워져 있지 않았다.카시안은 시선을 물잔으로 내렸다.“이건 너무 비싸요.”정하은이 말했다. 마일로가 옆에서 장부를 들여다봤다.“거울이 왜 이렇게 비싸요?”“크고 깨끗한 거울은 원래 비쌉니다.”“조금 흐린 걸 쓰면요?”“얼굴도 조금 흐리게 보일 겁니다.”정하은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안 되겠네. 다른 데서 줄여야겠어요.”정하은은 장부를 다시 내려다봤다.카시안의 시선이 다시 그녀의 손가락으로 향했다.두 사람의 결혼은 계약이었다.그러니 반지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서류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있었고, 혼인 서약에는 증인이 있었다. 법적으로는 그것으로 충분했다.그런데 요즘 들어 정하은의 빈 손가락이 자꾸 신경 쓰였다.“카시안.”정하은이 불렀다. 카시안은 시선을 들었다.“듣고 있어요?”“듣고 있습니다.”“뭐라고 했는데요?”카시안은 잠시 침묵했다. 정하은의 눈이 가늘어졌다.“안 들었죠?”“거울 값이 비싸다고 하셨습니다.”“그건 한참 전이고요.”마일로가 조용히 장부를 덮었다.“저는 자리를 비우겠습니다.”“왜요?”“두 분이서 하실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요.”마일로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일어났다. 정하은이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카시안을 돌아봤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별것 아닙니다.”“별것 아닌 얼굴이 아닌데.”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하은은 잠시 그를 살폈다.그러고는 손을 들어 그의 앞머리에 손을 댔다.“머리가 또 내려왔네.”손끝이 이마를 스쳤다.정하은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겼다. 어제부터 생긴 버릇이었다. 카시안의 머리가 조금만 흐트러져도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다.카시안은 그녀의 손이 떨어질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됐어요.”정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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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달랐다.“머리가 흐트러졌습니다.”정하은은 자기 앞머리를 만졌다.“어디가요?”“왼쪽.”정하은이 반대쪽을 정리했다.“여기?”“그쪽은 오른쪽입니다.”“카시안 기준으로는 왼쪽이잖아요.”“부인 기준으로 말했습니다.”정하은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머리를 대충 쓸어넘겼다.“됐어요?”“아니요.”카시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하은의 앞으로 걸어갔다. 손을 들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정하은이 가만히 그를 올려다봤다.카시안은 곧바로 손을 거두었다.“됐습니다.”정하은은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아주 작게 말했다.“그냥 말로 알려줘도 되는데.”“부인이 먼저 시작한 일입니다.”“내가 뭘요?”“머리가 흐트러질 때마다 만지는 것.”정하은의 입이 다물렸다.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카시안은 더 말하지 않았다.정하은은 서류를 품에 안은 채 문을 열고 나갔다.문이 닫힌 뒤에도 카시안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저녁 식사는 작은 식당에 준비되어 있었다.창가에는 둥근 식탁 하나가 놓여 있었고, 의자도 두 개뿐이었다. 식탁 위에는 따뜻한 빵과 구운 고기, 채소 수프가 놓여 있었다.정하은이 먼저 와 있었다. 그녀는 창밖을 보고 있다가 카시안이 들어오자 고개를 돌렸다.“왔어요?”“예.”“오늘은 정말 둘뿐이네요.”“싫습니까?”“아니요.”정하은은 자기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앉아요.”카시안은 자리에 앉았다.식사가 시작됐다.처음에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정하은은 교육소 이야기를 했다.가발이 얼마나 부족한지, 엘린이 교육생 셋을 첫날부터 쫓아낼 뻔했다는 것, 미라가 손님 역할을 맡은 노아에게 같은 질문을 열 번 시켰다는 것.“노아가 왜 계속 실습 상대를 합니까?”카시안이 물었다.“가만히 있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니까요.”“노아가 가만히 있었습니까?”“베라가 옆에 있었어요.”“그렇군요.”정하은이 웃었다.“그래도 오늘은 꽤 잘했어요. 다섯 번째부터는 대답도 안 바꾸고.”“처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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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교육소가 문을 연 지 보름이 지났다.처음에는 가위를 잡는 것조차 서툴렀던 사람들도 이제는 저마다 잘하는 분야를 찾아가고 있었다.머리를 자르는 데 감이 좋은 사람.색을 섞는 눈이 좋은 사람.가발의 형태를 잡는 데 능한 사람.붙임머리를 고정하는 손이 빠른 사람.같은 수업을 들어도 잘하는 분야는 모두 달랐다.정하은은 그 차이를 억지로 맞추지 않았다.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들었다.그 편이 빨랐다.큰 홀에서는 머리를 자르는 수업이 한창이었다.이발소에서 오래 일한 기술자가 교육생들의 손을 하나씩 살피고 있었다.“거기서 더 자르면 안 돼.”교육생의 손이 멈췄다.“왜인지 압니까?”교육생은 거울 속 얼굴을 살폈다.“얼굴이 길어 보일 것 같습니다.”“그럼 어디를 남겨야 하지?”“옆쪽입니다.”“해봐.”교육생은 다시 가위를 움직였다.보름 전에는 지시를 그대로 따라 하는 데만 급급했다.이제는 조금씩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다른 방에서는 염색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각각 다른 비율로 색을 섞은 염색약이 작은 그릇에 줄지어 놓여 있었다.창가에는 손질 중인 가발이 걸려 있었고, 뒤편에서는 붙임머리에 쓸 머리카락을 길이와 색깔별로 나누고 있었다.생각보다 빨랐다.기술자들이 괜히 오랜 시간 그 일을 해온 사람들이 아니었다.가르치는 방식은 제각각이었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했다.교육생들도 열심이었다.여기서 버티면 이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복도 끝 방에서는 미라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교육생 둘이 서로 마주 앉아 있었다.한 명은 손님 역할이었고, 다른 한 명은 요구를 듣고 머리 모양을 제안하는 역할이었다.“다음 주 연회에 갈 건데 평소보다 화려하게 하고 싶어요.”손님 역할을 맡은 교육생이 말했다.맞은편 교육생은 곧바로 대답했다.“그럼 장식을 많이 달아드리겠습니다.”미라가 바로 말을 끊었다.“왜?”교육생이 당황했다.“화려하게 해달라고 했으니까요.”“화려하다는 게 뭔데?”“장식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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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세린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제가 수업을 방해해서 그러십니까?”“아니.”정하은은 미소를 지었다.“내 머리도 한번 맡겨보려고요.”세린이 눈을 깜빡였다.옆에 있던 기술자도 놀란 얼굴로 정하은을 바라봤다.정하은은 더 설명하지 않고 방을 나왔다.문이 닫히기 직전,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이벨리아 님 머리를 내가 어떻게 해…….”곧이어 기술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걱정할 시간에 바닥부터 치워. 저녁까지 도망갈 생각도 하지 말고.”복도를 걷던 정하은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그때 입구 쪽에서 작은 소란이 들렸다.복도로 나오자 시녀 둘이 나란히 서 있었다.한 명의 손에는 편지가 들려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작은 상자를 안고 있었다.요 며칠 계속 보던 모습이었다.정하은이 가까이 다가가자 시녀들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이벨리아 님께 인사드립니다.”“무슨 일이에요?”“저희 아가씨께서 머리 손질을 받고 싶어 하십니다.”시녀가 편지를 내밀었다.“가능한 날을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다른 시녀도 급히 나섰다.“저희 아가씨께서도 부탁하셨습니다.”두 사람은 서로를 슬쩍 바라봤다.정하은은 편지를 받아들었다.이름을 확인하자 낯익었다.클라라가 다녀온 파티에 참석했던 영애들이었다.엘레노아가 머리를 바꾼 뒤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처음에는 가까운 사람들만 찾아왔다.그다음에는 그들의 친구가 왔다.이제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영애들이 시녀를 보내고 있었다.“오늘은 어려워요.”정하은이 말했다.“가능한 날짜를 확인해서 따로 보내드릴게요.”“저희 아가씨께서는 비용을 더 내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한 시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옆에 있던 시녀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저희도 가능합니다.”정하은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었다.조금이라도 먼저 받기 위해 돈을 더 내겠다는 사람들.다른 사람의 순서를 밀어내 달라는 사람들.저택으로 와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정하은은 두 편지를 한꺼번에 접었다.“먼저 온 순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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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의자를 전부 빼주세요.”정하은의 말에 방 안이 조용해졌다.그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전부 말입니까?”“네.”“어제 들여온 의자까지?”“그것도요.”그렌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입구 안쪽의 넓은 공간에는 새로 만든 의자 열두 개가 앞뒤로 나뉘어,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한 채 놓여 있었다.등받이는 높았고, 팔걸이에는 부드러운 천을 덧댔다. 목재에는 광이 났고, 다리에는 바닥이 긁히지 않도록 가죽까지 붙여두었다.하나를 완성하는 데만 적지 않은 돈이 들었다.그런 의자를 정하은이 하루 만에 전부 치우라고 말한 것이다.“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너무 많아요.”“손님이 많이 올 걸 대비해서 만든 겁니다.”“그래서 문제예요.”정하은은 넓은 공간 한가운데 서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줄지어 놓인 의자 위로 낯익은 풍경이 겹쳐졌다. 사람들은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옆자리에서는 다른 손님의 대화가 그대로 들렸고, 뒤에서는 잘린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졌다.정하은이 만들고 싶은 것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이 의자가 다 있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아요?”그렌은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싸고 바쁜 가게처럼 보여요.”그렌의 얼굴이 굳었다.“의자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에요. 아주 좋아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자라도 많이 놓이면 특별해 보이지 않아요.”정하은이 안쪽에 나란히 붙어 있는 방문을 가리켰다.“개인실 두 곳에 하나씩만 놓아요.”“두 개만 말입니까?”“네.”열두 개나 만든 의자 가운데 사용하는 것은 겨우 두 개였다.그렌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남은 의자는 어디에 둡니까?”“전부 교육소로 보내주세요.”“손님이 몰리면요?”“기다리게 해야죠.”그렌은 이번에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정하은은 자신들이 서 있는 넓은 공간을 둘러보았다.“여기는 손님들이 편하게 기다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거예요.”그리고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었다.“낮은 탁자를 놓고, 차를 준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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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처음 온 것은 엘레노아였다.그녀는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왔지만, 미안해하지 않았다.오히려 문 앞에 세워진 작은 안내판을 유심히 바라봤다.오늘의 예약은 마감되었습니다.엘레노아가 물었다.“첫날부터요?”문을 연 직원이 정중히 대답했다.“예, 영애.”“취소된 시간은 없나요?”“현재는 없습니다.”엘레노아의 입가에 아주 작은 미소가 생겼다.자신은 예약되어 있었다.그 사실만으로도 묘한 우월감이 생기는 표정이었다.정하은은 안쪽에서 그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됐다.엘레노아가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마차가 도착했다.클라라였다.그녀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마차에서 내려 간판부터 올려다봤다.“생각보다 작네.”정하은이 밖으로 나왔다.“마음에 안 들어?”“아니.”클라라는 열린 문 안을 들여다봤다.“사람이 왜 이렇게 없어?”“아직 시작 전이니까.”“예약이 열두 명이라면서.”“시간이 다 달라.”클라라의 눈빛이 달라졌다.“한꺼번에 안 받아?”“응.”“왜?”“네가 머리하는 걸 다른 영애들이 구경하는 게 좋아?”클라라는 곧바로 얼굴을 찌푸렸다.“싫어.”“그래서.”클라라는 더 묻지 않았다.대신 안으로 들어가다가 입구에서 멈췄다.직원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외투를 받았다.다른 직원은 장갑을 받았다.또 다른 직원은 작은 은쟁반을 들고 물었다.“오늘은 장미차와 레몬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드릴까요?”클라라가 정하은을 돌아봤다.“차도 줘?”“응.”“돈 받아?”“아니.”“그럼 장미차.”“영애께서는 단맛을 어느 정도로 준비할까요?”“조금만.”“알겠습니다.”클라라는 대기 공간의 소파에 앉았다.그러고는 곧장 탁자 위의 책자를 집었다.첫 장을 넘긴 순간 그녀의 손이 멈췄다.“이건 뭐야?”“머리 모양 책.”“이렇게나 많아?”클라라가 빠르게 장을 넘겼다.클라라의 눈빛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달라졌다.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그다음은 놀람이었다.그리고 곧 욕심이 되었다.“이거.”클라라가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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