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무능한 장녀라더니 상단을 먹어버렸다: บทที่ 61 - บทที่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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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며칠 전.카이든의 집무실에는 탄 냄새가 남아 있었다.책상 위에 놓인 천 조각과 부서진 나무패, 검게 그을린 보증서에 밴 냄새였다.카시안은 앉지 않았다. 창가에 기대선 채 책상 위의 물건들을 내려다봤다.카이든이 말했다.“최근 열흘 동안 세 번이다.”“들었습니다.”“어디서.”“항구에 입이 많더군요.”카이든의 표정이 굳었다.“로세트 내부 보고보다 빨랐다는 뜻인가.”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더 기분 나빴는지, 카이든이 책상 위의 보증서를 밀었다.“남부 염료 운송대가 습격당했다. 마차 네 대가 불탔고, 호위 둘이 죽었다.”카시안은 보증서 한쪽 끝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불에 그을렸지만, 도장은 남아 있었다.로세트의 장미.“두 번째는.”“북문으로 들어오던 철물 운송대. 마차 바퀴가 부러졌고, 협곡 아래로 떨어졌다.”“사망자는.”“다섯.”“세 번째.”카이든의 손이 옆에 놓인 나무패로 향했다.“어제 새벽. 동부 직물 공방 대금 호송.”카시안이 나무패를 집었다. 얇고 납작한 패였다. 한쪽에는 로세트 상단의 지급대 표식이 있었고, 반대편에는 깊은 칼자국이 남아 있었다.“돈은.”“그대로였다.”카시안의 눈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카이든이 말했다.“세 건 모두 화물도 일부 남았다. 금화도 손대지 않았다. 대신 거래 장부와 보증서 사본만 사라졌다.”“그럼 도둑은 아니군요.”“누가 봐도.”카시안은 목패를 내려놓았다.“사고도 아니고.”“그래.”집무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카이든은 그 침묵을 오래 두지 않았다.“세 거래처에서 모두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로세트 운송로를 믿고 물건을 맡겼으니, 손실도 로세트가 책임지라고.”“틀린 말은 아닙니다.”카이든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내 앞에서 남의 편을 들 생각인가.”“의뢰를 받기 전에 값부터 올리는 겁니다.”카이든의 입술이 얇아졌다.카시안은 책상 위의 서류를 한 장 넘겼다.세 거래처의 배상 청구. 발신일은 달랐다. 문장은 비슷했다.운송 안전 보장 실패.기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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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절벽 위의 궁수 몇이 움직였다.금발 기사는 웃지 않았다.“혼자 올 줄 알았다.”“뒤에 둘은 눈에 안 들어옵니까?”야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철퇴를 꺼냈다.금발 기사의 눈이 야라의 무기로 향했다가, 다시 카시안에게 돌아왔다.“로세트가 블랙우드 뒤에 숨었군.”“반대입니다.”“뭐?”“당신들이 로세트 뒤에 숨었죠.”짧은 침묵.금발 기사가 손을 들었다. 절벽 위의 활시위가 동시에 당겨졌다.“쏴.”화살이 쏟아졌다.카시안은 검을 뽑았다.챙.첫 번째 화살이 꺾였다. 두 번째는 검등에 맞아 옆으로 튕겼다.카시안은 앞으로 걸었다.화살이 빗발처럼 내려왔지만, 그의 걸음은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 검은 필요한 만큼만 움직였다.화살은 그의 몸에 닿기 전에 방향을 잃었다.베라는 이미 옆으로 빠져 있었다. 몸을 낮춰 쏟아지는 화살 사이를 파고들었다.베라의 낫칼이 말 위의 기사 손목을 걸었다. 그대로 잡아당기자 기사가 검을 놓쳤다. 그 몸이 아래로 기울기도 전에 베라의 발이 안장 옆을 찼다.기사는 말 아래로 떨어졌다.“살려두래.”베라가 중얼거렸다.“귀찮게.”두 번째 기사가 창을 겨눴다.베라는 몸을 낮췄다. 창끝이 머리 위를 스쳤다.낫칼의 붉은 끈이 짧게 흔들렸다. 창대가 걸렸다.베라가 손목을 틀자 창끝이 옆 기사를 향했다. 말 두 필이 놀라 몸을 틀었고, 뒤따르던 기사들까지 한꺼번에 엉켰다.야라는 정면으로 걸었다.방패병 셋이 길을 막았다.가장 앞의 방패병이 달려들었다.야라의 철퇴가 옆에서 들어갔다.쾅.방패는 부서지지 않았다. 대신 방패를 든 팔이 그대로 내려앉았다. 기사가 비명을 삼켰다.야라는 열린 틈으로 들어갔다.옆의 방패병이 급히 몸을 틀었다. 반대쪽 철퇴가 가슴갑옷을 찍었다.쾅.기사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마지막 방패병이 검을 뽑았다.야라는 검을 무시한 채 철퇴로 그의 무릎을 찍었다.갑옷 안쪽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기사가 옆으로 무너졌다.베라가 멀리서 말했다.“걸어서 돌아가야 된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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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클라라는 오늘 입을 드레스를 세 벌이나 침대 위에 펼쳐놓고도 고르지 못했다.연분홍은 얼굴을 화사하게 만들었다. 하늘색은 피부를 더 희게 보이게 했고, 짙은 녹색은 허리를 가장 가늘게 잡아줬다. 어느 것을 입어도 자신이 가장 예쁠 것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오늘 필요한 게 단순히 예쁜 얼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분홍.”클라라가 마침내 말했다.시녀가 녹색 드레스를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역시 이쪽이 가장 잘 어울리십니다.”“아까는 녹색이 낫다며.”“녹색도 잘 어울리시지만, 오늘은 분홍이 더…”“됐어. 네 말 들으려고 물은 거 아니니까.”클라라는 거울 앞에 앉았다. 시녀 둘이 달라붙어 머리를 빗기 시작했다.빗이 머리카락을 타고 내려갈 때마다 거울 속 얼굴이 조금씩 완성되었다. 이마는 적당히 넓었고, 눈꼬리는 웃지 않아도 살짝 올라가 있었다. 입술은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붉었다.클라라는 자기 얼굴에 불만이 없었다.불만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었다.“머리는 더 높게 올려.”“그러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저녁까지만 버티면 돼.”“핀을 많이 써야 합니다.”“쓰면 되잖아.”시녀가 더 말하지 않고 머리카락을 끌어모았다. 정수리가 당겼지만 클라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예뻐지기 위해 머리핀 몇 개쯤 견디지 못하는 여자들이 있었고, 그런 여자들은 대개 자신보다 못생겼다.오늘 모임에는 남부의 이름난 귀족가 자제들이 거의 모두 온다고 했다.세르반 자작 영애의 생일 다과회.초대장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하지만 클라라는 그런 말을 믿지 않았다. 생일을 축하하는 데 영애 스무 명과 귀족가 자제 열다섯 명이 필요할 리 없었다.그곳에서 결정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누가 누구 옆에 앉는지, 어느 남자가 누구에게 먼저 인사하는지. 누가 새로 들여온 보석을 가장 먼저 차고 나오는지, 누가 말을 꺼냈을 때 사람들이 웃고 누가 같은 말을 했을 때 찻잔만 만지는지.귀족들은 상인들이 돈을 밝힌다고 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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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클라라의 손이 의자 등받이 위에 멈췄다.엘레노아는 아직 오지 않았다.언제 오는지도 몰랐다.“엘레노아가 부탁했어요?”클라라가 물었다.“아뇨. 늘 여기 앉으시니까.”세르반 영애는 이상한 질문을 들었다는 듯 웃었다.클라라는 맞은편 의자를 당겨 앉았다.얼굴을 마주 보기에 더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다.굳이 옆에 앉을 필요는 없었다.다만 조금 전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영애들 누구도 그 빈자리에 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거슬렸다.그들에게는 정해진 순서가 있었다.누가 먼저 앉고, 누구의 자리를 비워두며,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거는지.클라라는 그 순서를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그 순서에서 로세트는 늘 뒤였다.로세트의 금고가 그 집안들의 금고를 전부 합친 것보다 커도 마찬가지였다.엘레노아 영애는 한참 뒤에 도착했다.하인이 이름을 알리자 대화가 자연스럽게 멈췄다. 아무도 조용히 하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클라라는 엘레노아를 살폈다.남색 드레스.작은 진주 귀걸이.별다른 장식도 없는 머리.예쁘지도 않았다.못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클라라와 같은 거울 앞에 세운다면 거울이 미안해할 정도였다.그런데 엘레노아가 자리에 앉자 라비니아가 몸을 조금 틀었다. 세르반 영애는 향수병을 다시 꺼내 보여주었고, 조금 전까지 클라라에게 물어보던 영애들이 엘레노아의 반응을 기다렸다.엘레노아가 향을 맡았다.“조금 달군요.”“그렇죠?”라비니아가 바로 받았다.“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클라라는 찻잔을 들었다.라비니아는 진하다고 했다.달다고 한 적은 없었다.하지만 귀족들은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높은 사람이 한 말로 자기 말을 바꿨다.그게 그들의 예법인 모양이었다.“클라라 영애가 가져오셨어요.”세르반 영애가 말했다.엘레노아의 시선이 클라라에게 닿았다.“역시 로세트네요.”클라라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향수 이야기가 지겨워졌다.역시 로세트.좋은 물건을 가져오면 역시 로세트.돈이 많아도 역시 로세트.드레스가 화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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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비슷한 표정도 봤을 것이다.자신에게만 조금 오래 머물렀다고 생각한 시선까지.“정말 꽃을 좋아하시나 봐요.”먼저 와 있던 영애가 차갑게 말했다.마리안 영애가 헛웃음을 흘렸다.클라라는 웃지 않았다.테라스 쪽에서 음악이 시작되었다.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세 사람은 동시에 그쪽을 보았다.에드릭이 테라스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낯선 금발 영애와.여자는 수도에서 온 사람인지 클라라가 모르는 얼굴이었다. 드레스는 수수했고, 머리도 단순하게 땋아 내렸다.에드릭은 그 여자에게 웃고 있었다.클라라에게 웃었던 것과 같은 얼굴로.아니.조금 더 즐거워 보였다.정자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어느새 몇몇 영애가 모여 있었다. 누가 먼저 눈치챘는지, 이쪽을 보며 낮게 말을 주고받았다.클라라는 그들의 시선을 느꼈다.세 사람 모두 같은 말에 속았다.그래도 가장 오래 입에 오르내릴 사람은 자신일 것이다.에드릭과 특별한 사이라는 말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으니까. 그가 자신에게만 다르다고 믿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게 두었다.상인 집안의 딸이 후작가 차남에게 선택받은 줄 알고 들떴다가 망신당했다.그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였다.클라라는 턱을 들었다.“꽃은 잘 봤네요.”먼저 와 있던 영애가 클라라를 봤다. 마리안 영애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본관 쪽만 노려봤다.클라라는 정자에서 나가려 했다.그 순간 머리 한쪽이 따끔하게 당겼다.아침부터 머리를 버티고 있던 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툭.클라라는 움직이지 않았다.옆머리가 천천히 내려앉았다.한쪽이 무너지자 반대쪽도 모양을 잃었다. 머리 안쪽에 넣었던 둥근 받침이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났다.누군가 웃음을 삼켰다.클라라는 손을 올려 머리를 눌렀다.잘못된 선택이었다.손가락에 머리카락이 걸리며 더 크게 흐트러졌다. 리본이 돌아가고, 남은 핀 하나가 두피를 긁었다.“시녀를 부를까요?”함께 정자에 와 있던 영애 중 한 명이 말했다.클라라는 그 얼굴을 보지 않았다.“필요 없어요.”“하지만 그대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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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클라라는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전날 밤 미리 골라둔 드레스는 침대 옆에 걸려 있었다. 시녀가 머리를 빗으려고 다가오자 클라라는 손부터 들었다.“올리지 마.”시녀의 손이 멈췄다.“그럼 어떻게 해드릴까요?”클라라는 거울 속 머리를 봤다. 잠을 자는 동안 한쪽이 눌렸고, 느슨해진 리본 아래로 몇 가닥이 흘러내려 있었다.“엉킨 것만 정리해.”“묶어드리지 않고요?”“응.”시녀는 더 묻지 않고 리본을 풀었다. 빗이 머리카락을 지나갈 때마다 어제 남아 있던 모양이 조금씩 사라졌다.클라라는 거울을 바라보다가 말했다.“됐어.”시녀가 빗을 내려놓았다.클라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차 준비해.”“네, 아가씨.”망토를 걸치기 전 거울을 한 번 더 봤다.풀어둔 머리가 아직도 낯설었다.클라라는 그대로 방문을 나섰다.**마차가 블랙우드 저택 앞에 멈췄다.클라라는 망토를 정리하고 내렸다.현관문이 열렸다.미라가 나와 허리를 숙였다.“클라라 아가씨, 오셨습니까.”클라라는 계단 아래에서 그녀를 봤다.“내가 올 줄 알았어?”“마님께서 아침에 오실 거라고 하셨습니다.”클라라의 입술이 굳었다.“내가 온다고는 안 했는데.”미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네. 그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그렇게?”“온다고는 안 하셨지만, 오실 거라고요.”클라라는 말문이 막혔다.미라는 옆으로 비켜섰다.“안으로 드시죠.”클라라는 망토를 벗어 시녀에게 건넸다.“너도 들어와.”“네, 아가씨.”미라는 아무 말 없이 앞장섰다.복도를 지나가는 동안 몇 사람이 클라라를 돌아봤다.잠깐 시선이 머물렀다가 곧 제자리로 돌아갔다.클라라는 괜히 턱을 조금 더 들었다.“이벨리아는?”“안쪽 방에 계십니다.”“아직 준비도 안 했어?”“두 시간 전부터 일하고 계셨습니다.”클라라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아침부터 일한다는 말이 자랑처럼 들렸다.**문을 열자 탁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그 위에는 여러 묶음의 머리카락이 펼쳐져 있었다. 검은색, 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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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클라라는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정하은은 다시 상자를 정리했다.“네가 하면 이상한 게 머리 때문인지 바로 알 수 있잖아.”클라라는 거울 속 자기 얼굴을 봤다.조금 전보다 기분이 나아졌다.“그건 그렇지.”“내일은 드레스 가져와.”“무슨 드레스?”“네가 제일 아끼는 거 세 벌.”클라라가 돌아봤다.“왜?”“고르게.”“누가?”“내가.”클라라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네가 내 드레스를 고른다고?”“싫으면 네가 골라.”“당연히 내가 고르지.”“그래도 세 벌은 가져와.”“한 벌이면 되잖아.”“네가 고른 게 별로면 바꿔야 하니까.”클라라의 웃음이 사라졌다.“내가 옷을 못 고른다는 뜻이야?”정하은은 클라라가 입고 온 드레스를 한 번 봤다.클라라도 따라 내려다봤다.연한 노란색 드레스였다. 허리는 잘 맞았고 소매에는 작은 진주가 달려 있었다.“오늘 건 나쁘지 않아.”“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예뻐.”정하은이 클라라를 보며 말했다.“네가.”클라라는 입을 다물었다.정하은은 다시 드레스를 훑어봤다.“드레스는 그냥 그렇고.”“너 정말…….”클라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길어진 머리카락이 등 뒤에서 움직였다.그 감촉이 낯설어 클라라는 화를 내다 말고 다시 거울을 봤다.정하은이 말했다.“그대로 한 번 돌아봐.”“왜?”“보게.”클라라는 마지못해 한 바퀴 돌았다.머리카락이 어깨 뒤에서 따라 움직였다가 천천히 내려앉았다.정하은은 클라라의 걸음과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방향을 봤다. 앞으로 다가와 한쪽을 조금 뒤로 넘겨주고, 다시 두 걸음 물러났다.“한 번 더.”“내가 왜 네 말대로 계속 돌아야 해?”“안 돌아도 돼.”“…….”“손해는 네가 보지.”클라라는 한 번 더 돌았다.이번에는 조금 천천히.드레스 자락이 따라 움직였고, 머리카락은 반 박자 늦게 등을 스쳤다.클라라는 거울 속 자기 모습을 확인했다.서 있을 때보다 움직일 때가 더 나았다.“내일 무슨 색 가져와?”클라라가 물었다.정하은은 잠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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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다음 날 아침, 클라라는 드레스 여섯 벌이나 가져왔다.시녀 둘이 커다란 상자를 하나씩 들었고, 뒤따라온 하인은 보석함과 신발 상자를 양팔에 안고 있었다.정하은은 열린 문 앞에 서서 그 행렬을 봤다.“세 벌이라고 했는데.”“여섯 벌 중에서 세 벌을 고르려고 가져온 거야.”클라라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방 안에 들어왔다.“그건 집에서 해도 되잖아.”“여기 거울이 더 커.”정하은은 더 묻지 않았다.시녀들이 상자를 열었다.분홍색 두 벌과 하늘색, 짙은 녹색, 연보라색, 흰색. 보석함에는 진주와 에메랄드, 루비가 크기별로 나뉘어 있었다. 신발도 세 켤레였다.정하은은 가장 먼저 흰색 드레스를 밀어냈다.클라라가 바로 입을 열었다.“신부 같아서 빼는 거야?”“알면서 왜 가져왔어?”“네가 틀렸다는 걸 보여주려고.”“실패했네.”클라라의 입술이 벌어졌다.정하은은 이미 다음 드레스를 펼치고 있었다.진분홍색은 목선과 소매에 주름이 많았다. 장식은 화려했지만, 어제 붙인 머리카락을 전부 풀어 내리면 어깨 위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것 같았다.하늘색은 얼굴을 밝게 만들었지만 치맛자락이 무거웠다.짙은 녹색은 허리선은 잘 잡혔지만, 금갈색 머리와 함께 두면 색이 서로 눌렸다.정하은은 연보라색 드레스를 집었다.클라라가 팔짱을 꼈다.“그건 이 중에서 제일 무난하잖아.”“입어봐.”“왜?”“입으면 알겠지.”클라라는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로 드레스를 받아 들었다.시녀들과 병풍 뒤로 들어갔다가 잠시 뒤 다시 나왔다.연보라색 드레스는 펼쳐놓았을 때보다 나았다. 목선이 단순해서 얼굴 주변이 비었고, 치맛자락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볍게 따라왔다.정하은은 클라라를 방 끝까지 걷게 했다.돌아오는 동안 치맛자락이 발목을 스쳤다.클라라가 물었다.“됐어?”“한 번 더.”클라라는 못마땅한 얼굴로 다시 걸었다.정하은은 드레스보다 머리카락이 움직이는 쪽을 봤다. 길어진 머리끝이 등에 붙었다가, 걸음을 멈추면 조금 늦게 내려앉았다.그대로 풀어두면 예쁘기는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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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갑자기 이름이 불린 엘레노아가 고개를 들었다.주변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쪽으로 움직였다.엘레노아는 푸른 리본을 단 영애와 클라라의 머리를 번갈아 봤다.“어두운 색으로 붙이면 낫지 않을까요?”푸른 리본의 영애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밝은색은 안 어울릴 것 같았어요.”조금 전까지 기대와 불안이 섞여 있던 얼굴이 금세 편해졌다.주변에 있던 영애들도 하나씩 말을 보탰다.“짙은 갈색이면 자연스럽겠어요.”“끝만 조금 밝게 해도 예쁘겠는데요.”질문은 정하은에게 들어왔다.결정은 엘레노아의 입에서 나왔다.그리고 사람들은 그 결정을 자기 생각처럼 받아들였다.정하은은 더 말하지 않았다.푸른 리본의 영애는 클라라 곁에 그대로 남았다. 이번에는 떠나지 않았다. 자기 머리색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클라라는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 듯 주변을 봤다.정하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잠깐.”클라라가 따라왔다.둘은 테라스 기둥 뒤로 자리를 옮겼다.클라라가 먼저 물었다.“왜 갑자기 엘레노아한테 물어봤어?”정하은은 시선을 돌렸다.“다들 저 여자 표정부터 보잖아.”클라라는 엘레노아를 봤다.“원래 다들 그래.”“넌?”“뭐가?”“알면서 왜 저 여자한테는 안 물었어?”클라라의 표정이 굳었다.“내가 왜 물어?”“네가 중심이고 싶으니까.”“당연하지.”“하지만 사람들은 네 말을 듣고 저 여자를 봐.”클라라는 입을 다물었다.정하은은 방금 전까지 클라라 곁에 있다가 떠난 사람들을 가리켰다.“네가 예쁘다는 건 다 알아.”“그런데?”“그다음 판단은 네가 아니라 저 여자한테 받고 있잖아.”클라라의 눈이 가늘어졌다.“그럼 엘레노아 말을 들으라는 거야?”“아니.”정하은은 클라라를 봤다.“엘레노아가 네 말을 하게 만들어.”클라라의 표정이 멈췄다.“어떻게?”정하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다시 사람들 쪽을 봤다.엘레노아 주변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하지만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그녀의 반응을 보고 있었다.“일단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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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36화. 얼굴 마담세실리아가 클라라 쪽으로 걸어왔다.클라라는 다가오는 세실리아를 바라보며 한쪽 어깨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길어진 머리끝이 가슴 위를 지나 허리까지 이어졌다.세실리아는 가까이 다가오다 걸음을 늦췄다.클라라가 예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도,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붉은 입술도 그저께와 같았다.그런데 오늘은 같은 얼굴이 전보다 더 작아 보였다.얼굴 옆으로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이 뺨과 턱을 감싸면서 얼굴선을 좁게 만들었다. 반대쪽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드러난 목선도 평소보다 길어 보였다.“머리를 붙이면 원래 이렇게 달라져요?”세실리아가 물었다.클라라는 머리카락 한 가닥을 손가락에 느슨하게 감았다.한 바퀴.두 바퀴.그리고 천천히 풀었다.금갈색 머리카락이 손가락을 빠져나가며 빛을 받았다.“잘 어울려요?”“네. 잘 어울려요.”세실리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하지만 엘레노아 영애는 머리만 길어진다고 모두 클라라 영애처럼 예뻐지는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클라라의 손이 잠깐 멈췄다.그녀는 세실리아를 바라봤다.“맞는 말이네요.”세실리아가 눈을 깜빡였다.클라라가 반박할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사람마다 얼굴도 다르고 몸도 다른데, 똑같이 길게 붙인다고 다 예뻐질 리 없잖아요.”말을 마친 클라라는 세실리아의 얼굴을 바라봤다.세실리아는 광대가 조금 도드라졌고 턱은 짧았다. 그런데 머리를 목덜미 안쪽으로 전부 말아 올린 탓에 두 곳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 보였다.“세실리아 영애는 머리를 내리는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저도 내려본 적은 있어요.”“그런데요?”“얼굴이 더 넓어 보였어요.”클라라는 잠시 세실리아의 얼굴을 살폈다.“양쪽을 다 내려서 그런 거 아니에요?”세실리아가 클라라를 봤다.“한쪽은 올리고, 한쪽만 길게 내리면 되잖아요.”클라라는 자기 얼굴 옆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었다.“머리가 짧으면 이쪽에만 붙이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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