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장녀라더니 상단을 먹어버렸다

무능한 장녀라더니 상단을 먹어버렸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2
作家:  정하은たった今更新されました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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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사이다물

빙의물

능력남

능력녀

이세계

경영

국회의원 보좌관 정하은은 정치판에서 십 년을 버티며 사람의 말보다 욕망과 선택을 믿는 법을 배웠다. 의문의 폭발 사고로 죽은 뒤 눈을 뜬 곳은 낯선 세계, 남부 최대 상인가문 로세트의 장녀 이벨리아의 몸. 가주와 형제, 하녀들까지 그녀를 무시하고, 가문은 더러운 일을 맡는 조직의 수장에게 정략결혼으로 넘기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이벨리아 안에 들어온 여자가 남의 판에서 살아남는 데 누구보다 익숙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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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チャプター
1화
정하은은 사람을 믿지 않았다.정확히는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았다.말은 얼마든지 꾸밀 수 있다. 진심도 연기할 수 있고, 충성도 흉내 낼 수 있다. 필요하면 사랑조차 만들어낼 수 있다.이건 정치판에서 십 년을 구르며 배운 교훈이었다.그래서 정하은은 늘 행동을 봤다. 말보다 중요한 건 선택이었다. 사람의 욕망은 결국 그 선택에서 드러났다.**국회의원회관의 밤은 조용했다.대부분의 사무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복도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정하은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철을 손끝으로 두드렸다.사진. 계좌 내역. 녹취록. 문자 메시지. 호텔 출입 기록. 이름이 지워진 증언서 몇 장.이게 공개되면 정치 생명은 끝이었다.“실장님.”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낮게 불렀다.평소라면 큰소리부터 쳤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얼굴은 창백했고, 손끝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정하은은 그의 얼굴을 잠시 보다가 물었다.“왜요.”“이번에는 진짜 위험합니다.”“그동안 위험하지 않은 일이 있었나요?”“농담이 아닙니다.”“제가 농담하는 걸로 보여요?”남자는 입술을 깨물었다.겁을 먹은 게 뻔히 보였다. 그래도 이 일에서 손을 뗄 생각은 없어 보였다.정치판에는 저런 인간들이 많았다.위험한 줄 알면서도 이익이 보이면 끼어든다. 그러면서 자기한테 피해가 오는 건 싫어한다.“의원님은 뭐라고 해요?”“가만히 있으랍니다.”“당대표는요?”“덮으라고 하죠.”“저쪽에서는 뭐라던가요?”남자는 눈을 피했다.“안 그래도 전화가 왔었습니다.”“봐달래요?”“아뇨. 실장님 선에서 멈추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정하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남자는 그걸 보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 정하은이 저런 얼굴을 하면 보통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았다.“없던 일이라.”“실장님.”“네.”“이번에는 정말 물러나야 합니다.”“왜요?”“그 사람을 건드리면 우린 다 죽습니다.”정하은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다가 서류철을 닫았다.“그럼 덮죠.”남자가 멍한 얼굴로 그녀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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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문이 열렸다.가장 먼저 보인 것은 검은 구두였다. 광이 날 정도로 깨끗한 가죽 구두. 그 위로 곧게 뻗은 다리와 흐트러짐 없는 옷차림이 이어졌다.남자는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오십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눈길이 갔다.정하은은 그런 사람을 알고 있었다. 국회의원회관에도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회의실 분위기를 바꾸는 인간들.당대표. 장관. 기업 총수. 그리고 돈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자들.남자는 아무 말 없이 정하은을 바라보았다. 정하은도 말없이 그를 마주 보았다.먼저 입을 연 것은 남자였다.“일어났군.”담담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낯선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길게 늘어선 식탁.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어린 이벨리아. 그리고 식탁 맨 끝에 앉아 있는 남자.아버지였다.로세트 가문의 가주, 에드문드 로세트.기억 속에서도 두 사람은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다. 정하은은 눈앞의 남자를 다시 바라보았다.좋은 아버지는 아닌 모양이었다.에드문드는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뒤에는 중년 남자 둘과 의사로 보이는 노인이 따라 들어왔다.에드문드는 침대 맞은편에 멈춰 섰다.“어디 불편한 곳은…….”에드문드가 잠시 말을 멈췄다.“있나.”어색했다. 딸에게 하는 말 같지 않았다. 너무 사무적이었다.“없어요.”에드문드는 잠시 그녀를 보더니 의사에게 턱짓했다.“확인해.”“예, 가주님.”노인이 앞으로 나왔다. 손목을 잡고 맥박을 확인했다. 눈동자를 살피고, 빛을 비춰 보기도 했다.“어지럽지는 않으십니까?”“네.”“속은 메스껍지 않으십니까?”“괜찮아요.”“머리 통증은요?”“조금 있어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계단에서 구르셨으니 당연합니다. 다행히 뼈에는 큰 이상이 없어 보입니다만, 머리를 부딪힌 흔적이 있습니다.”“기억은 어떠십니까?”“잘 모르겠어요.”의사의 손이 멈칫했다.“잘 모르시겠다니요?”“기억나는 것도 있고, 안 나는 것도 있어요.”“어느 정도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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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정하은은 말없이 레온을 바라봤다.레온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문을 열었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레온 도련님, 회의실에서 찾으십니다.”“알아.”“그리고 블랙우드 쪽에서 사람이 왔습니다.”레온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정하은은 그 이름을 놓치지 않았다.블랙우드.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 이름과 함께 불쾌한 감정이 떠올랐다. 두려움과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레온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벌써?”“예. 혼담 관련 서류를 가져왔다고 합니다.”혼담.정하은은 그 단어도 놓치지 않았다.레온이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보았다. 입가에는 여전히 웃음이 걸려 있었다.“아, 맞다.”그가 느긋하게 말했다.“네 남편 될 사람이지.”정하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레온은 그 침묵이 마음에 드는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기억 안 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네.”“왜.”“알면 기분 나쁠 테니까.”“누군데.”레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로세트의 그림자.”문이 닫혔다.정하은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계단. 상단 회의. 카이든. 블랙우드. 혼담. 로세트의 그림자.짧은 시간 동안 나온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차례로 정리됐다. 정하은은 침대 난간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폭발로 죽기 전까지 정치판에서 배운 게 하나 있었다.사람은 진실을 숨길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은 잘 숨기지 못한다.레온은 자신이 살아난 걸 반기지 않았다. 그리고 떠나기 직전, 굳이 계단 이야기를 꺼냈다.블랙우드라는 이름에는 이벨리아의 두려움과 체념이 남아 있었다. 혼담 이야기를 할 때 레온은 웃었다.적어도 축복받는 결혼은 아닌 모양이었다.정하은은 침대 난간을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이벨리아.너 도대체 뭘 하고 살았던 거냐. 그리고 이 집은 너를 어디로 보내려던 거지.그때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아가씨.”아까 들었던 하녀의 목소리였다.“들어와.”문이 열리며 젊은 하녀 두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정하은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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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밤새 내리던 비는 그쳐 있었다. 유리창에는 아직 빗방울이 남아 있었고, 커튼 사이로 아침 햇빛이 들어왔다.정하은은 햇빛이 닿는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여전히 달라진 건 없었다.낯선 몸. 낯선 방. 낯선 이름.그 모든 것이 아직도 현실감 없이 느껴졌지만, 멈춰 있을 순 없었다.당황은 짧게. 파악은 길게. 판단은 조용히.그게 지금까지 정치판에서 살아남은 방식이었다.정하은은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조금 걷었다.창밖으로 로세트 저택의 일부가 보였다. 넓은 정원. 길게 이어진 마차길. 그 너머로 줄지어 선 창고 건물. 그리고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저택이라기보다 상단 본부에 가까웠다.하녀와 시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짐을 나르는 인부들, 장부를 든 남자들, 봉인된 상자를 확인하는 점원들, 마차에 물건을 싣는 이들까지 보였다.돈이 움직이고 있었다.정하은은 그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돈이 움직이는 곳에는 반드시 규칙이 있다. 그리고 규칙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새는 구멍이 있다.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정하은은 커튼을 놓고 몸을 돌렸다.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똑똑.“들어와.”문이 열리고 마리엔과 리사가 들어왔다. 두 사람은 식사 카트를 밀고 있었다.“아침 식사입니다, 아가씨.”마리엔이 말했다.어제보다 말투는 공손했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했다.정하은은 식탁 앞에 앉았다.빵은 어제보다 조금 더 부드러웠다. 과일도 상태가 나아졌다. 차향 역시 짙어졌다.웃기게도, 어제의 한마디가 효과를 낸 모양이었다.정하은은 차를 마시지 않고 물었다.“알아왔어?”마리엔의 손이 멈췄다. 리사는 눈을 내리깔았다.“무엇을 말씀하시는지…….”“내 방 식사와 차를 누가 정하는지.”마리엔이 고개를 숙였다.“주방에서 정합니다.”“주방 누구.”“그건…… 주방 전체에서 준비하는 일이라 특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무난한 대답. 책임질 사람을 지우는 대답.정하은은 수프 그릇 옆에 놓인 숟가락을 손끝으로 살짝 밀었다. 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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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정하은은 주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선반 위에는 여러 종류의 찻잎 통이 놓여 있었다. 향신료 상자도 있었다. 식재료는 많았고, 상태도 좋아 보였다.문제는 어제와 오늘 자신의 방에 올라온 식사였다.구색만 갖췄을 뿐, 로세트 장녀에게 내놓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장부.”베티가 멈칫했다.“예?”“식재료 배정 장부.”주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베티의 표정이 굳었다.“아가씨, 주방 장부는 집사장님의 관리 아래 있습니다. 저희가 함부로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내 방 식사는 어디에 기록하지?”“그건…….”“기록 안 하나?”“그럴 리가 있겠습니까.”“그럼 가져와.”베티는 대답하지 못했다.정하은은 한 걸음 다가갔다.“베티.”그녀가 이름을 부르자 베티의 눈썹이 꿈틀했다.“로세트가 어떤 집이지?”“예?”“상인가문이지.”“그렇습니다만…….”“상인가문에서 장부를 숨기는 사람은 둘 중 하나야.”정하은은 주방 안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봤다.“도둑이거나, 도둑을 감싸는 사람이거나.”베티의 얼굴이 붉어졌다.“아가씨!”목소리가 높았다.주방 안 사람들 몇몇이 움찔했다. 마리엔과 리사는 숨을 삼켰다.정하은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베티를 조용히 바라봤다.“소리쳤네.”베티의 입술이 굳었다.“저는 그저 억울해서…….”“억울하면 장부를 가져오면 돼.”베티는 말을 잇지 못했다.정하은은 차분하게 말했다.“나는 네가 도둑이라고 한 적 없어. 장부를 숨기는 사람이 그렇다고 했지.”주방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정하은의 시선이 베티에게 고정됐다.“그런데 너는 화를 냈어.”베티의 얼굴에서 핏기가 조금 빠졌다.“왜일까.”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정하은은 기다렸다.기다림은 어렵지 않았다. 정치판에서 상대를 몰아붙일 때 가장 중요한 건 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었다.침묵을 견디는 것. 상대가 제 발로 빈틈을 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베티는 결국 시선을 피했다.“장부는…… 제가 아니라 헬가 님께 있습니다.”헬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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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젊은 여자의 웃음이 사라졌다.“뭐?”“누구냐고.”정하은은 담담하게 다시 물었다.여자의 얼굴이 붉어졌다.그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자신은 이 집에서 꽤 대접받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 적어도 이벨리아 앞에서는 굳이 자신을 소개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그런 사람일수록 첫 질문이 중요하다.당신이 누구냐.그 말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네가 내 앞에서 이름 없이 통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냐고 묻는 것이다.헬가가 급히 입을 열었다.“아가씨, 저분은 클라라 로세트 님입니다.”로세트.같은 가문.정하은은 클라라를 찬찬히 보았다. 화려한 드레스, 정성 들인 머리, 손에 쥔 부채, 목에 걸린 진주.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이벨리아를 조롱하는 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는 태도.집안에서 제법 대접받는 위치인 모양이었다.하지만 가주도 아니고, 장남도 아니다.그 정도면 충분했다.“그래.”정하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알았어.”클라라의 표정이 조금 풀리려는 순간, 정하은이 덧붙였다.“그러니까 길 비켜.”클라라는 부채를 접었다.탁.짧은 소리가 울렸다.“정말 머리를 다쳤나 보네.”“그 말은 아까도 들었어.”“뭐?”“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 보니, 할 말이 많지는 않은 모양인데.”클라라의 목덜미까지 붉어졌다.정하은은 그녀를 더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헬가.”“예, 아가씨.”“집사장에게 간다고 했지.”“……예.”“계속 가.”정하은은 다시 걸었다.클라라가 날카롭게 외쳤다.“이벨리아!”정하은은 멈추지 않았다.“야!”그제야 정하은의 걸음이 멈췄다.홀 전체가 완전히 얼어붙었다.정하은은 천천히 돌아섰다.클라라는 턱을 치켜든 채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화가 났다기보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벨리아가 자신을 무시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정하은은 조용히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지?”클라라가 이를 악물었다.“너 지금 감히 나를 무시해?”“아니.”정하은은 주변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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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정하은은 자신의 팔을 잡은 손을 내려다봤다.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모두가 보고 있었다. 하녀들. 시종들. 상단 직원들. 경비병들. 헬가. 마리엔과 리사. 그리고 클라라를 따르던 젊은 여자들까지.목격자는 충분했다.정하은은 낮게 말했다.“로세트 가문 장녀를 장남 이름으로 협박한 것도 모자라, 공개된 홀에서 손까지 댔네.”클라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그게 무슨…….”바로 그 순간, 안쪽 문이 열렸다.중년 남자 하나가 급히 나왔다.그의 시선은 빠르게 움직였다. 굳어 있는 헬가. 고개 숙인 하녀들. 얼굴이 하얗게 질린 클라라. 그리고 모두의 시선을 받고도 평온하게 서 있는 정하은.“이게 무슨 소란입니까.”헬가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집사장님.”정하은은 그를 바라봤다.집사장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아가씨, 몸이 아직 편치 않으신 것으로 압니다. 방으로 돌아가시는 편이 좋겠습니다.”정하은은 작게 웃었다.또 방.이 집 사람들은 이벨리아를 방에 넣어두는 데 익숙했다.“싫은데.”집사장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아가씨.”정하은은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집사장은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내가 로세트의 장녀인 건 맞아?”집사장이 멈칫했다.“그렇습니다.”정하은은 클라라를 바라봤다.“그런데 저 여자가 나한테 ‘야’라고 했어.”클라라의 얼굴이 굳었다.“상단 장부 한 장 제대로 넘겨본 적도 없는 애가 주인 행세를 한다고 했고.”정하은은 다시 집사장을 바라봤다.“내가 따지니까 이번에는 장남 이름을 들먹이면서 날 협박했어.”정하은이 담담하게 물었다.“클라라는 나를 그렇게 대해도 되는 위치야?”집사장은 대답하지 않았다.정하은은 잠시 기다렸다.“대답하기 곤란한가 보네.”집사장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가주님께 직접 물어보지.”정하은은 회의실 쪽을 바라봤다.“로세트의 장녀가 이 집에서 어느 정도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그녀는 다시 집사장을 바라봤다.“어떻게 할래?”집사장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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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집사장의 집무실은 홀 안쪽 복도 끝에 있었다.그는 앞서 걸으며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어깨가 미세하게 굳어 있었고, 걸음도 아주 조금 빨랐다.지금까지 이벨리아 로세트라는 이름은 관리하기 쉬운 이름이었을 것이다.방에 넣어두면 조용했고, 주어진 것을 먹었고, 시키는 대로 입었으며, 불편해도 참았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그 이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리하기 쉬운 이름이, 관리해야 할 문제로 변한 것이다.집사장은 그것을 불쾌해하고 있었다.좋다.불쾌함은 감정이다.감정이 생기면 실수를 한다.“여기입니다.”집사장이 문 앞에서 멈춰 섰다.두꺼운 나무문에는 작은 금속 명패가 붙어 있었다.집사장실.집사장은 문을 열었다.정하은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헬가와 마리엔, 리사도 뒤따라 들어와 문가에 섰다.방 안은 깔끔했다.책상 위에는 서류 몇 묶음이 흐트러짐 없이 정리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잠금장치가 달린 서랍장이 있었고, 창가에는 작은 응접용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집사장이 정중하게 말했다.“아가씨, 앉으시지요.”정하은은 의자에 앉았다. 집사장은 맞은편에 서 있었다.정하은은 그를 바라보았다.“이름.”집사장이 아주 잠깐 멈칫했다.“예?”“네 이름.”집사장은 고개를 숙였다.“오르테스입니다. 아가씨.”“오르테스.”정하은은 그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내가 요구한 장부 보여줘.”오르테스는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준비하겠습니다.”“지금 당장.”“아가씨, 장부는 열람 절차가 있습니다. 특히 지출 장부는 담당자의 확인과 열람 사유가 필요합니다.”정하은은 작게 웃었다.또 절차.정치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불리한 사람들은 늘 절차 뒤에 숨었다.절차상 어렵습니다. 검토가 필요합니다. 관련 부서와 협의하겠습니다. 확인 후 답변드리겠습니다.말은 달라도 뜻은 같았다.시간을 벌겠다.정하은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내 걸 내가 보겠다는 게 열람 사유야.”오르테스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리고 담당자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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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정하은은 창가에서 시선을 거두고 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열렸다.검은 마차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젊었다. 스물 후반쯤 되었을까. 검은 머리는 단정하게 넘겨져 있었고, 눈매는 길었다. 잘생겼다. 그것도 사람의 시선을 끄는 방식으로 잘생겼다.하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웃음이었다.남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하인들의 시선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얼굴이었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집에 가벼운 방문이라도 온 사람처럼 여유로웠다.정하은은 그 웃음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정치판에서 가장 위험한 인간들은 대개 잘 웃었다. 웃음은 방패가 된다. 상대를 방심하게 만들고, 속내를 가리고, 때로는 칼끝을 숨긴다.남자가 정하은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아까 창밖에서 마주쳤던 것과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이제 제대로 인사드릴 수 있겠군요.”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정하은은 그를 바라봤다.“처음?”남자의 눈썹이 아주 살짝 올라갔다.“아닙니까?”“나는 기억이 온전하지 않아서.”정하은은 담담하게 말했다.“처음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남자는 잠시 그녀를 보더니 곧 웃었다.“저는 처음입니다.”“그래?”“소문은 들었습니다. 계단에서 크게 다치셨다고.”“소문이 빠르네.”“제가 하는 일이 원래 그렇습니다.”“무슨 일을 하는데?”“듣고, 옮기고, 가끔은 묻는 일도 합니다.”정하은은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웃고 있었다.눈까지 웃고 있었다.그런데도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정하은은 그런 눈을 많이 봤다.협상 테이블에서. 비밀 녹취가 오가는 자리에서. 누군가의 약점을 손에 쥔 사람들이 짓던 눈.“이름은?”남자의 미소가 조금 짙어졌다.“제 소개가 늦었습니다.”그는 한 손을 가슴에 얹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카시안 블랙우드입니다.”카시안 블랙우드.정하은은 그 이름을 기억했다.남자가 고개를 들며 덧붙였다.“아가씨의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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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정하은은 책상 위에 놓인 사본을 다시 내려다봤다.교육비. 지급 완료. 딜런 마크. 확인 인장. 그리고 비비안 로세트.이 가문의 안주인.정하은은 리사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의 어머니였다면 굳이 그렇게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다.흥미로웠다.만약 누군가 이벨리아의 교육비를 빼돌렸다 해도, 왜 안주인의 인장이 찍혀 있을까.비비안이 직접 관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누군가 그녀의 인장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혹은 이 집에서는 이벨리아와 관련된 모든 지출이 안주인의 손을 거쳐야 했을 수도 있다.어느 쪽이든 의미는 있었다.이벨리아가 상단 장부 한 장 넘겨본 적 없는 무능한 딸이 된 이유.그것은 정말 이벨리아가 무능해서였을까.배울 기회조차 빼앗겼다면?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수업에 교육비가 계속 지급됐다면?정하은은 낮게 웃었다.“친절하네.”장부는 언제나 친절했다.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 노크 소리가 났다.똑똑.“들어와.”문이 열렸다. 리사가 먼저 들어왔고, 그 뒤로 마리엔이 모습을 드러냈다.정하은은 의자에 앉은 채 두 사람을 바라봤다.“문 닫아.”리사가 급히 문을 닫았다.“마리엔.”“예, 아가씨.”“이리 와서 앉아.”“제가 어찌…….”“앉으라고 했어.”마리엔은 잠시 망설이다가 의자 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하녀가 주인 앞에 앉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정하은이 원한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사람은 서 있으면 도망칠 생각을 한다. 그러니 앉혀서 말을 시켜야 한다.정하은은 리사를 보았다.“너는 거기 서 있어.”“예.”리사는 문 옆에 선 채 손을 모았다. 정하은은 마리엔에게 시선을 돌렸다.“계단 사고 말이야.”마리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예?”“그날 일을 말해봐.”마리엔은 입술을 깨물었다.“아가씨께서 서쪽 계단 아래에 쓰러져 계셨고, 제가 발견해서 사람을 불렀습니다.”“왜 거기에 갔지?”“아가씨를 찾으러 갔습니다.”“왜 나를 찾으러 갔는데?”“방을 나가신 뒤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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