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하나둘 소리 난 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정하은은 걸음을 멈췄다. 폭발음은 아니었다. 뭔가 깨지고, 물이 쏟아지고, 쇠붙이가 바닥을 긁는 소리였다.“공방거리답네요.”카시안이 담담하게 말했다.“자주 있는 일인가 봐요?”“예. 대개는 남의 벽을 부수거나, 자기 손을 태우거나, 돈을 못 갚거나 셋 중 하나입니다.”“오늘은요?”카시안은 잠시 소리 난 쪽을 보았다.“셋 다일 수도 있겠군요.”정하은은 그제야 웃었다.사람들이 몰린 곳은 좁은 골목 끝의 낡은 공방 앞이었다. 문짝 하나가 반쯤 떨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물이 흘렀다. 얼음 조각 몇 개가 진흙과 섞여 굴러다녔다.그 한가운데에 작은 나무상자가 엎어져 있었다. 주변에는 금속판과 구리관, 숯가루가 뒤엉켜 있었다. 물은 그 틈에서 계속 새어 나왔다.그 앞에 선 여자는 젖은 앞치마 차림이었다. 머리카락 끝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고, 손등에는 숯가루가 묻어 있었다. 스물 중반쯤 되어 보였다.공방 안쪽에서 중년 남자가 뛰쳐나왔다.“내 문!”그는 반쯤 떨어진 문짝을 보더니, 곧장 여자에게 달려들었다.“엘린! 이번엔 내 문까지 뜯어먹었구나!”여자가 쳐다도 보지 않고 대꾸했다.“문은 원래 삐걱거렸어.”“삐걱거리던 문을 네가 부쉈잖아!”“그러니까 고쳐야겠네.”“내 돈으로?”“네가 공방 주인이잖아?”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말장난하지 마!”중년 남자가 이를 갈았다.“이달치 방세도 밀렸어. 지난번엔 유리관도 깨먹고, 그전엔 도르래를 태워 먹고, 오늘은 문까지 날려먹었다. 이제 정말 끝이야. 빨리 짐 싸.”여자의 손이 멈췄다. 이번에는 진심이 느껴졌다.“오늘 안으로 나가.”중년 남자가 말했다.“상자고 쇳조각이고 다 치워. 아니면 내가 고물상에 넘길 거다.”여자는 젖은 구리관을 쥔 채 천천히 일어섰다.“하루만 줘.”“안 돼.”“이것만 고치면 돼. 하루면 충분해.”“네 하루는 사흘이고, 네 사흘은 한 달이야.”“이번엔 진짜야.”“항상 진짜였지.”사람들 사이에서
Last Updated : 2026-09-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