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Kabanata 91 - Kabanata 100

180 Kaba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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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한동안 그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 아주 작게 웃었다.그의 손길이 부드럽게 그녀의 뺨을 스쳤다.​“지금은 안 울어서 다행이다.”​주하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넘겼다. 잠든 주하의 입술에 그의 온기와 숨결을 전해주듯 짧게 입을 맞췄다.“나중에 올게.”​똑똑-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현겸의 목소리가 들렸다.“방금 1층에 도착했다고 합니다.”​시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지막으로 주하를 한번 바라본 뒤 병실을 나섰다.그리고 복도 모퉁이로 조용히 몸을 숨겼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강세나가 황급히 내려, 곧장 주하의 병실로 들어갔다.“…주하야?”울먹이는 목소리가 채 닫히지 않는 문 사이로 흘러나왔다. ​시우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조금 숙인 채 병실 쪽을 바라봤다.‘다행이네, 네 부모님은 널 많이 아껴서.’주작가의 피를 알면서도 그렇게 품기는 쉽지 않거든.특히 청룡이라면은.​말없이 몸을 돌렸다. ​현명은 유주하의 보호자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실로 향하던 길이었다.​엘리베이터 앞에서 시우를 발견한 그가 고개를 숙였다. 시우는 인사를 받으며 건조하게 말했다.​“일반실로 들어간 걸 알면, 주라헬이 연락이 올 테니 항상 가드가 붙어있게 해.”“예.”현명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시우가 입술을 달싹거렸다가 입을 뗐다.​“…형, 잘 부탁해.”미세하게 목소리가 떨렸다. ​현명은 그를 보며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걱정하지 마. 우리도 절대 뺏기지 않을 각오로 지킬 테니까.”그의 단단한 목소리에 시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안으로 들어간 시우가 몸을 돌렸다. 문이 닫히고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조금 전의 기색은 얼굴에서 서서히 사라졌다.​1층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평소의 현무가 가주였다. 차갑고, 조금은 오만한, 그리고 쉽게 속을 내보이지 않는 얼굴로 돌아왔다.​***삐-삐-귓가를 건드리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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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의 눈이 깜박였다.교통사고.교통사고로 위장하려 했으니 맞긴 맞네.​“네 아빠도 소식 듣고 곧 한국으로 들어오신대.”세나의 조심스러운 말에 주하는 살며시 웃었다.“엄마.”“응.”“고마워.”“..?! 어?”웃으면서 담담하게 말하려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를 키워줘서 고마워.”​세나의 눈이 조금 커졌다.​“그리고 고생도 참 많이 하게 해서 미안해.”“그게 뭐니. 당연한 일인 걸.”“아니.”주하가 작게 웃었다. “당연하지 않지. 이렇게 고생시킨 딸이 어디에 있다고.”“아휴.”세나가 손사래를 쳤다.“너 정도면 쉽지. 10명도 더 키우겠다.”​그리고 주하의 손을 꼭 잡았다.​“우리 사랑하는 딸.”그 말에 주하의 눈가가 다시 뜨거워졌다.​“엄마, 안아줘.”세나가 피식 가볍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와 주하를 품에 안고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이제 건강하고, 더 아프지 말고….”세나는 목소리가 울컥하다가 갑자기 몸을 떼었다.“어머, 내 정신 좀 봐.”“응?”“너 깨면 간호사가 알려달라 했거든. 다녀올게.”세나는 주하의 손을 한 번 더 꼭 잡아주고 병실을 나섰다.​***​혼자 남은 주하는 천천히 제 손을 내려다봤다. 왼손 약지에 선명하게 시우가 남긴 흔적이 보였다.눈물이 차올랐다.‘이번엔 칩 이식 전에…시우가 다가왔어.’시우가 먼저,현시우.한 방울이 그대로 손등 위로 떨어졌다.​아주 긴 꿈에서 돌아온 기분이었다. 너무 비극적이어서, 너무 사무치게 아픈 흔적을 남긴 슬픔 꿈.하지만 너무 생생해서 꿈이라 치부할 수 없는 기억이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때 시우가 말한 것이 이거구나.​“우린 시간을 되돌려. 딱 한 번.”​칩을 이식받았던 때로.원래라면 과거의 기억만 담긴 칩이어야 했지만, 에밀리와 아키하 칩은 그때 내 말처럼 미래의 일을 기억했다. 그들은 그 아픈 그들의 시간을 다시 반복했다.​처음에는 눈을 떴을 때는 이곳을 주화병원으로 오해했다.변종 시키 바이러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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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가벼운 말투였다.“난자를 다 얻고 나면 대리모로 갖다 쓸 텐데.”“그리고 요새 장기 수요가 늘어서 더 뽑아야 해.”“다음에는 용량을 더 올리자.”​잠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과연 이 몸에서 몇 개까지 뽑아낼 수 있을지 내기할까?”​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 목소리를 들으며 주하는 무거운 눈꺼풀을 내렸다.사람이 아니라, 실험용 기니피그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을 보냈다.어디선가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렸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들떠 있을 텐데도 주하는 점점 가라앉았다.​자신이 누구인지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어느 날, 한 남자가 실험실로 찾아왔다. 침대에 누워있던 주하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왔다.​큰 키에 잘 갖춰 입은 정장이 어울리는 모델같이 멋진 남자였다. 또렷한 이목구비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표정이었다.​자신을 볼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슬프게 웃었다. 그 얼굴을 보면 이유도 모르면서 가슴 한쪽이 저렸다.‘누구길래.’ 왜 나를 그렇게 봐?몇 마디를 나누던 중 남자가 낮게 말했다.“미안해.”​주하는 그를 바라봤다.​“나 때문에 이렇게 되어서.”“……”“이제,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왜 자신 때문이라는 거지?너는 누구길래?​몇 번의 만남이 이어지고 나서야 주하는 그의 이름을 알았다.​현시우.자신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다고 했다. 주하가 사라진 뒤 오랫동안 찾아다녔다고 했다.​그의 감시와 관리 아래 있는다는 조건으로 주하는 마침내 제1 실험실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두 무릎을 단단히 끌어안았다. “네가…….”덜덜 떨려오는 입술 사이로 겨우 목소리를 뱉어냈다. “나를 구하는 조건으로…….”깊은 절망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현무가를 …, 그 소중한 네 가문을…. 주라헬에게 바칠 줄은 몰랐어. 바보 시우. 바보.”그래서,너와 헤어져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 같아.나랑 또 있다가, 같은 길을 가게 할 순 없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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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주하 씨. 몸은 어떠세요?”“음.”​주하는 잠깐 뜸을 들였다.​“평소랑 같아요. 괜찮은데요.”현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디 불편 한 건 없나요?”주하의 시선이 그의 뒤로 향했다.주화병원에서 온 참관인 두 명.​정확히는, 이전 생에서 제게 주사를 놓았던 그 두 사람이었다.​가슴 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눌러 삼키며, 주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현명을 바라봤다.​“음….그렇게 말씀하시니, 머리가 좀 아픈 거 같아요.”관자놀이를 가볍게 문질렀다.“편두통은 거의 없었는데….”“두통이요?”​현명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네.”​주하는 눈을 살짝 내리고 태연하게 말했다.​“아까 처방해주신 아세트아미노펜 말고 다른 약으로 다시 처방 내려주세요.”​현명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처방한 적도 없는 약을….’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이내 곧 태연한 얼굴로 뒤쪽을 돌아봤다.​“여기서는 바로 처방이 어려우니 센터에서 받아 와야겠군요.”주화 측 두 사람을 바라봤다.​“두 분이 다녀와 주세요.”“네?” 두 사람 중 하나가 당황한 듯 되물었다.​“그래도 한 명은 여기에 남아 있어야….”​그때 맨 뒤에 서 있던 현성이 두 사람의 어깨에 양팔을 척 걸쳤다. ​“환자가 급하다잖아요.”웃는 얼굴로 말했지만 현성은 쉽게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그래도 저희는 참관을.”​주하가 입을 열었다.“지금 머리가 너~무 아픈데.”두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자, 주하가 생긋 웃었다.​“아니면 미친년처럼 해야 가져다주시려나?” “……”특별 중환자실에서 벌어진 일을 아는 사람들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한 사람이 다시 반박했다. ​“그래도 한 명은 남아 있어야-”“나가라고.”​주하의 웃음이 사라졌다. 낮고 차가운 목소리에 방금까지 버티던 두 사람이 움찔했다. ​마치 주라헬이 명령하는 듯한 말투로 느껴졌다.​“그럼, 나가야지.”주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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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주하가 태연하게 싱긋 웃었다.​“어머나, 두 분은 제 상태 보러 오신 거 아니었나요?”​부드러운 목소리를 내자, 현명과 현류의 시선이 마주쳤다.​조금 전까지 주하가 또 무슨 일을 벌일까 긴장했던 게 무색해졌는지, 두 사람의 얼굴에 뒤늦은 안도와 웃음이 동시에 번졌다.​현성은 아예 고개를 숙였다. 참으려 할수록 웃음이 터지는 어깨가 연신 들썩였다.​그 모습을 보고서야 주하도 어깨에 들어갔던 긴장을 조금 풀었다.​“차라리 대놓고 웃지, 그래요.”​현성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주하가 억울하다는 듯 덧붙였다.​“그렇게 숨어서 웃으니 제가 무슨 짓을 했나 봐요.”그리고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전 얌전히 파리를 치웠을 뿐인데.”​결국 현성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와!”주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왜요?”​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한 얼굴이었다.“정말 유주하 씨한테 반하려 하네요.”​주하의 얼굴이 바로 찌푸려졌다.“됐거든요.”퍽. 곁에 있던 현명이 현성의 등을 조금 세게 쳤다. “아오! 형!”현류가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고는 주하 앞으로 다가왔다. ​“일단 상태부터 확인하겠습니다.”잠시 뒤. 확인을 마친 현류가 말을 꺼냈다.“모든 반응은 다 정상이네요.”​주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오래 잠들었다가 깨어난 기분이네요.”​겨우,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그 묘한 괴리감에 조금은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겨우 하루도 안 지났지만요.”“그래도 무리하면 안 됩니다.”“네.”주하는 순순히 대답했다.​“그리고 검사도 해보셔야죠.”주하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그래야 안심할 테니까.”​현류의 시선이 잠깐 주하에게 머물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이름을 덧붙이지 않아도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지 알아들은 듯, 그의 표정에도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현시우.이곳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단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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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보자 안심이 되면서도 미안함과 고마움이 마음 속에서 엉켰다.시우가 끝까지 믿으며 모든 걸 맡긴 사람.​주하는 차오르는 감정을 감추려 일부러 더 환하게 웃었다.“네. 감사합니다. ”​현성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 보였다. 현류가 차트를 확인하며 말했다.​“검사는 1시간 뒤부터 들어갈게요.”​현류의 말을 끝으로 세 사람은 인사를 건네 고 회진을 마쳤다.​***​주하의 병실에서 나온 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현명이 웃으며 팔꿈치로 현류의 옆구리를 가볍게 쳤다.​ “보통 아니죠?”“어. 오히려 주작가 사람 같지 않아서 더 낫고.”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왜 그토록 가주님이 찾으려고 했는지 알겠던데요.”“어. 저런 사람은 잘 없을 테니.”“아마 원로원에서 한바탕 난리 나겠는걸.”​현류가 문득 주하의 왼손에 낀 반지가 떠오르자 웃었다.“그것보다 가주님을 잘 컨트롤할 것 같긴 하던데.”​현명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푸하하. 그럼 정말 대단하죠. 꼭 잡으라고 해야죠.”현류가 그를 힐끗 봤다. “이미 반지로 도장을 찍으셨던데?”“우리 가주님이 그런 직진남일 줄 몰랐네.”​***​병실에 혼자 남게 되자, 주하는 닫힌 문을 한동안 바라봤다.‘이렇게…현성씨하고 만나는구나.’입가에 남아 있던 웃음이 천천히 옅어졌다.​미안해요. 현성씨.그때는 정말…정말 오해했고, 그리고 고마웠어요.​지금도 정말 고마워.​‘당신이 우리 시우 곁에 든든하게 있는 게 너무 다행이에요.’​이전에 우리는 이렇게 만나지 못했다. 너무 늦게 만났고, 이미 많은 것이 어긋난 뒤였다.​그래서 서로를 믿지 못했고 진실을 나누지 못한 채 서로 경계했다.​***이전 생.현시우의 갑작스런 장례 소식에 외국에 있던 백유겸이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장례식장에서 현무가의 가주가 된 현성을 보자마자 주먹부터 날렸다.​“야! 이 새끼가! 네가 가주라고?”현성의 멱살을 움켜쥔 백유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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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애써 담담한 태도였지만, 꽉 쥔 두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억누르는 것처럼. ​ “주화대학병원에서 이식 수술을 받은 것까지는 알았습니다.”​주하는 말없이 들었다.​“다만 그 뒤로 찾을 수가 없었죠.”현성의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이 없으니 어디로 당신이 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그리고 주라헬이 접근했습니다.”​주하의 눈빛이 미세하게 달라졌다.​“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겠다고.”현성의 입술이 비틀렸다.​“딱 한 번.”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만나게 해준다고.”“….”그 한 번.현시우에게 그게 얼마나 간절했는지 현성은 알고 있었다. 얼마나 애가 탔는지도.​그래서 주라헬이 그 마음을 이용한다는 걸 알면서도 시우는 갔다.“그곳에서 실험체로 있는 당신을 봤습니다.”​현성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리고 돌아온 형은 거의 미치려 했어요.”“……”“자기 때문에 당신이 거기 갇혔다고 생각했으니까.”​ 현성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잠깐 눈을 감았다. ​“며칠 후, 결심을 굳힌 형은 주라헬을 찾아갔죠.”손끝이 파고들 만큼 주먹을 세게 쥐었다.​“당신을 만나기 위해.”“……”“당신을 거기서 데려오기 위해서.”현성이 씁쓸하게 웃었다.​“그 여자에게 무릎까지 꿇었습니다.”주하의 눈이 흔들렸다.“현무가의 정보력도, 재력도.”​하나씩 내뱉는 목소리에 억눌러 온 감정이 묻어났다.​“다 내놓으면서 그 여자의 개가 되기로 했죠.”“…….”“ 그래서 당시에는 형이 가주 자질이 없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현성은 눈앞에 있는 유주하에게 분노를 토해냈다.​“주작가의 여자에 미쳐서.”주하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낮게 한마디를 했다.“…난 그런 것도 몰랐네요.”​그 담담한 목소리에 현성의 가슴 안에서 묵은 감정이 다시 들끓었다. 하지만 이내 허탈한 숨이 새었다.“하아.”“……”“끝까지 이야기하지 않으셨겠죠.”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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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시우는 입술을 더 단단히 다물었다. 속으로 이름만 연신 불렀다.‘주하야, 유주하….’​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는 현류였다.“네.”“방금 회진하고 왔습니다. 의식도 명료하고 다른 반응도 정상입니다. 추가 검사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시우는 자신도 모르게 짧게 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짓누르던 무게가 아주 조금 내려가는 기분이었다.​“그렇군요.”“추가 사항이 있으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현성이 붙기로 했습니다.”​현류가 잠깐 뜸을 들였다. 이어지는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조금 묻어 있었다.“아, 그리고.”“네.”“회진 때 끼어들어 온 불순물을 가볍게 쳐내시던데 정말 놀라웠습니다.”​시우의 눈썹이 올라갔다.​“?? 쳐내?”“예. 확실히, 제대로요.”​순간 시우의 눈이 조금 커지다, 굳어 있던 입가가 서서히 느슨해졌다.​웃음이 나왔다. 통화를 끝낸 뒤에도 그 미소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주화에 대한 명백한 거부.‘아키하 칩도 주라헬을 거부하는 쪽인가.’​그렇다면, 주라헬은 알았을까?몰랐을 테지.알았으면 저렇게 쉽게 칩을 이식하려 들지 않을 테니까.​시우의 긴장이 조금 더 풀렸다. ‘다행이다.’주하가 중심을 잃지 않은 채, 칩의 기억이 흡수되고 있어서.​시우는 다시 회의 자료로 시선을 내렸다. 조금 전까지 같은 문장을 몇 번씩 되짚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글자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자료를 넘기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빨라졌다.​***​제1 실험실 책임자인 주승은 파견을 보낸 두 사람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뭐?”주승의 미간이 사납게 구겨졌다.“그게….”두 사람 중 하나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그 계집이 약을 달라는 핑계로 저희를 내보냈습니다. 그래서….”​주승의 표정이 굳었다.“…자료가 없다고?” “죄송합니다.”​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최소한 이식 뒤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가져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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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네. 재미있어.”웃음이 조금 더 짙어졌다.​“좋아. 그럼 현무가 가주가 있을 때 가는 게 좋겠지?”눈빛이 묘하게 빛났다.“현실을 뼈저리게 알도록.”“그럼 오늘 저녁은 어떻습니까?”주강의 제안에 주라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회진이 끝난 후, 세나가 병실로 돌아왔다. ​“왜 벌써 앉아 있어?”“회진 했는데, 한 시간 뒤에 검사를 한대.”“검사?”“응. 이제 괜찮은지 최종확인하는 거래.”​세나는 주하의 어깨를 붙잡아 다시 침대에 눕혔다.​ “그럼, 그때까지는 누워 있어.”“응.”​주하가 순순히 누웠다가 세나를 올려다봤다.​“엄마는 어디 갔다 왔어?”“네 아빠에게 전화했지.”“아빠 전화면 여기서 하지.”“그래도 네가 쉬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지.”“치이.”​주하가 입술을 삐죽였다. 문득 손을 내밀었다.​“엄마, 내 휴대폰은?”세나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휴대폰을 집어 주하의 손에 사뿐히 올려 주었다. 화면을 확인하자, 시우에게서 온 연락이 없었다.​다행이라고 해야 하는데….마음 한구석의 아릿함이 번졌다.주하는 조용히 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짧은 시간 안에 여러 검사가 이어졌다. 기다리고, 영상을 찍고, 또 기다리고, 다시 이동하고.​생각을 정리할 틈마저 갉아먹는 것 같아 주하는 조금 피곤해졌다.​병동으로 돌아올 때쯤에는 문득 바깥 공기가 그리워졌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주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엄마, 여기 옥상정원이 좋대.”주하가 창밖을 바라봤다.“거기에 가 보자.”“아직 더울 텐데?”“응. 그래도 노을이 보고 싶어서.”“노을?”세나가 병실 쪽을 힐끗 봤다.​“병실에서도 보이잖아.”“그래도 밖에서 보고 싶어서.”​주하가 천천히 덧붙였다.​“바람도 좀 쐬고.”​세나는 못이기는 척 결국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다.“알았어.”​***​옥상 정원으로 나가자,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가지런히 묶어 둔 주하의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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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직전, 간신히 리조트에서 주하를 빼냈던 날이었다.아이를 무사히 데리고 나온 것만으로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주하는 그날부터 눈을 뜨지 못했다.도착한 섬에서 이틀이 지나도록.​그러다 겨우 깨어난 뒤에도, 표정이 없는 딸아이가 하는 거라곤 오로지 모래사장에서 노을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그때도 주하의 머리카락 시작하는 부분부터 붉은색이 서서히 올라왔다. 딱. 지금처럼.‘예전엔…저 모습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결국, 사람의 힘으로 전부 되돌릴 수는 없었던 걸까.세나는 씁쓸하게 입술을 다물었다.​그때 주하가 하늘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예쁘다.”​세나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오래전에도 그랬는데….파란색뿐이던 하늘이 마지막에 모든 물감을 쏟아부은 것 같다며 노을을 바라보던 아이.​세나는 잠시 말없이 딸아이 얼굴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주하야.”“응?”“우리 1년 뒤에 돌아가기로 한 거.”​주하가 세나를 돌아봤다.“그거 좀 더 앞당길까?”​주하의 눈이 크게 뜨였다.​“…….어?, 왜?”생각보다 목소리가 크게 튀어나왔다.“갑자기 왜?”​남은 1년.그 시간 동안 시우와 유겸으르 위한 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주하의 가슴 한가운데가 툭 꺼지는 것 같았다.​“너 이렇게 힘든데. 굳이 이곳보다는 거기가 더 나을 테니까.”“아니,”​주하가 고개를 저었다.​“딱 1년만. 엄마.”세나는 잠시 주하를 바라보다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주하는 혼자 있고 싶어서 분위기를 돌리듯 말했다. “엄마, 나 데자와 마시고 싶어. 사 와 줘.”“데자와?”“응. 그거 우리 병동에 있는 휴게실 자판기에 있던데.”“그럼, 같이 사러 가면 되지.”“아니.”​주하가 하늘을 한번 올려다봤다.​“난 여기서 노을 볼래. 엄마가 사 준 데자와 먹으면서.”“뭐?”“나 어디 안 가니까.”​ 주하가 활짝 웃어 보였다.​“다녀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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