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Chapter 71 - Chapter 80

176 Chapters

71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넌 내 딸이야. 열 달을 고이 품고, 또 매번 엄마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이쁜 딸.“뭐가 이쁘다고 이쁘대. 맨날.”-네가 태어난 것만으로도 아주 이뻐. 우리 딸.엄마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엄마가 네가 좋아하는 불고기랑 갈비 해 줄게. 주말에 올 거지?”“치이.”주하는 울면서도 입술이 삐죽였다.“이왕 불고기 할 거면 잡채도 많이.”-응. 그렇게 줄게.“엄마, 고마워.”주하는 눈을 꾹 감았다.​“정말 진짜 많이 사랑해.”대답을 더 들으면 차마 전화를 끊지 못할 것 같았다.주하는 곧장 통화를 종료했다.​‘내가 만약 다른 이의 기억을 받아들인 뒤에도 유주하로 남는다 해도….’​그 여자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 게 미안해서.그런 나를 평범하게 키워 준게 너무 고마워서.오히려 부모님을 찾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더는 부모님께 폐를 끼치면 안 되잖아.’​“아빠에게는 차마…전화도 못 하겠다.”주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고심 끝에 문자를 보냈다.[아빠. 우리 아빠는 항상 최고야. 사랑해.]​행여나 목소리라도 들으며 도와 달라고 해 버릴까 봐. 마음이 약해질까 봐.목소리조차 들을 수가 없었다.​우리 아빠 은근히 눈물 많은데….또 운다고 엄마한테 혼날 텐데.주하는 결국 휴대폰 전원까지 껐다. 그제야 주변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주하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붉었던 저녁노을은 어느새 옅어지고 짙은 어둠이 스멀스멀 얼굴을 비쳤다.“저 노을 아래 있던, 그렇게 그리워하던 사람은 만났는데….”​주하가 작게 중얼거렸다.​“이제 함께 있던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되는 거구나.”​***주하는 연구동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해 가방을 챙긴 뒤 때를 기다렸다.​하늘은 완전히 어두운 밤으로 바뀌고, 창밖에서 사람들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진 뒤에야 오피스 밖으로 나왔다. ​오른쪽 어깨에는 캔버스 가방을 메고, 왼손에는 작은 가방을 든 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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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주하의 표정이 싸늘해졌다.‘나와 저 여자의 몸에 비슷한 피가 흐른다고?’혐오감이 불쑥 올라왔다. 지금은 짜증이 더 컸다.​주하가 얼굴을 찡그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그런데?”주하가 전혀 두려움의 기색이 없었다.“왜 초면에 반말이야.”​여유롭던 주연의 미소가 서서히 지워졌다. 겁을 먹기는커녕 태연하게 받아치는 주하를 훑어보는 시선이 점점 날카로워졌다.곧 독기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며 경사를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주하는 연구동에서 기숙사로 이어지는 몇 갈래 길 가운데 일부러 이 길의 내리막을 골랐다.​저들은 차를 이용해 접근할 테고,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숨어 있다가 덮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당당히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연이라면, 주하가 놀라고 겁먹는 얼굴까지 보고 싶어 할 테니까.​게다가 바닥은 편평한 돌이라 해도 돌 특유의 울퉁불퉁한 굴곡이 느껴지는 길이었다. ​높은 구두를 신은 사람들은 질색하며 피할 법한, 성가시기 짝이 없는 길.​주작가 여자들은 높은 굽을 좋아한다고 했지.저거 발에는 엄청 안 좋은데.나중에 무지외반증으로 고생하는 거 아냐?​속으로 비웃던 순간 주연의 굽이 다시 휘청였다. 그녀의 표정이 확 일그러지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주사기였다.​‘와….나를 바보로 아는 건가?’아님, 진짜 새대가리인가?주연이 주사기를 든 손으로 치켜들고 그대로 찌르듯 빠르게 달려들었다.​그런데 이상했다. 주하의 눈에는 그녀의 움직임이 유난히 느리게 보였다.그동안 리안 오빠한테 훈련한 덕분인가?​문득, 아드리안의 조언이 생각나 입가에 웃음이 튀어나왔다.“최소한 몸을 지킬 수 있어야 해. 가장 기본은 동체시력이지.”​주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양산을 휘둘러 주사기를 든 주연의 손을 옆으로 강하게 쳐냈다. 가벼운 양산이 아니라 묵직한 충격에 주연의 상체가 옆으로 돌아갔다.​“뭐-!”주연이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주하는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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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숨어 있던 까마귀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누구도 바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사이 운전석에서 주승현까지 뛰어나왔다.​현성이 정신을 차리고 손을 들어 올렸다. 까마귀들에게 투입 신호를 보내려던 순간, 또다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탄산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주승현의 비명이 들렸다. “으악!현성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제야 주하가 여태 가방을 흔들어 댄 이유가 눈에 들어왔다.​주하의 손에 있는 붉은 캔.콜라.그 흔하디흔한 콜라였다.“……설마.”현성의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저걸 터뜨리려고 그토록 열심히 흔든 거였어? ​시야가 가려진 주승현을 향해 이번엔 아이스팩까지 던졌다.“명중.”​주하의 명랑한 목소리에 현성은 결국 고개를 숙인채 웃음을 터뜨렸다.​“진짜….”이제 더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현성이 그림자 속에서 빠르게 튀어나갔다.​***​시우와 비슷하게 큰 키에 날렵한 몸이 순식간에 눈앞에 파고들었다. ​콜라 때문에 시야가 흐려진 주승현이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현성은 그의 팔을 꺾어 제압했다. ​곧 주승현의 몸에서도 힘이 빠졌다.​갑자기 나타난 낯선 남자에 주하가 흠칫했다. 하지만 곧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이 모두 같은 복장인 것을 확인하고 긴장을 조금 풀었다.​현성은 쓰러진 주승현을 가까이에 있던 까마귀에게 넘겼다. 그러고는 주하쪽으로 돌아봤다가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얼마나 웃었는지 눈가에 물기까지 맺혀 있었다.“정말 이렇게 통쾌한 적이 없었는데.”“…?!”환하게 웃는 얼굴이 어쩐지 익숙했다. 기쁠 때 활짝 웃는 현진언니의 얼굴과 겹쳤다. 아! 이 사람이 언니의 동생이구나.​“정말 속을 다 후련하게 만들어주시네요. 유주하씨.”“안녕하세요. 유주하입니다.”​주하는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을 힐끗 내려다봤다.​“ 저기, 혹시 전 구급차 안 타도 되죠?”“예?”​주하가 고개를 갸웃했다.​“타는 게 좋으려나요? 한 번도 안 타서 궁금하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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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조금 전까지 괜찮다고 했는데….​그런데 주하는 쓰러졌다.심장이 멎진 듯했다. 시우는 다급하게 응급실 쪽으로 달렸다. ​***​구급차가 학교에서 출발하기 전, 타깃이 바뀌었다는 보고를 받은 의료진은 당황했다.​“뭐? 유주하 씨가 아니고.”“그 새대가리 쪽이라고?”“말도 안 돼. 그 주연과 주승현?”“까마귀가 먼저 제압한 거야?”“그건 아니라고 합니다.”“그게….무슨 말이야?”​현시우가 응급실로 들어오자, 미리 비상 대기 중이던 의료진들의 얼굴에도 긴장이 역력했다.​“도착했습니다 !”​잠시 뒤, 구급차의 뒷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이미 의식을 잃은 주연과 온통 콜라 범벅이 되어 쓰러진 주승현이 실려 있었다.​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주승현 곁에는 까마귀 두 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그럼? 유주하 씨는요?”“현성 님과 오고 계십니다.”“….네?!”​어딘지 뿌듯한 얼굴의 까마귀들을 바라보며 의료진 몇 명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먼저 도착한 구급차에서 주연과 주승현이 내려오는 모습을 본 시우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짧게 새어 나왔다.​하….그동안 저들이 뭐라고 이렇게 긴장하며 기다렸을까.정작, 주하가 직접 주연을 제압했다. 주승현의 시야까지 막고 공격하자, 현성이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현제로 이미 간단한 보고도 받았지만, 직접 눈으로 주하를 봐야 했다. ​훈련을 전문적으로 받은 것도 아닐 텐데 주연을 침착하게 제압했고, 그 흔한 콜라로 주승현의 시야를 가리고 아이스팩까지 날렸다고 했다.그런데 모든 일이 끝나자마자 쓰러졌다.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입술 끝이 떨려와 입 안을 깨물었다.​유주하…. 주하야.얼마나 긴장했으면….​후회가 한꺼번에 몰려왔다.차라리 문제가 생기더라도, 처음부터 까마귀들에게 제압하라고 해야 했나.​아니면, 그냥 먼저 주하를 병원으로 데려왔어야 했다.​혹시라도 자신이 모르는 어딘가가 아픈 건 아닐까.​생각이 이어질수록 시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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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그들에게서 지켜줄게.”주하의 손을 한 번 더 감쌌다가 천천히 놓았다.“……그러니 꼭 내게 다시 와.”​시우가 대기실에서 나오자 현성이 그를 보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하의 소식을 들은 현진도 다급하게 대기실 앞에 도착했다.​대기실에 들어서던 현진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쏟아졌다. 하지만 침대에 누운 주하를 보자 입술을 깨물었다.​“우리 주하.”현진이 곁으로 다가갔다“주하야.”떨리는 손끝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걱정하지 마.” 가만히 놓인 주하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우리가 지킬 테니. 넌 꼭 빨리 회복해.”그러다 왼손 약지의 반지에 끼워진 반지를 발견하곤 천천히 웃음을 번졌다.​“현무가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널 보내지 않을 거야.”현진은 그대로 대기실 안에 남았다.​현성과 가드들은 밖에서 자리를 지켰다.​***현시우는 곧바로 회의실로 향했다. 그가 들어서자 대기 중이던 의료진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 착석했다. ​상석에 앉은 현시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곧 주라헬에게 연락이 올 겁니다.”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그럼, 즉시 진행합니다.” “예.”​현겸이 확보한 주연과 주승현의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바로 그때였다.우웅-주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떠오른 발신자는 주라헬.​현시우가 전화를 받았다.-왜 연락이 없어!처음 듣는 주라헬의 조급함이 담긴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시우는 입가에 희미한 비웃음을 머금은 채, 잠시 기다렸다.그리고 낮게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주라헬.”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하? 설마?…. 너희가 주연을 공격한 건가? 감히!​시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니죠. 공격이라뇨.”느긋하게 말을 이었다.​“저희는 그저 돌바닥에 쓰러진 주연을 우리 병원에서 회복시켜 드리는 중입니다.” -뭐?!” “아, 물론 주승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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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칩 두 개를 동시에 넣도록 하죠.“…….”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온 주라헬의 말에 시우의 얼굴이 굳었다.​“한 번에 하나씩 진행하는 게 원칙일 텐데요.”최대한 평온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원래라면 그렇죠.주라헬의 목소리가 오히려 느긋해졌다.-하지만 그 아이는 11년 전에 도망을 갔는데.​시우의 손끝에 힘이 단단히 들어가며 주먹이 쥐어졌다.-이번에도 그렇지 않다는 보장이 없지 않겠습니까?“…….”-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에 다 해야지. 그래야 확실하겠죠.시우는 손을 더 강하게 움켜쥐며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그리고 이건 가주의 결정이니, 아무리 현무가의 가주라도 관여하지 않았으며 합니다.​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삼켜야 했다. 이걸 드러내는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시우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여유를 찾은 목소리를 꺼냈다.​“일반적인 주작가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유주하는 현무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니, 저희도 개입할 권리는 있습니다.”​주라헬의 짧은 웃음소리가 들렸다.-음… 그럼 이렇게 하죠. 현무가 가주님.그녀의 목소리가 섬뜩하리만치 차분했다.​-그 아이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책상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폐기할 때는 현무가에서 처리하시죠.너무도 가벼운 목소리였다.​폐기? 폐기라고?!시우는 순간 잘못 들은 건 아닌지 멈칫했다. ​“…폐기 라고 하셨습니까?”-네.주라헬의 목소리가 오히려 밝아졌다. ​시우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방금 전까지는 그토록 애정하시는 직계처럼 말씀하시더니.”그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금세 말을 바꾸시는군요. 주작가의 가주님께서는.”-….​“좋습니다.”시우는 다시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그럼 설화 측에서 수술 후 회복과 추적, 그 이후의 과정을 진행하겠습니다. ”​전화기 너머가 잠잠해졌다. ​잠시 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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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주라헬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거칠었던 숨이 조금씩 가라앉았다.​“이곳으로 올 거야.”“…….”“아키하도 에밀리도 그랬으니까.”“…강아.”“주작가의 피를 가진 자는 절대 네 곁을 벗어나지 못하잖아.”“….하지만 겨울이는.”​주강의 입술이 주라헬의 입술과 겹쳤다. 잠시 뒤, 입술을 떼어 낸 그가 낮게 말했다.​“알아. 누군지.”“…….”“그러니 반드시 돌아오게 만들어야지.”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살며시 쓸었다.“우린, 우리 할 일을 하면서.”“…어.”주라헬의 눈빛이 서서히 가라앉았다.“네 힘을 완벽하게 받을 아이라면, 결국 이곳으로 올 거야.”“그렇게 만들어야지.”평소의 차가운 목소리가 돌아왔다.​주강은 그녀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천천히 풀었다.주라헬이 짧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주강 역시 평소의 사무적인 목소리를 되찾았다.“세렌이 도착했습니다.”“설화로 간다.”​주라헬이 집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세렌이 그녀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주라헬의 시선이 그의 옷차림을 훑었다.​“제법 그 옷이 잘 어울리는구나. 세렌.”​평소와 다름없는 옅은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었다.“감사합니다.”“넌, 칩을 들고 수술실로 들어 가.”주라헬이 걸음을 옮기며 덧붙였다.​“특수1과, 1 실험실 책임자도 불러와.”눈빛 깊숙한 곳에 서늘한 광기가 번뜩였다. ‘이제 만나러 가는구나.’ 우리 겨울이.​***​통화가 끊기자, 현시우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주화 측에서 오더라도 수술실에 반입하는 건 칩뿐입니다.”​현겸과 의료진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향했다.​“만에 하나 주화측 인사들이 수술실에 들어가서 참관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우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수술실 내에 까마귀와 가드 책임급도 배치합니다.”​“예.”​“분명 이대로 끝낼 주라헬이 아니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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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은 말없이 주하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으이그. 그런 법도 아는 녀석이 쓰러졌어?”​주하가 머리를 긁적였다.“언니~, 사람이 긴장하면 그럴 수 있지.”“그럴 땐 나에게 말하지….”“할 수 있는 일이었는 걸. 생각보다 쉬웠어.”“…….”“언니 동생 현성씨 맞지? 웃는 게 완전 언니야.”“윽, 그건 욕이야.”“언니랑 비슷해서 난 좋던데.”“그…래?”현진의 목소리에 울음이 묻어나자, 주하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 괜찮아.”“…….”“ 어차피 해야 하는 거였다잖아. 그리고 나 강제로 온 거 아니다.”“…유주하.”현진의 입술이 살며시 떨렸다. 주하는 일부러 더 밝게 웃었다.​“나름대로 행패 부리고 왔는데, 나중에 시우가 곤란한 거 아니겠지?”​그 말에 현진의 굳었던 표정도 조금식 풀렸다.“주하야! 더 해도 돼.”“뭐?”“잔뜩 사고 쳐도 시우가 뒤에서 다 봐줄 거야.”​주하가 미간을 잠시 좁혔다.​ “언니 너무하다! 언니 동생 아니라고 고생시키라니.” “너 대단하더라. 콜라를 그렇게 쓸 생각을 하고.”​주하가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아! 마음 같아서는 티메드(TEMED)을 쓰고 싶었는데 그건 화학약품이라 양심에 찔렸지.”​ 현진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면 삭힌 홍어 100년 치 냄새잖아.”“어.”“아주 좋았을 텐데. 하하하”“하지만 같은 인간으로 어찌 그렇게 만들어.”“넌 진짜…….”현진의 웃음이 잠깐 씁쓸해졌다. ​“너무 착해.”“갑자기?”주하가 어리둥절하게 그녀를 바라봤다.​그 순간 문이 열렸다.​주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보고 싶었던 사람.​“시우다.”주하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선명하게 패인 보조개와 초승달처럼 휘어진 눈매로 그를 바라봤다.​문 앞에 선 시우는 그런 주하를 바라보며 그대로 멈췄다.​그토록 보고 싶던 눈이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다. 듣고 싶었던 목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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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10년도 넘게 나를 기다렸잖아. 작은 희망 하나만 가지고도.”“주하야….”“그러니까 이번에도 너 자신을 믿어.”​주하의 손이 그의 뺨을 따뜻하게 감쌌다.​“네가 하려는 게 맞다고 생각되면, 확실하게 해.”“응.”​시우가 그녀에게 다시 입을 맞췄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스며들었다. 주하의 것을 부드럽게 감아올려 입에 머금고 간질거렸다.​그녀의 입안의 모든 것을 기억하려는 듯 정신없이 파고들며 더 깊게 붙었다. 얽혔던 숨이 떨어지자, 여전히 아쉬웠다.​시우는 품에 있는 주하의 얼굴을 바라봤다.​“이 일이 끝나도 계속 널 지켜줄게.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와.”​그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내가 있는 곳으로 와.”잠시 말을 멈췄다.​ “나, 너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지?” “응.”주하가 환하게 웃었다. “사랑해. 우리 시우.”​똑똑-노크 소리와 함께 문밖에서 현겸의 목소리가 들렸다.​ “5분 뒤 도착합니다.”​그 한마디에 두 사람은 차가운 현실로 돌아왔다. 주하는 시우를 바라보며 웃었다.​“사랑해. 나 잘하고 올게.”​놓고 싶지 않은 손이었지만, 천천히 손을 풀었다.​“응. 사랑해.”​시우가 대기실을 나오자, 밖에는 의료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한 명씩 바라보며 말했다.​“잘 부탁드립니다.”잠시 숨을 골랐다.“최선을 다해 주십시오.”​현태성이 고개를 숙였다. “반드시 최고의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시우가 물러난 뒤, 의료진이 차례로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 주하를 본 몇몇 의료진의 걸음이 순간 멈췄다. 잠깐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주하는 말간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살며시 웃던 주하가 잠시 망설였다. “저….”“네, 말씀하세요.”“제가 지혈이 잘 안되는 편이거든요.”몇몇 의료진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현태성이 곧장 물었다.​“평소에도 그렇습니까?”“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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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가 착륙하기도 전에 주라헬과 주강은 먼저 뛰어내렸다. 착륙과 동시에 문이 열리고 주세렌과 나머지 사람들도 지체 없이 헬기에서 내려 병원 안으로 향했다.***​“도착했습니다.”​수술실 앞에 대기하던 현무가의 가드가 움직였다. 직계인 현성,현진과 까마귀의 수장 현제까지 합세하여 수술실로 이어지는 통로를 막아섰다.​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벽처럼 길을 막고 있자, 멀리서 그 광경을 보던 주라헬이 걸음을 늦췄다.​“이런.”입가에 비소가 걸렸다.“ 재미있네.”​시선이 수술실 앞에 선 사람들을 천천히 훑었다.‘직계를 맨 앞과 뒤에 두었네.’건드리기 까다롭게.​ “우리 쪽 아이인데….”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우리가 접근도 못해?”​그때 맞은 편에 서 있던 현시우가 입을 열었다.​“보시는 건, 참관실에서도 충분합니다.”​주라헬은 현시우를 보고 서늘하게 바라보며 재미있다는 듯 소리 내 웃었다.​“하하하.”​주라헬의 희번득하게 눈을 뜨며 말했다.​ “현무 가의 가주가 아주 재미있군요. 우리 아이의 얼굴을 가주가 보지도 못하게 하다니.”“….”“너무하네. 역시 삭막하고 비정한 현무가 맞아.”비아냥거리며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현시우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주작가와 다르게 살아왔습니다.”​주라헬을 노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리고 제 반려이니, 그게 우선이지 않겠습니까?”싸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냈다.​주라헬의 짧은 웃음이 터졌다.“만에 하나, 그 아이가 주작가의 후계자가 된다면.”웃음기가 서서히 가셨다.“그 잘난 반려로 남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군요.”​현시우는 손이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여태껏 밖에서 자라게 해놓고, 이제 와 후계를 언급하시다니요.”시우가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많이 급하신가 봅니다.”“….”“아니면…직계가 부족하시거나 .”시우의 미소가 조금 짙어졌다.“그것도 아니면… 자격이 없는 자들만 있다거나?”​“현시우.”​“후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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