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Kabanata 81 - Kabanata 90

180 Kaban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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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은 수술대에 누운 주하를 발견하자, 순간 걸음이 느려졌다.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이 잠든 그녀의 얼굴에 한동안 머물렀다.컨테이너를 쥔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주하….그래도 잘했네.’ 아직 힘이 완전히 돌아온 것도 아닐 텐데.그 둘을 직접 제압했으니까.​그의 미세한 변화를 곁에 있던 주강이 놓치지 않았다. 세렌은 수술실 안에 배치된 설화 측 인력을 천천히 훑었다.​빈틈이 없었다.주작가 측 인원마다 설화 측 감시 인력이 붙어 있었고, 수술 도구는 물론 기계에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도록 동선까지 막혀 있었다.​‘그만큼 주하를 현무가에서 놓칠 생각이 없다는 뜻이겠지.’컨테이너를 쥔 손이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주승이 조심스럽게 기계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어느새 나타난 현무가 사람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결국 주진성 곁으로 갔다.​​주진성의 눈매가 비스듬히 휘었다. 조금이라도 틈을 찾으려 했지만 움직일 여지 없었다.​“쳇, 그냥 이식일 뿐이데. 뭘 그렇게까지.”그가 곁의 주승에게 낮게 중얼거렸다.“밖에서 자랐으니 제대로 된 실험체로 딱 맞는데. 안 그래?”​주강의 싸늘한 시선이 곧장 주진성에게 향하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바로 옆에 있던 현명의 눈이 크게 뜨였다.실…험체?? 순간 입 안쪽에 힘이 들어갔다. 현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맞은편 가드와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수술실 위쪽 참관실에 있는 시우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현명의 입매가 굳었다.수술이 끝난 뒤에도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소문이 사실이었어.​주작가의 직계는 일반적인 가문의 직계와 달랐다. ​각 가문의 직계들이 가문의 중요한 일을 맡는다면, 주작가의 직계는 주라헬을 위한 실험체로 쓰인다는 소문이었다.​최상의 실험체.주라헬를 위해 존재하고, 주라헬에게 사용되는 도구.​그리고 그 최고의 조건이 레플리카였다.​현명의 시선이 잠든 주하에게 향했다.마지막 인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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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시작됐다.현시우는 유리 너머를 매서운 눈길로 지켜봤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의 시선은 수술대 위에 누운 주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런 시우를 바라보던 주라헬의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그토록 짙은 집념으로 기어코 찾아낸 거지.’그저 평볌한 설화병원을 내 턱밑까지 끌어올리고, 여기까지 오도록 만들었다.​‘나야 좋지. 칩만 제대로 이식되면.’너희를 무너뜨리는 완벽한 도구가 생기는 거니까.밖에서 들어온 것도 아닌,너희들이 스스로 준비한 인형에….​주라헬의 시선이 잠든 주하에게로 향했다. ‘나와 닮은 얼굴. 그리고 나와 비슷한 그릇.’주하, 넌 최고의 걸작이 될 거란다.​누구를 희생하면서 널 살렸는데.넌, 끝까지 살아남아야지.모든 걸 완성할 때까지 말이야.​주라헬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이 모두를 아우르는 진정한 주작이 되는 순간….’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이제 머지않았군.’​첫 번째 칩이 뇌의 예정된 위치에 닿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망설임 없이 자리를 잡았다. ​그 순간.삑-!주하의 바이탈 사인이 급격하게 흔들렸다.“혈압이 떨어집니다!”​출현의 기미도 없었다. 수술 자리에는 피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혈압 수치만 급격히 떨어졌다. ​연이어 경고음이 울리자 의료진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유리 너머를 지켜보던 시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참관실 안에도 모니터가 있지만, 그는 화면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오지 주하에게 고정돼 있었다.​주라헬 역시 천천히 눈이 가늘어졌다. 이상해.​보통의 이식에서 나타나는 반응이 아니었다.에밀리와 아키하에게 칩을 이식했을 때는 이런 반응이 없었다.​거부반응?그랬으면 심박수가 미친 듯이 뛰어야 해.그것과 달랐다. 오히려 반대 혈압이 낮아지고 심박수가 점점 낮아졌다.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주라헬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역시.’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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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칩을 준비합니다.”수술팀이 컨테이너에서 두 번째 칩을 꺼냈다. ​두 번째 칩이 첫 번째 칩과 가까운 위치에 닿자, 예정된 위치에 망설임 없이 자리를 잡았다.​현류의 미간이 굳었다.‘또….’첫 번째 칩과 지나치게 비슷한 반응이었다.​삑- 삑-계속 울리던 경고음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혈압이 다시 올라오고 있습니다.”​아직 정상 범위까지 올라온 건 아니었다. 그래도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수술실의 긴장이 아주 조금 풀리려던 순간.​“잠깐.”세렌의 목소리가 굳었다.​주하의 입가에서 붉은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참관실에 있던 시우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었다.​유리 너머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색이 너무나 선명했다. 자기 몸의 피가 한순간 말라 버린 것 같았다.​띠—이번에는 뇌파를 읽던 장비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안정적이던 뇌파가 순식간에 튀어올랐다.​삐—길고 날카로운 긴 알람 소리가 수술실을 갈랐다.“심정지입니다.”수술실의 모든 이들이 순간 얼어붙었다. ​주라헬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갑자기?’두 칩이 모두 처음에는 지나칠 정도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두 번째 칩이 들어간 뒤에는 혈압까지 다시 올라왔다.​그런데 안정되는 순간 심장이 멈췄다.​일반적인 반응과 순서부터 달랐다.‘보통은 반대일 텐데?’적응 중에 저런 걸 겪는데…수술 중에 이렇다고?​‘뭔가 달라졌어.’주라헬의 시선이 주하에게 꽂혔다.​마치 자신의 레플리카에서 만들어진 두 칩이 하나의 몸 안에서 서로를 밀어내려 다투기라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주하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주라헬이 곧바로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당장 모두 나가.”​수술실 안의 의료진이 고개를 들었다. 시우가 그녀를 날카롭게 보자, 주라헬과 시선이 마주쳤다.​“저곳의 모든 CCTV를 전부 끄고, 너도 나가. 저 아이를 살리고 싶다면.”​주라헬이 낮게 덧붙였다.“말했지? 내 피가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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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로 절개된 피부가 서로 맞닿자, 상처 가장자리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붙기 시작했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절개 흔적이 희미해졌다.​그리고 곧,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을 가른 적이 없었던 것처럼.​그 광경을 지켜본 현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지?’​현류는 반사적으로 바이탈 사인을 확인했다. 오히려 조금 전보다 더 안정적이었다. 혈색까지 눈에 띄게 좋아져 있었다.​유리 너머를 지켜보던 주라헬의 눈매가 천천히 휘었다.내 피를 잘 받아들이는군.보통 늦게 먹이면 더 괴로워해야 하는데.​주하를 향한 시선이 깊어졌다.순식간이었다. 단, 한 번의 피를 받아먹자마자, 모든 능력이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개화되었다.​놀라운 치유력.방금까지의 긴장이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주라헬은 곁에 서 있던 현시우를 힐끗 보더니 서늘한 말을 내뱉었다.​“폐기하려 했는데….”​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를 주시했다.​“현무가 가주 때문에 조금 더 살게 되었군.”눈가에 보였던 미소를 지우고 입가에 차가운 미소만 걸린 채, 그를 노려보듯 했다.​“뭐, 한번 지켜보겠습니다.”현시우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살짝 숙였다.​주라헬이 문득 생각난 듯 덧붙였다.“아.”다시 아래의 주하에게로 시선을 내린 뒤 주강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키하 칩이 먼저 들어갔는데, 그게 튀어나오면.”​현시우의 얼굴이 굳었다.아키하.​희귀 유전질환 시키병을 설계한 사람이었다. 그 이름만으로도 제 몸에 남은 시키병이 떠올랐다. ​주하와 같은 레플리카. 가을 아키하.​시우의 몸에 미세하게 긴장이 들어가는 것을 본 주라헬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지금처럼 과연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증오하게 되겠지.”“…….”“게다가 시키병을 다시 건드리기라도 한다면….”천천히 목소리를 내며 미소를 지웠다.​“과연, 현무가의 가주님은 지금처럼 믿을 수 있을까?”​현시우는 주라헬을 보며 비웃듯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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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시키병으로 힘드신데, 아키하까지 맡길 순 없죠. 하하하.”​ 주라헬는 통쾌한 듯 웃으며 참관실을 벗어났다. ​현시우는 말없이 입 안쪽을 깨물었다. 비릿한 맛이 났다.“아니, 아키하일지라도, 절대 돌려보내지 않아.”​***​참관실에서 나온 주라헬의 곁에 주강이 다가왔다.“가주님.”“뭐지?”“주진성이 수술실에서 실험체라고 발언했습니다.”​주라헬의 걸음이 멈추고 얼굴이 굳었다.​“하?”천천히 주강을 돌아봤다.“거기서?”잠시 침묵하던 주라헬이 헛웃음을 흘렸다.​“미친 새끼네.”​주라헬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특수 1과 후임자를 찾아.”​몇 걸음 뒤, 주라헬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지.”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특수 1과에서 맡은 일을 1 실험실로 넘기고 해체해.”“괜찮으시겠습니까?”“제대로 못 할 바에는 해체가 낫지.”​방금까지도 좋았던 기분이 바닥까지 떨어진 듯 표정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그 기술 계약.”“예.”“설화에서 모르게 조용히 이번 학회에서 꼭 진행하도록 해.”“알겠습니다.”​주강이 몇 걸음을 뒤따르며 물었다.​“그럼, 두 사람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주라헬의 걸음이 완전히 멈췄다. 설화병원으로 오는 헬기에서 확인했던 영상을 떠올렸다.​‘지형을 이용한 공격과 방어였지.’우린 그 방법을 굳이 쓰지 않아.그런데도 자연스럽게 했단 말이야.그러니 주연이 당황하지.주승현이야, 주연이 그랬으니.​다들 실패를 제대로 못 본 값을 톡톡히 치렀군. 이번엔 주하가 제대로 교육했네.​주라헬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갔다.‘주하….’​정말 기대 이상이야. 재미있어지겠어.​직접 회수했더라면 이 결과가 나왔을까?‘더 지켜볼 가치는 있겠어.’​ “…회수해.”주라헬의 걸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그리고 주연을 준비시키고 실패한 대가는 치러야지.”“예.”​1층에 도착하자, 검은 차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주라헬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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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의 얼굴을 보고 있자 문득 수술 직전,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주하가 의료진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무리한 상황이 오면, 자기를 먼저 포기하라고.‘어떻게….’시우의 입술이 굳었다.​‘넌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말을 해.’그 말에 사무치게 미웠다. ​‘네 목소리로 듣고 싶어.’ ‘왜 그렇게 쉽게 포기하라고 하는지.’따져 묻고 싶었다. 화도 내고 싶었다.​그런데 지금은 그 말을 한 주하가 미치도록 그리웠다. 뭐든 좋으니 눈을 뜨기만 했으면 했다.​시우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소리 내 울 수도 없었기에 그저 잠든 주하의 곁에서 조용히 눈물만 흘렀다.​***잠시 뒤, 현류가 시우 곁에 다가왔다.​“보통 칩 이식과 회복양상이 다릅니다.”“….”“Nx 이식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뜻인가?”“네. 여태껏 칩 이식을 진행한 이래 이런 과정은 처음입니다.“칩 자체가 다른 건지,”​주하를 바라보는 시우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주작가이기에 이런 반응인지는 알 수가 없겠군.”“예.”“의료진들을 모두 모이도록 해. 다른 보고 사항도 거기서 듣도록 하지.”​백호가와 현무가의 비밀리 진행 중인 Nx칩 프로젝트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수술 중 발생한 심정지를 제외하면 이식과정은 완벽했다. 문제는 회복과정이었다. 모든 것이 예상을 벗어났다. ​너무 안일했다.‘내가 준비를 더 해야 했어.’자책감이라는 거센 파도가 자신을 덮쳐 심해의 깊은 곳으로 끌고 가는 것 같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행히 이제는 안정된 상태가 유지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다.​“가주님.”현명의 목소리가 들렸다.“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시우는 주하를 한 번 더 바라본 뒤 특별 중환자실 밖으로 나왔다. 문이 닫히자, 현명이 낮게 말을 이었다.​“수술실에 참관하러 들어온 주진성이 한 말입니다.”“……”현명은 말을 고르는 듯했다.​“주하님을 실험체라고 불렀습니다.”시우의 턱이 천천히 굳으며 정적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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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세요.”“주라헬과 접촉한 이후의 회복 속도입니다.”​시우의 손끝이 미세하게 굳었다.​“회복 속도가 빠르다고는 미리 들었지만, 비정상적으로 빨랐습니다.”“…비정상적?”“절개 부위를 다시 봉합하려 했는데, 봉합을 시작하기도 전에 피부가 붙기 시작했습니다.​현류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실려 있었다.​“결국 봉합술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할 필요가 없었다는 겁니까?”“예.”​현류가 고개를 끄덕였다.​“손댈 필요도 없이 상처가 원래 상태로 돌아갔거든요.”​그 옆에서 수술을 보조했던 쌍둥이 현륜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건 저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반응은 주라헬 접촉 전에도 있었습니다.”​시우의 눈빛이 달라졌다.‘그때, 주하가 어릴 때 상처가 잘 회복된다고 했지….’​“처음 메스를 댄 직후에도 절개 부위가 빠르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여서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시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정상적인 칩의 반응과 동기화, 그리고 재생력.​‘이게…주작가의 비기라는 건가?’​시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오늘 확인된 자료는 모두 별도로 보관해 주십시오.”“알겠습니다.”​회의 가 끝나고 넓은 회의실에 시우 혼자 남았다.내가 거쳤던 과정과 전혀 달라.​백호가의 백유겸과 진행하는 프로젝트 역시 용병에게 칩을 이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칩이식을 경험한 사람에게 보이는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회복양상은 처음이었다.​자신이 모르는 일이 주하의 몸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아주 미세하게 무언가가 어긋나는 것이 보였다. 그게 답일까?​시우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아직 의식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선택이 전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자신의 안일한 판단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은 건 아닐까 싶었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가까스로 정신력으로 버텼다.​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 온몸에 소름이 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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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는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했던 시야가 조금씩 선명해졌다. 병원 천장을 보는 순간, 떠오른 기억은 하나뿐이었다.‘살렸어?’그토록 죽고 싶었는데도 또 살렸다고?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이 끔찍했다.​주라헬은 끝까지,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놓아주지 않았다는 것과 기어코 살아있는 제 몸뚱이마저 원망스러웠다.​팔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팔에 삽입된 카테터에 얇은 수액 줄이 연결되어 있었다.​‘어차피 듣지도 않는 항바이러스제를 왜?’​주하는 팔을 움직여 연결된 카테터를 거칠게 뽑아 버렸다.​“어?!”주변에서 놀란 목소리가 터졌다.“깨어났어!”“ 빨리 가주님께 연락해!!”​의료진이 곧바로 다가왔다. ‘또 살리려고?’주하의 입가가 비틀어졌다.‘미친년.’​자리에 몸을 일으킨 주하는 카테터를 빼낸 자리에서 피가 주룩 흘러내렸다.“주라헬…기어코.”주하가 이를 악물었다.“당신은 사람도 아냐.”​흘러내리는 피를 내려다보던 주하가 비웃듯 웃었다. “나도 내피가 정말 싫은데…이건, 유용하네.”​손바닥을 펴자, 바닥과 팔을 타고 흘러내린 피가 제 손바닥 위에 모여들었다. 날카로운 단검을 떠오르는 순간, 붉은 피가 형태를 갖추며 손바닥 위에 날 선 단검으로 변했다.​“이게…무슨?!!”현명은 얼굴이 굳어졌다. 주하의 손에 들린 검붉은 단검을 본 의료진들의 얼굴도 일제히 질렸다. 다가오던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다.​“왜 놀라고 그래?”그들을 보자, 주하가 비웃었다.“너희가 자주 쓰는 방법인데…내가 쓰니까 아까워?”​현명이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왔다.​“주하 씨”주하가 그를 노려봤다.“오.지.마.”​여전히 카테터를 뽑아낸 오른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어느새 바닥에도 붉은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왜 살렸어?”목소리가 떨렸다.​“그렇게 갖고 싶었으면 죽여서 가져가면 되잖아!! ”​​‘주작가는 피가 무기였어? 그래서…지혈이 안 되는 거였구나.’​눈물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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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커지며 믿을 수 없었다. 살아있는 시우였다.​“유주하!!”그리운 시우의 목소리.​“살아있어?” ‘말도 안 돼….’​시우는?! 그때? 분명 죽었는데?​그런데 눈앞의 시우는 살아 있는 얼굴과 목소리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주하의 눈에서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시선을 급하게 주변을 훑었다. 눈앞의 의료진들 옷 어디에도 주화의 붉은 꽃이 없었다.​서명하게 새겨진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현.“……여기.”​주하의 시선이 다시 시우에게 돌아왔다.“주화가 아니야?!”​목소리가 갈라졌다.가쁜 숨을 들이쉬고 내쉬던 주하의 손에서 피로 만들어졌던 단검이 형태를 잃고 흩어져 피로 흘렀다.​팽팽하게 버티던 힘이 끊어지자, 눈꺼풀이 감기며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가장 가까이 있던 현명이 재빨리 받아 냈다.​“주하 씨!”의료진이 곧바로 달려들었다.“지혈 먼저!”“오른팔도!”​현명이 목의 출혈을 거즈로 눌렀다. 목의 상처는 동맥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피는 쉽게 멎지 않았다.​오른팔은 카테터를 거칠게 빼냈는지 피가 멈추지 않았다.​시우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의료진 사이로 주하만 바라봤다. 간신히 살렸는데. 이제 겨우 눈을 떴는데.​‘왜 그렇게까지 죽으려고 했어?’​두 다리로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웠다. 발끝에 힘을 줘야 겨우 버틸 수 있었다.​그런데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자신을 알아본 주하의 표정.​반가워서 놀란 얼굴이 아니었다. 마치 죽은 사람이라도 다시 본 것처럼 놀라워했다.​시우의 미간이 깊게 좁아졌다.'왜 나를 그렇게 봤을까?’​그때 현겸이 곁으로 다가왔다.“가주님.”시우가 고개를 돌렸다.“주하씨가 깨어났을 때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시우의 시선이 현겸에게 향했다.“….이상한 말?”현겸이 잠시 말을 골랐다.“주라헬에게 줘야 할 피라고 이야기했고.”“……”“아키하와 에밀리도 언급했습니다.”​시우의 표정이 굳었다.​“치료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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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는?”“방금 생긴 상처를 제외하면 바이탈 사인은 좋은 편입니다. 이 상태로 유지되면, 아침쯤에는 일반실로 옮기는 것도 가능합니다.”​현류의 얼굴이 여전히 굳어 있었다.“다만 당분간은 안정이 필요합니다.”​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설령, 네가 아키하의 기억에 오래 영향을 받아도, 다른 무언가에 뒤섞였다 해도, 괜찮아.​주하, 넌 내가 아는 유주하니까.​그의 인기척을 느낀 현명은 조용히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 순간 시우의 시선이 현명에게 멈췄다. ​옷에 묻은 붉은 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주하를 붙잡았던 탓에 가장 짙게 배어 있었다. 시우의 턱이 굳으며 이를 세게 맞물렸다.그렇지 않으면 소리 내어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으니까.얼마나 많이 흘린 건지.얼마나 아팠을까​현명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가주님, 죄송하지만 이 피를….”“얼마든지. 그리고 결과는 확실히 보고하도록.”“예.”​현시우의 지시에 따라 현장에 있던 의료진의 피 묻은 가운과 천이 수거됐다.​조금 전의 소란이 환상이었던 것처럼 주하는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정말 깨어났던 게 맞나?자신을 알아보고 이름을 부른 것도 환상이었던 건 아닐까.​하지만 그러기에는 수술과 상관없는 상처들이 눈에 들어왔다. 시우의 호흡이 흔들렸다.목에 감긴 거즈와 오른팔에 감긴 붕대.​아찔했다.만약 자신이 조금만 더 늦었다면,만약 주하가 자신을 보지 않았더라면, 다시 만난 사람을 그대로 영영 잃을 뻔했다.​‘분명 네가 네 몸을 소중히 여긴다고 그랬잖아.’그래서 위험한 건 하지 않겠다고.​“주하야, 그런데 왜? 이렇게 상처를 내? 응?”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시우는 잠든 주하를 한참 바라봤다.​마치 제 몸이 망가지는 것조차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조심스럽게 주하의 왼손을 잡았다.방금까지 제 목을 그어 죽으려고 했던 손. 그 손의 약지에는 시우가 준 반지가 여전히 끼워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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