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Capítulo 101 - Capítulo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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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어깨 위로 따뜻한 온기가 내려앉자, 숨이 멎었다. 온기 속에 담긴 익숙하고 그리운 향이 스며들었다.​성큼 다가온 싱그러운 시트러스 향과 뒤이어 은은하게 따라오는 머스크 향.​모를 수가 없었다.​그토록 간절히 보고 싶었던 사람인데,그토록 간절히 그리웠던 향을 가진 유일한 사람.현시우.​그래서….지금은 오히려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보고 싶지만, 눈을 뜰 수가 없었다.​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참고 있던 그리움이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 같았다.​목소리도 듣고 싶었다.기대고 싶고, 안기고 싶어.그냥… 너와 함께 있고 싶은데….​하지만 그러면 또다시 너의 따뜻함에 그 달콤함에 취해서, 네가 다치게 되면 어떻게 해?​그래서,그렇기에 우린 멀어져야 해.​조금은 먼 곳으로,떨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그 거리만큼으로.언젠가는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거리로 돌아가야 했다.​주하는 그저 고개를 떨군 채 입술만 깨물었다.뭐라고 말하지.헤어지자고?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 네가 죽는다고?​그걸 어떻게 말해. 어떻게.차라리 말이야.‘네가 치료제를 만들 사람으로 나를 이용했으면 좋겠어.’​연인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으로.남처럼, 스쳐 지나가 얼굴조차 잊어버리는 행인들처럼.​그 정도 거리라면 언제든 나도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내려앉았다.“이제 나와도 괜찮아?”늘 그렇듯 단정하고 부드러운 그 목소리.​그 한마디만으로 마음이 또 약해졌다.함께 있고 싶어서.하지만 말을 할 수 없어서, 그저 고개만 끄떡였다.​잠시 침묵이 흘렀다.“미안해.”차마 시우를 보지 못하는 주하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네가 그렇게 아프게 될 줄은 몰랐어.”​‘미안해?’왜 네가!!왜 또 네가!​가슴 깊은 곳에 눌러 두었던 감정이 순식간에 치밀었다.​“왜 네가!!”주하가 일어섰다. 울먹이는 목소리가 그대로 터져 나왔다.​“왜 네가 미안하다고 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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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는 가슴이 도려 나갈 듯 아팠다.뒤에 나올 말이 두려웠다. 정확히 어떤 말을 할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주하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려 한다는 것.그건 듣고 싶지 않았다.​제일 두려운 그 단어를 내뱉을 것 같았다. 그래서 먼저 말을 해야 했다. 도저히 들을 자신이 없어서.​“ 아니.”시우가 먼저 말을 자르고 주하의 몸을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난 네가 좋아.”“…….”“네가 무엇이어서가 아니라.”​시우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스며들었다.​“너라서, 너였기에.”“시우야….”“유주하, 너여서 사랑해.”​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말이었다.​“그러니까 나는 포기 안 해.”“…….”“무슨 일이 생겨도.”시우의 팔에 더 힘이 들어갔다. 지금 놓으면 주하가 정말 영영 사라질 것만 같았다. 포기할 수 없다는 듯.절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네가 내 곁에 머물게 만들 테니까.”​주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눈물만 흘렀다.미안해서.그 마음을 온전히 받아 줄 수 없을 것 같아서.이번에는 자신이 그를 떠나보내야 할 것 같아서….​그런데도, 네 품에서 당장 떨어지고 싶지 않아.​주하는 입술을 깨물었다.‘말해야 해.’헤어지자고….여기서 끝내자고.그런데, 입술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시키병 치료제.”​시우의 몸이 굳었다. 주하가 겨우 다음 말을 이었다.​“ 만들 수 있어.” “뭐?!!”​그의 팔에서 순간 힘이 빠졌다. 주하는 그 틈에 품에서 살짝 떨어졌다. ​하지만 시우는 불안한 듯 양손으로 주하의 팔을 놓지 않았다. 놀란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다.​“방금…뭐라고 했어?”​주하가 고개를 들어 시우를 올려다보았다.기쁨이 먼저 묻어난 시우의 얼굴. 하지만 그 밑에는 여전히 걱정이 짙게 남아 있었다.​그 표정을 바라보니, 주하의 마음 한쪽이 아릿했다. ‘이번에는 해야 해. 널 살릴 테니까.’​“괜찮아. 이 방법은 주라헬이 모르는 거야.”​시우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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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가 조금이라도 물러나려 하면 다시 붙잡듯 입술이 깊게 겹쳤다. 시우가 주하의 혀를 깊숙이 끌어당겼다.​떨어지지 싫다는 듯, 더 깊게 맞물리자, 혀뿌리가 얼얼해졌다. ​주하가 힘을 빼자, 시우의 움직임이 느려지며 그녀의 것을 달래듯 부드러웠다. 혀끝을 가볍게 쓸고, 아픈 곳을 어루만지듯 천천히 스쳤다. ​조금 전까지의 다급한 갈증이 한풀 꺾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힘이 느슨해지자, 주하가 아쉬워졌다.먼저 혀를 움직여 그의 것과 얽혔다. 젖은 소리가 입술 사이로 작게 새었다.​“으읏..!!”그 작은 반응에 시우가 다시 주하의 혀를 깊이 끌어당겼다. ​만약 한 번의 숨을 허락한다면, 가장 두려운 말,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게 될까 두려운 사람처럼 입술이 살짝 벌어지는 순간에도 쉽게 놓지 않았다.​다시 머금고 혀끝으로 주하의 입술에 남은 온기까지 천천히 훑었다.​그 입맞춤이 간곡하게 애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떠나지 말라고.그런 생각조차 하지 말고 곁에 있으라고.​그 마음이 전해지자, 주하의 가슴이 욱신거렸다.하지만, 치료제를 만들고 나면,‘난 더 이상 네 곁에 있을 수 없어.’​그때 갑자기 떠나 버리면, 넌 혼자가 될 텐데.지금보다 더 괴로우면 안 되잖아.​그러니까,추억이 더 쌓이기 전에,서로의 색이 더 깊이 섞이기 전에.​‘시우야, 미안해.’주하는 눈이 질끈 감았다.지금부터 헤어짐을 준비하는 게 나을 거야. ​언젠가 정말 헤어져야 할 때,그때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주하는 숨을 돌리고 싶다는 듯 시우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그제야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맞닿았던 온기가 사라지는 순간, 주하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잠시 망설이던 손이 왼쪽 약지로 향했다.​손끝으로 반지를 빼려던 순간, 시우의 손이 주하의 왼손을 완전히 덮었다.빼지 말라는 듯.더는 움직이지 말라는 듯.​손을 단단히 움켜쥐었다.​“유주하.”낮고 서늘한 목소리에 주하의 손끝이 멈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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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치료제는 1년 내로 만들게.”‘그래야 네가 내년 겨울에 떠나지 않지.’ 시우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대신,”주하가 잠깐 뜸을 들였다. ​“한 번은 내가 자유롭게 여행하게 해 줘.”“여…행?”“응. 별로 기억이 없어서. 한 번만 다녀오면 되니까.”주하가 작게 웃었다.​“그럴게”시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나와 함께 다녀오면 되니까.’​시우가 몸을 조금 숙여, 주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잠시 그대로 있던 그가 낮게 물었다.​“대기실에서… 왜 너를 포기해달라고 한 거야?”그의 두 팔이 조금 더 깊게 주하를 감싸며 끌어안았다.​주하는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만에 하나라도 네게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서.”“….”“난 특이한 체질이니까.”시우의 품 안에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혹시라도 주작가에서 나 때문에 너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까 봐.”“그래서?”“ 그럼, 네가 그동안 힘들게 만든 것들이…나 때문에 무너지면 안 되잖아. 그래서.”​그 말이 끝나자 목덜미에 작은 통증이 느껴졌다.“앗!”시우가 살짝 깨물자, 주하는 눈을 크게 떴다.​“두 번 다시 그런 말 하지 마.”단호하고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그런 생각조차도 하지 말고.”목소리가 서늘했지만, 무섭기보다는 따뜻했다.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시우가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얼마나 네가 미웠는데, 얼마나 원망스러웠는데.”​주하가 눈을 깜빡였다.​“간절하게 네가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사람 앞에서.”​시우의 눈이 주하를 똑바로 바라봤다.​“포기해 달라는 말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알잖아.”“미안.”“그럼, 벌을 받아야겠네.”시우의 눈매가 조금 휘었다.“어?” 곧 그의 입술이 주하의 입술을 머금었다.​말랑한 입술이 닿자 젖은 소리가 연달아 번졌다. 처음에는 가볍게 스치던 입맞춤이 금세 깊어졌다. ​시우의 혀가 입술 사이로 파고들어 주하의 입안을 천천히 훑었다. 입천장을 집요하게 스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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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가 황급히 목덜미를 매만졌다.“목에 네가 문 거 어떻게 해!”시우가 아쉬운 듯 목을 확인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게도 벌써 지워졌어.”​주하의 얼굴이 바로 밝아졌다.​“다행이다.”시우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다행?”“엄마에게 들키면 어떻게 해!”​주하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너도 다 큰 뒤로는 우리 엄마 처음 만나는 거잖아.”“아하.”시우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웃었다.“ 응”환하게 휘어진 눈매를 보자 주하의 입꼬리도 저절로 올라갔다.​ ***​옥상정원에 들어선 강세나의 발걸음이 멈췄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혼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주하의 곁에 누군가 있었다.​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 설화병원에 올 때부터 행여나 만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던 단 한 사람.​현시우.세나는 굳은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렇게 떨어뜨려 놓았는데, 결국, 두 사람은 또 만났다.​마치 멀리 밀어낸 혜성이 긴 궤도를 돌고 돌아 다시 지구 가까이 찾아온 것처럼.​이번에는 그 둘의 거리가 예전보다 훨씬 가까웠다.떨어진 기간이 무색할 만큼 선명하게….​세나의 손끝이 차갑게 굳었다.‘또….’​현시우가 딸아이를 자신들이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데려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 두려움에 주하를 숨겼다. ​‘어째서 또 함께야?’현시우 곁에 선 딸을 보고 있자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얼굴까지 떠올랐다.주라헬.​세나의 표정이 더 굳었다.‘저자와 엮일수록 그 여자가 주하를 노릴 텐데.’그 생각이 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유주하!”주하가 흠칫 고개를 돌렸다.“엄마?”세나의 시선을 확인한 순간, 주하는 시우에게서 슬그머니 몸을 떨어뜨렸다.나쁜 짓을 한 건 아닌데, 괜히 들킨 사람처럼.​세나가 곧장 주하에게 다가왔다.​“너! 아직 일어나면 안 되잖아.”“아니, 괜찮은데.”주하가 변명하려는 사이, 시우가 허리를 조심스럽게 받쳐 휠체어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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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의 복잡한 마음을 알아차린 듯 시우가 단정하게 말했다.​“건강검진 때문에 주하가 설화 병원에 왔다가 우연히 만났습니다.”“건강검진?”​세나가 바로 주하를 바라봤다.​“ 너 그동안 안 했잖아.”그 말에 시우의 눈빛이 잠깐 달라졌다.‘아…그래서 찾기 어려웠구나.’​“아, 그랬는데.”주하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애들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신다고 검사 한 번 해 보라고 해서.”​ 주하의 가벼운 말에 세나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그동안 피검사를 어떻게든 피해 왔는데….’겨우 커피 때문에 검사를 받았다고?​주하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마시길래 검사까지 해보라는 말을 들은 걸까.​시우가 조금 서늘해진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음? 주하야?"아까와 다른 서늘함이 느껴졌다.“커피를 하루에 얼마나 마시길래?”​ 진짜 화가 났다는 느낌이 들자, 어깨가 조금 굳었다.‘조금 불안한데, 시우도 한 잔소리 하는데….’​“그게, 몇 잔인지 세어 보지 않아서.”​주하가 손가락으로 하나씩 접으며 대충 헤아렸다.“아침에 하나, 점심에 둘, 저녁에 한잔에서 두 잔….” 세나의 목소리가 바로 높아졌다.​“유주하! 너 요즘 하루에 그렇게 많이 마셔?”​주하가 움찔했다. ‘아, 이럴까봐 이야기 안 한 건데.’뜨끔했다. 평소 먹는 양보다 줄여서 말한 건데.‘와, 원래 먹는 양을 말했으면, 완전 커피 끊으라고 하시겠네.’​“아니, 논문도 읽고, 실험도 하려면 그렇게 마셔야지.”“유.주.하.”“그리고 엄마도 알잖아.”​세나가 이마를 짚었다.​“하아…. 몇 달 전에 위염까지 왔다며.”“아니, 그건 커피 때문이 아니라.”​주하가 곧바로 말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그건 실험이 안 풀려서 신경 너무 써서 그런거고.”“무슨 실험이길래?”​시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키 연관 세포주 만든 거.”“…….”“저번에 봤잖아.”​시우의 표정이 풀렸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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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겸의 신호를 확인한 순간, 시우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휠체어 손잡이를 쥔 손에도 더 힘이 들어갔다.‘아직 마주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이제 겨우 회복했다.하지만 그게 조건이었기에 이번만큼은 막을 수가 없었다.​주하는 갑자기 조용해진 시우와 조금 전 스쳐 지나간 현겸의 모습을 보고 짐작했다.​시우가 이렇게 경계하거나 굳는 경우는 딱 한 사람 때문이었다.주라헬.​주하의 눈이 가늘어졌다.‘그 여자가 나를 보러오는 거구나.’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오히려 궁금했다. 어떤 반응일지.​‘재미있네.’자신과 똑같은 얼굴 .하지만 더 젊은 나를 보면 어떤 얼굴을 할까?​이전 생과 똑같을까. 아니면 다른 반응일까.​주하는 입가를 입가에 희미하게 올렸다.​‘증오하는 당신에게 새삼 고마워.’다른 의도였겠지만, 결국 내게 아키하와 에밀리 칩을 돌려줘서 정말 고마워.​그 덕분에 알고 있는 것이 생겼다. 주라헬,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게 뭔지. ​그리고 끝내 손에 넣지 못했던 것도.돌연변이 시키병.​미래에서도 그녀의 팀은 수없이 시도했다. 시키병을 유도하는 바이러스를 가진 세포주가 필요했지만, 완성을 코앞에 두고 번번이 실패했다.​그리고 치료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라헬은 절대 만들 수 없었다. ‘그 핵심 재료를 넌 절대 구하지 못하지.’​주하는 뒤에 있는 시우를 살짝 올려다봤다.​“나 괜찮아.”시우의 시선이 내려왔다.“걱정하지 마.”흔들림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는 나를 함부로 못 건드려.”“…주하야.”“꼭 필요한 게 나에게 있거든.”​주하의 눈빛이 선명해졌다. ​“그러니까 그걸 손에 넣기 전까지 안달할 사람은 그쪽이지.”​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내가 아니거든.”​주하도 이제는 궁금해졌다.어디까지 위협해야 목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 그쪽이 아니라, 이제는 나라는 걸 알까?​주하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시우야, 살짝 숨어서 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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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첫눈이 내리던 날이었다.​그 전날까지 날뛰던 마음이 막상 그날이 되자, 고요해졌다.‘부디 첫눈처럼 어여쁜 여자아이였으면 좋겠다.’​8주 후,처음 듣는 뱃속 아기의 심장 소리.두근두근두근.​아직 제대로 된 형체도 없으면서 살아 있다고 말하는 기특함에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그날 세나는 초음파 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심장 소리를 수십 번을 들어도 같았다.두근두근 소리가 아니었다.그 작고 여리여리한 것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미치도록 너무 사랑스러워서.너무 귀해서 그저 눈물만 흘렀다.​오히려 고민했던 날들이 아까웠다.매 순간이 조심했다.먹는 것도, 걷는 것도, 잠드는 것조차.​조금이라도 불안한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질까 봐.​“야, 그냥 편하게 쉬어.”“유진욱, 애 앞에서 말 제대로 해.”“…아직 안 태어났다고!”“귀는 발달했거든!”​유진욱이 어이없다는 듯 세나를 바라봤다.​“….와, 진짜 그 강세나 맞아?”“이름이나 다시 정해.”“또?”“다 마음에 안 들어.”“강세나씨.”​유진욱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름만 벌써 백 번은 더 골랐다고!”“딱 오는 느낌이 없잖아.”​세나가 불룩해진 배를 살며시 쓸면서 웃었다.​“우리 딸한테 딱 맞는 이름이 있어야지”​유진욱이 유별나다며 놀려도 좋았다.​증오하던 뱀 같은 여자를 닮은 아이가 아니라, 제 소원처럼 첫눈을 닮은 아이 같았다.​배가 불러올수록 불편한 일투성이였다. 그래도 좋았다. 곧 만날 날이 가까워진다는 뜻이니까.​단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다시 주화병원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들키면 어떡하지.’​이 아이를 다시 그들에게 빼앗긴다면.출산하는 순간까지도 그 걱정만큼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리고 마침내, 온종일 이어진 진통에 정신이 없었다. “윽!”“산모님! 힘주세요!”“조그만!”“아이 머리가 보여요!”“내려옵니다!!”“으윽!!!”​그리고.​“응애! 응애!”​아이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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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로 들어서자, 주하는 쉽게 발을 떼지 못하는 시우를 먼저 안아 주었다.​“괜찮아. 알잖아.”“응. 아는데.”​시우의 팔이 주하를 잠깐 끌어안았다.​“쉽게 발이 안 떨어져서.”​주하는 그런 시우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그러던 시우의 시선이 유난히 창백해진 세나에 잠시 머물렀다.‘역시. 처음부터 주하가 겨울이란 걸 알았군.’​“나중에 올게.”“응.”“무슨 일 있으며 소리 질러. 주변에 있을 테니까.”주하가 웃었다.“그럴게.”그제야 시우가 병실을 나갔다.​​문이 닫히고 뒤를 돌아보자, 소파에 앉은 세나가 보였다. 아직 놀란 기색이 가지지 않은 얼굴이었다.​주하는 천천히 다가가 세나를 안았다.“엄마.”세나의 몸이 조금 긴장하자, 주하는 등을 살살 토닥였다.“괜찮아. 우리 엄마.”엄마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다정하게 속삭였다.“사랑하는 우리 엄마.”​‘엄마, 이번에는 내가 지킬게.’그때는, 몰랐다는 이유로 놓쳤지만.​***​눈물조차 닦지 못한 진아가 사진을 품에 안고 유진욱에게 달려왔다. “팀장님!!”유진욱이 고개를 들었다.“주하! 주하 찾았어요!”모든 움직임이 멎었다. 유진욱이 곧장 진아에게 다가갔다.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받아 든 순간 목 안이 꽉 막혔다.사진 속에는 딸, 주하의 얼굴이 있었다. ​떨리는 손끝으로 작은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주하….유주하. 내딸.’내 소중한 딸.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한꺼번에 올라왔다.​그런데 사진 속 아이는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잔뜩 올라가 있던 유진욱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다행이다. 우리 딸.”갈라진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유진욱은 곧바로 현시우를 찾아갔다. 그가 찾아올 것을 예상했던 것인지 현시우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소파 깊숙이 기댄 시우가 옆자리에 앉은 유진욱을 바라봤다.​ 유진욱은 낮고 서늘한 목소리를 냈다.“딸을 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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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시우가 나오자고 했구나.’눈물이 먼저 흘렀다. ​주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엄마.”두 팔을 벌려 세나를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는데….’너무 보고 싶었다. 차가운 옷감 사이로 익숙한 향이 스쳤다.엄마 향기.‘엄마. 엄마.’​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그들이 부모님에게까지 손을 뻗을까 봐.그저 참고 누르고 기다렸는데.그저 눈물을 삼키고 잊으려 했다.​주하는 애써 장난스레 말했다.“엄마…. 왜 반쪽이야? ”세나의 어깨가 움찔했다.“아빠가 구박해?”​세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목이 메었는지 입술만 떨렸다. 주하를 끌어안은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손끝까지 떨리면서도 주하를 더 끌어안았다. ​떨리는 손길만큼 엄마의 마음고생이 훤히 보이자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얼마나 아파했을지. 얼마나 후회했을까.아마도 수 십번, 어쩌면 수천 번 후회하고 가슴을 내리쳤을 텐데.주하는 더 밝게 웃었다.“나 잘 있는데.”“……”“헤헤. 진짜 못된 딸이다. 그렇지?”눈물이 날 것 같아, 일부러 말을 이어 갔다.“전화도 하지 않고.”“주하야.”“혼자 잘 먹고 잘살아서.”​ 세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주하의 등을 몇 번이고 쓸어내렸다.​ 주하는 그 손길을 느끼며 낮게 말했다.​“…그러니까.”숨을 삼켰다.“…엄마도 이제 나 내려놔.”​세나의 손이 멈췄다.​“그냥 편히 살아.”“어떻게….”겨우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어떻게 너 같은 예쁜 딸을 두고 그래….”​ 주하가 옆에서 안아주는 아빠를 바라봤다. 울지 않으려는 지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그럴수록 주하는 환하게 웃으려고 입꼬리를 강제로 올렸다.그렇지 않으면, 여기 주저앉아 울어 버릴 것 같아서.한없이 매달리고 싶어질 것 같아서.곁에서 머물고 싶어질 테니까.“아빠가 나쁘네.”“……”“예쁜 우리 엄마를 잘 챙겨야지.”​억지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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