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Kabanata 11 - Kabanata 20

173 Kabanata

10년 전에 죽은 여자의 유전자와 일치할 수 있지?

​현성은 혈액 샘플을 들고 가던 길에 1층에서 현진과 마주쳤다.“어째 누나의 표정이 좋아 보인다?”괜히 배알이 조금 꼴려 현성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어. 그렇지.”현진은 1층 카페를 바라보며 흐믓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소름이 돋는다는 듯 살짝 거리를 벌렸다.​“누나 왜 그래? 무섭게. 여기에 누구 발라 죽일 사람 있어?”“아니.”​현진은 여전히 카페를 바라봤다.​“ 가주님은 바나나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1층 카페마다 바나나우유 메뉴를 만들라고 지시했을까?”“어. 맞다. 그때 말이 많았지. 단것도 안 먹으면서 굳이 왜 그러냐고.”“어. 그랬는데 그 주인공을 위해서였네.”​현진이 손을 내밀었다.“줘.”현성에게서 혈액 샘플을 받아 든 현진은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누나, 무슨 주인공?”“형이 사귀는 사람 있어? 그토록 찾는 사람이 있는데?”“바보.”“왜! 알려주지!”걸음을 멈춘 현성은 경악했다.“설마? 그 유주하?”“어. 주하가 물놀이 끝나면 바나나우유를 먹는 버릇이 있대.”“…바나나 우유?”“응.”현진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주하는 물을 무서워하는데 말이지.”​현성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런데 형은 어째서 그렇게 알고 있지?”“아마도 어릴 때는 좋아했나 봐. 나랑 있을 때 수영을 겨우 배웠거든. 지금은 완전 물개가 다 됐지만.”​현진이 말하는 말에 현성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럼, 다른 사람 아냐?”“가주님은 확신하시던데? 아까 먼저 다가와서 직접 부축까지 하시고.”“…누나. 아침에 커피 안 마셨어?”“뭐래?”“미친 거 아니냐고. 형은 절대 여자한테 먼저….”​현성의 말이 점점 느려졌다. 문득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떴다.​“아까도…. 그 여자가 유주하였지.”“아까?”​현진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채혈실에 나와서 곧 쓰러질 것 같더라고. 형이 먼저 나가던데?”“어?”“먼저 다가가서 괜찮냐고 묻고. 그러다가 유주하가 거절하고 혼자 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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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겨울인 주하만 왜 데려가려고 했을까?

가슴에 맺힌 말들이 차오르다가 사라졌다. 시우는 숨을 천천히 고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현진과 아는 사이면… 같은 랩이야?”“어.”주하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듯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시우의 가슴은 그 짧은 대답에도 두근거렸다.‘그렇단 말이지. 현진이 어느 랩에서 있었는지 알아봐야겠네.’분명 희귀질환 분야였던 거 같은데.​“어떤 희귀 질환을 연구해?”“시키병.”​순간, 시우의 얼굴이 굳었다. 심장이 잠시 멈춘 듯하다가 세차게 요동을 쳤다.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본능적인 선택인 걸까?​“신기하네. 보통은 시키병에 대해 잘 모르는데, 하필 그걸 연구하는구나.”​그의 말에 이끌려 고개를 돌린 주하는, 그제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봤다.​“잘 알려지지 않으니 더 연구할 게 많잖아.”반짝이는 주하의 눈동자를 보자 시우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스쳤다.'넌 역시 이런 이야기에만 유독 반짝이네.’​씁쓸함을 능숙하게 감추며, 이렇게 얼굴을 보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집은?”“기숙사. 대학원생이라 기숙사가 편해서.”시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11년 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건 어디 아파서야?”​주하는 고개를 갸웃했다.“음. 글쎄, 부모님께서는 그냥 사고로 오래 누워 있었다고만 하셔서.”​순간 시우의 얼굴이 굳었다.​“…부모님?”“응. 엄마랑 아빠.”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맞물려야 할 톱니가 제 갈 길을 잃고 어긋난 듯했다.그때 주하 아버지도 불에 탄 시신 중에 하나라고 결론이 났는데… 빠져나왔다고?​기억 주입을 위한 칩 이식을 받는 그해에 처음으로 나타난 주하의 아버지.그전까지 주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엘도라도 리조트에 왔었다.​그런데 하필 그날 사고가 났다. 불에 탄 건물이 무너져 신원 확인조차 어려운 시신들만 발견되었다. 그 옆에 시우 또래의 여자아이 시신과 함께.그리고 그 테러 집단.​‘이건 알아봐야겠는데.’​주하는 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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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여기도 좋다고 해서

연보라색 튜브 안에서 진한 붉은 피가 살아 있는 듯 넘실거렸다.​주라헬이 연보라색 튜브를 들어 형광등에 비춰보며 의미심장한 눈길로 바라봤다.​“이거란 말이지.”“네.”“그럼 진행해. 정말 겨울이 맞는지 확인해 봐.”“네. 결과는 나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그날 밤.최종 검사 결과지를 보던 현시우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이미 예상했던 결과였다.전체 유전체 검사 결과, 일치.​그런데도 낮에 만난 주하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자신을 완전히 잊은 눈빛으로 오히려 잔뜩 경계하던 모습이었다.​11년이라는 시간이 그녀의 기억에서 자신을 지웠다면 차라리 나았다.​하지만 그날의 충격으로 모든 것이 사라진 거라면….시우의 두 손에 단단히 힘이 들어가며 주먹이 꽉 쥐어졌다.​그날 리조트를 습격한 사람들의 정체는 현재까지도 알 수 없었다. 상당한 실력자들 있었지만, 순식간에 증발한 듯한 흔적조차 없었다.주라헬도 추적했지만 끝내 밝혀내지 못한 테러 조직.하필, 주하의 아버지가 얽혀 있다니.​시우는 거실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천장을 올려다보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조용히 살고 있던 주하의 인생에 괜히 돌풍을 일으킨 건 아닐까.’​조용히 살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고 원망할까.아니면, 자신을 굳이 찾아냈다고 미워할까.​미안해. 유주하. 그래도 너를 놓지 못하겠어.나중에라도 네가 원망을 쏟아낸다면, 다 감당할게.미워한다면, 그 미움이라도 내가 다 받을 테니.곁에만 있어 줘.​천천히 몸을 일으킨 시우는 창가로 걸어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설화대학교에 시선이 머물렀다. 11년이란 시간 동안 그토록 찾아 헤맸던 사람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그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다행이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설화 안에 있어서.”​시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시선은 주화병원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지금쯤 주라헬에게도 알려졌겠네.’만약, 칩 이식을 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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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거의 끝나는 시기에 인턴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우는 자연스럽게 주하의 옆에 다가와 가방을 집어 들었다.​“어. 그거 무거워. 노트북이 있어서.”“그래 보여서. ”​그는 아무렇지 않게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왜 들고 다녀?”“몇 주 전부터 연구소에 도둑이 든다고 해서 소지품 챙기라고 했거든. 어차피 연구 결과밖에 없지만 그게 중요한 거라.”​시우의 눈빛이 잠시 가라앉았다.‘도둑이라….’“다른 일은 없었어?”“음… 몇 번. 누가 내 노트북에 로그인하려는 정도? 찝찝해서 비밀번호도 자주 바꾸거든.”​시우가 잠시 말이 없었다.‘누구지?’주라헬이 주하의 존재를 확인한 건 오늘일 텐데.아무리 빨라도 어젯밤.​그전부터 누군가 주하의 연구실과 노트북을 노리고 있었다.‘주하가 단순히 주라헬의 레플리카 겨울이 아니라, 뭔가 더 있는 건가.’​눈빛에 미묘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주하는 그런 시우의 생각을 알지 못한 채 옆에서 걸음을 맞췄다.​***​현시우와 헤어진 뒤.주하가 연구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자 얼굴이 환해졌다.“어, 아빠!!”밝은 목소리가 절로 터졌다.“잘 있지. 아빠는 언제 한국 와?”주하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걸음을 늦췄다.​“밤늦게 조심하거든요. 당연하지. 아빠는 거기서 햄버거만 드시지 말고.”​평온한 일상 대화가 이어졌다. 이 순간만큼은 무엇보다 평화로웠다.​***​“주하야, 점심 어디 갈래?”오전 실험을 마무리하는 중에 같은 랩 동기인 윤진아가 물었다.“학식 갈 거 아냐?”“오늘 메뉴는 봤어?”“아니? 오늘도 고기?”“어, 소고기랑 치킨.”“이야~요즘 엄청 잘 나오는데.”“그러게.”두 사람은 점심을 먹으러 연구동을 나왔다.​연구동 앞 주차장 구석.한여름의 쨍쨍한 햇살이 여전한 1층 주차장, 그늘진 구석에 세워진 검은 차 안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운전석에 앉은 주승현은 차창 너머로 유주하의 움직임을 카메라로 담아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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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곁에 있는데도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주하는 태연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어. 현진 언니 동생이래.”“아하!”​진아는 작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주하는 괜히 시선을 피하며 덧붙였다.​“어제 병원에서도 만났거든.”“그럼, 주하가 랩에 데려가면 되겠네. 난…잠시 올리브에 다녀오게. 화장품이 떨어진 게 있어서.”​진아는 일부러 자리를 비켜 주듯 손을 흔들고 황급히 떠났다.​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윤진아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시우의 눈웃음이 한층 더 깊어졌다. 경계심을 살살 녹이는 듯한 시선이 주하에게 닿았다.​“왜? 놀랐어?”“어. 하필 우리 교수님일 줄 몰랐거든.”​주하는 최대한 담백하게 답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왜 저렇게 웃어. 오해하잖아.심장은 왜 이래, 너무 빨리 뛰는데.진짜 심장이 튼튼한 거 맞아?​주하가 건물 안으로 먼저 들어서자, 시우가 바짝 붙어 따라왔다. 거리를 조금 벌려도, 그는 금세 그 간격을 좁혔다.​“나도 그때는 확실치 않았거든.”“그럼, 랩 생활은?”“아, 미국에서 해봤어.”“…그럼 내가 알려줄 건 없겠네.”“아니, 다르지. 여기선 여기 규칙을 따라야 하니까.”​시우가 환하게 웃었다. 가까워질수록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하게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주하를 스쳤다.​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연구동 옆 작은 오솔길.​윤진아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블랙이 붙었습니다.”-오전엔 레드였는데, 이젠 블랙까지."어떻게 할까요?"-당분간 지켜만 봐. 아직은 시기가 아냐.“예.”​진아는 곧장 올리브에 들려 아무 물건이나 하나 집어 들고나왔다.​연구실의 오피스로 돌아오자, 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주하의 빈자리를 힐끗 본 진아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부디 무사히 지나가야 할 텐데.’.​***​세포 배양실.​주하는 클린벤치 앞에 앉아 있었다. 보라색 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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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시러 갈래?

주하야, 아마 네가 기억이식 칩을 받게 되면 알게 될테지만,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주하는 무심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그래도 다행이지. 이런 유전병에 거액을 투자해주는 설화재단이 있어서. ”​시우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자신이 바로 그 투자자인데, 주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가볍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저 웃음이 새어 나왔다.​주하는 클린벤치 안에서 손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태연하게 물었다.​“그리고 다음 주부터 출근이니까 이번 주는 안 와도 돼.”“그래도 미리 와서 적응하는 게 좋잖아.”“미리 와서 고생하면 좋지. 그런데 대학원의 선배로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주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묘하게 뼈가 있는 말투였다.​“쉬라고 할 때 쉬는 게 좋아. 나중에 쉬고 싶어서 울고불고하지 말고.”​주하가 의미심장하게 웃자, 시우는 괜히 등골이 조금 서늘해지는 듯했다.​***​클린벤치의 환기용 바람이 꺼지자, 세포배양실을 가득 채우던 소음도 잦아들었다.​세포 실험을 마무리한 주하는 주변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실험실은 미국이랑 거의 비슷할 거야. 여기 연구동을 신축할 때, 새로운 이사장님이 엄청 신경 쓰셨다고 했거든”​주하가 뿌듯하게 말을 하자, 시우는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래도 목소리에는 들뜬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아…그래? 다행이네. ”“그렇지? 그래서 다른 데보다 시설도 최신이거든.”​어느새 시우의 시선은 주하에게로 떨어질 줄 몰랐다.​처음에는 희미한 추억에 의지했다.만약 살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몰라 늘 상상만 했다.단발일까, 긴 머리일까.​아직도 웃을 때는 여전히 눈 아래 애교살이 도톰하게 올라오는지.한쪽 보조개가 살짝 들어간 채 입꼬리만 올리는 버릇도 그대로인지 늘 궁금했다.​연구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주하의 말수도 조금씩 늘어났다. 맑게 웃으며 재잘거리는 모습이 눈앞에서 움직였다.​상상 속에서만 있던 주하의 목소리,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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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이사장이, 남자라고 했는데.

“선배, 지금 측정하고 오는 거예요?”“어. 민정이에게 알려줄 겸.”​뒤에 서 있던 민정은 이미 울상이었다.​“주하야... 나 죽을 거 같아.”“크크큭. 야 그래도 FACS 기계 다루는 데는 가온 선배가 최고잖아. 잘 배워서 나한테도 알려줘.”“응.”“과연, 그게 언제가 될지.”“선배!!”“주하에게는 특별히 내가 알려줄게. 민정이랑 같이 보러 오면 되니깐.”​시우의 눈빛이 가라앉았지만, 금세 아무렇지 않게 옅게 웃었다.​두 사람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주하의 옆에 있던 남자에게 시선이 닿았다​주하는 두 사람에게 시우를 소개했다.​“아, 이쪽은 다음 주부터 저희 랩에 인턴으로 오는 시우라고 해요. 경력직 인턴요.”​그러고는 시우를 바라봤다.“이쪽은 옆 랩에 이가온 선배. 이쪽은 윤민정. 동기이자 기숙사 룸메이트.”​시우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가온과 민정도 고개를 숙였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하자, 시우가 열림 버튼을 눌러 문을 잡았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주하의 손을 잡고 안으로 끌어당겼다.​“주하야, 가자.”“어.”​주하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 문이 닫혔다.​민정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닫힌 문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얼굴에 붙어 있던 피곤함이 싹 사라질 만큼 충격적인 광경이었다.저 주하가 친하지 않은 사람과 저렇게 간다고?진아 없이? 그럼, 원래 아는 사람인가?​민정이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멍하니 바라보는 동안, 가온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발걸음을 옮겼다.​“민정 후배님, 측정 다 한 샘플 정리하셔야죠.”“아. 네!”​***​엘리베이터 안에서 주하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시우는 가온이 친근하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자 저도 모르게 질투가 치밀었다.​어릴 때, 백유겸이 주하에게 서슴없이 다가갈 때는 조금은 참았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자신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인간.​다른 남자가 주하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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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너야?

“너…도, 성이 현이야?”​시우의 눈웃음이 조금 더 짙어졌다. 대답 대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어제 현시우라고 말했는데….”“어제는…내가 제대로 들은 상태가 아니라서. 그래서.”누가 일일이 성까지 기억하냐고.​주하는 황당한 마음에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어제는 관심도 없어서 흘려들었다. 다시 만날 사람이 아닌데 굳이 성까지 기억할 이유가 없었다.사촌이라길래, 외가라고 생각했는데….언니는 거의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까.​주하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으로 검색창에 손가락을 움직였다.[현의료재단 이사장]​검색 결과가 바로 떴다.​사진은 없었지만 이름은 선명하게 나왔다.​현시우.심지어 생년월일도 자신과 같았다.‘……정, 말??!!’​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지금까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가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자신이 다니는 학교와 병원이 연관된 현의료재단의 이사장님 앞에서.반말하고.바나나우유를 뺏겼다고 투덜거리고.인턴이니까 쉬라고 잔소리까지 하고.​연구동 잘 지었다는 말이랑 연구를 투자해줬다는 말도….​미쳤네.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미쳤어! 유주하!!!!​아냐…. 동명이인이 얼마나 ….많은데.많을까?! 생년월일까지 같은?​애써 떨리는 마음을 다잡은 주하는 검색 화면을 시우에게 내밀었다.​“이거…너야?”​주하가 내민 휴대폰 화면에는 사진 없는 자신의 인적 사항만 떠 있었다.시우는 잠깐 화면을 내려다봤다.​“어. 그렇긴 한데.”​그 대답에 주하의 눈은 더 흔들렸다.​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드러난 귀까지 붉어져 있었다.‘아…….미친 유주하!’그동안 무슨 말을 한 거야.아 진짜. 미치겠네.​​시우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시선은 주하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넌 어떻게 할 거야?’내가 누군지 알게 되면 달라질까.멀어지려나.​하지만 사실 그런 건 다 상관없었다.이미 너라서.유주하, 너 하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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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맞지 않잖아.

​“그래서 했어.”“뭐?”​변함없는 시선이 주하에게 닿았다.​“내가 관심 있는 사람에게.”​손목을 잡고 있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시우의 손가락이 주하의 손가락 사이로 들어와 다시 얽혔다.​“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 거야.”​주하의 시선이 맞잡은 손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시우에게 올라왔다.​“너무나 사랑하는 사람한테 한 거야.”시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장난은 절대 아니야.”​주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째서?​혼란스러운 시선에도 시우는 손을 놓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단정하던 목소리에 아주 미세한 떨림이 섞였다.​“넌 기억하지 못하지만, 난 정말 오래 기다렸거든.”​시우가 얽은 손가락에 조금 힘을 주었다.​“매일매일 이 시간이 오길, 간절히 바랐어.”​시우는 맞잡은 주하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너를 만나고. 너와 이야기하고. 네 곁에 있고 싶어서.”​그리고 손등에 입술을 살며시 내렸다.​“그래서 한 거야.”​따뜻한 숨이 손등 위로 스쳤다.​“장난이 아니라.”​시우가 고개를 들었다.​“처음부터 진심이었으니까.”​진지한 시우의 말에도 주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어째서야? 어릴 때 인연이어서? 왜? 난 그저 평범한 집안이고, 너보다도 잘난 거 없고, 그냥…….”​머릿속을 어지럽히던 혼란을 하나씩 속사포처럼 흘러나왔다.​“이해가 안 돼….”“…….”“…그렇잖아. 여러모로 맞지도 않잖아.”“과연 조건이 맞는다고 마음에 들까?”​시우가 곧게 주하를 바라봤다.​“잘났다면 더 좋아하게 될까?”“…….”​그 말에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시우가 맞잡은 손을 조금 더 단단히 쥐었다.​“너여서야. 그냥 유주하. 너여서.”목소리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네가 그저 내 마음에 들어온 거니까. 네가 어떤 사람이든 유주하라는 사람이니까.”​주하는 입술을 달싹였다.​“난 아직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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