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냥.”시우가 집무실을 한번 둘러봤다가 다시 주하에게 시선을 돌렸다.“여기 매일 똑같았는데.”“응?”“네가 있으니까, 조금 다르게 보여서.”“뭐야~”주하가 살며시 웃었다.“어때? 마음에 들어?”“음…. 아직은 잘 모르겠어.”주하는 장난스럽게 둘러보다 시우를 바라봤다.“그래도 한 가지는 알겠는데?”“그게 뭘까?”시우가 천천히 다가왔다.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주하가 따뜻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네가 여기서 일하고 있었다는 게 싶어서 신기해.”“어?”옆의 소파 쪽으로 몸을 돌렸다.“소파를 보면 네가 여기서 회의하는 모습이 떠오르고.”이번에는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책상을 보면 보고받거나, 일하는 모습이 그려져서.”주하가 작게 웃었다.“신기해.”시우가 뒤에서 다가와 허리를 감싸 안고 제 쪽으로 당겼다. “여기 와 본 적 있어?”“아니, “주하가 고개를 저었다.“여긴 처음이야.”“그래?”“전에는 네가 그냥 바쁜 줄로만 알았으니까.”주하는 잠깐 이전 시간을 떠올랐다.“내가 기억을 잃은 채 너를 만났고, 기억 찾는 데도 한참 시간이 걸렸거든.”“…….”“찾고 나서는 네가 항상 바빴으니까.”주하가 손을 뒤로 뻗어 시우의 볼에 댔다. 시우는 기다렸다는 듯 그 손바닥에 얼굴을 살짝 비볐다.그 모습에 주하의 눈매가 장난스럽게 휘었다.문득 궁금해졌다.“그런데.”“응?”“여기에 여자랑 단둘이 온 적 있어?”“……응?”시우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주하는 눈을 가늘게 떴다.“있구나?”볼에 올렸던 손을 거두고 시우의 품 안에서 몸을 돌렸다. 바로 앞에 선 그를 올려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있겠지.”“……”“대표님인데…. 여자도 많았을 거고,”주하의 입술이 조금 삐죽 나왔다.“그중에 들이대는 여자도 있었을 거고,”고개를 숙이며 한 박자 늦게 덧붙였다.“하긴, 너도 남자인데.”“뭐?”“여자들 데려오고 싶었을?! 읍!”
“따라오면 알아.”시우는 주하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주하는 삐죽 입술을 내밀면서도 얌전하게 따라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던 시우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토요일, 출근 시간보다 이른 시간.지하 주차장에서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직원은 몇 명 되지 않았다.그런데 시우와 주하가 지나갈 때마다 하나둘 시선이 따라 따라붙었다. 몇몇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거나, 제 눈을 의심하듯 눈을 깜박이는 사람도 있었다. “대표님이 여자랑 같이 있어??!”“…헉!!”“뭐야? 진짜?”작은 속삭임에도 조용한 로비에서는 선명하게 들였다. 주하의 시선이 슬쩍 옆으로 향했다. 시우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여전히 자기 손을 잡고 있었다.현시우가 토요일에도 일상처럼 출근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평소 그의 곁을 함께 하는 사람도 무표정한 현겸이나 현수호 정도였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무엇보다 시우의 표정부터가 평소와 너무 달랐다. 평소의 사무적인 미소와 달리 활짝 풀린 미소.처음 보는 짙은 미소에 지켜보는 사람들까지 절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진짜 여자친구인가 봐.”“맙소사.”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주하는 괜히 맞잡은 손끝에 힘을 줬다.시우는 그런 시선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주하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싱글벙글한 얼굴로 자신의 집무실에 있는 34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고 단둘만 남자마자, 그가 주하를 품 안 깊숙이 끌어안았다.“여기 엘리베이터야.”“알아.”시우가 태연하게 대답했다.“그래서 단둘이 있잖아.”“아니, 그게 무슨….!!”주하가 팔에 힘을 주어 그를 살짝 밀었다. 그 순간 아랫배에 느껴지는 단단하게 팽팽해진 감촉이 선명하게 닿았다.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언제부터?’“…현, 시우 씨?”시우는 볼이 발그레해진 주하를 보며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었다.주하는 시우의 어깨
“유온씨는 어떤 사람이야?”“들리는 말로는 시원한 성격에, 한번 마음에 들면 끝까지 가는 타입이라던데.”“그래?”“나는 실제로 같이 일해본 적이 없어서.”“아하. 그렇구나.”“그런데.”시우가 주하를 힐끗 봤다.“네가 AI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왜 하필 유온이 필요한 거야?”‘주하의 어머니인 세나가 절대 먼저 꺼내지 않을 이름인데.’누가 유온을 콕 집어 소개했을까 싶었다.“유온 씨가 개발하는 AI가 필요해서.”의외의 대답에 시우의 얼굴을 살짝 구겼다.“AI?”“응. 이왕이면 스카우트 제안을 해보려고.”“스카우트 제안까지?”시우의 눈빛이 조금 진지해졌다.“소개해준 사람이 유온 씨가 절대 포기 못 할 달콤한 유혹을 날렸다고 해서.”시우는 잠시 그 말을 되새기더니 장난스럽게 웃었다.“포기 못할 달콤한 유혹이라….”마침 신호에 걸려 차가 멈췄다. 시우가 고개를 돌려 주하를 부드럽게 바라봤다.“난 유혹 안 해 줘?”“어? 무슨…유혹!!”“나도 달콤한 유혹 좋아하는데.”시우의 손가락이 주하의 손 사이로 천천히 얽혀들었다.맞잡은 손을 들어 손등에 입을 맞추자 주하는 다른 손으로 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렸다.입술을 대자, 주하는 다른 손등으로 제 입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응?!! 아니 내가 했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했다고!”“와, 다른 사람이 한 유혹은 신경 쓰면서. 나에게는 언제 유혹 해줄 거야?”“아니….그게!”주하가 손을 빼려 했지만, 시우의 손가락이 더 단단히 얽혀들었다. 주하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아침부터 만나자고 해 놓고.혼자 열기에 달아오른 기분이었다.신호가 바뀌어도 시우는 잡은 손을 놓지 않고 태연하게 운전했다. 그 옆모습에 주하만 괜히 입술을 달싹였다.‘결국엔 부끄러운 건 나지.’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현무가의 핵심 회사인 (주)현무였다.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출근하는 사람들이 적어 주차장은 한
“글쎄? 그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설화와 주화.”“아…그렇구나.”“그래서 리셉션 이후 일정은 몇몇 회사와 설화, 주화 관계자만 참여해. 괜찮은 기술을 가진 회사나 연구팀의 기술 이전을 두고 경매하거든.”주하의 눈이 커졌다.“경매?”이전 생에서 주라헬이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신기술을 어떻게 가지고 있었는지 늘 의문이었다. ‘숨겨진 다른 연구소가 있나 싶었는데.’주하의 표정이 조금씩 굳었다.하지만 그 의문의 답이 의외의 장소였다.학회의 비공식 일정이 있었구나.“재미있겠네.”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던 주하의 입에서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흘러나왔다.“확실히 밟으면.”주하의 눈빛이 서늘해지고 입꼬리를 살짝 올라갔다.그 표정을 본 시우가 피식 웃었다.“역시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주하는 운전하는 시우를 힐끗거리다, 살며시 장난스런 투정 섞인 목소리를 냈다.“그런데….우리, 데이트야? 일하는 거야?”“음…. 둘 다?”“둘 다? 네가 일하는 곳에 내가 따라가는 기분인데.”“하하하. 너도 막상 가면 좋아할 거야.”“정말 가도 되는 거 맞아?주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보안상 안 되는 거 아냐?”“내가 가주인데, 그 정도는 하지. “시우가 태연하게 덧붙였다.“게다가 네 손에 반지를 보여주면 다들 넘어갈 거야.”주하는 팔짱을 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내가 벌써 잡히다니. 좀 더 놀았어야 하는 건데.”“뭐?”시우가 기겁하듯 주하를 돌아봤다가 다시 앞을 봤다. “놀다니. 이미 그 정도로 엇갈렸으면 충분하지.”시우의 발끈한 반응이 재미있어진 주하가 그의 뺨에 입술을 살짝 댔다가 떨어졌다.금세 시우의 눈가가 풀어지며 입꼬리가 헤벌쭉 올라갔다.“회사까지 얼마나 걸려?”“한 50분?”시우의 대답에 주하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시우가 가볍게 웃었다.“남자친구랑 데이트 중인데, 노트북을 꺼내?”“아니, 그래도 할 건 해야지.”주하
세나는 주하의 등을 토닥였다.“너를 품은 날부터 지금까지 넌 엄마의 행복이고 기쁨이야.”“…나…난…엄마. 엄마….”“누가 뭐래도, 넌 엄마아빠 딸이야.”목소리가 잠시 흔들렸다.“아빠도…널 무척 사랑해.”“엄마!!”주하는 더 세게 세나를 끌어안았다.“유주하. 이제부터 너도 단단히 해야 해. 알지?”주하는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세나는 나직하게 속삭였다.“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포기 안 해. 절대. ““…….”“그리고 시우도.”주하의 몸이 순간 굳었다.“그러니까 네 삶을 포기하지 마.”“…엄마?”자기 생각을 눈치챈 것 같은 말에 주하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길은 언제나 있으니까.”세나는 손을 뻗어 사랑하는 딸의 얼굴을 따뜻하게 쓰다듬었다.“네가 누구든지.”주하의 눈가가 다시 뜨거워졌다.“엄마 아빠의 사랑하는 딸이라는 것. 이것만 잊지 마.”“응! 엄마 고마워. 사랑해.”주하는 환하게 웃자, 세나가 품에서 그녀를 놓아주었다.***주하는 가방에 노트북을 넣었다.“넌 데이트에 노트북까지 들고 가니?”“혹시라도 시간 나면 봐야 해서, 헤헤”가방을 어깨에 맨 주하가 현관으로 향했다.“엄마, 다녀올게.”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서자마자, 어떻게 알았는지 손에 쥔 휴대폰이 진동했다.화면에 찍힌 이름을 확인한 주하의 입가에 조용히 웃음이 번졌다.“어디쯤이야?.”-도착했어. 천천히 내려와.“천천히 내려오라면서 왜 전화했대?”-그러게? 네 목소리 듣고 싶으니까?“뭐야. 그게. 엘리베이터 안이라서 금방 도착할 거야.”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선 주하의 시선 끝에 공동현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남자가 들어왔다.검은색 바지 위에 짙은 남색 카디건을 걸치고 차분한 회색 티셔츠를 매치한 모습에 눈이 풀어지며 환하게 웃었다.반가운 마음에 장난스럽게 말했다.“어머나, 엄청나게 잘생기고 멋진 남자가 보여서 좀 이야기하다가 가도 될까?”-하하하. 아마 그
주하는 눈을 깜박였다.방이 많은 건 나도 알지.그런데?! 이렇게 빨리 꺼낸다고?조심스럽게 물었다.“저기, 너무 빠른 거 아냐?”-뭐가? 우리 집에 오라는 거?“응.”주하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시우가 작게 웃었다.-나랑 몇 번이나 붙었는데?“아….!”-하하하. 이미 병원에선 네가 내 반려인 거 다 아는데.주하는 뒤늦게 아차 싶었다.아, 맞다. 그렇게 붙어 다녔으니, 모르는 게 이상하지.-게다가 그 반지의 의미도 알잖아.“어. 그렇긴 한데.”-그러니 일찍 들어와서 적응하는 편이 더 좋기도 하고.“….”-무엇보다 보안도 확실하지.“!!!”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전부 다 맞는 말이었다. 자신이 치료제를 만든다고 소문까지 나버리면 주작가에서 어떻게 협박할지 그려졌다.에밀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부모님까지 인질로 삼는다면, 또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수도 있었다.-필요하다면, 현무가에서 네 부모님도 지킬게.“바보…시우.”문득 두려움에 걸음을 주저할 때면, 시우는 늘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불빛 같았다.어디에 있든지, 언제든지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그 포근한 빛.너의 그런 마음이, 그런 행동과 모습들이 정말 고마워.주하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한결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니까. 주하야. 괜찮아. 네가 내 곁에 있겠다고 하면 뭐든지 다 해줄게.시우가 보고 싶었다. 지금 당장.그의 얼굴, 달콤한 향기, 따뜻한 온기도 모조리.‘네가…현시우, 네가 보고 싶어.’“바보….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보고 싶어도 지금 못 보잖아.”주하는 북받친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울먹이며 투정을 부렸다.시우가 지금 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 그랬다.그러자 구가 살며시 물었다.-…보고 싶어?“응.”-그럼, 내가 빨리 가도 될까?“아침에도 일이 있어서 가고 있는 거잖아?”-괜찮아. 지금 가고 있거든.“뭐?”- 20분 안에는 도착할 것 같은데?“그게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