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끝나고 주말.아카데미는 평화로웠다. 가온다인 미담은 며칠 더 기사를 탔고, 어느 예능에선 '요즘 보기 드문 상생'이라며 굳이 언급까지 해 줬다.학생들은 벽에 새로 박힌 감지기가 뭘 막았는지도 모르고 그 아래서 웃고 떠들었는데, 그중 하나는 거기다 우산을 걸어 놨다가 교관한테 걸려서 운동장을 세 바퀴 돌았다."대표님, 재밌는 소식."홍세라 전화는 일요일 밤에 왔다. 뒤로 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어디 술자리에서 슬쩍 빠져나온 모양이었다."우리 길드에 기록 좀 보자는 신청이 들어왔어요. 수요일 동부 구릉지 합동 훈련 건.""학생이겠지.""맞히시네요. 아카데미 1학년, 강현우. 신입생 수석이 길드 작업 기록을 뒤져요. 대표님 이름 붙은 건은 열람 신청이 저한테 먼저 올라오게 해 뒀거든요. 3년째."폰을 귀에서 뗐다가 다시 붙였다.생각보다 빨랐다. 자료관까지 팔 건 예상했는데 벌써 길드에 서류를 넣었다니. 열아홉, 아니 속은 몇 살인지도 모를 놈이 밟는 순서까지 아주 정갈했다."어떻게 할까요? 규정 뒤져서 거절할 구실은 만들 수 있어요. 미성년은 못 본다든가.""공개해. 전부."수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했다가, 뭔가 재밌는 걸 주운 목소리가 돌아왔다."오.""단, 규정대로만. 신청서에 적힌 것만, 처리 기한 꽉 채워서.""기한 꽉 채우는 건 저희 특기예요."숨기면 벽이 생긴다. 뒤에 뭔가 있다고 광고하는 꼴이고. 반대로 활짝 열어 버리면 강현우가 받아 볼 서류엔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정기 합동 훈련, 규정대로 밟은 순서, 작업 완료 보고. 전부 진짜다.진짜 서류가 제일 좋은 위장이지."연결고리만 없으면 돼. 그 훈련 시킨 쪽에서 내 이름 나올 구멍, 있어?""대표님도 참. 3년 동안 그 값 받아 왔는데요."홍세라는 웃고, 잠깐 쉬고, 덧붙였다."근데 그 학생, 눈이 좋네요. 다들 미담이라고 박수 칠 때 혼자 서류를 뒤져. 대표님이 좋아할 타입인데.""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타입이야."농담 아니었는데
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