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밤새 가설을 하나 세웠고, 화요일 아침이 되자마자 시험했다. 가설이랄 것도 없었다. 그 애한테 뭘 해 주면 숫자가 밀린다, 그 한 줄이 전부였으니까.그래서 해 봤다. 4조 실습 자료 정리를 새벽 세 시까지 대신 끝내 놓고 아무도 없는 자료실 책상 위에 슬쩍 올려 뒀다.이름은 당연히 안 적었고, 조원 중 아무나 한 걸로 보이게 글씨도 반쯤 흘려 썼고, 딱 떨어지는 항목 두어 개는 아예 비워 뒀다. 너무 완벽하면 사람 손 냄새가 안 난다.아침 자습 시간,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하나 뽑아 들고 자료실 앞 복도 벽에 기대섰다. 자판기는 잔돈을 뱉을 때마다 늙은 기침 같은 소리를 냈고, 커피는 뽑자마자 미지근했다. 3년 묵은 감지기 갈아 끼울 돈은 없다면서 자판기만 층마다 두 대씩 세워 둔 학교다.문이 열리고 4조가 우르르 들어가더니, 삼십 초도 안 돼서 안쪽이 시끄러워졌다."어? 야, 이거 누가 했어?""난 아닌데.""너지?""내가 이걸 왜 해. 새벽에 잠도 안 자고?""그럼 뭐야, 자료실에 귀신 붙었냐.""귀신이 표 정리를 이렇게 잘하면 그건 귀신이 아니라 조교지.""조교 귀신은 좀 슬프다.""슬프든 말든 난 이거 그대로 낼 거야.""야, 그럼 어젯밤에 나 혼자 끄적인 건 어쩌라고.""그걸 왜 했어.""과제니까 했지, 왜 하긴."문틈으로 웃음이 몇 번 새어 나왔고, 그 웃음 속에 그 애 목소리는 없었다.윤이서는 맨 뒤에서 그걸 받아 들었다. 종이 넘기는 소리가 몇 번 나다가 한 번 멈췄고, 잠깐 그대로 있다가, 그냥 가방에 챙겨서 나갔다. 표정은 안 보였다. 볼 자리도 아니었고.그리고 숫자는.━━━━━━━━━━━━━━남은 시간 : D-1001━━━━━━━━━━━━━━나흘 깎였다. 하루에 하나씩, 아주 정상적으로.'안 되네.'밤새 만든 가설이 아침 한 번에 죽었다. 잘해 주면 밀린다는 게 틀렸다는 소린데, 그럼 지난주 그 엿새는 대체 뭐였나. 캔커피를 다 비울 때까지 곱씹어도 답이 안 나왔고, 답이 안
Last Updated : 2026-09-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