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한 시 사십 분에 내 폰이 울렸고, 거의 같은 순간 단말기 따위는 쳐다도 안 보던 강현우의 손이 검대에 얹혔다. 수십 년을 전장에서 산 감각은 기계보다 빠르다. 그건 인정.연구소에서 온 문자는 딱 한마디였다.—지금입니다.동시에, 펜스 위에서 며칠째 출렁이던 글줄이 못 박히듯 선명해졌다.━━━━━━━━━━━━━━[남은 시간: 00:00:00]━━━━━━━━━━━━━━계산이 하루 틀렸다. 원작보다 아흐레 빠르게, 추정보다 하루 빠르게.펜스 너머에서, 공기가 찢어졌다.* * *콰아아아—폭주는 원작에 적힌 것보다 컸다. 찢어진 자리에서 검은 안개 같은 게 밀려 나왔고, 그 속에서 형체들이 걸어 나왔고, 관리 구역 펜스가 종이짝처럼 넘어갔다. 비명이 터지면서 백이십 명이 한꺼번에 파도처럼 뒤로 밀렸다. 철물점 앞 라디오는 의자째 넘어져서, 인생 상담을 하던 목소리가 자갈 위에 엎어진 채로 계속 나왔다.옆에서 안경이 도시락 통을 껴안은 채로 굳어 있었다. 어깨를 잡아 대열 쪽으로 밀었다. 과제 인력 하나 빠지면 귀찮아지니까.혼란의 첫 삼십 초. 원작에서 죽는 사람 절반이 나온 시간이다.근데 이 세계선에선, 방송이 먼저 나왔다.〈구시가 전 구역 안내 말씀드립니다. 지금 즉시 청색 표시등을 따라 이동해 주십시오. 훈련된 안내 요원이 각 골목에 배치되어 있습니다.〉지난달에 상인회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갈아 끼운 방송 설비랑, 구청 안전 요원 이름표를 달아 골목마다 박아 둔 사람들이랑, 담벼락 아래 낮게 붙여 둔 파란 유도등이 한꺼번에 일을 시작했다."이쪽입니다! 파란 불 따라서, 뛰지 말고 걸어서!""할머니, 손 이리 주세요. 그렇지, 천천히.""아기 안은 분! 여기 길 비웠어요, 이쪽으로!"확성기를 든 요원이 같은 문장을 열 번쯤 반복하는 동안 사람들은 결국 뛰었지만, 뛰어도 되는 방향으로 뛰었다. 상인과 관광객과 신입생이 세 갈래로 갈라져 빠져나가는 사이 공황은 있었어도 압사는 없었다.그 할머니가 요원 팔을 붙들고 파란 불빛을
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