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미쳐버린 북부대공의 인형 노릇은 사양하겠습니다: Capítulo 81 - Capítulo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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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당근과 침묵하는 맹수 (1)

에이든하르트 대공성의 짙은 어둠 속, 숨을 죽인 내실의 공기는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았다.창밖으로는 북부 특유의 잔인한 눈보라가 성벽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고 있었으나, 내실 한가운데에 엎드린 잿빛 머리카락의 재무부 총괄 관료는 온몸을 식은땀으로 적시고 있었다. 그의 거친 호흡만이 서늘한 정적을 간신히 쪼개고 있었다."전하의 하교대로, 서부의 두 짐승은 완벽하게 이성을 잃었사옵니다."관료가 이마를 대리석 바닥에 짓이긴 채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올렸다."바르토 백작은 카엘 자작이 자신을 대공성에 팔아넘기려 한다고 굳게 믿고 영지의 사병을 총동원하여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이에 경악한 카엘 자작 역시 바르토가 자신을 죽이려 든다며 수비대를 결집시켰사옵니다. 서부의 맹약은 완전히 박살이 났고, 두 파벌은 언제 피를 흘려도 이상하지 않을 극도의 혼돈 상태에 빠져 있사옵니다."아일라는 푹신한 긴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채, 고요하고 투명한 잿빛 눈동자로 관료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무력과 공포가 아니라, 의심과 기만으로 쌓아 올린 완벽한 모래성. 과거 대공비로서 갇혀 지내며 억지로 삼켜야 했던 가신들의 은밀한 역학 관계와 파벌의 약점들이, 그녀의 치밀한 계산 아래에서 찬란한 파멸의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그래서."아일라의 건조한 음성이 툭 떨어져 내렸다."궁지에 몰린 쥐새끼가 어느 쪽으로 고개를 들이밀던가요."관료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품속에서 두꺼운 서신 뭉치를 꺼내어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어젯밤, 카엘 자작의 최측근 밀사가 제 처소를 은밀히 찾아왔사옵니다."관료의 목소리에는 그 자신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경악이 섞여 있었다."바르토 백작의 광기를 잠재워 달라고, 서부 수비대가 반역으로 몰려 대공의 칼날에 도륙당하는 일만은 막아달라며 제게 목숨을 구걸하더이다. 그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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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당근과 침묵하는 맹수 (2)

평소처럼 아일라의 치맛자락에 매달려 투정을 부리거나, 살기를 폭발시키며 관료를 당장이라도 찢어발기려 드는 발작적인 광기는 없었다. 오히려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고요했다.하지만 그 침묵이 더욱 끔찍했다. 핏발이 선 붉은 눈동자는 단 한 번의 깜빡임도 없이 오직 아일라의 하얀 얼굴과 그녀의 손에 쥐여진 서신만을 번갈아 응시하고 있었다. 단검의 날을 쓰다듬는 거친 손가락에서 붉은 핏방울이 맺혀 툭 떨어져 내렸으나, 카일락은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그 기괴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관료는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한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대공이 뿜어내는 무언의 압박감이 내실의 공기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대공이 언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목에 저 단검을 꽂아 넣을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가 관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그…… 하여, 내일 자정까지 카엘 자작의 밀사가 다시 오기로……!""나가세요."관료가 발작하듯 보고를 이어가려 할 때, 아일라의 평탄한 음성이 그를 가로막았다.관료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새도 없이, 짐승에게서 도망치는 쥐새끼처럼 허겁지겁 몸을 일으켜 내실 밖으로 달아났다. 무거운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독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내실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남았다.화로의 장작이 타들어 가는 미세한 소리마저 집어삼킬 듯 무거운 정적. 아일라는 카일락이 뿜어내는 그 억눌린 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고요하고 건조한 눈으로 그를 직시했다.며칠 전, 재무부 관료를 윽박지르며 살기를 터뜨렸던 카일락은 그녀의 가벼운 쓰다듬과 기만적인 속삭임에 순순히 맹수가 되기를 포기했었다. 하지만 짐승의 본능적인 질투와 소유욕은 한두 번의 조련으로 영원히 잠재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오히려 아일라가 서부의 장부와 관료의 보고에 집중하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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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의 시기, 타오르는 방패 (1)

카일락의 붉은 눈동자 속에 담긴 질투의 압력이 임계점을 넘어선 것은 순식간이었다.그의 손바닥에 묻어 있던 식지 않은 핏물이 아일라의 하얀 뺨을 섬뜩하게 물들였다. 코끝이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짐승의 거칠고 뜨거운 숨결이 아일라의 호흡을 집어삼킬 듯 맹렬하게 얽혀 들었다."내게 필요한 건 오직 나 하나뿐이라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낮고 기괴한 쇳소리가 내실의 무거운 공기를 긁어내렸다. 카일락의 커다란 손이 바닥에 나뒹굴던 카엘 자작의 서신을 집어 들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활활 타오르는 화로 속으로 던져버렸다.치직수많은 은화와 서부의 이권이 걸려 있던 서신이 시뻘건 불길 속에서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갔다.아일라의 투명한 잿빛 눈동자가 미세하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치밀한 이간질과 기만을 통해 간신히 뜯어낸 서부의 전리품이었다. 두 번 다시 유리장에 갇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엮어내고 있던 방패의 조각을, 이 미쳐버린 폭군이 단숨에 불태워버린 것이다.하지만 카일락의 광기는 고작 서신 한 장을 태우는 것으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문 밖의 쥐새끼들은 들어라!"카일락이 내실의 철문을 향해 짐승처럼 포효했다.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의 덜덜 떠는 숨소리가 철문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졌다."방금 나간 그 잿빛 머리의 재무부 관료 새끼를 당장 다시 끌고 와! 그 벌레가 집무실에서 만지작거리던 붉은 가죽 장부와 서류 뭉치들도 남김없이 쓸어 와라!""카일락."아일라가 건조한 음성으로 그를 불렀으나, 맹수의 귀에는 이미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카일락은 호흡을 거칠게 몰아쉬며 내실의 탁자 위를 모조리 쓸어엎었다. 화려한 다기들이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그는 통제 불능의 흉포한 살기를 뿜어내며 헐떡였다. 무력으로 대륙을 짓밟은 절대적인 군주의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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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의 시기, 타오르는 방패 (2)

"비켜, 아일라! 내 앞을 막지 마!"카일락이 짐승의 앓는 소리를 내며 붉은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이딴 것들을 살려둬서 뭐 하겠다는 거야! 저 벌레들이 계속 네 눈을 가리고 너를 밖으로 끌어내려 하잖아! 차라리 저것들을 다 죽여버리고, 다시 그 안전한 유리 온실로 널 데려갈 거야! 그곳에서는 오직 너와 나뿐이었어! 네가 나만 쳐다보던 그곳으로……!"카일락의 입에서 터져 나온 진심. 그것은 아일라의 가장 끔찍한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이 맹수가 품고 있는 폭력성의 본질이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려 한다면 언제든 다시 그 밀실로 쳐박아버리겠다는 노골적인 위협.아일라의 투명한 눈동자 속에 서릿발 같은 냉기가 맺혔다.그녀는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 오히려 칼바람을 일으키며 요동치는 카일락의 흉포한 기운 속으로 곧게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화로에 던져지기 직전인, 카일락의 거칠고 떨리는 왼손에서 붉은 가죽 장부를 가차 없이 빼앗아 들었다."유리 온실?"아일라의 붉은 입술이 조소하듯 비틀렸다."당신이 억지로 쑤셔 넣은 그 지옥 같은 상자 속에서, 내 정신이 어떻게 부서져 내렸는지 벌써 잊었나 보군요."그 잔혹하고도 선명한 과거의 망령이 언급되자, 폭주하던 카일락의 거구가 벼락을 맞은 듯 크게 움찔거렸다. 텅 빈 껍데기가 되어가던 아일라의 죽은 눈동자. 숨을 쉬면서도 살아있지 않았던 그 끔찍했던 절망의 시간들이 카일락의 광기를 순간적으로 얼어붙게 만들었다.아일라는 카일락이 빈틈을 보인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서늘한 손을 뻗어 그의 흉터 진 멱살을 거칠게 틀어쥐었다.작고 가냘픈 힘이었지만, 심리적인 서열의 무게는 대륙의 군주를 짓누르고도 남았다. 카일락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이 꺾이며 아일라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상체를 숙였다."내 것을 부수고, 내 방패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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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적인 목줄의 재조립 (1)

피비린내와 타는 냄새가 엉겨 붙은 내실의 공기는 무덤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대륙의 절반을 핏빛 공포로 짓누르던 군주는 지금 바닥에 두 무릎을 꿇은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일라의 치맛자락을 생명줄처럼 부여잡고 있었다."버리지 마, 나를 버려두지 마, 아일라……."카일락의 목구멍에서 짐승의 처절한 앓는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며 자신의 거친 뺨을 아일라의 발등에 무자비하게 비벼댔다. 조금 전까지 재무부 관료의 목덜미를 날려버리려 폭주하던 흉포한 살기는, 두 번 다시 자신을 부르지도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아일라의 서늘한 사형 선고 앞에 흔적도 없이 으스러진 지 오래였다.아일라는 맹목적인 공포에 질려 오열하는 카일락의 정수리를 고요하고 건조한 잿빛 눈동자로 내려다보았다.칼날은 거두었으나, 위기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었다. 이 미쳐버린 맹수의 내면에 똬리를 튼 소유욕과 질투는 영원히 소거할 수 없는 불치병과 같았다. 무력으로 억누른 공포는 언젠가 임계점을 돌파해 더 끔찍한 폭주로 되돌아올 것이 자명했다.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저 병적인 질투의 맹점이 향하는 방향 자체를 기만적으로 비틀어, 그의 정신 깊숙한 곳에 내가 원하는 형태의 거푸집을 억지로 부어 넣는 것."나가세요."아일라의 평탄하고 서늘한 음성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던 잿빛 머리카락의 총괄 관료를 향했다.관료는 자신이 아직 목이 붙어 살아있다는 사실조차 믿기지 않는 듯 탁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카엘 자작의 밀사에게는 예정대로 내 조건을 전하세요. 바르토 백작의 멱따는 소리가 내 귓가에 닿기 전까지, 서부의 은화와 붉은 장부들은 모조리 내 발밑으로 가져오라고.""여, 여, 명심하겠사옵니다! 분골쇄신하여 전하의 뜻을……!"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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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적인 목줄의 재조립 (2)

짐승의 단순하고도 병적인 본능이 아일라의 기만적인 속삭임을 완벽하게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일라는 자신을 떠나려 하거나 시선을 돌린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들만의 완벽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방해물을 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을 대공의 요부라 비웃는 버러지들을 처단하고, 오롯이 카일락 에이든하르트의 곁에 서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지독한 착각.그 뒤틀린 깨달음이 카일락의 뇌리를 강타하자, 폭주하던 질투의 불길이 기괴한 형태의 희열과 맹목적인 소속감으로 급격히 변모하기 시작했다."나를 위해서…… 나와의 세상을 위해서 움직인 거였어. 네가, 네 의지로 나를 위해."카일락의 입술이 기괴한 환희로 비틀려 올라갔다. 붉은 눈동자에 맺혀 있던 눈물이 소름 끼치는 웃음기와 섞여 들어갔다."내가 몰랐어. 네가 그렇게까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내가 미쳐서……."그는 완전히 조련된 사냥개처럼 아일라의 손바닥에 자신의 뺨을 거칠게 비벼댔다."명령해, 아일라. 네가 저 버러지들을 사냥하고 싶다면 내가 가장 날카로운 사냥개가 되어줄게. 네 장기판을 부수는 게 아니라, 네가 원하는 쥐새끼들의 모가지를 정확하게 물어다 네 발밑에 붉은 융단으로 깔아주면 되는 거잖아. 응?"폭력의 방향성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순간이었다. 아일라는 속으로 서늘한 이성의 숨을 골랐다.질투에 미쳐 방패를 부수려던 폭군은, 이제 스스로 그 방패의 가장 충실한 파수꾼을 자처하고 나섰다. 가신들을 윽박지르고 공포로 몰아넣을 가장 완벽한 협박 도구가 자발적으로 그녀의 손아귀에 그 잔혹한 목줄을 바친 것이다."그래요."아일라가 붉은 입술을 열어 나직하게 선고했다."나를 위해 길을 여세요. 내가 지시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물어뜯지 말고, 내가 허락한 자들의 숨통만 짓누르세요. 그것이 당신이 내 개로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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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으로 향하는 서늘한 족적 (1)

잔혹한 북풍이 에이든하르트 대공성의 두꺼운 유리창을 할퀴고 지나가는 밤. 내실의 공기는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최고급 흑요석으로 다듬어진 넓은 탁자 위에는 잿빛 머리카락의 재무부 총괄 관료가 은밀히 바치고 간 전리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카엘 자작이 넘긴 서부 제이 광산의 실소유주 명의 이전 서류, 바르토 백작 몰래 굴리던 비자금 장부, 그리고 그들의 목줄을 영원히 옭아맬 치명적인 밀서들.아일라는 푹신한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투명할 정도로 하얀 손가락으로 그 서류들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서부의 거대한 권력 조각이 완벽하게 그녀의 발밑으로 굴러떨어졌다. 무력으로 사지를 찢는 대신, 가신들의 뼛속 깊은 의심과 탐욕을 조종하여 얻어낸 눈부신 파멸의 결과물. 그러나 아일라의 고요한 잿빛 눈동자에는 일말의 만족감조차 떠오르지 않았다.'이것은 그저 거대한 괴물의 피부 한 꺼풀을 벗겨낸 것에 불과하다.'서부의 이권은 북부를 살찌우는 곁가지일 뿐, 결코 그녀를 완벽하게 지켜줄 절대적인 방패가 될 수 없었다. 두 번 다시 카일락의 폭력에 휘둘리지 않고, 그 끔찍한 유리 온실 속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이 제국을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을 쥐어야만 했다.아일라의 서늘한 시선이 탁자 너머,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재무부 관료를 향했다."훌륭한 사냥이었어요. 당신의 비열한 기지가 아주 쓸모 있더군요.""망극하옵니다, 전하! 소인, 오직 전하의 그림자로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서부의 쥐새끼들을 몰아넣었사옵니다!"관료가 탁한 눈동자를 번뜩이며 처절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아일라가 설계한 판 위에서 대공의 살기를 피하고 서부의 자금줄까지 뜯어낸 그는, 이제 자신이 아일라의 완벽한 심복이 되었다는 얄팍한 안도감에 젖어 있었다.아일라는 붉은 입술을 작게 비틀며 나직하게 선고했다."그렇다면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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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으로 향하는 서늘한 족적 (2)

카일락의 시선은 바닥에 엎드린 관료를 벌레 보듯 내려다보고 있었으나, 그의 거친 호흡은 아일라의 목덜미에 뜨겁게 얽혀 들었다."네가 대장부를 원한다면, 내가 내일 아침 당장 그 늙은 재무 장관의 목을 잘라다 네 발밑에 바칠게. 그 늙은이가 품고 있는 금고의 열쇠 꾸러미를 전부 네 치맛자락 위에 부어주지. 응? 내가 할 수 있어. 네 사냥터의 길은 내가 열어주기로 했잖아."광기에 찬 달콤한 헌신. 하지만 아일라의 서늘한 이성은 그 맹목적인 속삭임 이면에 숨겨진, 이 짐승의 기괴한 본능적 불안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았다.카일락은 여전히 정치적인 셈법이나 가신들의 권력 구도 따위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일라가 서부를 집어삼키든, 남부를 찢어발기든 그것은 그저 주인의 아름다운 유희라고 여겼다.그러나 아일라가 '에이든하르트의 대장부', 즉 카일락 자신의 무력을 유지하는 근원적인 심장부로 손을 뻗는 순간, 짐승의 무의식은 미세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주인이 사냥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그 주인이 자신을 묶어둔 쇠사슬의 기둥마저 뽑아버리려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다.자신의 근원적 힘이 그녀에게 넘어가, 결국 그녀를 온전히 소유하고 통제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심연의 공포. 그것이 질투와는 또 다른 형태의 옅은 불온함으로 번져, 살기 띤 헌신의 형태로 포장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아일라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 쥔 카일락의 커다란 손등 위로 차가운 손을 얹었다."재무 장관의 목을 벤 열쇠는 내게 필요 없어요, 카일락.""왜? 네가 피 냄새를 싫어한다면, 내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열쇠만 뽑아 올…….""당신의 검으로 억지로 찢어 연 곳간은 방패가 될 수 없으니까요."아일라가 고개를 돌려 카일락의 핏발 선 붉은 눈동자를 정면으로 직시했다."당신이 늙은 장관을 죽이고 기사단을 윽박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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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부를 파고드는 서늘한 칼끝 (1)

북부의 혹한이 대공성의 첨탑을 집어삼킬 듯이 울부짖는 밤이었다.서늘한 내실의 흑요석 탁자 위로는 잿빛 머리카락의 재무부 총괄 관료가 긁어모아 온 수십 권의 문서들이 탑처럼 쌓여 있었다. 에이든하르트 대장부의 원본에 접근하는 것은 군권의 호위를 받는 늙은 재무 장관의 철벽에 가로막혔으나, 아일라는 그 견고한 성벽을 우회하여 흘러나오는 지류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었다.펄럭건조하고 서늘한 마찰음이 무거운 적막을 갈랐다. 아일라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북부 기사단의 군수 자금 배급 내역과, 재무 장관 일파가 결재한 영지 성벽의 보수 공사 청구서들을 기계적인 속도로 넘기고 있었다.과거의 삶, 카일락의 광기에 짓눌려 유리 온실 속에 갇혀 지내던 시절. 아일라는 살아남기 위해, 혹은 미쳐버리지 않기 위해 카일락이 제멋대로 떠들어대던 북부 기사단의 편제와 영지의 구조를 머릿속에 강제로 쑤셔 넣어야만 했었다.그 지독하고 끔찍했던 기억의 파편들이 지금 이 순간, 완벽한 사냥의 지도가 되어 장부의 숫자들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찾았다.'아일라의 투명한 잿빛 눈동자가 양피지 위를 훑다 한곳에 멎었다."북벽 제3구역 수비대의 겨울 혹한기 방한구 교체 비용. 그리고 동부 능선 기사단의 무구 수리비 내역."아일라의 나직한 음성에, 탁자 밑에 꿇어앉아 있던 총괄 관료가 흠칫 어깨를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살펴보신 바와 같이, 그곳은 북부에서도 가장 험악한 오지라 매년 막대한 유지비가…….""거짓말."얼음장 같은 단문이 관료의 변명을 가차 없이 짓뭉갰다. 아일라는 깃펜을 들어 장부의 특정 숫자들 위로 길고 서늘한 밑줄을 그었다."북벽 제3구역은 지형이 무너져 내려 기사단이 상주할 수 없는 폐쇄 구역이 된 지 5년이 넘었습니다. 동부 능선에 배치된 기사단 역시 서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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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부를 파고드는 서늘한 칼끝 (2)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전하의 영도 아래 쥐새끼들의 숨통을 남김없이 끊어 놓겠나이다!"관료가 감격과 공포가 뒤섞인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이마를 찧었다.그는 이제 대공이 아니라 아일라의 그림자로서 완벽하게 복속되어, 늙은 장관이 쥐고 있던 실무의 통제권을 한 겹씩 무자비하게 벗겨낼 것이다. 북부 재정의 숨통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아일라의 하얀 손아귀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물러가세요."아일라의 지시가 떨어지자 관료는 허겁지겁 문서를 챙겨 들고 도망치듯 내실을 빠져나갔다.쾅!무거운 철문이 닫히며 쏟아지던 눈보라 소리가 잦아들었다. 하지만 내실을 감싼 적막은 평화가 아니라, 폭발 직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으로 기괴하게 팽창하고 있었다.스윽안락의자의 짙은 그림자 속에서, 줄곧 숨을 죽이고 있던 거대한 짐승이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카일락 에이든하르트.그는 관료가 내실에 머무는 내내 단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아일라가 '우리의 완벽한 세상을 위한 사냥'이라며 자신의 질투를 기만적으로 조련해 두었기에, 그는 얌전한 사냥개를 자처하며 어둠 속에 웅크려 있었다.그러나 지금, 바닥을 기어 다가와 아일라의 치맛자락을 거머쥐는 카일락의 커다란 손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덜덜 떨리고 있었다."아일라."짓눌린 쇳소리가 짐승의 앓는 소리처럼 허공을 긁어내렸다. 카일락이 아일라의 무릎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의 허리를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네가 방금…… 내 기사단을 움직이는 군수품을 끊었어."카일락의 붉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기괴한 불안과 집착이 진득하게 끓어오르고 있었다.그는 아일라가 서부의 쥐새끼들을 사냥하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북부 기사단은 달랐다. 그것은 대륙을 짓밟고 자신을
last update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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