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락의 시선은 바닥에 엎드린 관료를 벌레 보듯 내려다보고 있었으나, 그의 거친 호흡은 아일라의 목덜미에 뜨겁게 얽혀 들었다."네가 대장부를 원한다면, 내가 내일 아침 당장 그 늙은 재무 장관의 목을 잘라다 네 발밑에 바칠게. 그 늙은이가 품고 있는 금고의 열쇠 꾸러미를 전부 네 치맛자락 위에 부어주지. 응? 내가 할 수 있어. 네 사냥터의 길은 내가 열어주기로 했잖아."광기에 찬 달콤한 헌신. 하지만 아일라의 서늘한 이성은 그 맹목적인 속삭임 이면에 숨겨진, 이 짐승의 기괴한 본능적 불안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았다.카일락은 여전히 정치적인 셈법이나 가신들의 권력 구도 따위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일라가 서부를 집어삼키든, 남부를 찢어발기든 그것은 그저 주인의 아름다운 유희라고 여겼다.그러나 아일라가 '에이든하르트의 대장부', 즉 카일락 자신의 무력을 유지하는 근원적인 심장부로 손을 뻗는 순간, 짐승의 무의식은 미세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주인이 사냥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그 주인이 자신을 묶어둔 쇠사슬의 기둥마저 뽑아버리려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다.자신의 근원적 힘이 그녀에게 넘어가, 결국 그녀를 온전히 소유하고 통제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심연의 공포. 그것이 질투와는 또 다른 형태의 옅은 불온함으로 번져, 살기 띤 헌신의 형태로 포장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아일라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 쥔 카일락의 커다란 손등 위로 차가운 손을 얹었다."재무 장관의 목을 벤 열쇠는 내게 필요 없어요, 카일락.""왜? 네가 피 냄새를 싫어한다면, 내가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열쇠만 뽑아 올…….""당신의 검으로 억지로 찢어 연 곳간은 방패가 될 수 없으니까요."아일라가 고개를 돌려 카일락의 핏발 선 붉은 눈동자를 정면으로 직시했다."당신이 늙은 장관을 죽이고 기사단을 윽박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2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