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억누를 수는 있어도, 체제를 장악할 수는 없다. 명분 없는 피바람은 결국 북부 전체를 통제 불능의 혼돈으로 몰아넣을 것이고, 그 혼란 속에서 아일라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카일락의 품 안으로, 그 지독한 유리장 안으로 숨어들어야만 할 것이다.그것은 방패를 얻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감옥의 문을 닫는 짓이었다.이 미친 사냥개를 완벽한 나의 무기로 쓰기 위해서는, 사냥개가 함부로 날뛰지 못하도록 내가 쥐고 휘두를 단단한 '자루'가 필요했다. 모두가 납득할 수밖에 없는 명분. 재무부 관료가 대공의 변덕에 억울하게 죽은 희생양이 아니라, 로젤 황실과 내통하여 북부의 심장을 팔아넘긴 끔찍한 반역자임을 만천하에 드러낼 결정적인 물증.어제 낮, 재무부 실무실에서 확인했던 황동색 열쇠의 모양이 아일라의 망막 위에 선명하게 떠올랐다.서부 광산의 채굴량을 조작하고, 바르토 백작을 통해 남부로 자금을 빼돌린 잿빛 머리카락의 총괄 관료. 그가 숨기고 있는 진짜 장부만 내 손에 들어온다면, 그것이 바로 카일락이라는 폭력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완벽한 검의 자루가 된다."아일라? 왜,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내가 더러워? 내 냄새가 끔찍해? 당장 내 가죽을 벗겨내고서라도 네 앞에……."초조함에 짓눌린 카일락이 발작하듯 속삭이며 자신의 목덜미를 거칠게 긁어내리려 했다.***아일라는 제 손바닥에 묻은 타인의 핏물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하얀 물수건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카일락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의 얼굴에 튄 핏방울들을 느릿하고 정성스럽게 닦아내기 시작했다.거친 피부 위로 차가운 수건이 닿을 때마다, 대륙의 지배자는 어미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짐승처럼 애처롭게 숨을 죽였다."조용히 해요, 카일락."고요하고 서늘한 음성에 카일락의 거구가 조각
Terakhir Diperbarui : 2026-09-24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