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락은 이제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린 채 절규하고 있었다. 응접실의 높은 천장에 그의 처절한 목소리가 부딪혀 기괴한 메아리를 만들어냈다.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 달라. 네 안에 아직 나를 향한 아주 작은 감정의 파편이라도, 설령 그것이 끔찍한 증오라 할지라도 제발 내게 던져달라. 북부의 대공이 자신이 망가뜨린 인형의 발밑에 매달려, 자신이 가장 혐오하던 살아있는 감정을 짐승처럼 구걸하고 있었다.아무리 발악을 하고 흔들어대도 타격감을 주지 못하는 이 완벽한 무반응의 늪. 카일락은 그녀를 흔드는 자신의 두 팔이 서서히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 썩어 문드러지는 듯한 끔찍한 착각에 사로잡혔다.침묵이 길어질수록 카일락의 눈동자는 더욱 광기 어리게 번들거렸고, 그의 호흡은 헐떡이는 단말마처럼 거칠어졌다."대답해, 아일라. 제발 살아있다고,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한마디만."그때였다.숨 막히는 정적을 깨고, 아일라의 입술이 기계적으로 아주 천천히 벌어졌다.카일락은 구원을 바라는 광신도처럼 숨을 멈추고 그녀의 입술을 응시했다. 제발 욕설이기를. 제발 저주이기를.하지만 아일라의 입가에 먼저 번진 것은, 소름이 끼치도록 단정하고 대칭적인 텅 빈 호선이었다.완벽한 밀랍 인형의 미소.슬픔도, 조소도, 악의도 섞이지 않은 그저 입력된 값에 따라 출력되는 기계적인 미소였다.그녀가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옆으로 기울였다. 창백한 뺨을 타고 은빛 머리카락이 사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카일락의 발악이 왜 일어나는지, 그가 무엇을 고통스러워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평온하고 나른한 얼굴이었다."어째서 화를 내야 합니까."아일라의 목소리는 서늘한 북부의 눈보라보다 더 차갑고 건조했다."전하께서 제 모든 세상을 부수고, 제 의지를 잘라내고, 저를 오직 전하의 시야 안에서만 숨 쉴 수 있는 가짜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