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미쳐버린 북부대공의 인형 노릇은 사양하겠습니다: Capítulo 41 - Capítul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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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재와 갈증 (1)

북부 에이든하르트 대공성의 집무실 안은 무거운 정적으로 가라앉아 있었다.카일락은 거대한 흑요석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어제,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있던 아일라의 체온이 아직도 손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것만 같았다.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창문 하나 닫지 않던 그 소름 끼치는 맹목적인 순종.그것은 카일락이 생전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위협 없는 공포였다. 주치의는 대공비의 몸이 극심한 추위에 노출되었으나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보고했다. 다만 맥박이 동면하는 짐승처럼 기형적으로 느리게 뛴다는 말을 덧붙이며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물러갔다.카일락은 주먹을 세게 말아 쥐었다.아니다. 그녀가 망가진 것이 아니다. 자신이 완벽하게 길들였을 뿐이다. 그토록 혐오하던 자신의 곁에서, 이제 그녀는 도망칠 생각도 반항할 의지도 없이 완벽한 소유물이 되었다. 그것은 승리의 증표여야만 했다.똑똑문이 열리고 대공성의 가신 바르토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낡고 묵직한 나무상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전하. 명하신 물건을 가져왔습니다."바르토가 책상 위에 상자를 내려놓고 깍듯이 고개를 숙인 뒤 물러났다. 카일락의 시선이 나무상자에 머물렀다. 그것은 아일라를 남부에서 에이든하르트로 끌고 올 때, 그녀의 거처에서 압수했던 물건들이었다.카일락이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남부 펠루아 구역의 토지 문서, 상단과 거래하며 밤을 새워 적어 내려갔던 빼곡한 장부들, 그리고 남부에서 그녀를 따랐던 그녀를 따르던 어린 시종과 하녀가 서툴게 적어 보낸 편지들이 들어 있었다.과거 아일라는 이 상자를 빼앗기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었다. 카일락의 손아귀에 붙잡힌 채로도 짐승처럼 악을 쓰며, 이 문서들과 편지들만큼은 제발 돌려달라고 애원하고 분노했었다. 그녀가 남부에서 쌓아 올린 자립의 증거이자, 그녀가 사랑했던 작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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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재와 갈증 (2)

붉은 인장이 찍힌 양피지가 불길에 오그라들며 타들어 갔다.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카일락의 손놀림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는 마침내 상자 가장 밑바닥에 소중하게 감싸여 있던 작은 묶음을 꺼냈다.하녀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어 보낸 안부 편지와, 어린 시종이 그녀를 위해 조각했던 투박한 나무새, 그리고 펠루아 구역에서만 피어나는 노란 들꽃을 말려 만든 작은 책갈피였다. 과거 아일라가 카일락의 발밑에 엎드려 이마에서 피가 나도록 절을 하며 지켜달라고 애원했던, 그녀의 가장 연약하고 소중한 심장이었다.카일락은 그 묶음을 손에 쥔 채 불길 위로 팔을 뻗었다. 손아귀의 힘을 풀면 당장이라도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할 상황이었다."이것들을 당장 태워버리겠다."카일락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당장 나를 말려라.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려라.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눈물을 흘리며 나를 저주해라.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네 안에 아직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남아있다는 것을 증명해라.카일락의 붉은 눈동자가 절박함으로 일렁였다. 통제권을 확인하려던 그의 행동은 어느새 아일라의 감정을 구걸하는 비참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아일라의 시선이 카일락의 손에 들린 나무새와 편지를 향했다. 불길의 열기가 그녀의 하얀 뺨을 붉게 물들였다. 아주 긴 침묵이 흘렀다. 타닥 타닥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만이 숨 막히는 방 안을 채웠다.이윽고, 아일라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그리고 천천히, 입술 끝을 끌어올렸다.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티 없이 맑고 기계적인 미소였다.그 미소 속에는 남부에 두고 온 이들에 대한 그리움도, 죄책감도 없었다. 심지어 슬픔을 억누르는 비장함조차 없었다. 그저 주인이 무언가를 보여주며 말을 건네었으니, 가장 모범적이고 아름다운 반응을 출력해 낸 밀랍 인형의 텅 빈 웃음.카일락의 숨이 턱 막혔다."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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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는 제물 (1)

물건은 죽어 있다. 죽어 있는 것은 살아있는 감정을 끌어낼 수 없다.카일락 에이든하르트는 집무실의 거대한 창밖으로 몰아치는 북부의 눈보라를 바라보며 서늘한 결론을 내렸다. 아일라가 남부에서 아끼던 장부와 편지, 나무 조각 따위가 벽난로의 불길 속에서 잿더미로 변해갈 때, 그녀는 텅 빈 미소만을 지었다.그 완벽한 무반응 앞에서 카일락은 자신이 지워버린 그녀의 생기를 향한 기괴한 갈증을 느꼈다. 그녀가 자신을 증오하며 노려보던 눈빛, 도망치기 위해 바닥을 기며 내지르던 악에 받친 비명. 그 뜨거운 숨결이 미치도록 그리웠다.자신이 만든 맹목의 요람 속에서 그녀는 너무나 완벽하게 부서졌다. 아니, 부서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카일락의 오만한 지배욕은 그 껍데기만 남은 순종에 만족하지 못하고 바닥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영혼 깊은 곳에 단 한 줌의 불씨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을 기어코 끄집어내어 자신의 발밑에서 타오르게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릴 터였다.그러기 위해서는 종잇조각이나 나무토막이 아닌, 피가 흐르고 숨을 쉬는 제물이 필요했다.남부 펠루아 구역은 거대한 연극 무대였다. 아일라가 의지하고 관계를 맺었던 상단의 서기나 다정한 이웃들은 모두 카일락이 심어놓은 배우들이었고, 그들은 무대가 끝난 뒤 카일락의 손에 처단되었다. 아일라는 그들이 진짜 남부의 평범한 백성인 줄 알고 죄책감에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하지만 그 치밀한 거짓의 무대 위에도 단 하나, 카일락의 계획에 없었던 진짜 불순물이 존재했다.노이.펠루아 구역의 뒷골목을 떠돌던 열 살배기 고아 소년. 카일락이 고용한 배우도 아니었고 첩자도 아니었으나, 그저 비쩍 곯은 몸으로 거리를 헤매다 아일라의 시선에 닿았던 짐승 같은 아이. 아일라는 주린 배를 움켜쥔 그 아이에게 갓 구운 빵을 쥐여 주었고, 추운 날에는 자신의 숄을 벗어 덮어 주었다. 글을 모르는 노이를 곁에 앉혀두고 서툰 글씨를 가르치며 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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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는 제물 (2)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든 노이의 시야에 새하얀 모피를 두른 익숙한 인영이 들어왔다."아 아일라 님"노이의 눈이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펠루아 구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다정한 은인. 매일 아침 자신에게 빵을 내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온기."아일라 님 아일라 님 맞죠 저예요 노이예요 흑 아일라 님 무서워요 살려주세요"노이가 결박된 몸을 굼벵이처럼 꿈틀거리며 아일라를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가려 했다. 밧줄에 쓸린 손목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와 하얀 대리석 바닥에 흉측한 궤적을 남겼다. 아이의 목소리는 처절하게 갈라져 있었고,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카일락은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구둣발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울릴 때마다 노이의 몸이 흠칫흠칫 튀어 올랐다.카일락은 기어가는 노이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리고 자비 없이 군화 발로 아이의 작은 어깨를 짓밟아 바닥에 고정시켰다.악노이의 입에서 숨이 턱 막히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뼈가 짓눌리는 고통에 아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카일락은 아이를 밟은 채로 허리를 숙여 노이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아이의 맥박이 새의 심장처럼 미친 듯이 팔딱거리는 것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손아귀에 조금만 힘을 주면 가느다란 목뼈는 썩은 나뭇가지처럼 경쾌하게 부러질 것이다."아일라."카일락이 고개를 들어 소파에 앉은 아일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낮고 짙은 음성이 넓은 응접실 안을 무겁게 짓눌렀다."이 버러지가 누군지 기억하나."카일락의 눈동자에는 통제권을 쥐고 흔드는 지배자의 서늘한 오만함과 함께, 억누를 수 없는 지독한 갈증이 번들거리고 있었다."네가 남부에서 알량한 동정심을 베풀며 주워 기르던 들개 새끼지. 네가 이놈에게 글자를 가르쳐주고 내일을 약속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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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의 거울 (1)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짐승이 내지르는 단말마. 거친 쇳소리가 섞인 노이의 헐떡임이 응접실의 무거운 공기를 찢었다.카일락의 크고 단단한 손아귀가 소년의 얇은 목을 바스러뜨릴 듯이 쥐고 있었다. 손바닥 아래로 미친 듯이 요동치는 작은 맥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 가냘픈 박동이 멈추기까지는 앞으로 십 초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카일락의 붉은 눈동자는 오직 소파에 앉은 아일라의 얼굴만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었다.아일라의 굳게 닫혀 있던 창백한 입술이 아주 느릿하게 벌어졌다.카일락의 심장이 흉곽을 뚫고 나올 듯 쿵쿵 뛰기 시작했다. 목이 말랐다. 전장에서 수만 명의 적군을 짓밟고 승리를 거두었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기괴하고도 압도적인 갈증이었다.그래. 당장 비명을 질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달려들어라.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눈물을 쏟으며, 네가 그토록 아꼈던 이 남부의 쥐새끼를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해라.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네 텅 빈 눈동자 안쪽에 아직 나를 향한 증오든 원망이든 뜨거운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을 내게 증명해 보란 말이다.카일락은 거의 환희에 가까운 기대를 품고 아일라의 목소리를 기다렸다.눈부신 샹들리에의 불빛 아래, 아일라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마침내 아주 작고 건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치워주세요."방 안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었다.카일락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가 예상했던 단어의 형태가 아니었다. 비명도 아니었고, 애원도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찻잔에 떨어진 벌레를 발견한 귀족 영애가 시종에게 내리는, 지독하게 평온하고 사무적인 명령조차 되지 못하는 무심한 중얼거림에 불과했다."……뭐라고."카일락의 입술 사이로 당혹감이 섞인 낮은 으르렁거림이 새어 나왔다.아일라의 고개가 아주 미세하게 옆으로 기울어졌다. 태엽이 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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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의 거울 (2)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것은 카일락 자신이 그녀를 무너뜨리기 위해 지난 수개월 동안 남부에서 끊임없이 주입했던 지독한 세뇌이자 폭력이었다. 네가 보는 세상은 모두 가짜이며, 네가 허락 없이 관계를 맺는 모든 것들은 부서질 것이라고. 오직 자신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순종하라고.아일라는 카일락이 만든 그 폭력적인 공식을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었다.카일락이 노이라는 생명체를 끌고 와 그녀의 눈앞에 들이밀었지만, 그녀는 노이를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카일락이 허락하지 않은 외부의 불순물, 대공성의 완벽한 통제를 어지럽히는 시끄러운 무기물로 취급할 뿐이었다.'이건 미친 짓이야.'카일락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만약 그녀가 이를 악물고 시선을 피하거나,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억지로 모른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는 귀신같이 눈치챘을 것이다. 상대의 미세한 거짓말과 감정의 동요를 읽어내는 데 카일락을 따라올 자는 이 대륙에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녀의 동공 깊은 곳을 파고들고 호흡의 흐름을 분석해 보아도, 아일라는 연기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눈앞의 소년에게 티끌만큼의 연민도, 인식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무'의 상태였다.그 사실이 인지된 순간, 카일락의 손에 쥐여 있던 모든 권력과 명분이 모래성처럼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인질극이라는 것은, 인질이 될 대상에게 피해자가 '가치'를 부여할 때만 성립하는 잔혹한 놀음이다.카일락이 노이의 목을 꺾어 이 대리석 바닥을 피로 물들인다 한들, 지금의 아일라에게 그것은 길가의 벌레가 밟혀 죽는 것보다 못한, 그저 방이 더러워지는 성가신 일에 불과했다.아일라가 반응하지 않는 폭력. 아일라의 고통과 애원을 짜낼 수 없는 살인.그것은 카일락에게 어떠한 유희도, 통제의 쾌감도 주지 못하는 의미 없는 쓰레기 짓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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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치는 요람 (1)

육중한 철문이 닫히며 방금 전까지 응접실을 가득 채우던 소년의 비명조차 완벽하게 차단되었다.넓고 화려한 방 안에는 오직 눈부신 샹들리에의 불빛과, 숨이 막힐 듯한 정적만이 남았다. 카일락은 텅 빈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대리석 바닥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의 손아귀에서 파닥거리던 어린 생명의 박동, 그 알량한 인질극이 남긴 것은 오직 지독한 허무와 모멸감뿐이었다.그가 내던진 가장 치명적인 미끼는 아일라의 발끝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펠루아 구역에서 거두어 먹이고 재웠던 아이를 한낱 먼지나 오물 취급하며 시야에서 완전히 치워버렸다.통제 수단의 상실.그것은 북부의 지배자인 카일락이 평생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끔찍한 무력감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원하고 욕망하는 자들만을 상대해 왔다. 살기를 원하고, 권력을 원하고, 부를 원하는 자들. 그 욕망의 목줄을 틀어쥐고 흔드는 것이 카일락 에이든하르트의 지배 방식이었다.하지만 지금 소파에 앉아 있는 저 여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생존조차 갈구하지 않는 자에게 대체 무슨 수로 공포를 심어준단 말인가. 무엇을 빼앗겠다고 협박해야 저 굳게 닫힌 입술에서 단말마 같은 비명이라도 짜낼 수 있단 말인가.아일라는 푹신한 소파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하얀 두 손은 무릎 위에 단정하게 포개어져 있었고, 초점 잃은 눈동자는 카일락의 가슴팍 어딘가를 무심하게 통과하고 있었다.카일락의 호흡이 거칠어졌다.참을 수 없는 초조함이 등줄기를 타고 기어올랐다. 이 고요하고 기괴한 평화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보이지 않는 올가미처럼 느껴졌다.저벅 저벅카일락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아일라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크고 단단한 두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틀어쥐었다."아일라."카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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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치는 요람 (2)

"전하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그곳의 모든 것은 허상이었지요."아일라의 텅 빈 목소리가 넓은 응접실 안을 서늘하게 울렸다."그러니 방금 바닥을 기어 다니던 저 벌레 역시, 제 눈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환상일 뿐입니다. 진짜가 아닌 것에 마음을 내어주는 멍청한 짓은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저는 완벽하게 배웠으니까요."카일락은 숨을 들이켜는 법을 잊은 채 굳어버렸다.그가 주입했던 지독한 세뇌. 네가 보는 세상은 다 가짜이니 오직 나만을 바라보라는 그 폭력적인 통제의 논리가, 지금 완벽한 거울이 되어 카일락 자신의 명치를 꿰뚫고 있었다.아일라는 노이를 연기력으로 외면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카일락이 심어놓은 '모든 외부 세계는 거짓'이라는 공식을 완벽하게 내면화해 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노이가 진짜 남부의 핏덩이이든 아니든, 그녀의 붕괴된 인지 체계 속에서는 어차피 카일락이 만들어낸 성가신 환상의 일부로 뭉뚱그려져 폐기 처분될 뿐이었다."아일라, 너 지금."카일락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뗐지만, 아일라의 텅 빈 목소리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제가 무언가를 원하면, 사람이 죽는다고 하셨지요."카일락의 눈동자가 기형적으로 흔들렸다. 그 말 역시 자신이 그녀의 심장을 난도질하기 위해 뱉었던 저주였다. 네가 관심을 주는 모든 것들의 목을 쳐버리겠다며 그녀의 손발을 묶어버렸던 그 잔혹한 선고."제 알량한 자유의지가 세상을 죽이고 이웃을 찢어 발길 거라고. 그러니 얌전히 꺾인 채로 전하의 발밑에 엎드려 있는 것만이 세상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요."아일라가 고개를 약간 숙여, 덜덜 떨리고 있는 카일락의 붉은 눈동자와 자신의 텅 빈 시선을 맞추었다."그래서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방금 그 아이가 죽든 살든, 저는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 아이를 살려달라고 원하게 되면, 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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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랑이라는 지옥 (1)

카일락의 거대한 몸이 뒤로 크게 휘청거렸다.눈부신 샹들리에 불빛 아래, 대리석 바닥 위로 기괴하게 늘어진 그의 그림자가 갈 곳을 잃고 흉하게 일그러졌다. 넓고 화려한 응접실의 공기가 일순간 희박해진 것 같았다. 폐부로 빨아들이는 북부의 서늘한 공기가 마치 날 선 유리 조각처럼 식도를 긁어내리며 극심한 고통을 동반했다.도망쳐도 그곳 역시 전하께서 지어둔 요람일 뿐이라 하셨습니까.그렇다면 저는 도망치지 않고, 여기서 가만히 있을게요.아일라의 텅 빈 목소리가 귓가에 끊임없이 메아리치며 웅웅거렸다. 그가 남부 펠루아 구역에서 그녀의 모든 희망을 박살 내며 뱉어냈던 그 잔혹한 조롱과 협박들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녀의 입술을 통해 완벽한 거울이 되어 돌아왔다.자신이 만든 논리였다. 자신이 심어놓은 절망이었다. 세상은 모두 허상이며 너의 자유의지가 사람을 죽일 것이라는 그 지독한 세뇌가, 아일라의 영혼을 남김없이 불태워 한 줌의 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카일락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북부의 혹한 한가운데서 맹수들을 맨손으로 찢어 죽일 때도 흘리지 않던 식은땀이 그의 이마를 타고 턱 끝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소파에 앉아 있는 아일라는 여전히 완벽한 정적 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며 헐떡이는 카일락을 쳐다보지도, 그를 걱정하지도, 비웃지도 않았다. 태엽 장치가 완전히 멈춰버린 아름다운 인형처럼 두 손을 무릎 위에 단정하게 모은 채, 그저 숨만 들이쉬고 내쉬는 끔찍한 덩어리로 존재할 뿐이었다.이것은 연기가 아니다.카일락의 뛰어난 오감과 잔혹한 직관이 쉴 새 없이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 모든 무기력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라면, 노이의 목을 졸랐을 때나 그녀의 어깨를 부서져라 쥐고 흔들었을 때 아주 미세한 동요라도 보였어야 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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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랑이라는 지옥 (2)

카일락은 이제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린 채 절규하고 있었다. 응접실의 높은 천장에 그의 처절한 목소리가 부딪혀 기괴한 메아리를 만들어냈다.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 달라. 네 안에 아직 나를 향한 아주 작은 감정의 파편이라도, 설령 그것이 끔찍한 증오라 할지라도 제발 내게 던져달라. 북부의 대공이 자신이 망가뜨린 인형의 발밑에 매달려, 자신이 가장 혐오하던 살아있는 감정을 짐승처럼 구걸하고 있었다.아무리 발악을 하고 흔들어대도 타격감을 주지 못하는 이 완벽한 무반응의 늪. 카일락은 그녀를 흔드는 자신의 두 팔이 서서히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 썩어 문드러지는 듯한 끔찍한 착각에 사로잡혔다.침묵이 길어질수록 카일락의 눈동자는 더욱 광기 어리게 번들거렸고, 그의 호흡은 헐떡이는 단말마처럼 거칠어졌다."대답해, 아일라. 제발 살아있다고,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한마디만."그때였다.숨 막히는 정적을 깨고, 아일라의 입술이 기계적으로 아주 천천히 벌어졌다.카일락은 구원을 바라는 광신도처럼 숨을 멈추고 그녀의 입술을 응시했다. 제발 욕설이기를. 제발 저주이기를.하지만 아일라의 입가에 먼저 번진 것은, 소름이 끼치도록 단정하고 대칭적인 텅 빈 호선이었다.완벽한 밀랍 인형의 미소.슬픔도, 조소도, 악의도 섞이지 않은 그저 입력된 값에 따라 출력되는 기계적인 미소였다.그녀가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옆으로 기울였다. 창백한 뺨을 타고 은빛 머리카락이 사르르 흘러내렸다. 그녀는 카일락의 발악이 왜 일어나는지, 그가 무엇을 고통스러워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평온하고 나른한 얼굴이었다."어째서 화를 내야 합니까."아일라의 목소리는 서늘한 북부의 눈보라보다 더 차갑고 건조했다."전하께서 제 모든 세상을 부수고, 제 의지를 잘라내고, 저를 오직 전하의 시야 안에서만 숨 쉴 수 있는 가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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