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북부대공의 인형 노릇은 사양하겠습니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61 - チャプター 70

100 チャプター

주인의 발걸음 (1)

휘이이잉살을 에는 북부의 눈보라가 첨탑의 발코니를 미친 듯이 할퀴고 지나갔다.하지만 카일락 에이든하르트의 고막을 찢는 것은 거센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품에 안긴 창백한 인형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너무나도 고요하고 텅 빈 관람의 선고였다.전하의 군대가 남부를 짓밟고 사람들의 비명이 세상을 채운다 해도, 저는 도망치지 않겠습니다.저 바깥세상이 잿더미로 변해가는 것을 얌전히 지켜보겠습니다.그 끔찍한 무반응 앞에서, 카일락의 거대한 세계를 지탱하고 있던 마지막 기둥이 소리 없이 바스러져 내렸다.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폭군이었다. 수만 명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거두었고, 적들의 비명과 피바다 위에서 오만하게 군림했다. 그 압도적인 공포와 폭력이 있었기에 아일라의 발목을 꺾고 그녀를 이 대공성의 깊은 밀실에 가둘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 절대적인 권력의 칼날이 허공을 가르다 못해 자신을 향해 역류하고 있었다.인질이 인질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을 때. 협박당하는 자가 죽음과 멸망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완벽한 허무의 늪이 되어버렸을 때. 지배자가 휘두를 수 있는 채찍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세상 전부를 불태운다 한들 저 여자는 미동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아니, 오히려 텅 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헐떡이는 꼴을 무심하게 내려다볼 것이다.그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은 순간, 카일락의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전장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원초적인 공포와 무력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툭카일락을 지탱하고 있던 두 다리에서 핏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힘이 풀렸다.무소불위의 대공, 북부의 맹수가 깎아지른 듯한 첨탑의 발코니 바닥 위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는 아일라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로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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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발걸음 (2)

그 철저한 수동성의 봉인이, 서늘한 눈보라 속에서 소리 없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스락아일라가 움직였다.카일락의 명령도, 허락도 없는 완벽하게 독립적인 움직임이었다.그녀는 무릎을 꿇고 자신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카일락의 거대한 어깨 위로 하얀 손을 뻗었다. 이전처럼 뻣뻣하고 기계적인 반사 작용이 아니었다. 관절의 삐걱거림 하나 없이 물이 흐르듯 유려하고 통제된, 살아있는 생명체의 명확한 의지가 담긴 움직임.아일라의 차가운 손바닥이 카일락의 덜덜 떨리는 어깨를 밀어냈다.아주 가벼운 힘이었음에도, 그 손길이 닿은 순간 카일락의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흠칫 굳어졌다."……어."카일락이 헐떡이던 숨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그는 자신의 어깨에 닿아 있는 아일라의 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명령하지 않았다. 움직이라고, 나를 밀어내라고 입 밖으로 소리를 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스스로 손을 들어 자신을 거부하고 있었다.카일락의 충혈된 붉은 눈동자가 경악과 혼란으로 미친 듯이 팽창했다.하지만 그를 진정으로 벼랑 끝으로 밀어붙인 것은 그다음 순간이었다.아일라가 자신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있던 카일락의 억센 두 팔을 풀어냈다. 카일락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힘없이 팔을 늘어뜨렸다.그의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난 아일라가, 발코니의 서늘한 대리석 바닥 위로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디뎠다.탁구두 굽이 바닥에 닿는 아주 작고 명료한 소리.그것은 지난 수개월 동안 텅 빈 껍데기가 되어 질질 끌려다니거나, 헝겊 인형처럼 억지로 부축을 받으며 걷던 자의 발걸음이 아니었다.척추를 꼿꼿하게 세우고, 턱을 살짝 치켜든 채, 지면을 단단하게 지지하며 내딛는 명백한 주인의 발걸음.탁 탁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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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의 목줄 (1)

휘이이잉살을 에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첨탑의 발코니를 휘감고 맴돌았다. 시퍼런 북부의 칼바람이 아일라의 은빛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흩트려 놓았지만, 그녀의 두 발은 단단한 대리석 바닥 위에 뿌리를 내린 듯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카일락 에이든하르트는 바닥을 더듬거리며 얼어붙어 있었다.환상이 아니다. 미쳐버린 뇌가 만들어낸 허상이 아니다.그가 스스로의 손으로 부수고, 짓밟고, 텅 빈 무위의 늪에 익사시켰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형이 살아서 숨을 쉬고 있었다.아니, 살아 숨 쉰다는 얄팍한 표현으로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기괴하고도 거대한 압도감을 설명할 수 없었다.방금 전까지 허공을 부유하던 흐릿한 눈동자에는 더 이상 빛바랜 잿더미의 공허가 존재하지 않았다. 시리도록 차갑고, 소름이 끼칠 만큼 명징한 이성의 날. 그것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이 지독한 지옥도를 가장 높은 곳에서 서늘하게 관망하다, 마침내 무대 아래로 내려와 사냥감의 목줄을 거머쥐기로 작정한 절대적인 포식자의 시선이었다."아일라."카일락의 목구멍에서 핏물이 섞인 듯한 처절한 쇳소리가 긁혀 나왔다.그는 북부의 무소불위의 지배자였다. 대륙의 절반을 공포로 몰아넣은 오만한 군주로서, 감히 자신을 저토록 불경하게 내려다보는 시선 앞에서는 당장 벌떡 일어나 그 사지를 찢어발기겠다고 호통을 쳐야 마땅했다.하지만 그의 육체는 뇌의 명령을 철저하게 거부하고 있었다.그녀가 뿜어내는 그 숨 막히는 이성의 빛 앞에 노출된 순간, 카일락의 척추를 타고 짐승의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공포가 뻗어 나갔다. 이것은 절망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던 이전의 붕괴와는 차원이 다른 감각이었다.서열의 본능.거대한 포식자의 아가리 앞에서 숨을 죽이고 목을 조아려야만 하는, 가장 비참하고 맹목적인 굴복의 자세가 그의 거구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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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의 목줄 (2)

카일락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전율에 휩싸였다.그가 그토록 갈구하고 원했던 그녀의 생기가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 생기는 그를 사랑하거나 두려워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 아니라, 그를 발밑의 벌레처럼 내려다보며 군림하기 위해 부활한 것이었다.아일라는 꼿꼿하게 세우고 있던 허리를 숙여 짐승처럼 웅크린 카일락에게 다가갔다.그녀의 하얗고 가녀린 손이 허공을 가르고 내려와, 카일락의 떨리는 뺨에 닿았다. 늘 체온이 느껴지지 않던 얼음장 같은 인형의 손이 아니었다. 피가 돌고, 맹렬한 의지가 숨 쉬는 살아있는 인간의 뜨거운 온기였다.그 온기가 뺨에 닿는 순간, 카일락의 눈동자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환희, 그리고 죽음과도 같은 공포가 한데 뒤엉켜 폭발했다.그는 본능적으로 아일라의 손길에 얼굴을 기대며 헐떡였다.하지만 아일라의 손은 애정을 갈구하는 짐승을 쓰다듬는 자비로운 주인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카일락의 턱을 억센 힘으로 쥐고 들어 올려,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게 만들었다.눈과 눈이 마주쳤다.붉게 충혈된 채 덜덜 떨리는 지배자의 동공과, 잿빛 폐허 위에서 가장 오만하게 피어난 은빛 동공.아일라의 입술 끝이 아주 천천히 말려 올라갔다.그것은 지난 수개월 동안 카일락을 미치게 만들었던 그 대칭적이고 기형적인 밀랍 인형의 텅 빈 미소가 아니었다.한쪽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간, 소름이 끼치도록 생생하고 잔혹한 비웃음.자신의 발밑에서 숨죽이고 있는 먹잇감을 내려다보며 그 비참한 몰골을 조롱하는, 완벽한 포식자의 미소였다.그 서늘하고도 압도적인 미소를 마주한 순간, 카일락의 뇌리에서 이성을 지탱하던 마지막 끈이 툭 하고 끊어져 나갔다.자신은 패배했다.남부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무력과 권력이 여전히 자신의 손에 쥐여 있고, 대륙을 짓밟을 수 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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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의 무게 (1)

북부의 아침은 지독하리만치 기만적이다.성벽을 할퀴고 지나가는 칼바람이 짐승의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창틀을 흔들었지만, 굳게 닫힌 침소 안은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웠다.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오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화로에서 타오르는 장작의 열기뿐만이 아니었다.아일라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시야가 온전히 틔기도 전에, 가장 먼저 피부 위로 끈적하게 들러붙는 것은 짙은 핏내를 머금은 짐승의 체향과 병적일 만큼 집요한 시선이었다.카일락 에이든하르트.대륙의 절반을 공포로 짓밟고, 북부의 혹한조차 발밑에 조아리게 만든 절대적인 군주. 그 미쳐버린 폭군이 지금 침대 아래에 두 무릎을 꿇은 채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헝클어진 흑발 아래로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밤새 단 한숨도 자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어젯밤, 아일라가 그의 턱을 쥐고 ‘불쌍한 나의 개’라고 선고했던 그 순간부터 카일락은 이 굴복의 자세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혹여나 자신이 눈을 깜빡인 찰나의 순간에, 주인이 변덕을 부려 다시 그 텅 빈 공허 속으로 몸을 숨겨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맹목적인 갈구.아일라는 기대어 있던 베개에서 몸을 일으키며 서늘한 눈으로 그의 거대한 덩치를 내려다보았다.한 번의 손짓만으로도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끊어놓을 수 있을 만큼 억세고 강인한 육체였다. 그의 어깨는 넓었고, 흉터가 얽힌 굵은 목덜미에는 언제든 상대를 물어뜯을 수 있는 맹수의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완벽하게 굴복해 있었다. 오직 아일라의 입술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며, 숨소리조차 죽인 채 주인의 처분만을 바라는 초라한 짐승처럼."카일락."건조하고 갈라진 음성이 나지막하게 떨어졌다.그 짧은 호명 하나에 카일락의 거구가 흠칫 떨렸다. 붉은 눈동자가 기괴한 환희로 일렁였다. 텅 빈 메아리조차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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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의 무게 (2)

방금 전까지 아일라의 발밑에서 헐떡이며 물잔을 바치던 불쌍한 개는, 문지방을 넘는 순간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카일락이 신경질적인 동작으로 보고서를 낚아챘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 서린 것은 오직 대륙을 짓밟는 군주의 잔혹한 살기뿐이었다."그딴 쓰레기 같은 종잇장 하나 걸러내지 못하고 내 앞까지 들고 온 건가.""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펠루아는 남부 진출을 위한 핵심 군사 요충지라, 영주의 반발을 사면 향후 군수 보급로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여…….""납입을 거부하면 영주의 사지를 찢어 성문에 매달고, 그 영지의 창고를 도끼로 찍어 열면 될 일이다. 내 입으로 기사단장에게 시체를 치우라는 지시까지 내려야 하나?"서늘한 살기가 복도 전체를 짓눌렀다. 방금 전까지 무릎을 꿇고 있던 가신은 사색이 되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기사들의 어깨가 눈에 띄게 경직되었다."명심하겠습니다, 주군!"그 살벌하고 끔찍한 통치의 현장 속에서, 아일라는 철저히 지워져 있었다.아일라는 서늘한 눈으로 그 기괴한 풍경을 관망했다. 가신들의 시야에서 아일라는 그저 '미쳐버린 주군이 병적으로 집착하는 인형'에 불과했다. 주군의 광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야 할 예쁜 장식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지금 당장 아일라가 입을 열어 펠루아 영주를 살려두라 명한다 한들, 가신들은 그녀의 말을 미친 여자의 헛소리로 치부할 것이다. 카일락의 눈치를 보며 겉보기로만 고개를 숙이거나, 뒤돌아서서 그녀를 조롱할 터였다.카일락이 구겨진 보고서를 가신의 얼굴에 내던지고는 다시 아일라를 향해 몸을 돌렸다. 핏발이 선 잔혹한 눈동자가 그녀의 시선과 얽히는 순간, 군주의 살기는 거짓말처럼 씻겨나가고 오직 맹목적인 갈구만이 남았다."아일라. 피곤해? 저 새끼들이 눈에 거슬린다면 당장 치워줄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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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인형의 귓가에 쌓인 것들 (1)

 북부의 심장부. 에이든하르트 대공성의 집무실은 그 주인의 잔혹한 성정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공간이었다.깎아지른 듯 높은 천장과 빛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흑요석 바닥. 허공을 맴도는 서늘한 한기 속에는 십수 년간 켜켜이 쌓여온 짙은 피비린내와 차가운 강철의 냄새가 묵직하게 배어 있었다. 대륙의 절반을 공포로 짓누르는 끔찍한 명령들이 태어나는 곳이자, 단 한 번의 펜촉 놀림으로 수천 명의 목숨이 지워지는 살벌한 권력의 중심.그 무겁고 삭막한 공간의 한가운데에서, 카일락은 제 옥좌와도 같은 거대한 집무 책상 위를 단숨에 쓸어버렸다.수많은 인장이 찍힌 양피지들이 눈처럼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고, 북부의 명줄이 적힌 기밀문서들이 형편없이 구겨진 채 나뒹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권력이 바닥에 처박히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저 아일라가 걸터앉을 자리에 혹여나 미세한 먼지라도 묻어 있을까 봐 제 거친 손바닥으로 두 번 세 번 표면을 쓸어냈다.그러고는 그녀의 얇은 허리를 안아 올려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앉히고는, 자신은 그 아래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집무실에는 왜. 내 공간이 궁금해졌어?"올려다보는 카일락의 붉은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환희가 기괴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텅 빈 눈으로 침대에 누워 숨만 쉬던 인형이었다. 그런 아일라가 제 발로 걸어 나와 자신의 공간에 발을 들였다. 그녀가 아주 작게나마 무언가에 관심을 가졌다는 그 알량한 사실 하나가, 이 통제광의 미쳐버린 이성을 병적으로 자극하고 있었다."……그냥."아일라가 건조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짧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어떻게 세상을 쥐고 흔드는지, 보고 싶어서요."그 한마디에 카일락의 거대한 어깨가 흠칫 떨렸다.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비틀려 올라갔고, 그는 짐승처럼 거칠게 숨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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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인형의 귓가에 쌓인 것들 (2)

당시의 아일라에게 그것은 숨통을 조이는 족쇄이자 끔찍한 학대였다. 도망칠 수도 없는 밀실 안에서 이 잔혹한 세계를 억지로 삼켜야만 했기에, 활자 하나하나가 위장을 찢어발기는 독약처럼 여겨졌었다. 결국 그 지독한 고립감과 압도적인 통제 속에서 그녀의 정신은 철저히 부서져 내렸고, 유리 온실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혹한 결말을 맞이했었다.하지만 회귀를 거친 지금, 그토록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들은 더 이상 그녀를 옭아매는 독이 아니었다.오히려 그것은 북부의 숨통을 정확히 꿰뚫을 수 있는, 가장 예리하고 치명적인 암살자의 단검으로 변모해 있었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아일라에게 과거의 끔찍했던 잔재들은 이제 북부를 집어삼킬 완벽한 선지식에 불과했다.거기에 더해, 아일라에게는 또 하나의 절대적인 무기가 있었다.'바르토 백작은 지난달 내륙 세금 징수에서 이중 장부를 썼지.'회귀 후 지난 몇 달간. 아일라는 철저히 정신이 나간 인형처럼 굴었다. 카일락은 그런 그녀를 한시도 품에서 떼어놓지 않으려 했고, 그 덕에 아일라는 수많은 회의와 밀담이 오가는 이 집무실 구석에 항상 죽은 듯이 방치되어 있었다.텅 빈 동공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인형 앞에서, 가신들은 모든 경계심을 풀었다.서부 영지의 세금을 빼돌리며 식은땀을 흘리던 재무관의 미세한 손떨림. 대공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군수품의 수치를 조작하며 허공에서 교환하던 기사단장과 행정관의 은밀한 눈빛. 로젤 황실에서 보낸 밀서를 태우며 얼굴을 굳히던 늙은 귀족의 옅은 한숨 소리까지.누구의 약점이 어디에 묻혀 있고, 어느 가문이 서로의 목줄을 쥐고 등 뒤에서 으르렁거리는지.아무것도 모르는 척 가만히 앉아 숨만 쉬고 있던 투명한 인형의 귓가에는, 북부 전체를 단숨에 붕괴시킬 수 있는 폭약 같은 기밀들이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전생에 억지로 집어삼켰던 지식이 뼈대라면, 인형 노릇을 하며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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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장부와 기만적인 산책 (1)

에이든하르트 대공성의 아침은 언제나 짐승의 뼈를 얼리는 듯한 혹한과 함께 시작되었다.두꺼운 모피와 융단으로 사방을 틀어막은 침소 안은 숨이 막힐 만큼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지만, 창밖으로는 북부 특유의 잔혹한 눈보라가 맹수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그 기괴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아일라는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그녀의 등 뒤에는 대륙의 지배자이자 미쳐버린 폭군, 카일락 에이든하르트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커다랗고 거친 손으로 아일라의 발목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는, 최고급 가죽으로 세공된 방한화를 손수 신겨주는 중이었다. 사람의 목을 맨손으로 꺾어버리는 데 익숙한 자의 손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맹목적이고 병적인 조심성이었다."북부의 바람은 네 살갗을 베어낼 만큼 차가워, 아일라."카일락의 낮고 쉰 목소리가 짐승의 앓는 소리처럼 침소의 공기를 긁어내렸다. 그는 아일라의 발등에 병적으로 입술을 맞추며, 붉게 핏발이 선 눈동자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굳이 네가 제 발로 걸어 나갈 필요는 없어. 네가 원한다면 재무부의 버러지들을 모조리 이 침소 앞 복도로 끌고 와 무릎 꿇리겠다. 장부든, 창고의 열쇠든, 전부 네 발밑에 바치게 해주지. 그러니까 넌 그저 내 품에서…….""카일락."건조하고 차가운 음성이 그의 말을 끊어냈다."내가 걷겠다고 했어요."단 한 문장이었다. 분노나 짜증조차 섞이지 않은, 그저 평탄하게 떨어져 내린 선고.하지만 그 짧은 말 한마디에 카일락의 거구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크게 움찔거렸다. 턱관절이 으스러져라 이를 악물면서도, 기괴한 환희가 그의 붉은 눈동자를 거칠게 일렁이게 만들었다.텅 빈 인형이 자신의 의지로 산책을 원한다. 닫힌 침소와 온실을 벗어나, 대공의 권력이 펄떡이는 실무의 현장으로 직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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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장부와 기만적인 산책 (2)

카일락의 흉포한 살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주인의 요구를 감히 묵살한 관료를 향한 맹수의 기괴한 분노였다. 그가 허리춤의 검자루에 손을 뻗자, 사색이 된 관료가 비명을 지르듯 장부를 꺼내 들었다."당장 대령하겠습니다, 주군! 전하, 여기……!"떨리는 손으로 내밀어진 붉은 가죽 양장의 책. 아일라는 건조한 눈으로 관료가 바친 장부를 받아 들었다.두꺼운 양피지 위로 빼곡하게 적힌 잉크의 흔적들을 천천히 눈으로 훑어 내렸다. 옆에서는 카일락이 언제라도 관료의 목을 날려버릴 듯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고, 관료는 카일락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입술을 달싹이며 장부의 숫자를 포장하기 시작했다."보, 보시다시피 전하. 이번 분기 서부 광산은 이례적인 한파로 인해 인부들의 동사가 잦았고, 채굴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였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주군의 위대한 통치 덕분에 남부와의 교역로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그 공백을 메우고 있으니……."총괄 관료의 설명은 마치 떼를 쓰는 어린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듯한 오만함이 교묘하게 섞여 있었다. 복잡한 수치와 정치적 용어를 나열하여 아일라가 흥미를 잃고 장부를 덮게 만들려는 수작.하지만 아일라의 이성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거짓말.'그녀의 서늘한 눈동자가 장부의 숫자들을 단숨에 해체하고 조립했다.관료가 건넨 이 장부는 지나치게 깨끗했다. 실무에서 오가는 현장의 먼지와 핏자국이 전혀 묻어 있지 않은, 오직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정갈하게 꾸며진 가짜(더미) 장부.전생에 북부의 안주인으로서 강제로 외워야 했던 병참선의 유지비용 공식이 그녀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면, 광석을 수송하기 위해 남부 영지인 바르토 백작령으로 향하는 마차의 수리비와 호위 용병단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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