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쨍그랑!
설이의 손에서 찻잔이 떨어졌다.
깨진 잔 사이로 대추차가 번졌지만 설이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방 안쪽을 바라봤다.
흰 버선을 신은 두 발이 허공에 떠 있었다. 그 위로 축 늘어진 치맛자락이 보였고, 천장 들보에서 내려온 흰 비단끈 끝에는 세자빈이 목을 맨 채 늘어져 있었다.
“마마!”
설이는 정신없이 의자를 끌어왔다. 떨리는 손으로 비단끈을 잘라내자 힘없이 늘어진 세자빈의 몸이 그대로 무너졌다.
설이는 가까스로 그 몸을 받아 안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마! 정신 차리십시오!”
코와 입가에 손을 가져갔지만 숨이 없었고, 떨리는 손으로 손목을 붙잡아봐도 맥을 찾을 수 없었다.
설이는 다급하게 세자빈의 가슴을 누르며 몇 번이나 마마를 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늘 설이는 사가의 소식을 전했다.
역모죄로 끌려간 아버지와 두 오라버니가 끝내 참형을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한 사람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그 말을 들은 세자빈은 울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닫힌 문을 오래 바라봤다.
누군가 그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설이는 곁에 남으려 했지만 세자빈은 혼자 있고 싶다며 자신을 내보냈다.
그때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
적어도 그분이 기다리던 사람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곁에 있었어야 했다.
눈물이 쏟아졌지만 울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의원을 불러야 했다.
설이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문으로 달려갔다.
역적의 딸이 가족의 참형 소식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움이 스쳤지만, 망설임은 잠깐이었다.
살리는 게 먼저였다.
문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컥!”
등 뒤에서 거친 숨소리가 터졌다.
설이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조금 전까지 미동도 없던 세자빈의 몸이 크게 들썩이고 있었다.
“마……마?”
설이가 달려가 입가에 손을 가져가자 약하지만 분명한 숨이 닿았다.
“마마!”
설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세자빈을 끌어안았다.
숨이 막혔다.
채원은 본능적으로 공기를 들이마셨다.
“컥!”
목 안쪽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숨을 한 번 들이쉴 때마다 목구멍 전체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뭐야.’
분명 말에서 떨어졌다.
화약이 예정된 순간보다 세 걸음 빨리 터졌고, 놀란 말에서 튕겨 나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다.
마지막으로 들은 말도 기억났다.
심정지.
그런데 왜 머리가 아니라 목이 이렇게 아픈 거지?
채원은 다시 숨을 들이마셨다. 그제야 누군가 울면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마…….”
마마?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자 처음 보는 여자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낯선 한복 차림이었고, 그 너머로 나무 기둥과 창호문, 고가구와 등잔불이 보였다.
‘촬영장?’
오늘 촬영이 사극이었으니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세트였다. 어디에도 카메라나 스태프는 보이지 않았다.
“마마, 정신이 드십니까?”
채원이 입을 열려 했지만 목에서는 갈라진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무심코 움직이려던 순간 목을 타고 날카로운 통증이 번졌다.
채원은 반사적으로 몸에 힘을 풀었다.
낙상 직후 목에 통증이 있다면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눈동자만 움직여 주변을 살피던 채원은 자신의 손에서 시선을 멈췄다.
낯설게 가느다란 손목 아래로 붉은 치맛자락이 이어져 있었고, 자신이 입었던 촬영복과는 전혀 달랐다.
그때 천장에서 내려온 흰 비단끈이 눈에 들어왔다. 중간이 잘린 끈 아래에는 쓰러진 의자가 있었고, 바닥에는 잘려 나간 끈의 나머지가 떨어져 있었다.
목을 조이는 듯한 통증과 눈앞의 광경을 번갈아 보던 채원에게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자빈마마…….”
세자빈?
채원이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문밖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낯선 여자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천장에서 늘어진 비단끈과 쓰러진 의자, 채원의 목을 차례로 바라본 여자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는 사이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채원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챘다.
저 문이 열리면 안 된다.
눈앞의 여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을 모두 부르겠다고?”진원군이 명단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 위에는 김태겸이 몰락하자 앞다투어 등을 돌렸던 집안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예. 한 사람도 빠뜨리지 말아 주십시오.”“네 아비가 어려울 때 문전박대하던 자들이다. 혼례까지 찾아와 네 얼굴을 보는 것이 즐겁겠느냐?”“즐겁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그들도.”서령의 대답에 진원군의 눈썹이 꿈틀했다.“그런데도 부르겠다는 것이냐?”“그들이 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김씨 집안이 여전히 외면받는다고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참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서령은 명단의 한 이름을 짚었다.“이 사람은 아버지께서 곤경에 처하셨을 때 가장 먼저 왕래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혼례에 와서 축하를 올린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겠습니까?”“김씨 집안이 다시 일어섰다고 생각하겠지.”“그리고 그 집안을 다시 일으킨 분이 누구인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진원군은 서령을 빤히 바라봤다.“나를 치켜세우려고 찾아온 것이냐?”“대감께서 바라시는 일이기도 하지 않습니까?”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진원군은 얼마 전 이휘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왕실의 혼인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고. 서령은 그 뜻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그렇다면 네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있겠구나.”진원군은 명단에서 이름 하나를 짚었다.“이자는 네 아비와 등을 진 뒤 내게 찾아와 충성을 맹세했다. 지금은 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지. 그런데 네 혼례에 초대하면 그가 기꺼이 오겠느냐?”“오지 않을 이유가 있습니까?”“김태겸의 딸 앞에서 지난 일을 떠올려야 할 텐데.”“그렇기에 와야 합니다.”서령은 물러서지 않았다.“그분이 참석하면 아버지를 버린 일을 모두가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참석하지 않으면 대감의 초대까지 거절한 사람이 되겠지요.”진원군의 웃음이 사라졌다.서령은 덧붙였다.“그분께 선택을 맡기십시오. 어느 쪽이든 제게 손해는 아닙니다.”진원군은 잠시 침묵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네가 사람을 제법 곤란
진원군이 이휘의 혼례를 앞당기겠다고 밝힌 것은 윤재경에 대한 조사가 조정의 입에 오르내리던 때였다. 세자의 측근을 둘러싼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진원군은 왕실에 경사가 필요한 시기라며 혼례 날짜를 다시 의논하자고 했다.이휘는 부친의 뜻을 전해 듣고 곧장 찾아갔다. 혼례를 치르는 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해진 일정을 굳이 바꿀 이유가 보이지 않았다.“아버님, 서령과의 혼인을 서두르시는 까닭이 무엇입니까?”“조정이 어수선하니 그러는 것이다. 나라에 근심이 있다고 왕실의 경사까지 미룰 필요는 없지 않으냐.”“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조용히 치르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진원군은 아들의 말을 듣고도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너는 혼례를 그저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일로만 여기는구나. 왕실의 혼인은 그보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이휘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얼마 전까지 세자의 자리를 입에 올리던 사람이었다. 이 혼례에도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혼례를 빌미로 제게 다른 일을 바라시는 것은 아니겠지요?”진원군의 눈빛이 잠시 차가워졌다.“네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안다. 하지만 혼례를 치르는 일까지 의심한다면 내가 네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느냐.”이휘는 더 묻지 못했다. 부친은 날짜를 앞당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혼례 준비를 돕겠다며 사람까지 붙여 주었다.서령에게도 곧 소식이 전해졌다. 그녀는 혼례가 빨라졌다는 말보다 진원군이 준비에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에 더 신경이 쓰였다. 몰락한 김씨 집안의 딸인 자신에게 왕실 혼례를 치를 만한 힘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진원군에게 맡길 생각도 없었다.“혼례에 필요한 물목과 일을 맡을 집안들을 적어 오너라. 빠짐없이 살펴야겠다.”시녀가 가져온 목록에는 예물과 비단을 마련하는 상인들뿐 아니라 혼례 준비를 거들겠다고 나선 관리들의 집안도 적혀 있었다. 서령은 처음에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읽었다. 왕실과 혼인하는 만큼 여러
“그날 밤, 자신을 살려 준 사람이 누구였는지.” 담당 관원이 쪽지의 마지막 문장을 읽자 윤재경의 얼굴이 굳었다. 자신이 살아 돌아온 경위를 묻는 것과는 전혀 다른 질문이었다. 누군가 그날 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윤재경,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느냐?” 재경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행방불명되었던 동안의 기억은 온전하지 않았다. 의식을 잃기 전후의 일도 분명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쪽지를 보낸 자는 자신을 살려 준 사람이 있다고 단정하고 있었다. “소인도 그 뜻을 알지 못하옵니다.” “허면 어찌 그리 놀랐느냐?” “소인조차 알지 못하는 일을 누군가 알고 있는 듯하여 놀랐사옵니다.” 담당 관원은 쪽지를 다시 살폈다. 재경의 대답이 거짓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쪽지를 남긴 자가 실제로 그날의 일을 목격했다면 조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었다. “증언을 거두겠다는 자를 다시 불러오라.” 잠시 뒤 사내가 끌려왔다. 이름은 박만수였다. 그는 처음 조사에 나섰을 때, 재경이 행방불명되었던 무렵 도성 밖에서 그에게 서찰 한 통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그날의 상황을 자세히 묻자 대답을 흐렸고, 끝내 증언을 거두겠다며 쪽지 한 장을 남겼다. 지금 담당 관원이 읽은 바로 그 쪽지였다. “네가 직접 쓴 것이냐?” “아니옵니다. 어떤 분이 전해 달라 하였사옵니다.” “그자가 누구냐?”“이름은 밝히지 않았사옵니다. 다만 윤재경 나리께 반드시 전하라 하였사옵니다.”담당 관원이 재경을 돌아봤다. 재경은 사내의 얼굴을 살폈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의식을 잃었던 시기가 있었으니 그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었다.“서찰을 전한 곳이 어디냐?”“도성 서쪽 산길이옵니다. 윤 나리께서 홀로 계셨사옵니다.”“그대가 나를 알아본 까닭은 무엇이오?”“서찰을 맡긴 분께서 용모와 차림새를 일러주셨사옵니다.”재경은 더 묻지 않았다. 사내가 자신을 알아본 것만으로는 거짓을 밝힐 수 없었다
윤재경이 의금부에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던 관리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윤재경. 그대의 생존 경위를 밝히라는 상소가 올라왔소.”“알고 있사옵니다.”“그렇다면 묻겠소.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사람이 어찌 살아 돌아왔소?”재경은 준비해 온 진술서를 내놓았다.“제가 직접 겪은 일은 모두 적었사옵니다. 다만 의식을 잃었던 동안의 일까지 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사옵니다.”담당 관원이 진술서를 훑었다.“그렇다면 이 기록에 빈 부분이 있다는 뜻이오?”“그렇사옵니다.”“그대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데?”“모르는 일을 안다고 하는 편이 더 큰 죄라 생각하옵니다.”관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재경은 고개를 숙인 채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그대가 살아 돌아온 뒤 세자 저하께서 여러모로 보살피셨다고 들었소.”“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옵니다.”“그뿐이오? 세자빈마마께서는 그대의 누이이기도 하지 않소?”“그렇사옵니다.”“그렇다면 세자 저하께서 그대의 진술을 보증하실 수 있겠구려?”재경이 고개를 들었다.“어찌 저하께서 제 진술을 보증하셔야 합니까?”“그대와 각별한 사이이니 묻는 것이오.”“각별한 사이인 것과 제가 겪은 일을 아시는 것은 다르옵니다.”관원의 눈썹이 꿈틀했다.“그대는 지금 세자 저하께서도 모르는 일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오?”“제가 의식을 잃었던 동안의 일은 저 자신도 모르옵니다. 저하께서 어찌 아시겠사옵니까?”옆에 앉아 있던 다른 관리가 끼어들었다.“허나 세자 저하께서 그대를 믿으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소?”재경은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소인의 진술이 거짓이라면 소인을 벌하시면 됩니다. 어찌 저하의 이름을 물으십니까?”순간 조사장 안이 조용해졌다.재경이 말을 이었다.“저하께서 저를 믿으신다는 이유로 제 말이 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믿지 않으신다는 이유로 거짓이 되는 것도 아니옵니다.”“말은 잘하는군.”“저는 제 일로 이 자리에 왔사옵니다. 다른 분의 이름을 빌릴 생각은 없사옵니다.”담당 관원이 진술서를 내려
“윤재경의 생존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상소가 다시 올라왔사옵니다.”내관의 보고에 이운이 눈살을 찌푸렸다.“지난번에도 논의했던 일이 아니더냐?”“이번에는 윤재경을 직접 불러 문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사옵니다.”“문초요?”채원이 벌떡 일어났다.“오라버니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요?”이운은 상소를 펼쳤다. 마지막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세자 저하께서 사사로운 인연으로 윤재경을 비호하신다면 조정의 기강이 흔들릴 것이옵니다.“결국 나를 겨냥한 것이군.”이운이 상소를 내려놓았다.“재경을 동궁으로 들라 하라.”---“제가 직접 나가겠습니다.”재경은 상소를 읽자마자 말했다.“오라버니!”채원이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 줄 알고요?”“그러니 나가야지.”“오라버니는 죄인이 아니잖아요.”재경이 동생을 바라봤다.“서아야. 나도 그걸 안다. 하지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저들은 계속 떠들 거다.”이운이 끼어들었다.“재경아, 네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 저들이 무슨 속셈인지 뻔하지 않느냐.”“알고 있사옵니다, 저하.”“그런데도 가겠다는 것이냐?”“예.”재경은 물러서지 않았다.“제가 살아 돌아온 일로 저하께서는 물론 서아까지 공격받고 있사옵니다. 더는 두 분께 짐을 지울 수 없습니다.”“내가 너 하나 지키지 못할까 봐 그러느냐?”“그런 뜻이 아니옵니다.”재경은 잠시 숨을 골랐다.“저하께서 저를 지켜주시려는 마음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허나 이번 일은 제가 감당해야 합니다.”“네가 직접 나선다고 의심이 사라질 것 같으냐?”“그렇지 않을 수도 있사옵니다.”“그걸 알면서도?”“예. 그래도 제 입으로 말하겠습니다.”재경이 이운을 똑바로 바라봤다.“제 삶을 두고 남들이 옳다 그르다 떠드는 동안 저만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사옵니다.”이운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어릴 적부터 네 고집은 알아줬지만, 이번만큼은 말리고 싶구나.”“송구하옵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습니다.”---같은 시각
“세자빈마마께서 죽은 사람을 살려내셨다지?”“죽은 사람이 아니라 세자 저하시잖아. 말조심해!”궁녀들이 물동이를 내려놓고 수군거렸다.“의원들도 포기했다는데 마마께서 저하의 가슴을 마구 누르셨다더라.”“그랬더니 숨이 돌아왔다지 뭐야.”“정말 신통한 재주를 지니신 모양이야.”그때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궁 안에서 입이 그리 가벼워서야 되겠느냐!”최 상궁이었다.궁녀들이 놀라 고개를 숙였다.“송구하옵니다!”“세자 저하께서 아직 회복 중이시다. 근거 없는 말을 퍼뜨리지 말거라.”궁녀들이 흩어지자 최 상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소문은 이미 동궁을 넘어 궁 전체로 퍼지고 있었다. ---“제가 신통한 재주를 부린다고요?”채원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최 상궁이 난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하옵니다. 죽은 사람도 살리는 비법을 아신다는 말까지 돌고 있사옵니다.”“그런 비법이 어디 있어요.”채원은 이마를 짚었다.촬영장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받을 때마다 강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심장이 멈췄다고 무조건 살아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습니다.그날 이운이 살아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같은 방법으로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소문이 더 커지면 곤란해요. 제가 무슨 신선도 아니고.”“소인이 단속하겠사옵니다.”그때 문밖에서 내관이 아뢰었다.“마마, 의관 한 분이 뵙기를 청하옵니다.”“들어오시라 하세요.”들어온 의관은 예를 올린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마마, 세자 저하를 구하신 일로 의원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사옵니다.”“어떤 말입니까?”“마마께서 의원의 진료에 앞서 저하의 몸에 손을 대신 일을 두고 우려하는 이들이 있사옵니다.”채원의 표정이 굳어졌다.“제가 잘못했다는 겁니까?”“그런 뜻은 아니옵니다. 다만 의술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 함부로 따라 하다가는 도리어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옵니다.”그 말에는 채원도 반박할 수 없었다.“그건 맞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