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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낯선 천장

Autor: 지호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8-31 06:07:58

어둠 속에서 채원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떨어졌다는 것, 그것만 알았다. 몸이 땅에 닿은 순간 이후로는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았다.

십 년 동안 몇 번이나 정신을 잃어봤지만 이런 어둠은 처음이었다.

이런 순간에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잡을 곳이 없었다.

손을 뻗어봐도 잡히는 게 없었다. 발을 디뎌봐도 닿는 게 없었다. 몸부림칠수록 오히려 더 깊이 가라앉았다.

그러다 갑자기 몸 전체가 어딘가로 거세게 끌려갔다.

채원은 벗어나려 했지만 붙잡을 것도, 밀어낼 것도 없었다. 어둠이 갈라지듯 사방이 흔들렸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와 누군가 이름을 부르며 우는 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어느 쪽도 선명하지 않았다.

가슴이 짓눌리는 압박, 그다음 목구멍을 찢는 듯한 통증. 익숙한 낙마의 충격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몸도 소리도 전부 이상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숨을 쉬어야 했다. 반드시. 그 생각뿐이었다.

채원은 온 힘을 다해 버텼다. 팔도 다리도, 몸이라는 감각조차 없었다.

그냥 살아야 한다는 것 하나만 남아 있었다.

채원은 그렇게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겨온 사람이었다. 여기서 놓으면, 정말 끝이었다.

컥.

목에서 거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폐 속으로 공기가 밀려들었다.

손끝이 반사적으로 바닥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아프고 낯설었지만 틀림없는 숨이었다.

눈꺼풀이 떨렸다. 채원은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인 건 낯선 천장이었다. 나무 서까래가 드러난 한옥의 천장. 촬영 세트도 병원도 아니었다.

그다음 보인 건 자신을 내려다보는 얼굴이었다. 눈물로 얼룩진, 처음 보는 여자의 얼굴.

"마마?"

여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설이는 눈을 크게 뜬 채 그 몸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세자빈마마! 정신이 드십니까?"

채원은 대답하려 입을 열었지만 목에서는 바람 새는 소리만 났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설이는 몇 번이고 이름을 부르다, 문득 멈칫했다.

방금까지 숨소리조차 없던 사람이 갑자기 눈을 뜨고 이곳이 처음인 사람처럼 방 안 구석구석을 두리번거렸다.

채원은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천천히 손을 들어 목을 짚었다.

손끝에 걸리는 건 매끈한 살갗이 아니라 거칠게 쓸린 상처였다. 낙마로는 생길 수 없는 위치의 상처였다.

설이는 그 손짓을 가만히 지켜봤다.

'마마....?'

생소한 호칭이 머릿속에 걸렸다. 채원은 그 말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눈만 움직여 방 안을 둘러봤다.

대들보에 남은 끊어진 끈, 처음 보는 여자의 눈물범벅인 얼굴, 그리고 지금은 한마디도 낼 수 없는 목.

무엇 하나 촬영장과 이어지는 게 없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와이어 액션을 십 년 하면서 몸에 새겨진 감각이었다.

정신 줄을 다 잡았다. 패닉에 빠지면 몸이 굳고, 다음에는 동작을 놓친다.

다음 동작을 놓치면 그대로 다친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채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낯선 천장은 그대로였다. 꿈이 아니었다.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켜보려 했다.

손바닥에 힘을 주는 순간 손끝까지 가늘게 떨렸다.

적어도 십 년간 매일 단련해온 몸과는 전혀 달랐다.

뼈마디는 가늘고 팔뚝에는 힘줄 하나 잡히지 않았다.

훈련된 몸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게 원래 이 몸의 문제인지, 방금 겪은 일 때문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이 몸으로는……'

당장 뛸 수도,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끝까지 생각을 잇기도 전에 바닥을 짚었던 팔에서 힘이 풀렸다.

몸이 도로 바닥에 무너졌다. 설이가 놀라 팔을 붙잡았다. 붙잡은 손이 뜻밖에 따뜻했다.

살아난 건 확실했다. 다만 이 몸이 누구의 것인지, 이 여자를 믿어도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이 여자가 마마라 부르는 사람이 몸의 주인이라면, 자신은 대체 누구의 몸에서 눈을 뜬 것인가.

채원은 목소리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에 대한 대답인지도 모른 채, 지금은 이게 맞는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설이의 얼굴에서 안도가 빠르게 사라졌다. 몇 번이고 채원의 눈을 마주치더니, 붙잡고 있던 팔을 천천히 놓았다.

"마마……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채원은 입을 달싹였지만 여전히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차라리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것이 다행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채원은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설이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난 순간, 문밖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등불 그림자가 문틈으로 흔들렸다.

"동궁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문 너머에서 낯선 목소리가 이어졌다.

"처소 주변에 수상한 사람이 있었다는 보고가 들어와, 확인하겠습니다."

채원은 숨을 죽였다. 죽음이 아니라 수상한 사람을 확인하러 왔다고 했다.

방금까지 이 방에서 벌어진 일을 아는 사람은 눈앞의 여자뿐이었다. 그런데 문밖의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이유로 이 방을 찾아왔다.

그렇다면 이 근처에 자신들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우연히 찾아온 사람들은 아니었다.

채원은 문밖에 흔들리는 그림자를 바라봤다. 자신이 누구의 몸에 들어왔는지는 아직 몰랐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았다.

이 방 밖에는, 자신이 모르는 눈이 있었다.

"문을 열겠습니다."

끼익, 문이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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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17. 두 갈래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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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16.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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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15. 미끼를 물다

    서고가 조용해진 뒤에야 채원은 책상을 짚었다.긴장이 풀리자 다리가 떨렸다.이운이 팔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채원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때 동궁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잠시 후 궁문에 말을 맡기고 뛰어온 무사가 서고로 들어왔다.옷자락은 군데군데 찢어졌고, 오른쪽 뺨에는 마른 피가 묻어 있었다."찾았다."무사는 예를 갖추기도 전에 말했다.이운이 처음으로 한도겸에게서 시선을 거뒀다."증인을?""증인은 박칠성이란 놈이다. 그놈만 찾은 게 아니다."무사의 이름은 백건이었다.이운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친구이자, 동궁 밖에서 그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호위였다.증인을 찾느라 여러 날 도성을 비운 상태였다.백건은 채원을 본 순간 말을 멈췄다.돌아오는 길에 세자빈이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을 들은 모양이었다."빈궁마마께서…….""살아 있다."이운이 짧게 대답했다.세자빈의 둘째 오라비인 윤재경과 오랜 벗인 백건과 이운은 윤서아와도 각별한 사이였다. 백건은 묻고 싶은 말을 삼킨 채 깊이 고개를 숙였다."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채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증인은 어디 있습니까?"백건의 시선이 채원에게 머물렀다.예전의 윤서아라면 오랜만에 돌아온 피 묻은 무사에게 곧바로 본론부터 묻지 않았을 것이다."북한산에 있습니다."백건은 박칠성이 머물던 여관을 알아낸 뒤 나흘 동안 뒤를 밟았다.박칠성은 낮에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밤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사람을 만났다."그동안 왜 소식을 보내지 않았지?""제가 행선지를 보고할 때마다 박칠성이 먼저 자리를 옮겼습니다.안에서 새는 곳이 있다고 생각해 나흘 동안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백건의 시선이 비어 있는 책상으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 한도겸이 앉아 있던 자리였다."이제야 이유를 알겠군요."오늘 새벽에는 낯선 사내를 따라 북한산으로 들어갔다.백건은 말을 버리고 걸어서 뒤쫓았다.산 중턱에는 숯을 굽는 곳으로 꾸민 넓은 터가 있었다.그러나 안에서 들린 것은 나무를 패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14. 한도겸

    호위의 보고가 끝나자 이운은 곧장 밖으로 나가려 했다.채원이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지금 들어가면 안 됩니다.""연주가 편지를 넘기는 순간을 놓칠 수 있다.""문을 여는 순간 안에 있는 사람이 편지부터 없앨 겁니다.누가 받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이운의 시선이 붙잡힌 소매로 내려갔다. 채원은 그제야 손을 놓았다."서고에는 드나들 수 있는 문이 몇 개입니까?""앞문과 뒤쪽 작은 문, 두 곳이다."이운은 호위에게 뒤쪽 문을 막고, 창 아래에도 사람을 두라고 명했다.연주를 따라간 사람에게는 안에서 다른 자가 나올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는 지시를 보냈다.채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너는 여기 있어라.""제가 만든 미끼입니다.""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또 나서겠다는 것이냐?""서고까지 걷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이운이 반박하려는 순간 채원이 먼저 방문을 나섰다.다리에 힘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벽에 손을 대지 않고 걸을 수는 있었다.이운은 결국 채원의 걸음에 맞춰 속도를 늦췄다.앞서지도, 팔을 붙잡지도 않았다.다만 채원이 흔들릴 때마다 손을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서고는 세자가 신하들과 공부하는 곳 뒤편에 있었다.세자가 읽는 책뿐 아니라 상소의 사본과 조사 기록도 보관하는 곳이었다.등불 하나가 닫힌 창 안에서 흔들리고 있었다.호위가 어둠 속에서 다가와 속삭였다."나인은 안으로 들어간 뒤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이운이 문으로 다가가자 채원이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은 열린 창틈 가까이에 몸을 붙였다.안에서 연주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분명 마마께서 직접 숨겨두신 곳에서 꺼냈습니다.""뒤를 밟힌 것은 아니냐?"젊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낮고 침착했다."아무도 보지 못했습니다.""확실하겠지."잠시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채원은 창틈으로 안을 살폈다. 연주가 책상 앞에 서 있었다.그 맞은편의 남자는 등불 아래에서 봉투의 붉은 점을 확인하고 있었다.그 얼굴을 본 이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13. 가장 믿는 사람

    설이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저런 곳이 있는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도둑도 몰랐겠지."채원은 빈 봉투 안에 서책에서 찢은 종이를 넣었다.겉에는 윤서아 아버지가 사용하던 붉은 점 하나를 찍었다. 남은 편지에서 본 표시였다.봉투를 숨은 칸에 넣되 판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경대를 열어본 사람이라면 어긋난 틈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만 남겼다.그날 저녁, 설이는 방문을 조금 열어둔 채 일부러 찻상을 정리했다.조금 전 상을 가져왔던 나인이 복도를 지나가다 걸음을 늦췄다.설이가 문밖의 그림자를 확인하고 물었다."마마, 없어진 편지에 정말 중요한 내용이 있었습니까?"채원은 목을 누르며 일부러 잠시 뜸을 들였다."아니.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어."문밖에서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멎었다."아버지가 남긴 장부는 아직 무사해.""그 장부가 정말 아직 남아 있습니까?""응, 나만 아는 곳에 보관해 두었어"설이는 더 묻지 않고 문을 닫았다.해가 완전히 지자 이운이 보낸 호위 두 사람이 뒤뜰 담장 아래에 숨었다.최 상궁은 순찰을 핑계로 안쪽 뜰의 사람들을 물렸다.설이는 등불을 끈 뒤 바깥방으로 물러나 문 가까이에 앉았다.시간이 더디게 흘렀다.채원은 눈을 감은 채 방 안팎의 소리를 나눠 들었다.이 몸은 아직 오래 버틸 수 없었다.하루가 너무 길었고, 피로가 온 몸으로 쏟아졌다. 그래도 정신만은 놓지 않았다.한밤중이 지나자 문고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누군가 틈으로 방 안을 살폈다.채원은 숨을 고르게 유지했다.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침상 쪽으로 오지 않고 곧장 경대로 향했다. 서랍이 열리고, 나무판이 살짝 긁혔다.망설임이 없는 손길이었다. 봉투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났다.채원은 실눈을 뜨고 누구인지 보았다.연분홍 저고리였다. 낮에 상을 가져왔던 나인, 연주였다.채원은 곧바로 눈을 감았다.지금 붙잡으면 훔친 사람 하나만 얻을 수 있지만 이대로 보내면 편지를 받을 사람까지 찾을 수 있다.연주의 발소리가 침상 가까이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12. 지켜봐야 할 얼굴

    이운은 대전에서부터 채원을 따라왔다.동궁에 도착한 뒤에도 돌아가지 않고, 안쪽 문을 지키는 호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그사이 먼저 방으로 들어온 채원은 기둥을 붙잡았다.설이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달려와 팔을 받쳤다.채원은 그 손에 기대지 않고 되도록 이면 혼자 설 수 있는지 확인했다.힘보다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부터 확인했다.오른발에 무게를 싣자 무릎이 안으로 흔들렸다.허벅지와 허리가 모두 약했다.설이가 놀라 몸을 받쳤다."마마, 방금 대전에서 돌아오셨습니다.""그러니까…… 지금 해야 해."말할 때마다 목 안쪽이 따갑게 쓸렸다. 보름 안에 증거를 찾아야 했다.몸이 회복되기만 기다리면 그 보름은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지나갈 것이다.움직이지 못할 때는 머리를 쓰고, 머리를 쓰는 동안에는 몸을 만들어야 했다.이 몸으로 누군가를 걷어차면 상대보다 자신이 먼저 넘어질 터였다.무엇보다 몸을 빨리 회복해야 했다. "설이야. 삶은 닭고기를 구해줄 수 있겠니?""닭을 말씀이십니까?""기름진 부분은 빼고 살코기로. 달걀도 있으면 가져오고."설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채원을 살폈다."목이 아프셔서 죽도 제대로 못 드셨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잘게 찢으면 돼. 약만 먹는다고 힘이 생기지는 않잖아.""알겠습니다. 수랏간에 일러두겠습니다."설이가 물러나자 채원은 다시 무릎을 굽혔다.이번에는 두 번 만에 다리가 떨렸다."당장 그만두어라."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호위들에게 지시를 마친 이운이 방으로 들어왔다.그의 시선이 채원의 떨리는 다리와 기둥을 움켜쥔 손을 차례로 훑었다.이운은 서아의 몸짓이 낯설었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 같지 않았다.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보름을 받아낸 것도 모자라 몸까지 망가뜨릴 셈이냐?""몸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면…… 보름이 끝납니다."채원은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무릎에 힘이 풀리며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이운이 한 걸음 만에 다가와 팔을 붙잡았가 채원이 바로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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