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편전 앞뜰에는 국문장이 마련되어 있었다.편전의 문이 열린 곳에는 임금의 자리가 놓였고, 그 아래로 의금부 당상과 기록 관리들이 차례로 섰다.뜰 한가운데에는 박칠성, 최억쇠, 신태오, 조필규, 귀비전 최 내관, 그리고 뒷쪽에는 나인둘과 한도겸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이운은 임금의 오른편에 섰다.채원은 조금 뒤에 서서, 죄인들 앞에 놓인 장부들을 바라봤다.궁문 출입부.병조 군령 장부.윤정명 사가 수색 기록.귀비전 약재 창고 장부.그리고 그들의 진술서.장부는 많았고, 증인도 늘어났다.하지만 어느 것도 결론이 되지는 못했다.신태오는 병조 쪽의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김태겸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는 글이나 서명은 없었다.최 내관은 조필규에게 붉은 비단 꾸러미를 받았다고 했다.하지만 귀비가 인장을 숨기라 지시하는 모습을 본 것은 아니었다.조필규는 윤재경의 이름을 끌어들였다가 거짓이 드러났지만, 끝내 누구에게서 말을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정황은 모두 병조판서와 귀비를 가리켰다.그러나 손에 쥔 것은 서로 얽힌 의심뿐이었다.임금이 앞에 놓인 장부를 펼쳤다.“박칠성.”박칠성이 몸을 떨었다.“네가 윤정명 사가에서 칼 서른 자루를 보았다고 한 밤은 초여드레다.”“예, 전하.”“칼 서른 자루가 대장간을 나간 날은 초아흐레 새벽이다.”박칠성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네가 본 것이 칼이 아니라면 무엇이었느냐.”“저는… 어두워서 정확히 보지 못했습니다.”“처음 진술에는 정확히 서른 자루라고 적혀 있다.”박칠성은 바닥에 이마를 댔다.“누가 그렇게 말하라 하였느냐.”“모르옵니다. 저는 그저….”“그저 무엇이냐.”박칠성은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임금은 신태오를 불렀다.“너는 세자빈이 초여드레 밤 서문으로 궁을 나갔다고 적었다.”“예, 전하.”“직접 보았느냐.”신태오가 고개를 숙였다.“보지 못했습니다.”“그럼 왜 적었지.”“궁문 기록을 정리하라며… 날짜와 시각이 적힌 종이를 받았습니다.”채원의 시선이
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