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귀비전에 화장함이 돌아왔다.상궁이 보자기를 풀며 안색이 하얘졌다."마마, 이건…."귀비는 뚜껑을 열어 보았다. 어젯밤 서령이 가져갔던 그대로, 백분과 연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손끝 하나 닿은 흔적이 없었다."전할 말이 있다고 하셨답니다.""뭐라 하더냐."상궁은 잠시 망설이다 답했다."다음엔 이 정도로 안 끝난다고, 그리 전하라 하셨습니다."귀비의 손이 뚜껑을 도로 덮었다.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서령이 의심을 사기 전에, 확인할 새도 없이 스며들 거라 여겼다.그런데 손도 대지 않았다. 그것도 하루 만에.의녀를 부를 틈도, 궁 밖 사람을 끌어들일 틈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거나, 알려 준 사람이 있었거나."서령이 무슨 말을 흘렸느냐.""그건 아직….""알아 오너라. 서령이 입을 놀렸는지, 다른 구멍이 있는 것인지."상궁이 물러가려는데 귀비가 다시 불렀다."아니, 됐다."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령이 입을 놀렸든, 세자빈이 원래부터 눈치가 빨랐든, 결과는 같았다. 서령은 이제 쓸모보다 위험이 큰 패가 되었다.병조판서 대감의 딸이라는 이름값도 이제는 짐이었다. 김태겸이 죄인이 된 마당에, 그 딸을 곁에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귀비전을 겨눌 창이 될 수 있었다."서령을 당분간 별당에 옮겨 두어라. 몸이 약해졌다는 핑계를 대고.""별당이면… 뒤뜰의 그곳 말씀이십니까."귀비는 대답하지 않았다.상궁의 얼굴이 굳었다. 별당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았다."아직 쓸 데가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마.""쓸모는 내가 정한다."귀비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아비는 죄인이 되었고, 심부름도 실패했다. 살려 둘 이유를 하나만 대 보아라."상궁은 대답하지 못했다.물러나는 상궁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몇 해 전, 서령이 처음 귀비전에 들어왔을 때를 기억했다. 그때는 그저 병조판서 대감의 어린 딸이었을 뿐이었다.이제는 정리해야 할 패였다.한편 동궁에서는 채원과
最終更新日 : 2026-09-16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