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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71 - チャプター 80

121 チャプター

71화. 미끼였다

쓰개치마 아래 드러난 얼굴은 젊은 사내였다. 턱에는 수염이 나 있었고, 눈빛에는 두려움이 없었다.이런 얼굴로 궁녀 흉내를 냈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서령이 숨을 삼켰다. 낯선 얼굴이었다."누가 보냈어."채원이 물었다.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네 윗전의 이름을 대라."사내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채원이 손목을 더 세게 꺾었다. 뼈가 눌리는 소리가 났지만, 사내는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았다.이 정도 고통에도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는 자였다. 정말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죽여라."그 한마디가 전부였다.이운의 눈빛이 굳었다."이 정도로 겁을 안 낸다는 건, 처음부터 잡힐 셈으로 왔다는 뜻이다. 죽는 것도 각오했겠지."채원의 얼굴이 굳었다."버리는 패로 왔다는 거네요. 처음부터."손에 남은 굳은살도, 살려 달라는 말 한마디 없는 태도도, 전부 한 방향을 가리켰다. 붙잡혀도 상관없는 자였다.애초에 정보를 캐낼 것을 기대하고 온 게 아니라,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임무였던 것이다.그렇다면 이 소동 자체가 노림수였다는 뜻이었다.서령을 죽이려던 것도 진심이었겠지만, 그보다 더 급한 무언가를 위해 눈과 손을 이곳에 묶어 두려 한 것이다.이운이 낮게 뇌까렸다."화장함을 돌려보낸 것 때문에 귀비가 서두르고 있다고 했지. 그 서두름이 이거였다면…."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채원의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스쳤다.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의금부 관졸 하나가 숨을 몰아쉬며 뛰어들었다."저하! 전옥서에 큰일이 났사옵니다.""말하라.""지금 전옥서에 화재가 났습니다. 병조판서 대감이 갇힌 옥사 쪽입니다. 지난번 의금부 화재 이후로 증인들과 대감을 그쪽으로 따로 옮겨 두었는데….""불이 어떻게 났다는 것이냐.""그것이… 누군가 일부러 불을 놓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직 확실치는 않사옵니다."채원과 이운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다.같은 시각에 두 곳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우연일 리 없었다."김태겸은."이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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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마지막 숨

그림자가 검을 치켜들었다.채원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날렸다. 그림자의 팔을 걷어차 검의 궤도를 틀었다.칼끝이 김태겸의 어깨를 스치고 바닥에 박혔다.그림자가 놀라 채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침입을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검을 고쳐 쥐려는 손이 한 박자 늦었다.그림자가 돌아서며 채원에게 칼을 겨눴다. 채원은 몸을 낮춰 그 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팔을 붙잡아 꺾고, 그대로 무릎으로 명치를 올려쳤다.그림자가 숨을 토하며 무너졌다.이운이 뒤에서 검 자루로 뒤통수를 내리쳤다. 그림자는 그대로 늘어졌다.연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 자칫하면 서로를 놓칠 뻔했다."김태겸 대감!"채원이 그를 흔들었다. 숨은 붙어 있었지만,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뒤였다. 기침조차 힘겹게 내뱉었다."빨리 밖으로."이운이 김태겸을 들쳐 업었다. 무너져 내리는 천장 조각을 피해 두 사람은 서둘러 옥사 밖으로 빠져나왔다.밖으로 나오자 관졸들이 물을 끼얹고 있었다. 불길은 점점 잦아들고 있었지만, 옥사 안쪽은 이미 반쯤 무너진 뒤였다.의녀가 달려와 김태겸을 살폈다."연기를 많이 마셨습니다. 하나 목숨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이운은 그제야 숨을 골랐다.채원은 뒤를 돌아봤다. 이운의 검에 맞은 그림자가 관졸들에게 결박당하고 있었다."이자는.""살아 있다. 문초할 수 있어.""아무도 접근 못 하게 따로 가둬. 옥사 소식도 밖으로 새 나가지 않게 하고."관졸들이 사내를 끌고 갔다.두 명이었다. 하나는 별당에서, 하나는 여기서. 손을 보니 둘 다 궁 안 사람은 아니었다. 전부 살려서 붙잡았다. 둘 다 입은 무겁겠지만, 오늘 밤 귀비가 손에 쥐고 있던 패는 이제 통째로 채원 쪽으로 넘어온 셈이었다.반 시진 뒤, 김태겸은 인근 처소에 눕혀졌다. 정신은 겨우 돌아왔지만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백건이 서령을 데리고 도착한 것도 그때였다. 서령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아버지…."김태겸은 힘없이 눈만 겨우 떴다."서령아… 괜찮으냐…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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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유예

편전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이운이 그간 모은 것들을 하나씩 올렸다."별당과 전옥서, 두 곳에서 잡은 자들이 모두 귀비전과 연결돼 있습니다. 화장함의 독은 서령이, 별당의 자객은 잡힌 자들이 증언할 수 있습니다. 옥사의 불 역시 의금부 문서와 진술이 귀비전을 향하고 있습니다."채원이 이어 말했다."서령 처자도 그 화장함이 귀비전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증언할 수 있습니다. 증거도, 증인도, 정황도. 전부 한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전하."임금은 그 하나하나를 말없이 들었다.의금부 문서와 자객들의 자백까지, 이운이 올린 것들이 서안 위에 쌓였다.임금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고도 대답하지 않았다.채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미 두 번이나 사람 목숨을 노렸습니다. 세 번째가 없으리란 법은 없습니다.""...""더 늦으면 증인도, 증거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한참 뒤, 임금이 낮게 입을 열었다."국문장에 세우기 전에, 짐이 직접 확인할 것이 있다. 며칠만 다오."이운의 눈빛이 흔들렸다."시간을 드리면 그사이 김태겸과 서령이 먼저 죽습니다.""….""궁지에 몰린 사람입니다. 살기 위해서라면 이 궁을 통째로 태우고도 남을 사람입니다."임금의 손이 서안 위에서 떨렸다."짐도 안다.""아신다면서 왜….""짐이 아끼던 사람이다."임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나인으로 들어와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짐이 지켜본 세월이 있다. 그 세월을 하루아침에 국문장으로 끌어내리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다."임금의 목소리에는 후회도 미련도 아닌, 무거운 책임감 같은 것이 실려 있었다."전하.""그것이 전부다."이운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한마디에 담긴 무게를 알 것 같았다."며칠 사이에 김태겸과 서령이 죽으면, 그 죗값은 누가 집니까."임금의 눈이 이운을 향했다."세자.""신은 오늘 밤 두 사람이 목숨을 잃을 뻔한 걸 두 눈으로 봤습니다. 다음엔 놓칠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그 다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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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최후의 패

편전 앞마당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이른 새벽인데도 대신들까지 하나둘 몰려와 있었다."귀비가 은밀히 청한 게 아니었군."채원이 주위를 훑었다."일부러 소문을 낸 거예요. 사람이 많을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한 거죠.""무슨 뜻이지.""증거로 안 되면 여론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거예요. 이렇게 시작하면 전하도 조용히 덮을 수 없으니까."두 사람이 편전 앞에 다다랐을 때, 안에서 귀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전하, 신첩은 그저 억울할 따름이옵니다."이운과 채원이 곧장 안으로 들어섰다.귀비는 임금 앞에 엎드려 있었다."세자와 세자빈이 신첩을 몰아내려 죄를 뒤집어씌운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신첩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이 자리에서 밝혀 주시옵소서."이운이 앞으로 나섰다."별당과 전옥서에서 잡은 자들이 모두 귀비전과 연결돼 있습니다. 귀비전 사람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자도 있습니다.""매질 아래 무슨 말인들 못 하겠습니까.""김태겸과 김서령도 증언할 것입니다.""살기 위해 누구의 이름인들 입에 올리지 못하겠습니까. 신첩이 명했다는 물증이라도 있습니까?"이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잡힌 자들의 진술이 서로 일치합니다.""한패라면 입을 맞추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요.""귀비."임금이 낮게 제지했지만 귀비는 물러서지 않았다."전하. 신첩이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겠습니다. 허나 누명을 쓴 것이라면 누가, 무엇을 위해 이러는지도 밝혀야 하지 않겠사옵니까."귀비의 시선이 채원에게 향했다.채원의 손끝이 차가워졌다.왔다."세자빈마마."귀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얼마 전 신첩이 화천강에서 함께 뱃놀이를 했던 일을 기억하시느냐 여쭈었지요. 마마께서는 기억한다고 하셨습니다."편전 안이 조용해졌다."하지만 제가 알던 세자빈은 어릴 적 물에 빠진 뒤로 강 근처에는 발도 들이지 않았습니다."귀비가 채원을 똑바로 바라봤다."당연히 저와 화천강에 간 적도 없었지요."밖에서 술렁임이 일었다."귀비, 그만하라."임금의 제지에도 귀비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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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마지막 발악

편전 안의 침묵이 길게 이어졌다.귀비는 채원을 노려봤다."마마가 누구인지 신첩이 어찌 알겠습니까."채원의 눈빛이 가늘어졌다."그러니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뭘 말입니까.""마마가 정말 윤서아인지."편전 안에 다시 낮은 술렁임이 번졌다.귀비는 임금을 향해 몸을 돌렸다."전하. 신첩이 틀렸다면 그 죄까지 달게 받겠사옵니다. 하지만 세자빈이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된 이유만큼은 반드시 밝혀야 하옵니다."이운이 앞으로 나섰다."지금 근거도 없이 세자빈을 의심하자는 것이오?""근거가 없지는 않습니다."귀비가 즉시 받아쳤다."없었던 일을 기억한다 하셨습니다. 하지 못하던 무예를 하루아침에 능숙하게 펼쳤고, 말투도 행동도 달라졌습니다."귀비의 시선이 이운에게 향했다."저하께서는 정말 단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적이 없으십니까?"이운의 입이 닫혔다.채원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짧은 침묵을 귀비는 놓치지 않았다."보십시오, 전하. 저하께서도 부정하지 못하고 계시지 않사옵니까.""그만."임금의 목소리가 편전을 눌렀다.귀비가 입을 다물었다.임금은 한동안 귀비를 내려다보다 채원에게 시선을 옮겼다."세자빈.""예, 전하.""귀비가 제기한 의혹은 따로 확인하겠다."채원의 손끝이 굳었다.이운이 곧장 나섰다."전하.""허나 그것과 귀비의 죄는 별개의 일이다."귀비의 얼굴이 굳었다."전하, 신첩은—""세자빈이 누구이든 그것이 네게 제기된 혐의를 없애 주지는 않는다."편전 안이 조용해졌다."별당의 자객, 전옥서의 화재, 화장함의 독. 관련된 자들의 진술과 정황이 모두 너를 향하고 있다."임금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짐은 직접 확인할 시간을 달라 하였다. 그런데 너는 그 시간을 이용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다른 의혹을 터뜨렸구나.""전하, 신첩은 죄를 덮으려 한 것이 아니옵니다.""그렇다면 국문장에서 밝히면 될 일이다."귀비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여유가 사라졌다."귀비를 옥사에 가두라."호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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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위독

백건이 숨을 몰아쉬며 뛰어들었다."전하께서… 편전을 나서시다 쓰러지셨습니다!"이운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뭐라고?""의원이 지금 침전으로 달려갔습니다. 저하, 서두르셔야 합니다!"이운과 채원은 곧장 침전으로 향했다.회랑을 가로지르는 내내 이운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지나치는 궁녀와 내관들이 하나같이 창백한 얼굴로 길을 텄다.불과 반 시진 전, 귀비가 끌려 나갔다.그리고 지금은 임금이 쓰러졌다.하루도 되지 않아 궁의 판도가 두 번이나 뒤집혔다.침전 앞에는 벌써 상궁과 내관들이 몰려 있었다."저하!"이운은 대답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침전 안, 임금은 이불 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의원이 맥을 짚은 채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어떠하냐.""맥이 고르지 못하십니다. 크게 놀라신 데다 화까지 한꺼번에 치미신 듯합니다.""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느냐.""근래 옥체가 편치 않으셨으나, 이번처럼 갑자기 정신을 놓으신 적은 없었습니다.""언제 눈을 뜨시겠느냐."의원이 잠시 머뭇거렸다."지금으로선 장담드리기 어렵습니다. 오늘 밤을 넘겨 봐야 알 듯합니다."침전 안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내의원이 탕약을 가져왔다. 의원이 임금의 입가에 조금씩 흘려 넣었지만 대부분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이운의 손끝이 떨렸다.채원은 그런 이운을 처음 보았다.검을 쥐었을 때도, 자객과 맞섰을 때도 흔들리지 않던 사람이었다.미워하는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걸, 채원은 그 얼굴을 보고서야 알 것 같았다."아바마마."이운이 임금의 손을 붙잡았다.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의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늘은 누구도 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은 안정이 우선이옵니다."이운은 한동안 임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채원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제가 밖을 지킬게요. 저하는 여기 계세요."이운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지금 지켜야 할 곳이 여기만은 아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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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진짜 살수

이운과 채원은 곧장 지하 옥사로 향했다.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서늘한 공기가 감돌았다. 횃불 몇 개만이 좁은 통로를 어슴푸레 밝히고 있었다.앞서 뛰어온 백건이 숨을 몰아쉬며 상황을 전했다."조금 전까지 숨이 끊어질 뻔했습니다. 지금은 의녀가 붙어 있습니다.""누가 발견했나.""당번 옥리입니다. 늦지 않게 끈을 잘랐다고 합니다."이운의 걸음이 더 빨라졌다.임금이 쓰러진 지 한 시진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옥사 안, 귀비는 바닥에 눕혀져 있었다. 목에는 붉은 자국이 선명했고, 숨은 붙어 있었지만 의식은 없었다.의녀가 다급히 맥을 짚고 있었다."숨은 붙어 있습니다. 하나 언제 깨어날지는……."이운이 옥리를 향해 돌아섰다."어찌 된 일이냐.""소인이 순찰을 돌던 중 발견했습니다. 창살에 명주끈을 걸고…….""끈은 어디서 났느냐."옥리가 마른침을 삼켰다."저고리 고름을 뜯어 만든 것으로 보였습니다."그 말을 듣던 채원이 귀비 곁에 쪼그려 앉았다.목에 남은 흔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그녀의 눈빛이 달라졌다.스턴트 현장에서 목을 매다는 장면을 숱하게 만들어봤다. 배우가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화면에서는 진짜처럼 보여야 했다.그러려면 끈이 어디에 걸리고, 몸의 무게가 어느 방향으로 실리는지까지 계산해야 했다.채원의 손이 귀비의 목 가까이에서 멈췄다."이거 이상해요."이운이 곁으로 다가왔다."뭐가.""흔적이 하나가 아니에요."채원이 목에 남은 자국을 가리켰다."이쪽은 끈이 위로 끌려 올라간 흔적이에요. 그런데 그 아래에 다른 자국이 있어요."목을 한 바퀴 두르듯 이어진 짙은 압박 흔적이었다."이건 매달려서 생긴 방향이 아니에요."이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그럼?""누군가 먼저 목을 졸랐을 가능성이 있어요."옥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채원은 곧장 창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끈이 걸려 있던 곳은 귀비의 머리보다 한참 위였다.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팔을 뻗어보았다.손끝이 닿지 않았다.채원이 주위를 둘러봤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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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처음 보는 얼굴

임금이 쓰러졌다는 소식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궁 밖 종친가에까지 퍼졌다.침전 앞마당에는 문안을 청하는 가마들이 하나둘 늘어서기 시작했다.백건이 그 행렬을 훑어보며 낮게 말했다."종친들이 벌써 몰려들고 있습니다. 다들 문안을 청한다지만…….""속내는 다르겠지."이운이 말을 끊었다.임금이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평소에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던 종친들까지 하나둘 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그때 상궁 하나가 다급히 다가왔다."저하, 진원대군 대감께서 오셨습니다."이운의 눈빛이 순간 가라앉았다.채원에게는 낯선 이름이었다.그녀가 백건을 바라보자 그가 목소리를 낮췄다."전하의 이복동생 되십니다. 종친들 가운데서도 위세가 큰 분이지요."곧 문이 열렸다.후덕한 인상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섰다.느긋한 걸음이었다.표정에도 특별한 긴장감은 없었다."저하."진원대군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전하께서 이리되셨다는 말을 듣고 한걸음에 왔습니다. 얼마나 놀라셨습니까.""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숙부님."이운은 예를 갖췄지만 목소리는 담담했다.진원대군이 뒤를 돌아봤다."이휘야, 인사드려라."그제야 뒤에 서 있던 청년이 앞으로 나왔다.아직 앳된 기색이 남아 있는 얼굴이었다."세자 저하를 뵙습니다."말투도, 표정도 무심했다.이 자리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진원대군이 허허 웃었다."이 아이는 정치에는 통 관심이 없습니다. 활쏘기나 말 타는 것밖에는 모르지요."이휘가 못마땅한 듯 아버지를 힐끗 바라봤다."아버님.""왜. 틀린 말도 아니지 않느냐."진원대군이 웃으며 이운을 바라봤다."그러니 저 녀석이 궁에 들어오는 일도 드뭅니다.""그렇습니까."이운은 짧게 답했다.진원대군이 다시 이휘에게 말했다."인사드렸으면 밖에서 기다리거라.""예."이휘는 군말 없이 물러났다.채원의 시선이 잠시 그의 뒷모습을 따라갔다.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다만 이휘의 얼굴에서는 적어도 권력에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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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낯익은 수법

백건이 물러난 뒤, 침전 안에는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채원은 방금 본 문서를 떠올렸다.사흘 전 날짜.김태겸의 이름.그리고 병조판서의 직인.정작 김태겸은 그때 이미 옥에 갇혀 있었다."저하.""왜 그러느냐.""이거, 좀 닮았어요."이운이 채원을 돌아봤다."뭐가.""우리 아버지 때랑요."채원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창고에서 무기가 나오고, 병사 명단까지 나왔잖아요. 누가 봐도 아버지가 역모를 준비한 것처럼."이운의 얼굴이 굳었다."그 병사들 사이에 조필규의 부하들이 섞여 있었지.""네."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도 진짜처럼 보이는 증거를 만들어서 아버지 이름을 씌웠어요."채원의 시선이 탁자 위 문서로 향했다."이번엔 김태겸이고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이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닮았다는 것만으로 같은 자의 짓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알아요.""확인해야 한다."이운이 문서를 집어 들었다."이 글씨부터."잠시 후 백건이 다시 들어왔다.손에는 김태겸이 직접 작성했던 문서 몇 장이 들려 있었다."확인했습니다.""말해라.""소집령에 적힌 필체는 김태겸의 것이 아닙니다."채원의 눈빛이 달라졌다."역시.""하지만……."백건이 잠시 말을 멈췄다.이운이 그를 바라봤다."뭐냐.""직인은 진품입니다."이운의 표정이 굳었다."확실한가.""예. 김태겸이 병조판서로 있을 때 사용하던 직인과 대조했습니다. 찍힌 자국이 일치합니다."채원이 탁자 위 문서를 바라봤다.글씨는 가짜.그런데 도장은 진짜였다."그 직인은 지금 어디 있어요?""김태겸이 투옥된 뒤 의금부 봉인고에 보관됐습니다."채원이 곧바로 이운을 바라봤다."그럼 누군가 거기서 꺼내 썼다는 거잖아요."이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봉인고 기록을 가져와라.""예.""직인이 들어간 날부터 지금까지 전부."백건이 다시 물러났다.한 시진쯤 지났을 무렵.백건이 돌아왔다.이번에는 얼굴이 더 굳어 있었다."저하.""찾았느냐.""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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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죽은 사람의 얼굴

밤이 깊어지자 이운은 처소의 나인들을 일찍 물리고, 백건에게도 자신이 부르기 전까지는 누구도 가까이 들이지 말라고 명했다.채원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눈치채고 몇 번이나 이유를 물었지만, 이운은 오늘 밤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는 말만 남긴 채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누군데 이렇게까지 숨겨요?""살아 있다는 걸 들켜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채원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묻기도 전에 창밖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렸고,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채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이운이 전혀 놀라지 않는 것을 본 채원은 두 사람이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사내를 천천히 살폈다."도사는?""아직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최근 열흘 사이 같은 자를 두 번 만났고, 그때마다 돈을 받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사내는 의금부 도사가 돈을 받으면서도 계속 주변을 살폈고 손까지 떨고 있었다며, 스스로 가담한 것인지 협박을 받는 것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가족은?""처와 어린 자식들이 있습니다. 집 근처를 맴도는 낯선 자들도 있어 지켜보는 중입니다."이운은 도사를 섣불리 잡으면 그 위에 있는 자가 숨어버릴 수 있다며 감시를 계속하라고 했고, 채원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그런데 그 사람을 언제부터 쫓고 있었어요?"사내가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윤정명 대감께 역모의 죄가 씌워졌을 때부터 의금부를 살폈습니다."채원의 표정이 굳자 사내는 당시 증거가 오간 경로와 이번 김태겸의 직인이 움직인 경로를 비교했고, 서로 다른 일인데도 기록이 어긋나는 방식이 지나치게 닮아 있었다고 설명했다."그럼 도사가 그때도 관련돼 있었다는 겁니까?""아직 모릅니다. 같은 자에게 이용당했는지, 처음부터 한패였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이운은 그 대답에 더 묻지 않고 다음 접촉을 확인하면 즉시 알리라고 했고, 사내는 짧게 고개를 숙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소매가 조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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