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대전에는 평소보다 많은 신하들이 들어와 있었다.채원은 이운의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맞은편에는 김태겸이 서 있었다.어제 동궁에서 신태오가 칼을 꺼냈다는 보고를 들었을 텐데도, 그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없었다.대전 양옆에는 대신들만 서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사건 관련자만 들라는 명이었다.임금이 말했다.“윤정명 사건을 다시 살필 만한 근거가 있는지, 오늘 대전에서 듣겠다. 의금부는 기록을 읽어라.”의금부 당상이 앞으로 나왔다. 손에는 박칠성의 처음 진술과 대장간 장부, 수레 장부가 들려 있었다.“박칠성은 초여드레 밤, 윤정명 사가의 서쪽 창고에서 칼 여러 자루를 보았다고 진술했습니다.”당상이 첫 장을 내려놓고 다음 장을 폈다.“대장장이의 장부에는 초아흐레 새벽, 칼 서른 자루를 만들고 수레에 실었다고 적혀 있습니다.무기값은 조필규의 마부가 냈고, 수레 역시 그 마부가 마련했습니다.”대전 안에서 낮은 목소리들이 일었다.“또한 그 마부는 수레를 윤정명 사가 근처까지 끌고 갔으며, 서쪽 담 부근에서 흉터가 있는 사내에게 넘겼다고 진술했습니다.”김태겸이 입을 열었다.“그 진술로 윤정명이 무죄가 됩니까.”당상이 고개를 숙였다.“아직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감.”“그렇다면 왜 조정 대신들을 불러 이미 끝난 일을 다시 어지럽히는 것입니까.박칠성은 칼 서른 자루만 보았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창고 안에 무기가 있었다고 했습니다.”채원이 김태겸을 보았다. 그는 박칠성의 거짓말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그 진술의 빈틈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임금이 채원에게 시선을 옮겼다.“빈궁은 할 말이 있느냐.”채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박칠성의 말 하나로 제 아비와 오라버니들은 죽었습니다.”대전의 시선이 한꺼번에 모였다.“그가 본 무기가 무엇이든, 그는 무기가 들어오기 전날 이미 창고에서 봤다고 말했습니다.누군가에게 그날과 그 장소를 외워서 말하라 지시받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증언입니다.”대신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