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태하그룹 전무실. 비서실장 김민철이 건네준 두툼한 서류 봉투 위로 도윤의 시선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한서희의 사생활과 최근 동선, 그리고 은밀한 만남까지 낱낱이 파헤쳐진 조사 보고서와 몇 장의 사진. 그것을 한참 동안 말없이 쳐다보던 도윤의 미간이 잘게 으스러졌다. 청담동의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여러 재벌가 자제들과 함께 있는 서희.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 서 있는 차도진. “계속 확인해.” “네.” 내일 오후 3시, 서희와의 약속이 잡혀 있었다. 어머니 이명희 여사는 자신의 완고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결국 약혼을 강행하고 공식화할 터였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수아를 보내야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서희와 약혼한 상태에서 다른 여자를 자신의 집에 두고 살 수는 없었다. 적어도, 도윤에게도 그 정도의 선은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도윤은 선택해야 했다. 수아를 이 펜트하우스에서 내보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수순을 떠올리는 순간, 도윤의 가슴속에서는 알 수 없는 지독한 답답함과 함께 미쳐버릴 것 같은 광기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이 여자를 내 눈앞에서 치워버린다고? 수아가 내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남자들의 시선이 닿는 곳을 활개 치고 다닌다고……?’ 생각만 해도 눈이 뒤집힐 것 같은 소유욕이 온몸의 피를 거칠게 역류시켰다.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도윤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서랍 깊숙이 거칠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홀린 듯 수아에게 전화를 걸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