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차도진이 흘린 단 한 마디는 서희의 완벽했던 세계에 미세하지만 지울 수 없는 균열을 냈다. 누구도 자신의 자리를 감히 넘보지 못할 것이며, 태하그룹의 안주인이라는 타이틀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 오만하게 믿어왔던 서희였다. 그러나 차도윤이라는 오만하고 냉철한 남자가 사적인 공간에 누군가를 숨겨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그녀의 자존심을 무참히 긁어놓았고, 팽팽한 신경을 바짝 날카롭게 만들었다. 대학 시절부터 수많은 여자들이 도윤에게 접근했지만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서희였다. 본인도 여러번 도윤에게 접근 했지만 도윤은 양가 부모님들이 정략결혼 이야기를 꺼내기전까지는 한 번도 자신에게 관심을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남자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설마 하니, 그 차도윤이 나를 두고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려?’ 분노와 불안은 잠시뿐, 현성그룹의 외동딸답게 서희는 곧바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 당장 양가 어른들을 판에 끌어들여 소란을 피우는 것은 스스로의 품위를 깎아먹는 일이었다. 도윤의 펜트하우스. 서희의 표정이 굳었다. 그곳은 자신조차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공간이었다. 태하와 현성. 차도윤과 한서희. 누가 보아도 완벽한 결합이었다. 서희 역시 그렇게 믿었다. 사랑이 뜨겁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결혼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보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우선은 도윤의 입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순서였다. 서희는 곧바로 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이어진 뒤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 “도윤 오빠.” “무슨 일이야?” 여전히 무심했다. “이번 주 토요일 시간 돼?” 예상대로 도윤은 늘 그렇듯 "이번 주는 좀 바빠."라며 매몰차게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서희 역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서희가 덧붙였다. “우리 결혼 이야기가 오가는데 얼굴 한번 보는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20 Ler mais